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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권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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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의 편린화와 과잉 빠른 소비를 비판한 비트 폴펄스 예술작품

썬도그 2015. 12. 19. 14:47

예술은 다른 것을 보여주는 힘이 있습니다. 우리가 체험하고 보지 못한 경험들을 시각, 청각 촉각 등을 이용해서 관람자에게 새로운 시각 또는 새로운 것을 전해주면서 면도 있지만 우리가 사는 세상을 거울처럼 담기도 합니다. 단, 그냥 그대로 보여주기 보다는 작가의 통찰력을 통해서 좀 더 진하고 명징하게 전해주기도 합니다. 

색다르게 보기. 색다르게 담기. 전 그래서 예술이 좋아요. 


현대미술관 서울관은 경복궁 동쪽에 있어서 서울 시내 구경 갔다고 잠시 들릴 수 있습니다. 입장료가 있긴 하지만 매주 수요일, 토요일 저녁 6시 이후에는 무료 관람이 가능하기 때문에 좋은 전시회를 무료로 볼 수 있습니다. 또한, 매월 마지막 수요일에는 온 종일 무료로 관람할 수도 있죠. 

이 현대미술관에서 아주 흥미로운 전시작품이 있어서 소개합니다.


현대미술관 서울관에 입장을 한 후 지하로 내려가서 왼쪽을 보니 주기적으로 뭔가가 소리를 내더군요. 돌아봤더니 작은 탄성이 나옵니다. 거대한 구조물에서 수시로 물이 쭉쭉 떨어져 나옵니다



가까이 가서 봤더니 물줄기가 텍스트를 만들면서 떨어지네요. 이 기술은 수년 전에 봐서 새롭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이걸 폭포 같이 높은 높이로 쌓아 올려서 뭔가를 계속 만들고 있습니다. 


이 작품은 차세대 미디어 아티스트로 각광받고 있는 율리어스 포프(Julius Popp)의  비트, 폴 펄스(bit, fall pulse)라는 작품입니다. 비트 폴 시리즈 중 하나인 이 작품은 4층 높이의 콘테이너 박스를 쌓아 올린 후 쉴새 없이 텍스트 물을 내립니다 


문자는 그냥 막 지어낸 것은 아닙니다. 작가가 고안한 통계 알고리즘을 이용해서 인터넷 뉴스피드에 올라온 단어의 노출 빈도수를 측정한 후에 그 단아의 중요도에 따라서 텍스를 물처럼 내립니다. 

이 작품이 의미하는 것이 뭘까요? 작가 본인은 
이 작품을 통해서 정보의 편린화와 휘발성을 고발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아침에 일어나서 잠들 때까지 많은 정보를 취합니다. 그러나 그 정보 중 우리에게 도움이 되고 기억되는 정보는 극히 일부입니다. 정보의 과잉이라고 할 수 있죠. 쓰잘덱 없는 정보에 홀릭해서 하루 종일 정보를 찾습니다. 물론, 저도 그런 인간 중 한 명입니다. 

이런 일시적인 정보 속에서 값진 정보를 얻으면 아주 좋아라하죠. 그러나 그 노동의 시간이 점점 늘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쭉정이 같은 정보가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요즘은 큐레이션이라고 해서 알토란 같은 정보만 골라서 소개해주는 정보 유통 사이트가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그러나 피키캐스트 같은 곳도 대부분 살면서 그닥 중요하지 않는 것, 단순 흥미 위주의 달달한 정보만 소개합니다. 문제는 그런 정보들은 밥이 되지 못합니다. 그냥 하나의 껌이자 과자 같은 간식 또는 심심풀이 용도입니다. 과자나 껌 많이 먹는다고 몸  좋아지지 않습니다. 다만 입과 뇌만 잠시 즐거워 할 뿐이죠.


물론, 제가 이렇게 쓰는 이 글도 어떻게 보면 정보의 쓰레기라고 할 수 있고 여기까지 읽는 분도 거의 없을 것입니다. 사진만 쭈루룩 보고 뒤로 버튼 누르고 나가죠. 작가 율리어스 포프는 이런 정보의 휘발성과 편린화를 텍스트 물을 통해서 고발하고 있습니다. 



이 비트 폴 펄스라는 작품은 정보 데이터의 폭포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매일 같이 인기 검색어 순위를 살펴보는 우리들의 모습이나 스치듯 내려가는 단어들이나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정보를 소비하는 패턴이 너무 쉽고 가벼워지다 보니 사람들의 정보 섭취 풍속도 작고 가벼워졌습니다. 아니 사람들이 작고 가볍고 재미있는 정보를 요구하니 콘텐츠 생산자들이  레고 블럭 같은 정보를 모듈화 해서 선보이고 있네요.

이런 변화가 시대가 변해서일까요? 전 감히 말하자면 그건 스마트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스마트폰이라는 작은 디스플레이 모바일 기기에 최적화 한 삶을 살다보니 쓱쓱 밀고 터치하기 편한 콘텐츠가 생산되고 있는 것 아닐까요? pc와 노트북만 있던 시절은 긴 글도 잘 읽는 분들이 많았는데 요즘은 조금만 길면 안 읽잖아요. 

그래서 책 읽는 인구는 더 떨어지나 봅니다. 그런데 여기까지 읽은 분들에게 좋은 이야기를 하자면 긴 글 읽는 분들은 긴 글 읽는 시간 만큼의 사고를 하고 깊게 생각하는 힘이 있습니다. 즉 사색력이 좋고 그 사색력에서 깊은 통찰력이 나옵니다. 그래서 이 시대엔 책을 많이 읽는 사람이 가벼운 정보만 골라서 먹는 체리 피커들보다 더 진중하고 진득하고 깊은 생각을 합니다. 

맥락은 생각 안 하고 팩트만 외치는 사람들의 가벼움은 헛 웃음에도 날아갈 지경입니다. 


별거 아닌 작품일 수 있지만 전 이런 저런 생각을 많이 하게 하네요. 우리는 폭포처럼 떨어지는 텍스트의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21세기의 신풍속도 같은 작품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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