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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사진/사진에관한글

서양도 동양도 아닌 이미지를 고발한 이정록 사진작가의 글로컬 사이트

by 썬도그 2015. 12.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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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블로그를 언제까지 운영할 지 모르겠지만 만약 운영하지 않게 된다면 그건 제 개인적인 이유 보다는 외부적인 요인이 될 것입니다. 예를 들어서 카카오가 티스토리 서비스를 접는다든지 하는 외부적인 요인에 의해 중단되는 경우가 아니라면 전 이 블로그 죽을 때 까지 운영할 생각입니다. 

이런 생각을 하게 된 이유는 2007년부터 운영을 시작한 이 블로그가 제 삶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네요. 그리고 제 추억의 앨범이 되기도 합니다. 이리저리 블로그 글을 들쳐 보다가 한 장의 사진이 눈에 띄네요. 


2008년 전라도 여행을 갔을 때 촬영한 사진이네요. 기차를 타고 벌교를 지나 보성으러 갈 때 창 밖의 풍경을 촬영했습니다. 
제가 이걸 촬영한 이유는 지붕이 특이해서 촬영 했습니다. 기와집인데 기와집은 아닌 뭔가 모를 형태의 집들이 꽤 많더군요. 고백하자면 이때가 지방 여행을 처음 갔었습니다. 갔어도 대부분 유명 관광지만 다녔죠.  시골이라고 하는 곳까지 들어간 여행은 처음이었습니다. 



여수 대경도 섬에서 제가 호기심을 가진 집을 가까이서 봤습니다. 가까이서 보니 기와가 아닌 함석으로 된 지붕이네요. 


기와는 이게 기와집이죠. 



이런 함석집은 꽤 많았습니다. 오대산 여행을 갔을 때도 부일식당이 함석지붕으로 되어 있네요. 외삼촌에게 물어보니 시골에는 이런 함석집이 꽤 많다고 하네요. 그 전에는 슬레이트 지붕이 많았는데 지금은 함석집이 더 많다고 합니다.

아시겠지만 슬레이트 지붕은 1급 발암 물질을 내뿜어서 슬레이트 지붕은 건강에 좋지 않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슬레이트 지붕을 사용하는 집들이 꽤 있습니다. 묵호항에 갔을 때도 인천에 갔을 때도 허름한 집들은 여전히 슬레이트 지붕을 많이 사용하네요. 

그런 슬레이트 지붕처럼 저렴하면서도 지붕 역할을 제대로 하는 것이 함석집으로 철판에 아연을 입힌 함석으로 지붕을 만든 집니다. 이 함석집은 기와 형태를 하고 있지만 기왓집은 아닙니다. 


현재 서울 북서울 미술관에서는 서울사진축제 사진전을 하고 있습니다. 솔직히 이번 서울사진축제는 맥아리가 없습니다. 여러모로 비판할 것들이 많네요. 그건 나중에 하고 여러 사진작가의 사진들을 천천히 둘러 봤습니다. 그런데 제가 이미 본 사진들이 80%가 넘더라고요. 

새로운 사진들을 보고 싶었는데 이미 수년 전에 전시한 사진을 재 전시하는 모습에서 깊은 실망감을 느꼈습니다. 물론, 사진전 자주 가지 못하는 분들은 좋은 전시회이지만 사진전 많이 가는 분들에게는 딱히 끌리는 사진전은 아니네요. 그리고 결정적으로 관람객이 많지 않네요. 


그럼에도 가장 눈길을 끈 그리고 처음 보는 사진작가는 이정록 사진작가의 사진이었습니다. 
사진들은 유형학적인 사진으로 지방에 있는 집들을 형태별로 촬영한 후 전시하고 있었습니다.  사진 시리즈의 이름은 글로컬 사이트입니다. 


이런 집들은 서양식 집인데 그 형태가 거의 비슷합니다.  눈썹 지붕이 꽤 많네요. 그것도 2중 눈썹 지붕입니다. 이런 지붕 형태만 촬영한 후 함께 모아 놓았네요.



그리고 제가 유심하게 본 그 함석 지붕입니다. 함석 지붕의 형태는 기왓집처럼 되어 있습니다. 기와 지붕에서 많이 쓰는 모임지붕이나 팔짝지붕이 많이 보입니다. 그러나 건축 재료는 서양의 것인 함석 지붕입니다. 


정확하게는 서양의 재료도 아니죠. 함석 지붕은 말 그대로 가성비 때문에 쓰는 것이죠. 함석 지붕에서 살지 않아서 모르겠지만 딱 봐도 여름에는 덥고 겨울에는 추을 것 같은데요. 금속 재료 지붕은 온기와 냉기를 차단하기 힘들잖아요.


설명문을 보니 1970년대 새마을 운동의 일환으로 농촌주택 개선 사업을 했는데 기존의 초가 지붕을 헐고 한옥 스타일의 슬레이트 지붕으로 바꾸는 작업을 합니다. 정부 주도로 했던 새마을 운동으로 초가집이 많이 사라졌죠. 이 당시 분위기는 이런 것도 있었습니다. 

옛 것은 추하고 더럽고 서양은 세련되고 아름다고 추구해야 할 방향이라고 생각하는 모습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정부가 추하고 더러운 우리의 이미지를 고민도 없이 파괴하고 서양의 것을 우격다짐으로 넣었습니다. 서양의 합리성이 바탕이 된 편의주의는 이후 엄청난 파급 효과를 냅니다. 

그래서 한국의 과한 제사 문화나 전통 의식 같은 것을 허례허식이라고 비판하면서 간소화 하라고 시작합니다. 그렇게 한국은 동양의 이미지와 서양의 이미지가 섞이는 시대가 70년대였습니다. 쉽게 말하면 신부는 한복 입고 신랑은 양복입고 결혼식장에 입장하는 모습이죠. 

지금이야 먹고 살만 하니까 옛 것을 찾고 복원하고 어쩌고 저쩌고 하는데 먹고 살기 힘들 때는 옛 것은 무조건 떄려 부셨습니다. 그러니 서울에 옛 정취를 느낄 수 있는 곳이 거의 없죠. 끽해야 경복궁 같은 고궁 말고 더 있겠습니까?

서양의 대량 생산과 합리성을 바탕으로 한 편의주의는 공장에서 찍어낸 듯한 함석 지붕을 양산하게 되고 그 지붕은 시골의 한 이미지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편의주의 주거 형태의 완성체가 등장하기 시작하는데 그게 바로 아파트입니다.

한국의 아파트는 편의주의 주거형태의 아이콘입니다. 아파트라는 형태는 정말 살기 편하죠. 다만, 살기만 편할 뿐입니다. 
골목이 파괴되어서 이웃 간의 거래도 사라졌고요. 뭐 동양과 서양의 이미지가 공존하는 모습은 어떻게 보면 비판적으로 보일 수 있지만 동시에 편의주의리즘이라는 생활주의 철학으로 바라보면 전혀 이상할 게 없습니다.

우린 언제나 편한 것을 무비판적으로 받아 들이는데 익숙한 사람들이니까요

이정록 사진작가은 로컬과 글로벌을 섞어서 글로컬이라는 말을 만들었네요. 글로컬! 이거 자주 사용해봐야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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