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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영화창고

국경을 넘은 동심과 우정을 가득 담은 영화 '은하철도의 꿈'

by 썬도그 2015. 11.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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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은 참혹합니다. 사람 몸과 영혼을 모두 파괴시키는 행위입니다. 그래서 어떠한 전쟁도 일어나서는 안됩니다. 우리 인류의 역사는 전쟁의 역사입니다. 어떻게 보면 지금 태어난 사람들은 인류 역사상 가장 평화로운 시기에 살고 있는 행운아들입니다. 그러나 이런 긴 평화도 인류 종말의 위기까지 갔던 2차 세계대전에서 우리 인류가 많은 교훈을 받았기 때문이죠. 

일제나 독일제국이나 연합군이나 모든 사람의 죽음이 현재의 평화를 만든 것으로 느껴지네요. 물론, 전쟁을 일으킨 전범 국가들은 평생 그 전쟁을 유발 시킨 국가라는 자책감을 느끼고 살아야 할 것입니다. 하지만 일본은 자기 반성을 모르는 나라네요. 


2015년 봄에 개봉한 '은하철도의 꿈'은 국내에서 큰 흥행 성공을 하지 못했습니다. 흥행할 요소보다는 흥행에 실패할 요소가 많았습니다. 먼저 이 애니메이션 영화는 전쟁 가해자인 일본을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우리는 일본이라는 가해자의 피해를 보고 싶어 하지 않죠.

그러나 이 전쟁이라는 것이 군국주의자들의 전쟁이지 그 밑에서 살고 있는 국민들은 그냥 위에서 시키는 대로 할 뿐 적극 가담자라고 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그렇게 세상을 보지 않습니다. 전범 국가면 그 국민들도 모두 악인으로 생각하죠. 그렇게 보면 이 애니 '은하철도의 꿈'은 한국에서 상영하기 조차 힘든 애니였을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개봉한 이유가 있겠죠. 그 이유는 전범 국가인 일본의 어른이 아닌 때 묻지 않은 아이들의 시선으로 담고 있기 때문입니다. 어떻게 보면 전체적인 시선이나 구성 등은 지브리 스튜디오의 1988년 작품인 '반딧불이의 묘'와 비슷합니다. 


'은하철도의 꿈'의 배경은 사할린 근처의 일본 북쪽의 시콘탄 섬입니다. 2차 대전에 패한 일본은 미군에 항복을 한 상태입니다. 그런데 이 시콘탄 섬에 러시아와 가깝다는 이유로 어부지리로 소련군이 점령을 해 버립니다. 

이 시코탄 섬에 사는 준페이와 칸타가 두 어린 소년이 주인공입니다. 
준페이와 칸타는 아버지가 매일 같이 기차 놀이를 하면서 들려주던 명작 동화 '은하철도의 밤'을 들으면서 자랍니다.
그래서 이름도 일본 이름이 아닌 서양식 이름을 일본어로 발음하기 좋은 이름으로 짓습니다. 

이 두 형제는 전쟁이 뭔지도 모르고 섬을 뛰어 놉니다. 그러다 소련군이 시코탄 섬을 점령합니다. 그리고 일상이 완전히 바뀌어 버리게 됩니다. 소련군은 마을 사람들의 집을 압수하기 시작하고 겁에 질린 몇몇 마을 사람들은 야반 도주를 하다가 사살을 당합니다. 그렇게 소련군은 학교까지 찾아옵니다. 겁에 질린 아이들 앞에서 선생님은 소련군의 명령에도 굴하지 않고 계속 수업을 합니다. 



소련군은 시콘탄 섬을 본격적으로 점령하기 시작했고 러시아 사람들을 이주 시켜서 자기들 땅으로 합병하기 위한 준비를 합니다. 이런 불안이 가득한 시코탄 섬에 러시아 사람들이 도착합니다. 거기에 노란 머리를 한 백인 소녀 '타냐'를 알게 됩니다. 

칸타와 준페이는 말이 통하지 않는 타냐와 스스럼없이 지냅니다. 이렇게 아이들은 전쟁이 뭔지 소련군이 뭔지도 모른 채 하루 하루 열정적으로 살아갑니다. 그렇게 아이들은 학교 반은 러시아 아이들이 차지한 학교에서 일본어 노래를 부릅니다. 그런데 러시아 아이들이 부르는 노래를 따라 부릅니다. 선생님은 당혹해 하지만 아이들은 러시아 민속 음악을 신나게 따라 부릅니다. 


준페이는 말이 통하지 않는 그러나 같은 집에 사는 타냐를 짝사랑하게 됩니다. 타냐는 소련군의 대장으로 준페이 집 반을 사용합니다. 벽 하나 사이로 사는 준페이와 칸타와 타냐는 말은 통하지 않지만 친구처럼 지냅니다.  그러다 한 사건이 터지고 아버지가 주민들에게 쌀을 나눠주려다가 타냐의 아버지인 소련군 대장에게 걸리게 되고 아버지는 강제수용소로 끌려갑니다. 

이에 준페이는 그 쌀이 있는 비밀창고 위치를 아록 있는 타냐를 의심하게 됩니다. 그러나 타냐는 눈물로 자신이 고자질 한 것이 아니라고 합니다. 그렇게 두 소년 소녀는 헤어지게 됩니다. 


영화 '은하철도의 꿈'은 어린 아이의 시선으로 전쟁이 끝난 뒤의 참혹스러움을 그리고 있습니다. 아버지가 강제 수용소에 가고 섬에 살던 일본 사람들이 모두 강제로 이주하는 격동의 변화를 담고 있습니다. 여기에 국경을 뛰어 넘는 타냐와 준페이의 우정을 담고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전쟁 후에 패전국 국민들의 처참하고 혹독한 삶을 보여주는 애니라고 할 수 있는데 이런 혹독한 삶은 많은 부분 공감이 갑니다. 우리도 그런 시절을 겪었으니까요. 다만, 전쟁을 일으킨 가해자 국민이라는 시선은 보는 내내 지울 수는 없네요. 그래서 영화는 아이들을 통해서 순수한 시선을 유지합니다. 

하루 하루가 어떻게 될지 모르는 시기였지만 준페이와 타냐의 언어와 국경을 넘는 우정과 사랑에 초점을 맞춥니다. 철 모르는 준페이 타냐와 칸타가 들판에서 노는 장면은 이 영화가 보여주고자 하는 이상향이 아니였을까 하네요. 


그렇다고 준페이와 칸타 형제가 힘든 시기라는 것을 모르는 것은 아닙니다. 아버지는 강제 수용소로 끌려가 생사도 모르고 그나마 기회주의자 같은 삼촌과 선생님의 보살핌 속에서 추운 겨울을 견딥니다. 이 두 형제는 '은하철도의 꿈'을 꿉니다. 밤 하늘에 펼쳐진 별 사이를 오가는 은하철도를 상상하면서 아버지를 그리워합니다. 


결국 시코탄 섬은 소련에 귀속되고 일본인들은 강제로 일본으로 추방 당합니다. 그렇게 고향을 떠난 일본인들이 수십 년이 지난 후 냉전이 끝나고 시코타 섬을 다시 찾게 됩니다. 전체적으로 보면 '반딧불이의 묘'와 여러모로 비슷합니다. 그러나 다른 점이 있다면 러시아 소녀와의 우정과 사랑이 더 추가 된 느낌이네요. 


인상 깊었던 장면은 아버지가 있는 수용소를 찾아가다가 눈 길에 쓰러진 주인공 일행을 한 조선인이 구해줍니다. 찰진 한국어로 주인공들에게 일본인들은 일본으로 돌아갈 수 있지만 자기는 여기서 살아야 한다는 서늘한 말을 합니다. 

그 말이 참 마음에 아프네요. 스마트폰으로 본 영화인데 영화 보다가 몇 번 눈물을 글썽였네요. 아이들의 순수함과 전쟁으로 인한 피폐해진 삶 속에서도 피어나는 아름다운 마음들이 감동스럽고도 슬프네요. 또한, 전쟁이 모든 것을 파괴하지만 그 전쟁을 하는 사람은 사람을 살리고 온기를 전할 수 있다는 내용도 따스하게 느껴지네요.

예를 들어 소련군은 일본인들을 학대하거나 막 대하지 않습니다. 사정을 이해해주고 봐주고 허용하는 모습 등은 뜻밖의 따스함을 보여주네요. 어쩌면 적대감은 우리가 만든 편견일 수도 있죠. 


삶이 힘들면 우리는 판타지를 보거나 없으면 만듭니다. 힘든 나날을 두 형제는 은하수를 배경으로 지나가는 은하철도라는 꿈을 꾸면서 견디었습니다. 우리는 지금 어떤 판타지를 만들고 살아가고 있을까요? 


별점 : ★★★

40자 평 : 전후 힘든 시기를 은하철도의 꿈을 꾸면서 견딘 아이들의 맑은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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