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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사진/사진에관한글

카메라는 가장 간편한 기쁨 생산 도구

by 썬도그 2015. 8.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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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아침에 눈 뜨고 밤에 잠자리에 들기 전까지 하루에 몇 장의 사진을 볼까요? SNS를 2시간 이상 하는 분들은 한 1천 장 정도 볼까요? SNS를 하지 않아도 인터넷을 하지 않아도 길거리에서 받는 전단지나 광고 등 눈만 돌리면 온통 사진입니다. 

사진 전성 시대라고 불릴 만큼 우리는 매일 같이 수백 장의 사진을 자의 반 타의 반 보게 됩니다. 이렇게 사진이 흔해지다 보니 사진들이 다 거기서 거기 같습니다. 아무리 뛰어난 풍광을 담은 사진을 봐도 단 5초만 눈여겨 보고 다른 사진을 보게 됩니다. 사진이 흔해진 만큼 사진을 보는 시간도 짧아지고 있습니다.  사진에 점점 무뎌진다는 느낌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유독 질리지 않는 사진들이 있습니다. 


이런 멋진 풍경 사진이요? 아닙니다. 가장 오래 보는 사진은 내가 좋아하는 피사체를 촬영한 사진입니다. 그 피사체가 사람이 될 수 있고 사물이 될 수 있습니다. 남이 찍은 내가 좋아하는 피사체를 찍은 사진도 오래 보지만 내가 찍은 사진은 더 오래 보겠죠. 그래서 우리는 내가 좋아하고 사랑하는 애인이나 가족이나 자식 사진을 오래 많이 보려고 지갑 속에 스마트폰 속에 넣고 다닙니다. 

내가 좋아하는 피사체가 담긴 사진을 오래 보는 이유는 눈으로 보는 것이 아닌 마음으로 보기 때문에 자주 오래봅니다. 



지난 달에 청계천을 따라 걷고 있었습니다. 목적지가 청계천을 따라 가야 나오는 곳이기에 매연 가득한 도로보다는 청계천을 따라 흘러 가는 것이 더 좋겠다 싶어서 청계천 물 따라 쭉 걸었습니다. 




청계천을 따라 걷다 보면 광교 갤러리가 나옵니다. 여름에는 에어콘 바람보다 더 시원한 곳이 다리 밑입니다. 



이 다리 밑에는 사진전을 많이 하는 광교 갤러리가 있습니다. 



그날도 사진전이 열리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조금은 특별한 사진전이 열리고 있었습니다. 



사진들 중간에 사진작가 000라고 써 있고  그 밑에 "카메라랑 친구가 되었어요. 내가 좋아하는 물고기랑 꽃을 더 많이 찍는 00이가 될 거예요"라고 써 있습니다. 이 작가님 물고기랑 꽃을 무척 좋아하시나 보네요.



이 사진전은 지적장애 사진작가의 작품을 모은 사진전이었습니다. 
요즘 많은 곳에서 사진을 힐링 도구로 많이 활용하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카메라만 있으면 쉽게 사진을 찍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비록 일반적인 시선으로 사진들이 뛰어나다고 할 수 없지만 남들의 평가를 받기 위해서 사진을 찍는 것이 아닌 사진 찍는 그 행위에서 기쁨을 얻는 것이 목적이기에 사진에 대한 평을 하기 어렵습니다. 



몇 년 전 생각이 나네요. 한 사진전을 보다가 한 관람객이 갤러리 관장님에게 자신의 삶을 살짝 비추었습니다. 우울증에 걸려서 매일 매일 긴 한숨 속에 살다가 우연히 사진을 취미로 삼게 되었는데 사진을 찍으면서 많이 밝아졌다고 합니다. 사진을 찍을 때는 세상 잡념이 다 사라지고 기쁨이 가득 했다고 하네요. 

좋아하는 것을 카메라에 신중하게 담을 때는 우울증도 사라졌다고 하는 말을 귀동냥 했습니다. 그 말을 들으니 저 또한 사진을 통해서 많은 도움을 받았네요. 금전적인 도움도 받은 것도 있지만 무엇보다 사진을 통해서 많은 생각과 성찰을 할 수 있었습니다. 

먼저, 사진을 찍기 위해서 많이 걸어 다니면서 건강에도 도움이 되었고 남들 한 번도 가보지 못한 서울의 구석구석을 참 많이 돌아다녔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서울에서 사진 찍기 좋은 곳을 추천해 달라고 하면 성향에 맞춘 추천 출사 지역을 말해줄 수 있을 정도로 정말 많은 곳을 다녔네요. 그렇게 사진을 찍기 위해 서울 여행을 하고 많은 것을 지켜봤습니다. 


사진을 만드는 카메라는 참 착한 도구입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기쁠 때 기념을 하고 싶을 때 카메라나 스마트폰을 꺼내서 사진을 찍습니다. 물론, 범죄자가 들면 악한 도구가 되지만 일반적으로 카메라는 기분 좋을 때 꺼내듭니다. 

그래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사진 찍는 것을 기분 좋아 합니다. 
RUN IT UP이라는 책을 보면 행동이 생각을 움직인다는 말을 담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행복하니까 웃는 것이 아니라 웃으니까 행복한 것라는 말을 하고 있죠. 사진도 그렇지 않을까요? 행복해서 카메라를 드는 것이 아닌 카메라를 드니까 그 순간이 행복해지는 것도 있지 않을까요?



지적장애인들이 찍은 사진들을 보면서 사진 안에 담긴 그들의 행복이 살짝 느껴졌습니다. 눈으로 보는 지적장애인들이 찍은 사진은 평범했습니다. 그러나 그들이 이 사진을 찍으면서 함박 웃음을 지었을 그 순간을 상상해보니 저도 기분이 좋아지네요



올해로 7번째 전시회인데 이 사진을 찍기 위해서 여행을 가고 사람들과 함께 이동을 하고 스스로 사진을 찍고 그걸 출력해서 전시를 하는 그 전체의 과정이 흐뭇하게 느껴지네요.


사진을 찍으면서 화내고 짜증 내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내 카메라와 다른 사람의 카메라를 비교하면서 짜증 내고 내 사진과 다른 사람의 사진을 비교하면서 짜증 내 합니다.  

무슨 공모전 사진만 찍는지 왜 그리 사진 배틀을 하려고 할까요? 자기가 좋으면 됐지 남들에게 꼭 인정을 받으려는 사람들이 있습니다.그런 사람들이 산에 올라서 풍경을 가린다며 나무를 잘라 버립니다. 희귀 야생화를 촬영하고 남들이 찍지 못하게 밟아서 죽여 버립니다. 

어떤 사람은 새끼 새의 다리에 본드 칠을 해서 나뭇가지에 올려 놓고 사진을 찍는 사람도 있습니다. 이런 사람들은 남들에게 보여줄 사진, 인정 받고 싶어서 안달 난 인정 욕구의 마귀가 씌워진 사람들입니다. 이런 사람들은 사진을 찍으면서 행복을 느끼기 보다는 항상 남들보다 잘 찍어야 한다는 스트레스 속에서 삽니다. 사진에 잡아 먹힌 사람들이죠. 보통 이런 사람들을 사진 진상이라고 합니다. 



자기 만족으로 사진을 촬영하세요. 남들이 인정 해주건 말건 내가 좋으면 좋은 사진입니다. 내가 좋아하는 사진을 남들도 좋아 해주면 그건 덤이라고 생각하세요. 다른 사람들이 내 사진을 보고 칭찬을 해주면 우쭐되게 되면 나중에는 내가 좋아하는 사진이 아닌 남들이 좋아하는 보편적인 아름다움이 있는 사진만 찍게 됩니다. 



그런데 내가 무슨 사진, 무슨 피사체를 좋아하는 지 알기는 잘 알까요? 애인이나 가족은 제외하고요. 
야경을 좋아하는 지, 불을 담은 사진을 좋아하는지 물을 담은 사진을 좋아하는 지, 야생화를 좋아하는 지 야생 동물을 좋아하는지 도시 풍경을 좋아하는 지 우리는 잘 알고 있나요? 아마도 대부분의 생활 사진가는 잘 모를걸요. 그냥 그때 그때 좋아하는 것이 보이면 찍어서 뭘 좋아하는 지 잘 모를 것입니다.

그때 하나의 방법이 있습니다. 내가 촬영한 사진들을 쭉 둘러 보세요. 보통, 사람은 어떤 좋은 느낌이 들 때 사진을 찍습니다. 내가 찍은 사진들 속에 내가 좋아하는 것에 대한 힌트와 해답이 있습니다. 

내가 주로 뭘 찍는구나!를 깨달았다면 그 사진을 좀 더 깊게 파고 들어서 찍어보세요. 그럼 없던 사진 활력도 다시 생깁니다. 
제가 요즘 그렇거든요. 2007년 블로그를 하면서 본격적인 사진 촬영을 취미로 삼았고 이제 8년이 지나가네요. DSLR을 처음 샀을 때는 하루 하루가 즐거웠는데 어느새 사진 갱년기가 왔는지 사진을 기계적으로 찍고 있더라고요. 


그러다 최근에 남산에서 일몰 사진과 야경 사진을 찍으면서 깨달았습니다. 낮과 밤의 경계인 '개와 늑대의 시간'에 찍는 사진을 무척 좋아한다는 것을요. 


그래서 요즘은 멋진 해넘이를 볼 수 있는 곳을 찾아 다니고 있습니다. 
카메라와 사진 스킬에 대한 지식이 어느 정도 있다고 생각했는데 직접 좀 더 깊게 파보니 배울 것이 엄청 많네요. 배우고 익히고 배우고 익히고 그러면서 사진 스킬을 모아가는 재미도 좋네요

내가 좋아서 찍고 또 찍다가 뒤를 돌아보면 내 사진을 같이 보는 사람들이 많아 질 것입니다. 그리고 칭찬이 늘어나겠죠. 사진을 찍으면서 즐거워야 합니다. 그래야 좋은 사진이 나옵니다. 사진 찍으면서 스트레스 받는다면 좋은 사진이 나오기 어렵습니다. 

나를 위한 사진, 나를 기쁘게 하는 사진, 사진 찍는 과정이 기쁜 사진이 남들도 기쁘게 합니다. 
우린 이 사실을 너무 쉽게 간과하는 듯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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