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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사진/사진에관한글

사진의 맹점을 이용한 사진도둑이 체포되다

by 썬도그 2015. 6.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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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비싼 사진 기록이 2014년 12월에 깨졌습니다. 


<피터릭의 팬텀>

풍경 사진작가 피터 릭의 Phantom이라는 작품으로 약 71억 원에 팔렸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 작품은 실제로는 팔리지 않고 작가가 71억 원이라는 가격을 책정한 작품이라서 가장 비싼 사진이 아니라는 소리도 많더군요.



<안드레아스 거스키의 라인2>

그게 사실이라면 2위인 안드레아스 거스키가 라인강을 찍은 위 사진이 430만 달러(47억 원)으로 1위를 다시 탈환하겠네요.
정말 억소리 나는 억대의 사진입니다. 그런데 의문이 듭니다. 사진은 미술과 달리 무한 복제가 가능한 복제 예술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희소성과는 거리가 먼 매체이기도 합니다.

반면, 미술품이나 조각은 무한 복제가 불가능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희소성과 유일성 때문에 가격이 무척 비싼 것들이 많습니다. 개인적으로는 고가 미술품들도 거품이 잔뜩 묻어 있다고 생각하고 콜렉터와 갤러리 관장 그리고 예술가 사이에서나 통하는 그들만의 가격으로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사진보다 비싼 것은 이해하고 인정합니다. 그러나 위 사진은 미술품보다도 더 비쌉니다. 
무한 복제가 가능한데 왜 이렇게 비쌀까요? 이유는 간단합니다. 무한 복제가 가능하지만 무한 복제를 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또한, 같은 사진이라도 모니터로 소개하는 사진이 아닌 실제 사진은 장정 여러 명이 들어야 할 정도로 크기가 아주 큽니다. 갤러리 벽면을 가득 채울 정도로 큰 크기의 사진이기에 무단 복제를 한다고 해도 크게 인화할 정도의 이미지 파일은 인터넷에 없습니다. 

인터넷에 올라온 해상도로 프린팅 해봐야  11 x 10 인화지 크기도 채우기 힘듭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 47억 짜리 라인2라는 작품을 포토 프린터로 프린팅해서 집에 걸어 놓는 사람이 없습니다. 

여기에 사진도 미술품처럼 프린팅을 제한합니다. 사진을 찍고 그 사진을 팔기 전에 프린팅 회수를 제한합니다. 예를 들어서 작품의 프린팅 회수를 50회 정도로 제한하고 팔면 그 사진 작품은 세상에 50장 밖에 없게 됩니다. 때문에 희소성을 유지할 수 있죠. 그 희소성이 사진 작품 가격을 올라가게 합니다.

그런데 이 프린팅 회수를 어기면 어떻게 될까요? 50장만 찍기로 하고 사진 작품을 판매 했는데 200장을 찍어서 팔았다면 사진 작품을 산 사람은 화가 나겠죠? 왜냐고요? 희소성이 떨어지니까요. 




STEVE MCCURRY'S ASSISTANT CHARGED IN $654,258 PRINT, BOOK THEFT

세계적인 사진작가인 스티브 맥커리(Steve Mccurry)는 컬러 초상사진을 잘 찍는 작가입니다. 
우리에게는 아프칸 걸 작품으로 아주 유명한 사진작가죠.  
그런데 이 스티브 맥커리 조수가 그 유명한 '아프칸 걸' 작품과 233개의 훔친 책을 판매하다가 펜실베니아 경찰에 체포 당했습니다. 

Bree DeStephano라는 32살의 이 스티브 맥커리 조수는 맥커리 몰래 50개만 프린팅을 하는 한정판 사진 프린트를 훔쳐서 부당이익을 취했습니다. 2012년 5월부터 2013년 11월까지 50장의 사진을 팔아서 챙긴 이익이 628,000달러(7억 원)입니다.
여기에 맥커리의 233권의 책을 인터넷에 여러 아이디로 올려서 판매한 금액이  23,196달러(2천 5백만원)입니다.




맥커리 몰래 판매한 사진에는 그의 대표작인 아프칸 소녀의 사진도 포함 되어 있습니다. 다행히도 경찰은 대부분의 사진을 회수 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이 사건을 통해서 이런 생각도 드네요. 

한정판 사진을 찍어내는 사진작가들이 늘고 있는데 딱 10장만 찍기로 하고 판매한 사진을  10장을 프린팅해서 더 이상 프린팅 하면 안 되는데도 사진작가가 돈이 떨어져서 수십 년 후에 몰래 1장을 프린팅해서 이게 마지막 10장째라고 하면 어떻게 될까요? 뭐 검증 체계가 있고 갤러리 같은 곳에서 작품 관리를 하겠지만 그게 정교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드네요. 

이 사건도 그렇습니다. 셈에 약하고 관리에 약한 사진작가들은 조수에게 금전이나 작품 관리를 맡깁니다. 믿고 맡기는 것이죠. 그런데 그 조수가 악한 마음을 가진다면 사진작가 몰래 사진을 판매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자신의 지위를 남용한 사건이자 사진관리의 맹점을 이용한 도둑질이라고 볼 수 있죠.


사진은 이제 아주 중요한 매체가 되었습니다. 디지털 시대의 황태자 같이 사진이라는 매체는 엄청난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역설적이게도 사진 홍수 시대에 사진으로 돈 벌어 먹기 힘들어진 시대가 되었습니다. 사진은 하나의 홍보수단으로 전락한 느낌이기도 하고요. 이런 엄혹한 시대에 사진작가는 한정판 사진을 판매하면서 수익을 내려고 하고 있습니다.

공유하기 쉬운 매체인 사진을 미술처럼 유일성을 추가한 사진이 등장하는 모습은 사진의 양극화가 아닐까 하네요
사진만 하고 살기엔 세상은 정글과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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