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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영화창고

돈키호테와 산쵸의 첩보물 버전 같았던 영화 '스파이'

by 썬도그 2015. 5.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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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래들리 파인(주드 로 분)은 이어폰 속의 수호자인 수잔 쿠퍼(멜리사 맥카티 분)의 지원을 받는 CIA소속 첩보원입니다. 수잔의 뛰어난 지원 및 제공하는 정보 때문에 미션을 성공할 수 있습니다. 외근직은 내근직의 서포트가 절대적으로 중요합니다. 


이런 고마움을 잘 생긴 파인은 수잔에게 수시로 말합니다. 그러나 그 말에는 진심이 담겨 있다기 보다는 고맙다는 표시일 뿐입니다. 그러나 수잔은 다릅니다. 이 잘 생긴 파인과 함께 식사를 하는 것을 영광으로 느끼니까요. 하지만 자신을 잘 아니다. 파인과 어울리기에는 자신의 초라한 외모가 어울리지 않다는 것을요. 그럼에도 파인을 향한 애정을 굽힐 생각이 없습니다.



그렇게 짝사랑을 감추면서 파인을 지원하던 어느 날 파인이 작전을 수행하다가 레이나 보야노프(로즈 번 분)에게 신분이 발각 되어서 총을 맞고 죽습니다. 자신이 화상 카메라로 보는 앞에서 죽은 파인에 충격을 받은 수잔. 그러나 동료이자 짝사랑하던 파인의 죽음을 슬퍼할 틈도 없이 CIA는 핵무기를 테러리스트에게 돈을 받고 넘기려는 레이나를 찾아야 합니다.

CIA는 파인을 대신할 요원을 찾지만 레이나가 다른 CIA 현장 요원을 다 알고 있기 때문에 기존의 현장 요원을 투입할 수 없게 됩니다. 이에 수잔은 자신이 가겠다고 지원을 합니다. 수잔은 자신은 내근만 해서 테러범들에게 얼굴이 노출이 되지 않았다면서 자신이 파인이 못한 작전을 마무리 짓겠다고 당차게 말합니다. 이에 CIA 국장은 추적과 감시만 하는 조건으로 수잔을 파리로 보냅니다. 



폴 페이그 감독의 영화 스파이는 내근만 하던 CIA 지원조 요원이 직접 작전 현장에 투입되어서 일어나는 다양한 상황을 아주 코믹스럽게 그리고 있습니다. 웃음의 기초는 스파이 영화의 공식 또는 편견을 뒤집는데 있습니다. 먼저 잘생기고 몸매 좋고 머리 좋고 임기응변과 운동 신경 뛰어난 남자 스파이 대신에 뚱뚱해서 모든 것에 둔할 것 같은 여성 스파이가 주인공으로 나섭니다.

영화에 대한 정보를 많이 챙기고 본 영화가 아니라서 설마 저 여자가 주인공인가? 하는 의구심을 지켜봤는데 설마가 실제가 되었네요. 영화 스파이는 스파이 영화의 관습의 틀을 깨면서 내는 파열음을 웃음으로 만든 영화입니다. 스파이라는 이미지의 반댓말 같은 외모를 지는 여성 스파이를 주인공으로 내세워서 관객들이 가진 스파이에 대한 이미지를 마음껏 비틉니다. 그렇다고 일처리를 못하는 무능과 멍청함으로 웃기는 것이 아닌 예상을 뛰어넘는 날렵한 몸놀림과 함께 뛰어난 지략과 말빨(?)로 위험한 상황을 해처나갑니다.  외모를 비하하는 개그는 있긴 하지만 그리 심하지는 않습니다. 

영화 스파이는 액션은 그런대로 나오지만 액션 영화라기 보다는 코미디 영화에 가깝습니다. 웃음의 대부분을 몸개그 보다는 차진 욕설을 섞은 대사에서 나옵니다. 주인공 수잔의 걸죽한 대사로 시종일관 관객을 웃깁니다. 마치 원맨쇼 같이 수잔 쿠퍼를 연기한 '멜리사 맥카티'의 뛰어난 연기와 함께 깨알 같은 웃음 터지게 하는 대사는 시종일관 영화관을 들썩이게 합니다. 



그러나 수잔 쿠퍼 혼자서 2시간을 웃기지는 않습니다. 수잔 쿠퍼보다 웃음 강도가 강한 조연이 있습니다. 바로 제이슨 스타뎀입니다. 릭 포드를 연기한 제이슨 스타뎀은 유명한 액션 배우입니다. 주로 끝판왕이나 강력한 액션을 선보이는 액션 영화의 주인공으로 나오던 강철 같은 이미지를 가진 제이슨 스타뎀이 말로 웃깁니다.

릭 포드는 CIA의 뛰어난 현장 요원이라면서 자신이 활약한 내용을 수잔 쿠퍼에게 설명합니다. 릭 포드라는 캐릭터는 맨손으로 북경 오리를 때려 잡고 떡볶이를 철근 같이 씹으면서 달리는 마을버스 2-1에서 뛰어내린 육봉달 식의 허풍과 허세가 아주 강한 인물입니다. 제임스 스타뎀 이미지와 상반된 캐릭터 연기는 또 하나의 편견을 웃음으로 승화 시킵니다. 수잔이 쨉과 스트레이트로 가벼운 웃음 쪽을 담당한다면  릭 포드 요원은 핵웃음을 제공합니다. 출연 분량이 많지 않은 것이 아쉬웠지만 영화 시작과 끝을 웃음으로 화끈하게 마무리 해줍니다.




영화 스파이는 수잔 쿠퍼와 릭 포드라는 웃음 2기통 엔진으로 달립니다. 그런데 이 두 사람을 곰곰히 생각해보면 떠오르는 캐릭터가 있습니다. 고전 소설로 유명한 '돈키호테와 산쵸'입니다. 풍차를 거인인 줄 알고 달려들고 양떼를 적군으로 착각하는 현실을 제대로 보지 못하고 허풍과 허세로 똘똘 뭉친 캐릭터입니다. 이런 돈키호테를 현실 인식력이 돈키호테보다 좋은 산초가 말립니다. 

릭 포드라는 허풍꾼 돈키호테를 대신해 수잔 쿠퍼라는 농부 산초가 사건을 해결합니다. 그러나 릭 포드는 또 한 번 자신이 사건을 해결했다면서 환호를 하죠. 풍차를 거인으로 착각하고 로시난데를 몰고 돌격하는 릭 포드를 현장 경험이 없는 수잔 쿠퍼가 대신 거인을 물리칩니다. 

영화 스파이는 스파이 영화의 관습과 함께 제임스 스타뎀의 이미지를 깨는 파괴의 웃음이 가득합니다. 여기에 멜리사 맥카티의 뛰어난 코미디 연기가 시종일관 영화관을 유쾌하게 만듭니다. 그렇다고 이 영화가 과장된 웃음을 유발하는 것은 아닙니다. 개연성이라는 단단한 반석 위에 코미디의 달달함을 담은 설탕물 같은 사이다가 아닌 탄산수 같은 깔끔한 웃음을 선사합니다.  초 여름의 날씨를 시원하게 느끼게 해줄 코미디 영화 스파이입니다.


별점 : ★
★☆
40자평 :  스파이 영화의 관습을 유쾌하게 깬, 탄산수 같은 웃음이 가득한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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