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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영화창고

행복한 사육을 바라는 디스토피아를 그린 애니 '사이코패스(PSYCHO-PASS)'

by 썬도그 2015. 5.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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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세기 일본은 시빌라 시스템을 완성합니다. 시빌라 시스템은 인간의 정신 지수를 수치화해서 범죄를 일으킬 정신 상태가 되면 범죄를 일으키기 전에 범죄 잠재범이라는 주홍글씨를 적어서 격리 수용 시켜서 사회에 피해를 주지 않게 합니다. 그럼에도 여러가지 이유로 범죄를 일으킬 마음만 먹으면 곳곳에 설치된 CCTV와 마인드 스캐너가 경보를 발생하고 경찰이 출동해서 범죄를 저지르기 전에 체포를 합니다.

이런 시스템은 필립 딕 K 원작의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와 비슷합니다. 범죄를 저지르기 전에 범죄를 미리 예측해서 범죄를 사전에 예방하는 미래 사회를 담고 있습니다. 현재 경찰 시스템은 범죄가 일어난 후에 처단하는 시스템인데 미래에는 범죄를 일으키기 전 단계인 그런 마음만 먹어도 처벌을 할 수 있는 시대가 됩니다. 


행복한 사육을 바라는 디스토피아를 그린 애니 '사이코패스(PSYCHO-PASS)'

2012년 일본 후지TV에서 방영 된 사이코패스는 공각기동대를 만든 프로덕션 I.G가 만든 공각기동대와 비슷한 암울한 미래를 그린 애니입니다. 이 애니의 세계관은 정신 세계를 다룬 아주 독특한 소재를 가지고 있습니다.

범죄가 발생하면 슈퍼컴퓨터이자 일본 사회의 심판자이자 신과 같은 역할을 하는 시빌라 시스템에 의해 출동 명령이 내려지고 경찰이 출동합니다. 그런데 경찰이 아주 독특한 구성으로 되어 있습니다. 먼저 범죄자를 처단하는 것은 집행관들입니다. 이들은 정신 지수라고 하는 사이코패스가 범죄자와 비슷한 높은 수치입니다. 이들은 전직 범죄자였거나 분노 조절을 하지 못하거나 여러가지 이유로 정신이 탁한 사람들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살인도 쉽게 저지를 수 있습니다. 

이 집행관들은 감시관이라고 하는 정신 상태가 깨끗한 상관에 의해 다루어집니다. 쉽게 말하면 감시관이 집행자라는 사냥개를 풀어주면 사냥개가 범죄자와 대결해서 그들을 제압하는 역할을 하고 감시관은 사냥개인 집행관의 폭주나 도망 가는 것을 감시하고 때에 따라서는 감시관이 집행관을 사살할 수 있습니다. 

22세기 일본은 네트워크가 발달한 시대가 됩니다. 그래서 홀로그램이 일상화 되었습니다. 이 네트워크를 장악하고 있는 것이 시빌라 시스템입니다. 이 시빌라 시스템은 세상 모든 것을 관장하고 운영합니다. 이 시빌라 시스템 아래에서는 범죄가 일어날 수가 없습니다. 그 전에 곳곳에 있는 CCTV와 마인드스캐너로 미리 예방을 하니까요. 

그럼에도 범죄가 일어나면 경찰이 출동해서 집행관과 감시관의 도미네이터라는 네트워크와 연결된 총으로 처단할 수 있습니다. 이 도미네이터라는 총은 정신이 탁해진 범죄자에게 향하면 정신 지수를 표시하면서 그에 따라서 기절을 시키겨나 즉결 처형을 할 수 있게 판단을 합니다. 총이 하나의 심판관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게 가능한 것은 이 도미네이터가 시빌라 시스템과 연결되어 있어서 시빌라 시스템이 범죄자를 사살하거나 기절시킬 수 있습니다.


시빌라 시스템이 장악한 22세기 일본


코카미 신야는 전직 감시관에서 정신이 탁해져서 사냥개인 집행관이 된 인물입니다. 전직 감시관이여서 뛰어난 직감과 경험으로 무장해서 사건의 본질을 꽤 뚫어보는 명석한 두뇌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 신야를 감시하는 감시관은 풋내기 여성 감시관 츠네모리 아카네입니다. 이외에도 서포트를 해주는 분석관 등과 함께 1팀의 이야기를 다룬 애니가 <사이코패스>입니다. 

전제적으로 보면 <공각기동대>와 비슷한 구성입니다. 팀을 이루어서 범죄를 소탕하는 방식이 비슷하지만 액션은 생각보다 많지는 않습니다. 왜냐하면 다양한 병기가 나오기 보다는 도미네이터 한 자루로 모든 것을 해결하는 방식이라서 주로 사건의 비밀을 캐는 스릴러 형식으로 그리고 있습니다. 마치 영화 <세븐>처럼 잔혹한 사건 배후를 찾는 과정을 다루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X파일>처럼 여러 에피소드를 소개하면서 긴 호흡을 가지는 에피소드를 엮어 놓은 것은 아닙니다. 
하나씩 의뭉스러운 사건을 해결하다 보니 시빌라 시스템을 파괴하고 전복시키려는 마키시마 쇼고와의 긴 대결을 그리고 있습니다. 싸이코패스 1화의 첫 장면은 코카미 신야와 마키시마 쇼고와의 1 대 1 대결을 보여주면서 시작되고 애니 마지막에 이 장면이 다시 나오는 수미상관식 구성으로 보여줍니다. 

1화의 강력한 적이자 끝판왕인 마키시마 쇼고는 이 시빌라 시스템의 허점을 파고듭니다. 
시빌라 시스템은 일본 안의 모든 사람들의 정신 지수를 수시로 체크하면서 범죄를 완벽하게 막고 있습니다. 따라서 사람들은 집이나 자기 물건에 대한 보안 장치를 하지 않고 삽니다. 범죄를 저지르겠다는 마음만 먹어도 경찰이 출동하니까요. 아주 완벽한 범죄 없는 무균의 상태에서 사람들은 행복한 삶을 살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런 무균의 삶의 행복한 삶일까? 라는 의문을 가진 사람이 마키시마 쇼고입니다. 
범죄는 사라졌지만 대신 시빌라 시스템이라는 초법 아니 법 그 자체인 신과 같은 존재에 사육 당하는 삶이 행복한 삶인가?라는 질문을 던집니다. 인간의 자유의지를 내놓는 대신 범죄가 사라진 것이 진정한 행복이 아니라고 말합니다.

이런 의문 제기는 현재의 우리 사회와도 연결되어 있습니다. 
지난 광우병 사태때 전경 버스를 부셔 버리는 시위대를 보고 법은 지켜야 한다는 쪽과 위정자를 위한 법, 소통이 되지 않는 정치인들이 만든 법을 지킬 필요가 없다면서 전경 버스를 흔들어서 부셔 버리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악법도 법이니 지켜야 할까요? 권력 유지를 위한 위정자들을 위한 법은 지킬 필요가 없던지 아니면 수정해야 할까요?

이를 더 확장하면 경찰이 정치인이 대통령이 법을 지키지 않는 것은 어떻게 봐야 하는 생각까지 이르게 됩니다. 

마키시마 쇼고는 이 시빌라 시스템의 헛점을 파고 듭니다. 시빌라 시스템은 완벽하게 사람들의 심리 상태를 스캔해서 파악하고 정신의 혼탁을 완벽하게 판단합니다. 그러나 마키시마 쇼고는 살인을 하고 살인을 지시해도 정신지수가 일반인과 동일합니다. 일반인과 동일한 쇼고에게는 유일한 처단 장치인 도미네이터은 발포를 하지 못합니다.  범죄자를 처벌하는 유일한 도구인 도미네이터가 무용지물이 되니 쇼고를 처단할 방법은 물리적인 무기 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그건 엄연히 불법입니다.

이를 이용하는 쇼고는 시빌라 시스템에 사육당하는 일본인들의 삶을 조롱하고 그걸 파괴하려고 합니다. 1기는 이 시빌라 시스템의 놀라운 비밀이 밝혀지고 쇼고와 신야의 대결이 펼쳐집니다. 사이코패스가 재미있는 점은 이 쇼고라는 인물이 악당이긴 하지만 신야라는 집행관의 또 다른 분신 같이 느껴지면서 동시에 쇼고라는 인물이 비록 잔혹한 범죄를 저지르긴 하지만 그의 주장이 굉장히 설득력이 있다는 것입니다. 

그 이유는 쇼고라는 범죄자가 바라보는 22세기 일본 사회가 현재의 한국과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입니다. 
정부의 폭정에도 무던하게 무신경하게 사는 좀비와 같은 삶을 살고 저항은 못된 짓이라고 여기는 유아기적인 시선으로 사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입니다.

이는 올들리 헉슬리의 소설 <멋진 신세계>와 조지 오웰의 <1984>를 적절하게 섞어 놓은 듯한 모습입니다. 
쾌락으로 시스템을 운영하는 <멋진 신세계>와 촘촘한 감시로 세상을 감시 사회로 만든 <1984> 그리고 마이너리티 리포트의 범죄 예측 시스템의 세계관을 아주 미끈하게 잘 놓여 놓았네요. 


"타인과의 관계가 자아의 기반이었던 시대는 한참 전에 끝났다. 
모든 시스템의 감시를 받고 시스템에 기반해 사는 세계에 인간의 연대는 필요 없다.
모두 작은 독방 속에서 자신만의 안식에 길들여질 뿐이지"

마키시마 쇼고의 이 대사는 섬뜩하기만 합니다. 왜냐하면 실제로 저럴 가능성이 있습니다. 우리는 네트워크가 촘촘하면 그 네트워크로 소통을 좀 더 많이 넓게 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러나 이 네트워크가 만연하고 좀 더 발달하면 그걸 권력자들이 감시망으로 활용하고 오히려 연대는 다 끊어지고 필요에 따른 관계망만 발달할 것으로 보입니다.  즉 친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모르는 관계가 아닌 느슨한 관계망인 것이죠. 그게 SNS 관계망의 한 단면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2기는 1기보다 못하다는 말이 있습니다. 실제로 1기 보다 2기는 신야와 쇼고라는 선과 악의 맞대결이 사라지고 풋내기 신참 감시관이었던 츠네모리 아카네라는 여성 감시관의 메인으로 등장합니다. 풋내기가 아닌 프로가 된 아카네는 카무이라는 감시 시스템에 아예 인식되지 않는 유령과 같은 인물과 대결을 다룹니다. 

2기에서는 츠네모리 아카네가 시빌라 시스템의 비밀을 알고 시빌라 시스템과의 공존을 모색하면서 동시에 문제점을 제기하기 때문에 스토리 자체는 꽤 좋습니다. 다만, 강력함은 없긴 하네요. 그럼에도 2기도 꽤 볼만합니다. 



사이코패스1기와 2기의 주인공인 츠네모리 아카네 감시관은 솔직히 처음에는 좀 난감했습니다. 아주 예쁜 캐릭터도 아니고 그렇다고 경험이 많은 것도 아니고 액션이 강력한 것도 아닙니다. 그런데 이 아카네 형사 보는 재미로 시리즈를 보게 되네요. 처음에는 신야 단독플레이 같던 애니가 아카네 여 감시관의 성장과정이 꽤 볼만합니다. 2기에서는 또 다른 시빌라 시스템이 아닐까 할 정도로 냉철하고 정확한 판단력으로 1과를 진두지휘하는 모습은 감동스럽기까지 합니다. 

츠네모리 아카네 감시관의 무기는 도미네이터가 아닙니다. 그녀는 법에 대한 뚜렷한 주관이 있습니다
쇼고라는 연쇄 살인법이자 시스템 파괴자 또는 테러리스트는 도미네이터로 처단할 수 없기 때문에 법을 어겨야 함에도 법은 지켜야 한다는 준법주의자입니다. 

"악인을 징벌하지 못하고 사람들을 못 지키는 법을 지켜야 하냐"는 신야의 질문에
"법이 사람을 지키는 게 아니라 사람이 법을 지키는 거예요. 지금까지 악을 미워하고 올바른 삶을 추구한 사람들의 마음이 그 결정체가 법이예요"

이 준법 정신과 함께 사회 안정을 위해서라면 수단을 가리지 않는 모습이 참 볼만합니다. 물론, 전 츠네모리 아카네 감시관의 행동과 생각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그녀의 행동을 이해합니다. 동시에 테러리스트인 쇼고의 마음도 이해가 가능합니다. 이렇게 주인공과 악인을 동시에 이해하고 시청자가 판단하게 하는 모습은 일본 애니의 강점이 아닐까 합니다. 깊이 있는 화두 제시와 끊임 없이 시청자들에게 질문을 던지는 모습 때문에 1기와 2기를 단 이틀 만에 다 봤습니다. 



사이코패스 극장판 5월 28일 개봉

제가 이 글을 쓴 이유는 이 영화 때문입니다. 사이코패스 극장판이 5월 28일 국내에서 상영합니다. 물론, 전 보러 갈 생각입니다. TV애니 시리즈와 연결되는 이야기라서 1,2기를 보고 보는 것이 좀 더 좋겠죠.그런데 사이코패스1,2기를 어디서 보느냐? 놀랍게도 애니플러스가 1기 2기를 유튜브에 무료로 뿌렸습니다


사이코패스(Psycho-Pass) 1기, 2기 무료 시청하러가기 

https://www.youtube.com/playlist?list=PLcZ5i_pl23GF-i1r5vlV8U6NsVshgAA2f

정주행을 미친듯히 했네요. 강력 추천하긴 힘들지만 꽤 흥미로운 애니입니다. 좀 잔혹스러운 장면이 나오기에 약간의 각오는 하고 보시길 바랍니다.


극장판에서는 신야가 테러리스트로 나오던데 어떤 내용일지 참 궁금하네요. 츠네모리 아카네의 정신적 지주인 코가미 신야가 막아야 할 테러리스트로 나온다? 그 자체가 흥미롭습니다. 극장판이기 때문에 TV시리즈와 달리 액션이 많이 보이네요. 개봉하면 꼭 보러가야겠습니다. 

힘없는 정부는 미약하고, 정의 없는 은 포악하다. 파스칼

범죄와 권력 그리고 시스템과 정의에 대한 흥미로운 질문을 들을 수 있는 애니가 바로 사이코패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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