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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사진/사진에관한글

사진은 기술이다. 사진의 기술적 다양성과 변화를 담은 사진의 기술전

by 썬도그 2015. 4.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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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시각예술의 한 부류로 점점 인정 받고 있지만 여전히 사진은 예술이 아닌 기술의 결과물로 인식하는 시선이 있습니다. 사실, 사진은 기술의 결과물이긴 했죠. 광학 기술이 발달하고 그 광학 기술을 담는 필름이 발명 되면서 우리가 본 그대로를 똑같이 재현하는 사진이 세상에 알려지기 시작했습니다. 이전까지 인물을 똑같이 그린 초상화로 돈을 벌었던 화가들은 사진이 발명 된 후 일자리를 잃게 됩니다. 그 어떤 사진도 사진보다 꼭같이 재현하기 힘들었기 때문이죠. 

사진의 발명 이후 화가들을 사진이 찍지 못하는 인간 내면과 정신을 그린 초현실주의(추상화) 그림을 그리기 시작합니다. 그 차별성은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런 화가들의 괄시와 사진의 상업성 때문에 사진은 70년대 까지만 해도 그냥 IT기술처럼 현대 기술로만 인정했었죠. 그러나 사진도 미술이 사진을 피해 도망친 추상화라는 지하 벙커로 파고 들기 시작합니다. 80년대부터 콘셉트 사진이라고 해서 연출 사진과 추상 사진들이 등장하기 시작합니다.

미술이 도망가면 그 길을 사진이 쫒아가는 형국이죠. 


과천 현대미술관에의 다다익선을 끼고 3층 꼭대기층에 오르면 사진의 기술 전시회가 펼쳐집니다.
2014년 9월 23일부터 2015년 4월 19일까지 가을, 겨울 그리고 봄까지 사진에 대한 기술적인 이야기를 펼치는 전시회가 바로 '사진의 기술'전입니다.


사진의 기술 전시회

사진의 기술 전시회는 1. 촬영의 기술, 2,암실의 기술, 3. 명실의 기술, 4. 설치의 기술로 나뉘어서 전시를 하고 있습니다. 
현대미술관 과천관 3층 왼쪽 전시실은 항상 사진에 장소를 배려하는 모습을 보이는데요. 최근 10년간 사진은 미술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시각 예술이 되었습니다. 이는 사진이 미술보다 대중성이 뛰어난 예술인 덕분이기도 하죠. 

다만, 복제의 예술 답게 직접 사진을 보는 것이나 모니터로 보는 것이나 크게 다르다고 느끼지 못하는 것이 사진의 맹점이기도 합니다. 이는 스마트폰으로 영화를 보고 감동을 받는 것이나 IMAX 영화관에서 느끼는 감동이나 크기나 감동의 차이는 있을지 몰라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크기는 휘발성이 크고 이야기만 남거든요



촬영의 기술은 셔터스피드와 조리개라는 씨줄과 날쭐로 이루어진 다양한 촬영 기술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다만, 아주 다양하지는 않고 몇 작가의 장 노출 기법을 소개하고 있네요. 



이규철 작가의 공간과 시지각이라는 작품은 아주 흥미롭습니다. 여러장의 사진을 찍어서 원형 파노라마 사진을 만들었네요. 이 사진은 1988년에 제작 되었습니다. 지금이야 사진 어플로 쉽게 구현 할 수 있지만 당시는 일일이 촬영 후 인화한 후 풀칠을 해서 이어붙어야 했습니다. 세월이 오래 지나서 그런지 누렇게 떴네요. 보관의 실패네요. 



촬영의 기술 중에 연출의 기술이 들어가기 시작한 것은 꽤 오래 되었습니다. 한국에 연출 사진이 도입 된것은 구본창 사진작가가 1980년대에 독일 유학을 마치고 연출 사진을 전시하면서 시작되었습니다. 당시 여러 신진 사진작가들이 연출을 가미한 사진을 전시하면서 연출 사진이 시작되었죠. 

위 사진은 이문호 사진작가의 '에셔의 상대성(2006)'작품입니다. 에셔의 그림을 사진으로 재현해 놓은 사진이네요



등고선을 촘촘히 판든한 3D 조형물을 2D인 사진으로 촬영한 임선이 사진작가의 '기술하는 풍경'입니다. 



암실은 말 그대로 어둡습니다. 우리는 밝은 곳에서 사진 촬영을 한 후 그 밝은 곳에서 촬영한 필름을 꺼내서 암실에서 현상과 인화를 합니다. 현상은 필름에 상이 맺히게 하는 작업이고 인화는 그 명암이 반전 된 상을 인화기에서 노광을 줘서 재 반전 된 이미지인 제대로 된 이미지를 만드는 과정이죠.

이 암실에서 수 많은 사진 동아리에서는 많은 썸이 일어나기도 했죠. 
암실은 마술사의 검은 망토나 검은 모자  같이 다양한 마술을 펼치는 공간이기도 했습니다. 여러 필름을 이용해서 합성을 하고 닷징과 버닝으로 어떤 부분은 노광을 더 주고 덜 주고로 콘트라스트를 조절하기도 했죠. 

제가 시도한 암실 기법 중에는 호크니가 시도한 암식 기법을 사용한 적이 있습니다. 
붉은 등(인화지가 인식하지 못하는 색)을 켜고 인화지를 잘게 잘랐습니다. 잘게 자른 인화지를 인화기 밑에 고르게 펼친 후 그 위에 필름을 통한 노광을 줬습니다.  그 잘게 자른 인화지를 인화액, 정지액, 정착액으로 수세를 한 후에 잘 말린 후에 직소 퍼즐 조립하듯 인화지를 조립했습니다. 센세이션한 시도였습니다. 비록 데이비드 호크니 책에서 본 방법이지만 제가 좀 더 응용을 했습니다. 

이렇게 할 수 있었던 이유는 그 사진이 당시 짝사랑하던 동아리 후배 초상 사진이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사랑이 행동케 하는 시절이었죠. 지금은 어디서 어떻게 사는지 알지 못합니다. 지금 같으면 그 놀라운 시도를 폰카로 찍어 놓았을텐데 아쉽게도 인터넷이 막 피어난 시대라서 불가능 했습니다. 대신 뇌라는 사진첩에 잘 저장하고 있습니다. 



전 암실이 좋았습니다. 지금은 그때 그 생각이 어리숙하고 못난 생각이라고 생각하지만 사진 동아리 동기들은 SLR 카메라를 출사 때 들고 나오는데 전 니콘 자동 카메라를 들고 출사를 했습니다. 동기들이 들고 다니던 SLR 카메라에서만 가능했던 아웃 포커싱에 질투를 느끼던 시절이었죠. 

촬영에서 느낀 질투를 암실에서 쏟아 부었습니다. 그 어떤 동기보다 암실 기술을 많이 알고자 노력했고 암실의 제왕이 되고자 노력 했습니다. 그래서 누구보다 암실 인화 스킬을 많이 알았고 노력했습니다. 암실이 저에게는 밝은 방이였습니다. 많은 후배들을 데리고 암실에서 인화를 하고 현상을 하던 그때가 생각나네요. 참고로 암실은 상대성 이론이 흐르는 공간으로 명실보다 시간이 더 빨리 흐르거나 느리게 흐릅니다. 




전시공간에는 검프린트 사진도 있던데 이는 따로 포스팅을 해봐야겠네요



전시실은 일자로 되어 있는데 칸막이가 쭉 되어 있습니다.




이번에는 명실의 기술입니다. 명실은 암실의 반댓말입니다. 필름이 암실의 기술이었다면 디지털 사진은 명실의 기술입니다. 명실이란 아도비의 라이트룸을 번역한 말이기도 하지만 포토샵 같이 이미지를 가공 편집할 수 있는 컴퓨터 프로그램 환경을 말하기도 합니다. 

우리는 암실의 시대를 지나 명실의 시대에 살고 있죠. 인스타그램 네이버의 폴라와 다양한 사진 앱들이 다 명실의 기술입니다. 명실은 마우스질과 키보드라는 씨줄과 날줄 그리고 상상력으로 만들어지죠. 위 사진처럼 사진을 잘게 쪼개서 인화할 수도 있습니다. 암실에서도 가능하지만 쉽지는 않죠



이런 디지털 합성을 적극 활용하는 작가가 원성원입니다. 위 사진은 원성원 작가의 '7살 -오줌싸개의 빨래'입니다. 작가가 꾼 꿈을 사진으로 재현했는데 사진이 할 수 있는 색다른 시도죠. 사진이 꼭 현실만 찍을 필요 있나요? 꿈도 사진으로 재현할 수 있죠. 



원성원 작가 말고도 난다 작가도 포토샵을 이용한 합성을 잘 이용하는 작가입니다. 두 작가가 다른 점은 난다 작가는 경쾌함과 유쾌함이 있는 사회비판적인 시선이 있습니다. 반면 원성원 작가는 꿈에 천착하는 작품들이 많죠. 




황규태 작가는 사진계에서 원로인데 신정아 스캔들이라는 오점이 있습니다. 저도 뭐가 어떻게 결론 났고 진실이 뭔지는 모르지만 신정아 스캔들로 세간에 크게 알려졌습니다. 황규태 작가는 우리가 매일 보는 모니터나 TV의 RGB 서브픽셀을 사진으로 표현했습니다. 흥미로운 사진이네요





마지막으로 설치의 기술로써 사진은 사진의 다양한 변이를 볼 수 있습니다. 사진을 꼭 2D 형태로 볼 필요 있나요? 입체적으로 볼 수도 있죠. 사진을 잘게 잘라서 조각 형태로 보여줄 수도 있고




도트처럼 작게 찍어서 그걸 배열해서 보여줄수도 있고요



권오상 작가처럼 사진을 3D 형태의 조각으로 보여줄 수도 있습니다. '사진조각'이라는 새로운 시선은 세간에 큰 화제가 되었습니다. 모델을 여러 각도에서 카메라로 촬영한 후 그 사진을 인화한 후에 조각 위에 입혔습니다. 



조각가 출신이라서 이런 상상이 가능하지 않았을까요? 이런 사진의 기승전결과 요소를 보니 사진의 본질이 더 또렷하게 느껴지네요. 이 사진의 기술전은 사진의 탯줄을 보여주는 전시회입니다. 우리가 사진을 예술로 바라보는 시선이 만연하고 있지만 사진의 근본은 기술입니다. 그 기술을 예술화 시킨 것이 예술 사진이죠.

사진의 다양한 기술 또는 표현법을 느껴 볼 수 있는 전시회입니다. 사진에 관심을 가지는 학생들이 보면 참 좋은 전시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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