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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의 향기/책서평

자동화 시대의 폐해를 꼼꼼하게 집어주는 책. 유리감옥

by 썬도그 2015. 3.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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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토 차량 면허를 가진 사람은 수동 차량을 운전할 수 없습니다. 반면 수동 차량 운전자는 수동은 물론 오토 차량까지도 운전할 수 있습니다. 과연 어떤 사람이 더 다양한 차를 경험하고 운전할 수 있을까요? 당연히 수동 차량 면허를 가진 사람이 다양한 차량을 운전할 수 있습니다. 또한, 수동 차량 운전자는 수동의 불편함이 있을지 몰라도 차가 작동하는 원리를 오토 면허 운전자보다 더 많이 알고 있을 확률이 높습니다. 

그런데 그냥 엑셀을 밟으면 앞으로 가고 브레이크를 밟으면 서는 오토 차량이 아무리 연비가 떨어진다고 해도 시내 주행에서는 신호등이 많아서 가다 서다를 반복하기 때문에 양 발을 다 사용해야 하는 불편함 때문에 오토 차량을 타는 것이 합리적인 선택 같지만 실제로는 그런 불편함을 알면서도 수동을 모는 분들이 많습니다. 왜 그럴까요?

그건 아마 차를 모는 불편함이 주는 즐거움 때문일 것입니다. 불편한 수동 운전이지만 차와 내가 하나의 몸처럼 움직은 맛. 그 맛 때문에 모는 것 아닐까요?


2013년 1월 4일 미국연방항공국은 항공사들에게 보낸 안전 경고라는 안내문을 보냈습니다. 내용은 항공사들이 적절할 때에 조종사들에게 수동 비행을 홍보할 것을 권장한다고 적혀 있었습니다. 

이런 안내문을 보낸 이유는 최근에 조종사들이 자동 조정 장치에 대한 맹신으로 인해 긴급한 사태가 발생해서 자동 비행 상태가 풀리면 수동으로 여객기를 몰아야 하는데 수동으로 비행을 한 적이 많지 않은 조종사들이 상황을 오판하고 적절한 대처를 하지 못해 대형 항공기 사고로 연결 되기 때문입니다. 




<유리감옥>은 이런 자동화 된 세상에 대한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책 가득히 담고 있는 책입니다. 

저자 니콜라스 카는 거품이 가득한 디지털 세상을 정면으로 비판하고 그 거품을 제거해주는 디지털 문화가입니다. 
전작인 <생각하지 않은 사람들>에서 인터넷을 통한 검색이 일상화 되면서 현대인들이 집중력과 사고 능력이 저하 되었다는 비판을 했는데 이 생각을 좀 더 확장 시켜서 자동화가 점점 늘어가는 세상에 대한 심각한 경고장을 또 다시 보냈습니다.

저자는 자동화가 우리가 꿈꾸던 행복한 세상이 아닌 행복과의 별개이고 오히려 육체적인 노동과 사람들의 적극적인 사고와 개입을 원천적으로 못하게 함으로써 무기력감을 유발한다고 이 책 전체를 통해서 말하고 있습니다.

<유리감옥>은 자동 항법 장치의 발달로 수동 조정에 익숙하지 않거나 까먹어서 오히려 더 큰 피해를 주는 여객기의 자동화부터 구글이 개발 중인 자동운전 자동차의 폐해를 소개합니다. 저자의 주장이 모두 합당하다고 느껴지지 않지만 분명 우리가 간과하고 넘어가는 자동화의 문제점을 저자는 날카로운 시선으로 분석해 내고 있습니다. 

모두가 거품 속에서 허우적 거릴 때 냉철한 시선으로 그래서 그 자동화가 우리 삶을 행복하게 해준데? 자동화가 정답이고 미래인가?라는 의문을 잘 제시하고 있습니다. 책 제목인 <유리감옥>에서 알 수 있듯 이 책은 스마트폰으로 인해 우리 현대인들이 어떤 문제점을 가지게 되는 지도 자세하다 못해 장황하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고된 일을 기피하면서 도전적인 취미에 참여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보다 TV를 보거나 쇼핑을 하거나, 페이스북에 접속한다. 우리는 게을러지고, 그러다가 지루하고 초조해진다. 외부에 집중할 게 없어지니 우리의 관심은 우리 내부로 쏠리고, 결국 에머슨이 말한 '자의식의 감옥(Jail of self-consciousness)'속에 갇혀버린다. 

<유리감옥 중에서 일부 발췌>

여기에 자동화 때문에 제조업 생산은 급증햇지만 전 세계 제조업 부분의 일자리 수는 줄어들고 있는데 이는 로봇 같이 자동화의 신이 점점 공장에 많이 투입 되고 있기 때문이죠.  이중에서 자동화 그러나 우리가 가장 덜 인식하고 있는 자동화 부분에 대한 이야기가 솔깃합니다.

그 덜 인식하고 있는 자동화 부분은 검색엔진입니다.
예전 그러니까 1996년 심마니 라이코스 알타비스타가 있던 시절에는 검색 연산자를 활용해서 많지도 않은 인터넷 정보를 정확하고 빠르게 검색을 해서 원하는 답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요즘은 구글, 네이버, 다음 모두 자동 완성 검색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ㄱ만 쳐도 가장 많이 검색 되는 단어나 문장이 예시로 쫘라락 나와서 사용자가 길게 생각하지 않고 그 자동 완성 검색 서비스를 이용합니다. 아주 편리한 서비스이지만 이 뒤에는 우리가 모르는 폐해가 있습니다. 그 폐해란 사고를 제한한다는 것입니다. 

좋은 검색 결과의 첫걸음은 좋은 검색어나 검색 문장을 만들어서 입력을 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구글신이나 네이버 월드가 미리 제시해주는 검색어만 따라가면 내가 원하는 질문이 아닌 그와 비슷한 질문을 하고 정확한 대답을 얻지 못합니다.이런 자동화가 지배하는 세상은 사람들의 깊고 길게 생각하는 시간을 줄여주는 대신 깊고 긴 생각에서 나오는 뛰어나고 날카로운 생각을 차단합니다. 그냥 남들이 생각하던 대로 생각하라고 강요를 하죠. 

그러니 요즘 네이버나 다음 구글에서 연산자까지 써가면서 검색하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물론, 저도 여기에 포함됩니다. 


2013년 런던에서 활동하는 <옵저버>지의 기자가 싱할(구글 검색 분야 최고 엔지니어)을 인터뷰 하면서 그동안 구글 검색엔진에 일어난 많은 발전들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를 물었다. 기자가 "구글 사용 횟수가 늘어날수록 우리는 더 정확한 검색을 할 수 있었던 것 같다"라고 말하자, 싱할은 한숨을 쉬면서 다소 피고한 기색을 보이며 기자의 생각을 바로잡았다. 싱할은 "사실은 그와 반대다", 기계의 정확성이 높아질수록 질문들이 더 게을러진다"라고 말했다

사용하기 쉬운 검색엔진 때문에 복잡한 질문을 만들 수 있는 우리의 능력 이상의 무엇이 손상될지 모른다

<유리감옥 중 일부 발췌>

이런 심대한 문제 의식을 옳습니다. 실제로 요즘 주변 사람들을 보면 경박단소한 세상에 체화되어서 살고 있습니다. 좋은 것을 보면 대박, 이상한 것을 보면 헐~~ 등 단 10개의 단어로 모든 감정을 표출하죠. 그것도 귀찮아서 이모티콘으로 표현하고요. 어휘력은 떨어지고 깊이 있는 사고력은 줄어들었습니다. 이게 다 자동화 시대의 역습이 아닐까 하네요? 

그래서 전 인터넷 정보의 장점도 많지만 경박한 정보에 중독되지 않으려고 수시로 책을 읽습니다. 책은 내가 개입할 요소도 많고 빈틈도 많고 무엇보다 어떤 주제에 대해서 장황하게 설명하잖아요. 그 장황함이 주는 깊이는 당장 나를 흥분 시키지는 못하지만 긴 시간에 걸쳐서 스물스물 피어오릅니다. 


이 책은 자동화로 인해서 오히려 오진율이 늘어난 미국 병원과 주식시장의 자동매매 시스템 등등 앞으로 늘어갈 자동화에 대한 진중한 물음을 하고 있습니다. 

2장에서는 자동화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로봇에 대한 이야기가 나옵니다. 요즘 인기 있는 영화 <채피>는 미래에 경찰 대신 인공지능체인 로봇이 악당을 소탕해서 범죄율을 떨어트린다는 내용이 나오죠. 그런 먼 미래의 이야기 보다는 이 책은 당장 로봇이 산업에 뛰어들면서 사라지는 일자리에 대한 걱정을 하고 있습니다. 특히, 한국 같이 로봇을 산업 현장에 적극 이용하는 나라(한국이 로봇 이용률 1위라고 하네요)에서는 로봇으로 인해 일자리 감소가 사회 문제가 될 것 같습니다

다만, 이 <유리감옥>은 그런 일자리 문제 보다는 로봇 중심 즉 기술 중심적인 사회가 되면 인간은 로봇의 하수인 역할 밖에 하지 못해서 인간의 도구화를 경계하고 있습니다. 로봇의 정확하고 오류 없는 행동을 보면서 왜 넌 로봇처럼 정확하지도 정밀하지도 오래 일하지도 못하냐면서 인간을 괄시하게 됩니다. 이게 바로 기계중심적 사회가 주는 디스토피아입니다. 

이런 디스토피아를 영화들이 참 많이 담고 있죠. 저자는 이런 로봇과 자동화 시대를 슬기롭게 나아가려면 자동화를 무조건 배척하는 것 보다는 자동화를 하면서 중요한 결정을 할 때는 사람의 결정하는 결정권을 줘서 기계를 돌보는 재미와 함께 함께 일을 한다는 느낌을 주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자동화 된 세상, 빅 데이터를 이용해서 내 취향을 IPTV가 알아내서 영화를 추천하고 어떤 지역에 가서 검색을 해보니 검색 엔진이 맛집을 추천하고 여행지에 갔더니 추천 여행 코스가 뜨는 세상. 이런 자동화 세상은 편의를 우리에게 제공하지만 그 편의의 달콤함에서는 느낄 수 없는 일탈의 매콤함은 없습니다. 

어떤 분은 여행을 갈 때 계획 반, 무계획 반을 챙겨서 간다고 하더군요. 모든 것을 정확하게 계획한다고 그 여행이 계획대로 되는 것도 아니지만 일부러 계획을 세우지 않고 대충의 밑그림만 그리고 현장에서 즉석에서 결정하는 것을 선호한다고 하네요. 그 이유는 계획에 없던 곳에 찾아가서 느끼는 두려움과 설레임이 짜릿하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제가 가장 기억에 남는 여행은 5년 전에 떠난 여수, 순천 여행이었습니다. 대충의 그림을 그리고 떠났지만 현장에서 계획이 참 많이 바뀌었는데 그 바뀐 계획 때문에 순간순간이 매력적이었습니다. 아마, 인터넷으로 다 살펴보고 갔다면  인턴넷에서 본 사진과 똑같네~~라며 만족감이 떨어졌을 것입니다. 

<유리감옥>은 이런 자동화의 달콤함이 주는 만족감이 수동이라는 인간의 적극적인 개입을 통해서 주는 만족감이 더 좋을 수도 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또한, 여러가지 자동화로 인한 병폐를 꼼꼼하게 적고 있네요. 로봇이나 기계라는 수단이 상전이 되어서 인간을 수단 시 하는 세상에 대한 경보음을 이 책은 담고 있습니다. 

이 책을 참 인상 깊게 읽었는데 그 이유는 요즘 IT기업들이 내세우는 자동화를 보면 뭘 그런 것까지 자동화하나?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쓸데 없는 것까지 자동화하려는 모습을 보입니다. 물론, 그 자동화가 우리를 편리하게 할 수 있겠지만 한계효용체험 때문에 금방 그 편리성은 잊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편리함이 주는 행복감은 다시 뚝 떨어지죠. 

IT 찬양가들은 세상에 넘칩니다. 그 찬양가들이 쓴 IT찬양서도 넘칩니다. 그러나 이 책 기술에 대한 경계심을 가지고 세상을 바라보고 있어서 아주 좋네요. 그렇다고 기계를 쳐 부수자는 러다이어트 운동가의 목소리를 담은 것은 아닙니다. 좀 치우친 감은 있지만 IT에 대한 비판이 날카로워서 IT매니아들이 꼭 읽어 봤으면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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