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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영화창고

영화 쎄시봉. 진부한 시나리오를 배우와 재현력이 살리다

by 썬도그 2015. 2.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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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폭스캐처>를 보러 갔습니다. 개봉 첫날 첫주부터 교차 상영을 하는 모습에 짜증이 많이 났지만 그럼에도 좋은 영화를 만나는 수고느 오히려 영화에 대한 애정력을 보여주는 것이라는 긍정적인 생각으로 새벽에 가깝거나 새벽에 상영하는 영화관을 피해서 가장 가까운 영화관으로 갔습니다

그렇게 메가박스라는 접두어가 붙은 <아트나인>에 가서 메가박스 초대권을 줬더니 메가박스와 협업 관계지 초대권은 받지 않는다고 하네요. 슬픈 예감은 틀리지 않네요. 그래서 보기 전에 전화를 해본다는 것을 깜박했네요. 허망한 눈길을 보낸 후 뒤로 돌아서 같은 건물 밑에 층에 있는 메가박스에 가서 가장 평이 좋은 <쎄시봉>을 봤습니다.

<쎄시봉>에 대한 평이 좋은 것도 있지만 가장 많이 상영하는 영화라서 봤습니다. 가장 많이 상영한다는 것은 가장 빠르게 볼 수 있는 영화라는 소리이기도 하죠



1960년대 말 분위기를 제대로 보여주는 쎄시봉. 스토리도 60년대

최근 들어 현실이 고통스러워서 그런지 추억팔이 영화들이 연신 개봉을 합니다. 국제시장도 강남 1970 그리고 쎄시봉까지 한국의 근현대 역사를 재조명하고 있습니다. 국제시장은 50년대부터 80년대까지 힘차게 담았고 너무하다 싶을 정도로 장장 1개월 10일 동안 흥행 상위권에서 내려오고 있지 않습니다.

쎄시봉은 그렇게 거대한 이야기는 아닙니다. 1960년대 말 무교동 음악클럽인 '쎄시봉'에서 노래 하던 가수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솔직히 쎄시봉 세대도 아니고 트윈폴리오가 해체된 이후에 음악을 듣기 시작해서 트윈폴리오는 몰라도 윤형주, 송창식은 알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내가 기억하지 못하던 그 시절의 이야기를 담고 있기에 어떻게 그 기라성 같은 가수들을 스크린에 담을까? 궁금했습니다.

음악 영화일까?
결론적으로 말하면 이 영화 <쎄시봉>은 음악이 많이 나오긴 하지만 음악 영화는 아닙니다. 윤형주, 송창식, 조용남, 이장희는 다 소모품으로 나오고 오로지 오근태(정우 분)라는 가상인물과 민자영(한효주 분)의 러브 스토리가 스토리의 핵심입니다. 이 점은 너무나도 아쉽습니다. 한국에 흔치 않은 음악 영화를 보여줄지 알았는데  기승전연애질이라는 흔한 공중파TV 드람아의 줄기를 그대로 답습하고 있습니다. 

초반은 아주 좋았습니다. 연세대의 윤형주(강하늘 분)와 홍대의 송창식(조복래 분)과 싱크로율 90%에 가까운 조영남 역을 한 김인권과 뛰어난 조연을 보여준 이장희 역을 한 진구가 어울어지는 초반 장면은 음악 배틀를 통한 음악에 대한 이야기가 가득해서 꽤 설득력도 좋고 추억도 제대로 팔고 노래도 좋고 배우들의 연기도 좋습니다. 여기에 깨알 웃음까지 거의 완벽에 가까울 정도로 제대로 분위기를 뛰웠습니다.


원래 트윈폴리오가 3명이었다는 실제 이야기에서 모티브를 따와서 창작한 이야기는 그 매끄러운 상상력으로 오근태라는 외모도 노래도 순박한 청년을 아주 잘 창조해 냈습니다. 문제는 중후반입니다.

민자영과 오근태의 러브스토리가 본격적으로 무르익기 시작한 후 이 영화 기승전연애질로 끌고가네요. 아~~ 장탄식이 나옵니다. 굳이 이런 음악을 기반하는 영화에 러브스토리를 넣어야 하나? 하는 생각도 들지만 또 이런 사랑 이야기가 나오지 않으면 장사가 안 되는 속성 때문에 우겨 넣을 수도 있습니다. 아쉽기는 하지만 러브스토리 자체를 거부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문제는 이 근태와 자영의 러브스토리가 너무나도 오글거립니다.


근태와 자영의 러브스토리는 아름다운 러브스토리라고 할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이 러브스토리가 어디서 많이 본 듯한 외형을 지니고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감독이 1979년 개봉한 <병태와 영자>라는 영화에 대한 오마쥬인지 배끼기인지는 모르겠지만 여관 장면 등이나 몇몇 장면은 <병태와 영자>를 떠올리게 합니다.

더 중요한 것은 두 주인공의 행동에 대한 설득력이 그렇게 높지 않다는 것입니다. 제가 고지식해서 그런 건지는 모르겠지만 두 남녀 주인공의 중요한 행동이 설득이 되지 않으니 영화 후반 성인 장면에서는 그냥 뚱하게 보게 되네요. 특히, 근태의 졸렬한 행동을 사랑해서라고 이해하기에는 너무 무리가 있습니다. 특히 쎄시봉이라는 음악 클럽 안에서의 사랑 고백 장면은 뜬금 없다는 생각이 너무 들어서 풉하고 웃어 버렸습니다. 



기대했던 음악 영화가 아닌 그냥 흔한 러브스토리 영화입니다. 다만, 음악이 많이 들리는 영화 정도라고 봐야겠네요. 
그런데 이 작위적인 러브스토리는 트윈폴리오의 <웨딩 케익>때문이기도 합니다.

이 웨딩케익은 트윈폴리오의 번안곡으로 원곡은 그냥 흔한 가사 일을 하는 여자의 이야기지만 번안곡 가사는 밝은 곡 분위기와 달리 사랑하는 사람을 두고 떠나는 슬픈 가사를 담고 있습니다. 영화는 딱 이 웨딩케익의 가사 내용을 그대로 따르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걸 너무 따르려고 했던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살짝 드네요.

전 러브스토리 자체에는 동의할 수 없습니다. 이런 혹평 속에서도 제가 이 영화를 보지 말라고 하지 못하는 이유는 스토리를 제외한 모든 부분에서 만듦새가 꽤 좋다는 것입니다. 



배우들의 연기가 눈에 쏙 들어 왔던 영화 <쎄시봉>

먼저 배우들이 이 영화의 매력입니다. 먼저 진구. 이장희 역을 한 진구는 이장희를 실제로 많이 본 것은 아니지만 그 분위기를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여기에 강하늘의 뛰어난 고운 음색과 노래는 윤형주가 직접 부른 것인가 할 정도로 노래 잘 하더군요. 

여기에 처음 보는 배우 조복래의 송창식 노래 연기도 꽤 좋습니다.  조영남 역을 한 김인권은 똑같은 외모 때문에 큰 웃음을 주고요. 정우와 한효주의 연기도 꽤 좋았습니다. 정우는 응사의 쓰레기를 그대로 연기하는 듯해서 좀 심심하긴 했지만 여전히 능청맞은 연기를 잘 합니다. 다만, 정우 특유의 코믹 연기가 많이 안 보여서 좀 아쉽네요. 한효주는 도도한 첫사랑 연기를 무난하게 잘 소화합니다. 

문제는 40대 배우들입니다. 40대 근태 역을 한 김윤석은 무뚝뚝한 경상도 사나이를 보여주긴 하지만 멜로물에 좀 익숙해보이지 않는 이미지가 좀 아쉬웠고 반면 김희애는 40대 민자영 그 자체였습니다. 특히, 영화가 끝나고 김희애가 부르는 노래는 여전히 노래도 잘하는 배우의 진면목을 잘 보여주네요. 그거 아세요? 김희애 20대였을 때 노래도 불렀고 그 노래 히트쳤습니다. 김희애 노래 참 잘해요.  지금이야 가수가 배우도 하는 시대지만 80년대는 흔하지 않았습니다. 



60년대 말 분위기를 잘 보여주던 무대 디자인과 거리 디자인

60년대 말의 미니스커트 단속과 미도파 백화점 등 명동 거리를 그대로 재현한 모습은 놀라울 정도로 비슷합니다. 생각보다 CG가 꽤 많이 사용 되었는데 넘치치도 모자르지도 않는 60년대 말 분위기 연출은 만점을 주고 싶네요. 

특히, 명동 거리의 분수 등을 재현한 모습은 꽤 좋네요. 다만 굴다리 장면은 최근 개봉한 과거를 배경으로 한 영화들이 너무 많이 촬영해서 이제는 영화 세트장을 외워버릴 정도가 되어버렸네요. 얼마 전에 본 허삼관에서 허삼관이 있던 굴다리를 한효주와 정우가 뛰어가는 모습에서 요즘 시대극 영화가 너무 많구나 느낄 정도였으니까요. 

전체적으로 의상이나 그 시대의 분위기를 보여주는 공간 디자인 특히 쎄시봉 무대에 대한 디자인은 꽤 좋네요. 


웨딩케익이라는 가사의 틀에 갖힌 억지스런 스토리 그러나 추억팔이에는 성공

영화는 후반에 몇번의 트릭을 제공합니다. 관객이 알지 못하는 근태의 과거를 숨겨서 막판 뒤집기를 시도합니다. 이런 막판 뒤집기가 없으면 요즘 영화가 아니죠. 이제는 의무감이 들 정도로 숨겨진 비밀 하나를 넣어 놓는데 이 영화도 막판 뒤집기가 있습니다.

그런데 그 막판 뒤집기가 저에게는 그냥 뚱하게 보게 되네요. 그랬구나~~~라는 시니컬한 시선을 거두지 못한 이유는 두 주인공이 밉상이기 때문입니다. 제가 고지식하기 때문이겠지만 그걸 감안해도 전체적으로 스토리가 웨딩케익 가사의 틀레서 벗어나지 못한 점은 아쉽습니다. 그럼에도 이 영화는 트윈폴리오의 노래 등을 활용하면서 추억 팔이에는 성공을 합니다.

아마도 50대 분들은 트윈폴리오의 실제의 삶과 사건이 떠오르면서 추억의 샘물이 촉촉해 졌을 것입니다. 저는 트윈폴리오 세대가 아니지만 어려서부터 좋은 노래 많이 듣고 자라서 그런지 저도 아련해 지네요. 트로트만 있던 한국 가요게에 포크송을 소개한 트윈폴리오. 이 트윈폴리오가 주인공이 아닌 것이 너무 아쉽네요. 

그래도 전체적으로는 볼만합니다. 간간히 웃겨주고 간간히 짠하게 하는 대중취향적인 영화 작법은 좋긴 합니다만, 스토리가 꽤 아쉽네요. 아무래도 좀 더 좋게 만들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에서 나오는 제 바람이겠지만요


40자평 : 사랑하는 사람을 위한 웨딩케익 가사 내용이 현재에도 먹힐까?
별점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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