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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영화창고

영화 철의 꿈, 꿈은 거대하나 만든 짜임새는 엉성하고 지루한 다큐멘터리

by 썬도그 2015. 1.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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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의 영화 평을 귀담아 들을 필요가 없습니다. 나와 영화보는 취향이 비슷한 2~3명의 영화평만 귀담아 들으면 됩니다. 저에게 영화 선택의 가장 큰 영향을 주는 사람은 이동진 영화평론가 김세윤 작가입니다. 이 두 사람이 좋은 이유는 소녀 감성적인 감성충만한 영화를 좋아하는 것이 제 취향과 비슷하면서도 대중적인 영화에는 후한 점수를 주는 분들이기 때문입니다.

반면 대부분의 영화평론가 글들은 참고는 하지만 귀담아 듣지는 않습니다. 왜냐하면 한국 영화평론가들 대부분은 대중서 있는 영화를 혹평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아무래도 영화를 직업으로 보는 사람들과 여가 수단으로 여기는 저 같은 일반인과 크게 다르겠죠. 하지만 이동진 평론가는 기자 출신이라서 그런지 조금 더 대중적인 평을 하고 김세윤 작가는 대중적인 영화에도 좋은 평을 하고 후한 점수를 줍니다.

그래서 영상자료원에서 봤습니다. 이동진 평론가가 2014년 올해의 영화 3위에 다큐멘터리 영화 <철의 꿈>을 올려 놓았고 뒤늦게 이 다큐멘터리를 봤습니다. 과연 어떤 영화일지 사뭇 기대하면서 봤습니다. 대충 내용은 알고 있었습니다. 울산이라는 지역에 핀 철의 꽃을 담은 다큐멘터리라는 것을요



울산이라는 철의 도시를 에세이 형식으로 담은 <철의 꿈>

다큐멘터리 <철의 꿈>이 열리면  2년 전에 무녀가 된 연인을 그리워하는 눈빛 느낌이 나는 음성의 남자의 목소리가 들여옵니다. 보이지도 않는 신을 찾아 떠난 연인을 원망하면서 자신은 좀 더 실제적이고 구체적인 신을 찾겠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남자의 신을 찾는 여정이 시작됩니다.

다큐는 울산MBC가 제작해서인지 울산이라는 지역에서 신을 찾습니다. 한반도에서 가장 오래된 암각화를 소개하면서 농경 사회로 접어 들면서 수렵 생활이 끝난 원시인들이 자신들의 수렵 시절에 잡았던 고래들을 그린 그림을 소개하면서 자연스럽게 고래에 대한 소개를 합니다. 


 

울산 앞바다에서 자주 보이는 돌고래와 고래를 보여주면서 신과 같이 거대한 고래는 더 거대한 인간이 만든 배로 향합니다. 
암각화, 고래, 거대한 배  이 3개는 울산을 대표하는 가장 오래 된 가장 큰 것을 상징합니다. <철의 꿈>은 제목에서 알 수 있듯. 고래와 암각화를 알레고리 삼아서 울산에 있는 현대중공업과 현대중공업이 만드는 배의 재료를 제공하는 포스코를 조밀하고 면밀하게 담으면서 동시에 거대한 풍경으로 담습니다. 



초반에는 흥미로웠습니다. 세계 최고의 조선소인 현대중공업의 조선소가 으르렁 거리면서 시작하던 73년 자료 영상을 소개하면서 철이 꿈꾸기 시작하던 모습을 그로테스크하면서 전위적인 음악과 함께 소개를 하는 모습은 흥미로웠습니다.울산 현대중공업 조선소와 포스코의 주물 과정을 담는 모습은 흥미로웠는데 점점 잠이 쏟아집니다. 중간 중간 졸다가 짜증이 나기 시작하면서 가방을 들고 영화관을 나설까 고민도 들었습니다. 



오랜만에 영화 보다가 짜증 났던 <철의 꿈>

현대중공업 직원들의 작업하는 모습은 마치 거대한 로봇을 조립하는 모습이었습니다. 타워크레인과 골리앗 크레인에서 근무하는 모습은 한 폭의 미래지향적이면서 기형학적인 그림 같았습니다. 인간이 만든 직선들의 나열. 이 직선들이 주는 차갑고 거대하고 웅장함은 꽤 흥미롭고 진지하게 들어왔습니다.

다큐 <철의 꿈>은 이런 모습을 지나 90년대 현대중공업의 파업 장면도 보여줍니다. 17일동안 골리앗 크레인에서 농성을 한 모습은 제 기억 속에서도 자리잡고 있습니다 당시 파업 강도가 엄청나게 강했죠. 나레이터는 이후, 한국에서 파업을 하면 높은 곳에 올라가는 행동의 시작점을 현대중공업의 골리앗 크레인이라고 소개합니다.

그런데 이 부분은 좀 오류가 있는 듯합니다.현대중공업 골리앗크레인 파업 이전에도 공장 굴뚝에서 시위하는 분들이 있었고 공지영 작가의 <높고 푸른 사다리>에서도 고공 농성을 소개했었습니다. 이런 저런 작은 오류들과 왜 80년대 말 90년대 초 파업이 왜 일어났는지에 대한 자세한 내용도 담지 않습니다. 나레이션이 많이 있는 것이 아닌 20분에 한 번씩 잠깐 읇조리다가 사라집니다. 

다큐의 주제가 뭔지도 모르겠고 설명도 부실한데 이 부분이 마치 난해한 그림을 보는 듯합니다. 뭘 이야기 하려는 건지는 알겠습니다. 무서웠던 고래를 인간들이 무기로 정복한 후 고래에 대한 공포감은 숭배로 바뀌었 듯 포스코와 현대중공업에서 생상하는 거대한 고래 같은 대형 유조선과 특수선들의 모습이 고래와 비슷하다는 모습은 알겠습니다. 

알겠는데 시종일관 지루합니다. 


100분 밖에 안되는 다큐멘터리를 무려 500분 동안 본 듯한 지루함을 영화는 제공합니다. 
고래와 거대한 배를 빗대는 비유는 신선하긴 하지만 비유의 만듦새가 매끄럽지도 흥미롭지도 않습니다. 그냥 시종일관 졸립고 졸립니다.  마치, 수학여행가서 아무 의미 없는 포항제철에 들어가서 쇳물 보고 나온 그때의 짜증남이 다시 샘솟네요. 


영화적 표현력도 진부합니다. 불교의 바라소리가 챙챙 거리고 불경을 읇는 소리가 오버랩 되지만 진부한 표현입니다
그렇게 해서 이 거대한 쇠의 도시가 영적으로 보여지냐? 다른 분들은 모르겠지만 그냥 쇠냄새만 나네요. 이동진 평론가에게 크게 실망하면서 역시 취향이 100% 똑같지 않음을 다시 느낍니다. 


한가지 공감이 갔던 것은 감독이 현대중공업의 몰락을 예언하는 듯한 모습이 마지막에 보입니다. 
실제로 현대중공업은 매년 수천 억원의 적자를 보면서 올해 1,500명 정도를 정리해고 한다는 소리가 있습니다. 솔직히 이제 조선산업은 사양산업입니다. 인건비가 싼 중국과 동남아 쪽으로 이동하고 있고 한국도 10년전 일본처럼 개발도상국가에게 조선사업을 넘겨야 할 것입니다. 그래서 이리저리 사업 다각화를 모색하는 현대중공업.

언제가는 울산 암각화처럼 이 영화는 현대중공업이라는 고래를 그린 암각화 같은 다큐가 될 것입니다. 지금으로부터 10년 후인 2025년에 이 다큐를 본다면 좀 더 암각화 같이 추억을 담은 다큐가 될 것입니다. 영화 매니아가 아니면 끝까지 보기 힘든 다큐입니다 미장센은 그나마 좀 뛰어나긴 한데 이야기를 푸는 방식이 매끄럽지가 못하네요. 여러가지로 실망스러운 다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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