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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영화창고

또 하나의 악질 갑질인 CGV, 롯데시네마의 상영관 갑질

by 썬도그 2015. 1.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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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는 이렇게 시작 됩니다. 지난 연말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을 관람했습니다. 예고편에 홀딱 반해서 제목은 좀 이상하고 아동틱한 영화 같이 보였지만 볼만한 영화도 없고 해서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을 예매했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 이 영화 상영하는 곳이 많지 않았습니다. 집 근처에서 상영은 하긴 하지만 퐁당 퐁당 상영을 하더군요. 
아침 조조에 상영하고 오후 1,2타임 상영을 하고 새벽 무렵에 상영을 하는 것입니다. 어느 정도 감이 왔습니다. 아.. 반관 상영하는 영화구나를 알게 되었죠. 

내가 편하게 보려면 제 단골 극장인 충무로 대한극장에서 예매를 했습니다. 대한극장만이 퐁당퐁당질을 하지 않고 아침부터 저녁까지 1관을 다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이하 개훔방)'에게 할애 했습니다. 그렇게 12월 31일 개봉한 개훔방은 퐁당퐁당 상영을 하다가 1월 16일 현재  전국 10여개 관에서 하루 2회 정도만 상영하고 있습니다. 

이에 개훔방을 제작하고 배급한 '삼거리픽쳐스' 대표는 페이스북에  개훔방의 흥행 실패와 현재 배급 시스템을 개탄하는 글을 올리고 대표직을 사퇴했습니다. 


https://www.facebook.com/littlebigcinema/posts/586196508191598 바로가기


페어플레이를 저버린  개훔방의 퐁당퐁당 상영

1년에 개봉하는 영화가 엄청나게 많아졌습니다. 2차 시장인 비디오 시장이나 VOD 시장이 제대로 형성되지 않은 현재의 영화 소비 시스템은 영화관에서 밀리면 바로 불법 다운로드가 시작되기 때문에 2차 시장으로 큰 수익을 내기 힘듭니다. 그래서 1차 시장인 영화관에서 수익을 다 뽑아 내야 합니다. 

따라서 영화관 상영관 수 잡는 것이 영화 마케팅보다 더 중요한 사안이 되고 있습니다.
전국 영화 상영관이 품고 있는 스크린 갯수는 총 2492개 스크린이 있습니다. 이중에 그 주에 개봉하는 기대작에 편성 되는 스크린이 500개에서 600개가 됩니다. 그리고 인기가 없으면 1주일 후부터 서서히 내려갑니다. 반면 인기가 좋은 영화는 스크린 숫자가 올라가죠. 

기대는 하지만 작은 예산으로 만들어진 영화는 200~300개 관 정도에서 출발을 하죠. 그리고 예술 영화나 독립영화 같은 매니아 취향의 영화는 10개관 이하나 예술영화 전용 상영관에서 상영을 합니다. 


개훔방은 연말에 개봉해서 205개 스크린으로 시작했습니다. 
스크린수로만 보면 300~400개 정도가 무난하지만 205개 밖에 되지 않습니다. 이렇게 상영관 숫자가 적은 이유는 간단합니다. 개훔방의 제작과 배급을 '삼거리 픽쳐스'가 했기 때문입니다. 영화계의 두 거대 공룡인 롯데시네마와 CJ가 제작 및 배급한 영화라면 최소 500개 이상입니다. 

예를 들어 다들 보고 돈 아깝다고 하던 롯데시네마가 밀어주는 영화 기술자들은 재미와 상관 없이 641개 스크린으로 출발 했습니다. 그러나 개훔방은 205개 스크린입니다. 참고로 흥행 대참패한 상의원은 영화 자체도 재미가 그렇게 있지 않지만 466개관으로 출발했고 이 466개관도 CGV와 롯데시네마가 자신들이 직접 배급한 영화를 밀어주기 위해서 적게 잡았다고 아우성을 쳤습니다. 

그런데 개훔방은 205개입니다. 네 연말이고 25억 이라는 작은 예산으로 만든 영화니까 스크린수가 적은 것 어느 정도 수긍을 하겠습니다. 그런데 말이죠. 저 205개 스크린에 잡히지 않는 꼼수가 있습니다. 그 꼼수란 바로 반관 상영이라는 퐁당퐁당이 있습니다. 

보통 한 영화는 한 스크린에서 아침부터 새벽까지 5~7회 정도 상영을 합니다. 그런데 퐁당퐁당 상영을 하면 조조에 1번, 낮 시간에 1번 저녁 시간에 1번 총 3번 정도만 합니다. 그리고 같은 스크린에서 인기 있는 다른 영화를 상영합니다. 이를 교차상영이라고 하는데 이게 가능해진 이유는 디지털 영사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예전 필름 영사 시절에는 가능은 했어도 리모콘 돌리듯 한 스크린에 다른 영화를 상영하기 쉬워지자 교차상영이 일반화 되기 시작했습니다. 

네! 맞아요. 개훔방은 개봉 첫날부터 퐁당퐁당 상영을 당했습니다.



12월 31일 개봉 첫날 개훔방은 205개 스크린에서 상영을 했지만 상영회수는 735번 밖에 되지 않습니다. 735를 205개관으로 나누면 약 3.5가 나옵니다. 이 말은 205개 스크린에서 하루에 3회 정도만 상영을 했다는 소리입니다. 

따라서 개봉 첫날부터 한 개관에서 꾸준하게 상영 한 것이 아닌 조조와 심야 시간에 영화 상영을 배치하면서 영화 관람객들이 영화를 보기 힘들게 만들었습니다. 특히나 이 영화는 가족 영화입니다. 온 가족이 관람하려면 저녁 7시에서 10시가 가장 적당합니다. 그런데 이렇게 하루에 3회 상영하면서 사람이 가장 들지 않는 시간에 몰아 넣는 것은 페어플레이가 아닙니다

이렇게 개봉 첫날부터 퐁당퐁당이라는 교차 상영을 하는 것이 어제 오늘만의 일은 아닙니다. 




2012년 영화 터치는 개봉 첫날부터 교차 상영을 하는 모습에 화가 나서 영화 상영을 감독이 거부하는 사태가 일어났습니다. 
그리고 영진위에 불공정 신고를 했습니다. 그러나 그 결과는 불보듯 뻔합니다. 돈의 논리에 교차상영은 여전히 허용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법이 허용하고 있다고 해도 이건 페어플레이어가 아닙니다. 최소한 한 영화를 아침부터 저녁까지 1주일 정도는 틀어주고 영화 관람객이 늘지 않으면 상영관을 줄여도 이런식으로 첫날부터 교차 상영을 하는 것은 정정당당한 페어플레이가 아닙니다. 롯데시네마나 CGV 관계자들은 항변합니다. 개훔방이 좌석 점유율 30%가 넘지 못해서 1주일이 지난 후부터 상영관 숫자를 줄였다고 합니다. 언뜻 들으면 일리가 있는 모습으로 보입니다. 실제로 좌석 점유율 30%가 넘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저렇게 교차 상영을 해 놓고 좌석 점유율 30%가 넘는 것이 기적이죠. 아침 일찍 새벽 시간에 아무리 재미있는 영화도 영화관이 꽉차기 힘듭니다.



CGV와 롯데시네마의 상영관 거대 권력의 갑질로 피해 보는 것은 당신이라는 관객

CGV와 롯데시네마 때문에 영화 관람의 하드웨어는 아주 좋아졌습니다. 예전에는 큰 머리를 가진 관람객이 앞에 앉아 있으면 고개를 이리저리 돌리면서 봐야 했는데 요즘은 그런 걱정이 사라졌습니다. 또한, 최신 개봉작을 보고자 하는 마음만 있고 돈만 있으면 쉽게 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런 점은 무척 고맙게 생각합니다.

그러나 소프트웨어는 점점 후져지고 있습니다.
먼저, 요즘 한국 영화 대작들 대부분이 기획 영화 같아졌습니다. 재미 없지도 않지만 그렇다고 아주 재미있지도 않은 영화들이 대부분입니다. 마치 TV드라마를 보는 느낌이라고 할까요? 1만원을 내고 TV드라마를 2시간 보고 나온 느낌이 자주 들면서 웬지 모르게 돈을 강탈 당한다는 느낌이 들고 있습니다. 

한국 영화의 수준과 질적 하락의 1등 공신은 CJ와 롯데시네마 때문입니다. 
한가지 예를 들어주죠. 90년대 말 2처년대 초 한국영화는 할리우드에서 시나리오를 많이 사갔습니다. '엽기적인 그녀, '시월애', '달마야 놀자' 등등 수많은 한국 영화들이 할리우드에서 사갔는데 요즘 한국 영화의 시나리오는 전혀 팔리지 않고 있습니다. 제가 봐도 기승전결이 뻔한 한국영화가 대부분입니다.

더 이상 올드보이 같은 작품은 한국 영화에서 나오기 힘들어졌습니다. 이게 다 거대 자본 시스템이 만든 기획영화들의 범람 때문입니다. 여기에 영화 제작과 배급 상영이 한 회사에서 하는 수직화 상영 시스템이 고착화 되면서 재미 없는 영화도 상영관 숫자로 밀어부쳐서 관객의 돈을 뜯어내고 있습니다. 특히나 자사가 만든 영화는 영화평이 좋지 않고 관람객 숫자가 많지 않아도 충분한 상영 기회를 제공해주고 있습니다. 

미국은 이런 폐해를 막기 위해서 영화 제작과 배급 그리고 상영을 다 분리 시켜 놓아서 자사 이익주의를 막아내고 있습니다. 특히 배급과 상영을 한 회사에서 하지 못하게 해서 영화 경쟁력을 높히고 있습니다. 


개훔방이 그 CJ와 롯데시네마의 상영관 권력에 밀려서 사라지고 있습니다. 제가 안타까웠던 이유는 이 영화가 너무나도 좋은 영화이기 때문입니다. 정말 요근래에 본 한국 영화 중 가장 뛰어난 영화였습니다. 본 사람마다 최고라는 찬사가 끊이지 않는 영화이기도 합니다. 평론가 평점과 일반인 평점이 모두 높은 보기 드문 영화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 개훔방이 25만도 넘기지 못하고 조기 종영을 앞두고 있습니다. 

이에 영화배우와 탤런트 그리고 영화 스텝들이 전관을 대관해서 개훔방을 볼 기회를 주고 있고 개훔방 상영관 확대 운동을 벌이고 있습니다. 아고라 서명운동까지 벌어지고 있고 언론들이 이 분위기를 연일 취재하고 뉴스화 하고 있습니다. 아까 낮에도 뉴스에 개훔방 제작사 대표의 사퇴와 함께 거대 영화 배급 권력의 갑질이라는 뉴스가 라디오에서 흘러 나오더군요

아무리 돈이 양심도 도덕도 없다고 하지만 그 돈을 움직이는 것은 사람입니다. 몇 사람이 돈을 움직이는 역할을 하죠. 
따라서 롯데시네마와 CGV 관계자가 이런 불합리함을 안다면 개훔방에 대한 상영관 횡포는 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들은 그렇게 도덕적인 사람들이 아닙니다. 오로지 자신들이 제작한 영화, 자신들이 수입한 영화만 애지중지 합니다. 



CGV와 롯데시네마가 가야 할 방향은 대한극장

멀리플렉스관의 이상향이자 롤모델은 충무로의 대한극장입니다. 
먼저 대한극장은 다양한 영화를 상영을 합니다. 예술영화전용관이 있지도 않음에도 수많은 다양성 영화를 많이 상영합니다. 
분명, 다양성 영화나 예술 영화들은 관객이 많이 들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매니아들은 그런 영화를 보러 전철을 타고 1시간을 달려서 대한극장으로 갑니다.

문제는 그렇게 300석 400석 하는 영화관을 예술 영화 한 영화만 상영하면 대한극장은 적자를 볼 수 있습니다. 
자선사업가가 아닌 이상 그렇게 상영하기 힘들죠. 그래서 대한극장은 100석 이하의 소규모 스크린을 2개 정도 보유하고 있습니다. 최근에 본 '내일을 위한 시간'도 100석 이하의 작은 스크린에서 봤습니다. 

그러나 CGV나 롯데시네마는 예술영화관을 따로 지적하고 있을 뿐 대부분의 상영관이 대규모 상영관입니다. 이러니 예술 영화를 상영하기 꺼려하고 자신들과 큰 연관이 없는 영화들을 교차상영을 통해 공정한 기회를 주지 않고 있습니다. 백날 이렇게 말하면 뭐합니까? 바뀌지 않는 것이 뻔한데요. 다만, 이런 거대 영화관들의 횡포는 또 하나의 땅콩 회황이자 슈퍼 갑질이고 그 피해는 관객들에게 돌아갑니다.  개훔방이라는 좋은 영화도 제대로 평가 받을 기회조차 주지 않는  CGV와 롯데시네마의 추악한 모습에 전 앞으로 롯데시네마와 CGV를 내 돈 내고 가지 않을 생각입니다. 1시간 이상 걸리지만 대한극장에서 영화를 주로 볼 생각입니다. 이게 제 소심한 행동입니다. 

저에게는 개훔방의 교차상영이 땅콩 회항과 다를 것이 없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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