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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영화창고

허삼관.매혈이라는 비릿한 소재를 넘는 뜨거운 부성애를 품은 꽤 괜찮은 영화

by 썬도그 2015. 1.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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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삼관 매혈기를 읽을 뻔한 적이 있었지만 중국 소설에 대한 왠지 모를 거부감과 함께 피를 판다는 그 소재 자체도 와닿지가 않았습니다. 피를 팔아서 돈을 번다? 좀 엽기적인 소재이죠. 그래서 안 읽었습니다. 그런데 이 소설을 영화로 만든 영화가 개봉 했습니다

영화로 만들었다고 해도 피를 팔아서 돈을 버는 소재는 여전히 비립니다. 그러나 매혈을 넘어 그 안에 담긴 부성애에 대한 이야기가 궁금했습니다. 그리고 하정우라는 배우가 아닌 감독 하정우가 얼마나 진화 했는지도 목도하고 싶어서 봤습니다


매혈이 있었던 1950~60년대를 배경으로 한 허삼관

허삼관 매혈기라는 제목을 다 쓰지 않은 이유는 매혈이라는 단어가 주는 비릿하고 역한 느낌 때문입니다. 지금은 헌혈을 해도 돈을 주지 않고 빵이나 영화관람권 등을 주지 돈을 주지 않습니다. 따라서 헌혈은 순수하고 맑은 느낌입니다. 그러나 예전에는 매혈이 있었습니다. 소설의 시대적 배경은 중국의 60~80년대의 문화혁명을 지나는 격동기였지만 영화 <허삼관>은 1950~60년대 충남 공주를 배경으로 합니다. 이렇게 원작보다 좀 더 이른 시기로 한 이유는 소설속 중국 풍경과 한국의 50~60년대가 비슷하기 때문입니다. 한국의 70년대는 경제 부흥기라서 변화가 아주 크게 일어나고 먹고 살기가 많이 좋아진 시기라서 소설 속의 모두가 가난하게 살던 그 느낌을 살릴 수 없었을 것입니다

또한, 매혈이 유행 했던 시기가 비슷하기 때문입니다. 중국은 80년대까지 피를 팔아서 돈을 받는 문화가 있었고 한국에서도 가난하고 힘든 시기인 50~60년대에는 피를 팔아서 돈을 받는 매혈이 있었습니다. 99년 4월 부터 매혈을 전면 금지 시켰지만 70년대 부터 위생 문제 때문에 매혈을 하지 않았습니다.

이 소재가 주는 비릿함 때문에 이 영화에 대한 거부감을 느끼는 분들이 꽤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게 걱정할 정도는 아닙니다. 소재가 주는 비릿함은 영화에서는 최대한 다른 색으로 덮어서 잘 포장하고 있습니다.


영화 전반부는 허삼관(하정우 분)과 허옥란(하지원 분)의 연애담으로 이루어집니다. 아버지가 튀긴 뻥튀기를 파는 아가씨 옥란은 동네 남자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습니다. 그러나 옥란은 뒤로 빼돌린 미군 물품을 파는 하소용의 애인이었습니다. 그러나 그런 것에 연연하지 않고 허삼관은 저돌적으로 옥란에게 접근합니다. 그러나 결혼을 하려면 돈이 있어야 하는데 지뿔도 없는 허삼관에게는 돈이 없습니다. 삼촌일을 돕고 막노동을 하면서 근근히 돈을 버는 허삼관은 난관에 봉착합니다.

이때 피를 팔면 1달 월급을 받을 수 있다는 소리에 동네 의원에 가서 피를 팔아서 돈을 벌고 그돈으로 옥란에게 향수 등을 사면서 환심을 삽니다. 옥란 아버지와의 담판을 짓고 옥란과 허삼관은 결혼을 합니다


남의 자식을 키운 허삼관, 종달새의 왕으로 등극하다

어려운 형편 속에서도 알콜달콩 잘 살던 허삼관과 옥란은 일락,이락,삼락이라는 세 아들을 낳고 오손도손 잘 살아갑니다. 
그런데 동네 마을 사람들 속에서 이상한 소문이 돕니다. 결혼 전에 옥란이랑 사귀던 하소용과 일락이 점점 닮아가기 때문입니다. 이에 열 받은 삼관은 혈액형 검사를 통해서 그 헛소문을 일축 시키려고 동네 어귀에서 혈액형 검사 결과를 발표합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삼관과 옥란 사이에서 나올 수 없는 혈액형이 나옵니다. 옥란을 찾아가서 이실직고 말하라고 다그치는 삼관, 옥란은 결혼 전에 딱 한번 관계를 가졌다고 고백합니다. 이후 삼관은 일락에게 둘이 있을 때는 아저씨라고 말하라면서 일락을 밀쳐 냅니다. 졸지에 종달새 아빠가 된 허삼관, 영화는 이후 일락을 둘러싼 갈등과 부성애를 감동적으로 그려내고 있습니다. 



하정우 감독 영화에 없었던 배우 하정우의 능글맞은 코믹 연기가 영화를 살리다

2013년 제작된 하정우의 첫번 째 감독 데뷰작인 '롤러코스터'는 유쾌한 영화이지만 너무나도 난삽스러운 코메디에 웃음 뒤에 비웃음이 더 많이 작렬 했습니다. 조금만 더 차분하게 그렸으면 좋았는데 시종일관 조증 걸린 환자처럼 모든 것이 즐겁습니다. 억지와 과장의 난무 속에서 쓴웃음만 나왔고 제 블로그에 혹평을 했었습니다.

그 아픈 기억 때문인지 2번 째 하정우 감독 작품이라고 할 때 고개를 먼저 돌렸습니다. 그런데 예고편을 보니 어!! 좀 많이 차분해 졌는데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영화 <허삼관>을 보고 나오면서 이제는 명감독이라고 할 수 없지만 감독 같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무슨 변화가 있었을까요?

변화 보다는 전작에서는 안 보였던 하정우가 배우로 등작했기 때문입니다. 감독이자 주연 배우로 출연한 <허삼관>에서 배우 하정우는 능글맞은 아버지 연기를 능숙하게 보여줍니다. 하정우 특유의 남의 일처럼 대하는 코믹 연기가 시종일관 영화를 유쾌하게 만듭니다. 영화 자체의 스토리는 웃을 수 없는 이야기들이 많지만 이 이야기를 명랑하고 맑게 그릴 수 있었던 이유는 영화가 전체적으로 밝은 톤으로 그리고 있고 여기에 하정우의 코믹 연기가 큰 역할을 합니다. 

여기에 허삼관이라는 캐릭터가 좀 독특합니다. 50~60년대의 아버지인 현재의 60대 이상 아버지들은 대부분 근엄하기만 했습니다. 아파도 자식들 앞에서는 아프다고 하지 않고 슬퍼도 슬프다고 하지도 않았습니다. 근엄함 그 자체였죠. 그런데 허삼관은 다릅니다. 허삼관은 삐치기도 잘하고 친구처럼 아이들과 잘 놀아주기도 합니다. 일락이 자기 자식이 아니라고 밝혀 질 때는 어른 답지 않게 따돌림을 하거나 구박을 하는 등 어른스러운 행동을 보여주지 않습니다. 

이런 친근스러운 모습은 현재의 30,40대 아버지들의 모습이죠. 그래서 오히려 더 친근한 아버지 같아 보이더군요. 그 친근한 아버지의 모습과 부성애로 가득찬 모습을 하정우가 아주 훌륭하게 연기를 합니다. 



국제시장을 이은 또 하나의 부성애 영화 <허삼관>, 꽤 재미있는 한국 영화

좌파들은 국제시장을 우익 영화라고 폄하하지만 전 그렇게 보이지 않았습니다. 부성애를 주제로 한 아버지들에 대한 헌정시 같다고 할까요? 산업화 시대를 미화 했다는 소리도 있던데 역시 세상은 보고 싶은 대로 보고 까고 싶은 대로 까는 게 삶이자 세상인가 봅니다. 

<허삼관>은 다행스럽게(?)도 산업화 이전의 다 같이 못살던 시절을 그린 영화입니다.
이 영화의 주제는 부성애입니다. 그것도 아주 뜨거운 부성애입니다. 허삼관이 보여주는 부성애는 눈물이 그렁그렁하게 만듭니다. 뜨거운 눈물이라고 할까요? 매혈이라는 소재가 비리긴 하지만 그걸 뛰어 넘는 뜨거운 부성애가 영화 후반 폭포처럼 흘러 내립니다. 

다만, 아직 성긴 연출력은 좀 아쉽기는 합니다. 몇몇 부분의 튀는 연출은 아쉽기는 하지만 전체적으로는 무난한 연출과 60년대 한국 풍경을 잘 담고 있습니다. 또 하나의 아쉬움이 있다면 50년대 풍경이나 60년대 풍경이 거의 다르지 않는 점은 그 당시는 거의 발전이 없던 시대라서 이해한다고 쳐도 세트들이 정성이 많이 들어간 것이 있지만 어딘지 모르게 실제 당시의 모습을 인위적으로 재현한 것 같다는 느낌은 조금 아쉽더군요. 


그럼에도 <허삼관>은 꽤 즐겁게 볼 수 있는 한국 영화입니다. 그 이유는 영화가 시종일관 유쾌한 톤으로 그려져 있고 부성애라는 주제를 잘 그렸지만 클라이막스 부분이 약간 아쉽긴 해도 일락을 연기한 남다름이라는 아역 배우의 맑은 연기와 이성균의 아내인 전혜진의 표독스러운 연기와 수 많은 유명 조연 배우와 윤은혜 등의 까메오 출연 등의 깨알 재미도 좋습니다



<국제시장>에 이은 또 하나의 부성애 영화입니다. 국제시장처럼 대작은 아니지만 50~60년대를 되돌아 보는 시간과 부성애를 느낄 수 있는 영화입니다. <국제시장>이 부성애를 거시적이고 표준적으로 그렸다면 영화 <허삼관>은 부성애를 미시적으로 유쾌하게 담은 영화입니다. 꽤 볼만한 한국영화입니다. 작년 말부터 연초까지 좋은 영화들만 골라보는 행운을 가진 것인지 요즘 타율이 좋네요. 영화 보고 나오면서 다들 이말을 할겁니다.

"야! 만두 먹으러 가자" 
하정우의 고구마 먹방이 있지만 먹방을 넘어 맛집 방송이 살짝 들어가 있습니다. 


40자평 : 피는 물보다 진하지만 그 피보다 진한 부성애를 담은 허삼관
별점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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