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 메뉴

사진은 권력이다

내일을 위한 시간. 실업이라는 깊은 우울증에 대한 처방을 내리는 영화 본문

세상 모든 리뷰/영화창고

내일을 위한 시간. 실업이라는 깊은 우울증에 대한 처방을 내리는 영화

썬도그 썬도그 2015. 1. 1. 21:59

역시! 다르덴 형제 감독이다라는 말이 툭 튀어 나왔습니다. 내가 아는 형제 감독이라곤 코엔형제 밖에 없는데 최근에는 벨기에 감독인 다르덴 형제 감독 영화들을 몇번 보면서 또 하나의 추종하는 감독이 되었습니다.

이 형제 감독의 영화를 많이 본 것은 아닙니다. 2011년에 개봉한 '자전거 탄 소년'을 보고 그냥 반해버렸습니다. 아무런 꾸밈이 없는 우리들의 일상에서 마주치는 심각한 문제를 이렇게 명료하게 풀어내다니 그리고 그 해법까지 담는 모습에 반했습니다. 수많은 감독들이 화려한이라는 수식어를 훈장처럼 달고 있는데 반해 이 다르덴 형제 감독의 영화인 '자전거 탄 소년'은 다큐에 가까운 담백한 연출로 우리가 매일 마주치는 그러나 딱히 해법이 없어 보이는 문제를 명료하게 풀어내고 있습니다.

여기에 다르덴 형제 감독이 보여주는 선 굵은 주제인 관용은 경직을 넘어 이제는 부러질 것 같은 한국 사회가 가져야 할 또는 잊고 있는 태도이기도 합니다. 이 다르덴 형제가 신년 초 한국에 신작을 들고 도착 했습니다. 


해고 통보를 받은 산드라의 1박 2일간의 긴 여정을 담은 '내일을 위한 시간'

자고 있던 산드라(마리옹 꼬띠아르 분)에게 한 통의 전화가 옵니다. 
회사 동료인 줄리엔의 전화입니다. 오후 5시까지 회사로 오면 사장님과 만나서 재투표를 할 수 있게 해주겠다고 합니다. 
산드라는 우울증 때문에 지난 몇달 간 제조회사에서 근무를 못했습니다. 우울증을 치료하고 난 후 회사에 복직하려고 하니 회사에서 산드라을 밀어내버립니다. 산드라가 없이 16명이 일해도 회사 돌아가는데는 문제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회사에서는 산드라를 내보낼 구실을 만들기 위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산드라를 뺀 16명의 직원에게 투표를 해서 산드라를 복직 시킬지 아니면 산드라를 내보내고 대신 보너스 1,000유로를 받을 지를 투표에 붙입니다. 정말 말도 안 되는 투표입니다. 결과는 14 대 2로 일방적으로 산드라를 내보내고 1,000유로를 받는 쪽으로 앞도적인 표 차이로 끝이 납니다.

가뜩이나 우울증이 있는 산드라에게는 큰 충격입니다. 해고 되었다는 충격도 충격이지만 동료들에게 버림 받았다는 충격도 큽니다. 하지만 산드라는 이해하려고 합니다. 자기에게 그런 선택권이 주워졌더라도 동료를 구하기 보다는 1,000유로를 받았을 것이라고 말은 하지만 쉽게 상처가 아물지 않습니다. 


자포자기한 심정의 산드라를 일으켜 세운 것은 동료 줄리엔과 남편입니다. 남편에게 실직해서 또 다시 임대주택에서 살고 싶지 않다고 흐느끼면서 마지막 동앗줄인 사장을 만나러 갑니다.  사장은 줄리엔에게 이야기를 들었다면서 반장의 협박과 반장이 보는 앞에서 한 투표는 공정한 투표가 아니것 같다면서 다음 주 월요일에 재투표를 하자고 합니다. 과반이 산드라의 복직을 원하면 산드라는 다시 복직을 시켜주겠다고 말합니다.

 

영화 '내일을 위한 시간'은 산드라가 자신을 지지한 2명을 뺀 14명의 1,000 유로 선택자들을 주말동안 찾아가서 자신의 복직을 도와 달라고 부탁을 1박 2일 동안 일어나는 일을 담은 영화입니다.



한국의 이이제이 노사 문제를 그대로 보여주는 듯한 '내일을 위한 시간'

솔직히 말도 안 됩니다. 아니 과격합니다. 어떻게 직원에 대한 해고를 같은 직원 손에 맡기나요? 그래서 이 부분이 사실적이지 않다고 느껴집니다. 그러나 매끄럽지 못하다고 해도 이런 일은 우리 주변에서 실제로 일어나고 있습니다. 

정규직,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려면 노동자 모두가 뭉쳐서 싸워야 합니다. 그런데 비정규직 문제 해결하라고 하면 정규직들은 먼산 보듯합니다. 같은 노동자이지만 어느 정도 보호막이 있는 기득권층인 정규직은 비정규직의 부당한 해고나 부당한 처우를 눈감고 못본척합니다. 심지어는 자기가 사용자라도 되는 양 권력을 휘두릅니다. 이런 모습은 영화 카트에서도 잘 드러내고 있습니다. 

비정규직 노동자인 계산원과 청소원들의 집단 해고에 대부분의 정규직 직원들은 자기 일이 아니라면서 파리 쫓듯 손사래를 칩니다. 적을 가장 쉽게 물리치는 방법은 적끼리 싸움을 붙이는 이이제이가 가장 쉬운 방법입니다. 사용자 입장에서는 가장 손 쉽게 노동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이 정규직이라는 보디가드를 만들어서 비정규직을 괄시하고 깔아 뭉개게 하는 것이죠. 이런 모습을 한국의 거대한 자동차 회사에서 제대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귀족노조라고 하는 그 회사 정규직은 현대판 음서제도로 자기들의 아들들도 채용 시켜 달라고 했었죠. 

산드라는 울먹입니다. 어차피 해봐야 소용없다면서 14명을 찾아가 설득하는 과정은 부질 없다고 말합니다. 이때마다 남편이 그래도 해봐야 한다고 말하죠. 그렇게 산드라는 울먹이면서 14명을 주말동안 일일이 찾아가 설득을 합니다. 



다음 주 월요일에 재투표가 있다면서 자신에게 표를 달라고 호소합니다. 이에 14명은 다양한 반응을 보입니다. 일언지하에 거부하는 직원이 있는 가 하면 울면서 그때는 그런 판단을 하면 안되었다며 자신의 행동을 후회하고 지지하겠다는 말을 하는 직원도 있었습니다. 


14명은 다앙한 곳에서 다양한 삶을 살고 있었습니다. 14명 모두 1,000유로를 선택한 이유들이 다 있었습니다. 긴 실직 후에 간만에 직장을 구했고 아이들을 키워야 한다면서 1,000유로가 중요하다고 말하는 직원이 있는가 하면 산드라를 피하는 직원도 있고 산드라에게 용기를 주는 직원도 있습니다. 

이 1박 2일이 산드라는 참으로 견디기 힘든 시간입니다. 내일을 위한 시간이자 내 일을 위한 시간인 1박 2일 동안 거지가 구걸하듯  동료를 찾아 다니는 자신의 모습에 모멸감도 느끼며 설득 과정에서 폭력적인 모습과 기존 직원들끼리의 갈등을 야기 시키는 것 같아 너무나도 불편합니다. 이에 극단적인 생각까지 하게 됩니다. 



한정 된 자원(직장)을 나눠 가져야 하는 제로셈 게임의 비극을 담백하게 담은 영화

인류의 비극 중 대부분은 한정된 자원을 많은 사람들이 골고루 나눠가지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특히 직장이라는 한정된 자원을 서로 갖고 싶어 하지만 이 제로섬 게임에서 탈락한 실업자들은 깊은 우울증에 걸리게 됩니다. 실업의 고통은 직장에서 해고를 당해보신 분들은 아실거예요. 그게 얼마나 견디기 힘든 고통인지를 말로 설명하기 힘듭니다. 

당장 죽는 병은 아니지만 시름시름 앓다가 죽는 병이 바로 실업입니다. 실업에 대한 고통이 만연한 요즘이지만 그럼에도 그 고통을 견디지 못하고 목숨을 끊는 사람들이 늘고 있습니다. 특히나 한국 같이 게을러서 노력을 하지 않아서 직장을 구하지 못한다는 편견어린 시선이 만연하고 사회안전망이 약한 나라는 더 심합니다. 히틀러가 탄생한 이유는 높은 실업률 때문이라는 소리도 있을 정도로 실업은 망국병입니다.  이런 불확실한 미래와 직장 없는 사람들이 많아지면 세상은 보수적이 되고 인종차별과 정실주의와 닫힌 마음들이 늘어가게 됩니다. 실제로 요즘 일베충의 창궐이나 인종차별주의와 남의 불행을 조롱하는 행태들이 =늘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긴 불황 때문입니다. 

거리에서 노동자들이 장기투쟁을 해도 오과장이 장그래를 데리고 쌍용자동차 시위현장에 가는 일은 일어나지 않습니다. 
연대의식이 다 박살이 났습니다. 박살이 난 이유는 간단합니다. 먹고 살기 힘들기 때문입니다. 실업의 단두대의 다음 차례가 나라는 것을 어렴풋이 알때는 해고 노동자를 외면합니다. 그러다 단두대가 자기 머리 위에 놓을 때 도와달라고 소리치죠. 그러나 아무도 도와주지 않습니다. 오히려 저 사람이 희생양이구나 생각하고 외면하죠.  물론, 양심의 가책을 느끼는 노동자도 있긴 합니다. 문제는 그런 노동자가 소수라는 것입니다. 

산드라가 그렇습니다. 우울증 때문에 직장을 잠시 휴직 했다가 복귀 하려고 하자 직원들의 투표를 앞세운 바리케이트 앞에서 우울증은 더 심해집니다. 연대의식까지 바라는 것은 아닙니다. 그들을 오히려 이해를 합니다. 당신들의 결정에 나도 그렇게 했을 것이라고 말합니다. 그러나 몇몇 사람들은 이런 산드라를 안아줍니다. 



남의 불행으로 돈을 챙기는 우리들을 질타하는 영화 '내일을 위한 시간'

흥미롭게도 14명의 직원 대부분은 가정을 꾸미고 있습니다. 결혼을 해서 애가 없는 직원도 있지만 대부분은 키우는 아이가 있거나 부양해야 할 가족이 있습니다. 그런 모습을 보면서 산드라는 더 이상 매달리지 못하고 돌아섭니다. 그럼에도 배신을 당한 그 상처까지 숨길 수는 없었습니다. 

영화는 이런 14명과의 만나는 과정을 담백하고 묵직하게 담습니다. 
그래서 지루한 영화로 비추어질 수 있습니다. 특히, 이런 사회적인 문제나 아무런 포장도 없는 영화를 처음 접하는 분들은 적응하기 힘들 것입니다. 저 또한 14명을 언제 다 만나나?라는 지루함이 살짝 느껴지더군요. 그러나 이 영화는 마지막에 큰 충격을 줍니다. 

마지막 장면에서 산드라의 선택을 보면서 역시! 다르덴 형제구라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냥 현실적인 모습만 담았다면 나 마저도 우울감에 긴 한숨을 내쉬고 영화관 문을 열고 나왔을 것입니다. 그러나 다르덴 형제는 처방전을 내렸습니다.  이 탈출구가 없는 정글에서 내가 탈출구를 만들 수 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동료를 팔아서 먹고 사는 직장인들은 항상 우울증에 걸려 있습니다. 다음에는 내가 짤리지 않을까? 하는 언제 굴러올지 모르는 돌덩어리를 뒤에 두고 하루 하루를 살아갑니다. 동료가 부당한 해고를 당할 때도 애써서 모른척을 하고 살아갑니다. 왜냐하면 이 가정을 지키려면 그런 부당함 또는 경제위기라는 공통의 적과 대항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특히나 자신이 정규직이라면 외피인 계약직부터 떨어져 나가기 때문에 같은 노동자 문제라도 외면하고 삽니다.
영화 '내일을 위한 시간'은 관용을 말해주고 있습니다. 가장 어려운 환경이 있는 직원이 산드라를 가장 많이 응원해 줬습니다. 
그리고 그 관용은 더 큰 관용을 만듭니다. 

그러나 14명의 직원 중에 가장 현실적인 직원이 한 말을 끝으로 두고 마치겠습니다. 
"산드라 당신이 복직하는 것은 나에게는 재앙이이라서 당신에게 투표할 수 없지만 그래도 난 당신을 지지한다" 
이런 이율배반적인 행동이 표준적인 현대인의 삶 같기도 하네요. 말도 안 되는 부당한 대우와 처벌에 같이 화를 내지만 그 화냄이 나에게 피해가 되면 화를 숨기는 그 현대인들의 삶이요. 

세상은 이 영화처럼 단순합니다. 세상 모든 것은 돈으로 설명됩니다. 그래서 우리가 불행한 것도 우울한 것도 다 돈으로 설명이 됩니다. 그래서 현대인들이 앓고 있는 얇고 긴 우울증은 실업에 대한 공포 때문입니다

다르덴 형제는 음악을 거의 쓰지 않기로 유명한데 이 영화에서는 음악이 나옵니다. 남편과 산드라와 직장 동료가 차안에서 같은 음악을 듣고 웃습니다. 함께 한다는 것의 즐거움을 담은 명장면이네요



내일을 위한 시간 (2015)

Two Days, One Night 
7.7
감독
장-피에르 다르덴, 뤽 다르덴
출연
마리옹 꼬띠아르, 파브리지오 롱지온, 필리 그로인, 시몬 코드리, 카트린 살레
정보
드라마 | 벨기에 | 95 분 | 2015-01-01
글쓴이 평점  

40자평 : 연대의식이 깨져 죄의식으로 사는 현대인등를 위한 처방전

별점 : ★★☆



2 Comments
  • 프로필사진 Favicon of https://doitnow61.tistory.com BlogIcon 늙은도령 2015.01.02 03:41 신고 네그리의 '혁명의 만회'를 보면 노조의 파괴가 어떻게 이루어졌는지 잘 나와 있습니다.
    노조의 천국 스웨덴조차 노조의 힘이 약해지는 것은 독일의 질서자유주의가 영국과 미국을 거치면서 신자유주의 통치술로 바뀌면서 전 세계를 단일시장으로 만든 세계화의 결과입니다.

    방대한 자료를 바탕으로 쉽게, 직선적으로 쓴 책으로는 '불경의 삼위일체'가 있습니다.
    액체근대에서 현재까지 계속되고 있는 바우만의 저작들로 좋은 성찰들로 가득합니다.
  • 프로필사진 ronaee 2015.01.18 22:08 말씀처럼 마지막 장면이 없었더라면 정말 갑갑한 상태로 영화관을 나왔을 겁니다.
    좋은 영화였습니다.
댓글쓰기 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