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돈이 무서운가 봅니다. 이전 방한에서는 수염 덥수룩하게 와서 약간은 밉상 이미지를 심고 떠난 '브래드 피트'가 피트가 직접 제작과 주연을 한 영화 <월드워 Z>의 흥행 수입이 미국이외에 전세계 흥행 기록 1위를 기록한 한국을 재방문 했습니다. 이번에는 수염을 말끔하게 밀고 최고의 매너를 보여주고 떠났습니다
브래드 피트, 이 배우를 처음 본 것이 1993년 리들리 스콧 갘독의 <델마와 루이스>였습니다. 조연도 아닌 엑스트라급 출연이었지만 그 미모(?)는 대단 했습니다. 이후 <흐르는 강물처럼>에서 인지도를 올린 후 <뱀파이어와의 인터뷰>, <가을의 전설>로 세계적인 스타가 됩니다.
내가 수 많은 남자 배우를 봤지만 지금까지도 최고의 미남은 브래드 피트입니다. <가을의 전설>을 볼 때 어떻게 저런 외모가 있을까 하고 질투가 아닌 분노까지 치밀어 올랐습니다. 지금은 50대가 되어서 여전한 꽃 미모를 보여주고 있지만 배우를 넘어 영화 제작까지 하고 있습니다. 자신이 제작한 <노예 12년>이 아카데미 작품상을 받는 등 제작자로도 큰 성공을 하고 있습니다.
<브래드 피트가 주연 제작한 영화 퓨리>
브래드 피트보다 빵발이라는 애칭이 더 어울리는 국내에서 톰 크루주와 함께 큰 인기를 끌고 있는 빵 형님이 퓨리라는 새로운 영화를 들고 한국을 찾았습니다. 퓨리는 전차의 이름으로 영화 퓨리는 2차 대전을 담은 영화입니다.
기존의 수 많은 2차 대전 영화가 있었습니다. 최근에는 2차 대전 같은 상대적으로 먼 시기의 전쟁보다는 이라크 전쟁을 다룬 전쟁영화가 많았습니다. 그러나 브래드 피트는 다시 2차 대전을 배경으로 한 영화를 꺼내 들었습니다. 이미 수많은 영화가 2차 대전을 다루었고 <라이언 일병 구하기>가 종지부를 찍은 듯한데 또 2차 대전을 배경으로 하다니 좀 무모한 것 아닐까요?
무모한 것은 아닙니다. 왜냐하면 이 영화 퓨리는 라이언 일병 구하기 같은 보병전이 아닌 보기 드문 육중한 탱크끼리의 전쟁인 전차전을 담고 있기 때문입니다. 전차전은 이미 70년대 이전 영화들이 다루고 있긴 합니다 그러나 영화 퓨리는 좀 더 박진감 있고 사실적이고 전차 안과 밖을 모두 담은 실질적인 전차를 주 배경으로 한 영화이고 이게 큰 차별성을 가진 영화입니다.
이런 차별성을 전진 배치하고 퓨리는 진격합니다. 브래드 피트가 제작한 영화들은 공통적인 특징이 있습니다. 바로 브래드 피트 자신을 너무 미화 시키거나 아주 뛰어나고 흠잡을 것이 없는 역으로 나온다는 것입니다. 영화 <노예 12년>에서는 예수님 같은 선량한 캐나다 인으로 <월드워Z>에서는 완벽한 주인공으로 나왔습니다. 이 영화 퓨리에서는 이 보다 한발 더 나갑니다. 이 모습이 초반에는 멋지게 그려지지만 후반에는 영웅놀이 하는 듯한 모습에 좀 인상이 써지기까지 합니다.
전쟁의 참혹함을 극사실적으로 담은 영화 퓨리
영화 퓨리가 보여주는 액션의 차별성은 전차라는 거대한 무기를 소재로 했다는 것입니다. 2차 대전 때 연합군의 주력 탱크였던 M4 셔먼 탱크의 전차 부대의 활약상을 전면적으로 담았습니다.
따라서 셔먼 탱크에 대한 공부를 어느 정도 하고 가면 더 흥미롭게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영화에서는 셔먼 탱크에 대한 자세한 설명이나 언급이 많지 않습니다. 다만, 영화가 시작하자마자 2차 대전에서 독일 탱크보다 성능이 좋지 못해서 많은 연합군 전차병들이 목숨을 잃었다는 것과 영화 초반에 독일 티거 탱크에 무참하게 박살이 났다고 것으로 독일의 티거 탱크의 무시무시함과 그 무시무시함 속에서 공포에 떨면서도 티거 탱크와 전투를 벌인 미군들의 용맹함을 동시에 느낄 수 있습니다.
영화의 배경은 1945년 4월입니다. 2차 대전이 거의 끝나갈 무렵으로 노르망디 상륙작전 이후에 계속 밀리기 시작한 독일군들은 연일 후퇴를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냥 후퇴를 하는 것은 아닙니다. SS친위대들은 연합군에 대항하라며 독일 주민들에게 같이 싸울 것을 다그칩니다. SS친위대 말에 따르지 않는 주민들은 교수형에 처하는 등 잔혹한 본성을 들어냅니다.
이런 구도는 이미 우리는 너무 많이 봤습니다. 지금의 3,40대 이상 분들은 잘 알고 있는 토요일 마다 했던 국방부 홍보 드라마인 <배달의 기수>에서 보면 국군은 천사고 인민군은 악마로 그려집니다. 그런데 그게 실제일까요? 실제는 인민군 중에서도 착한 사람이 있고 나쁜 사람이 있고 국군 중에서도 착한 군인, 나쁜 군인이 있을 뿐입니다. 선과 악은 무 자르듯 구분 되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무 자르듯 구분 되어지게 하는 것은 어벤저스 같은 아이들이 보기 좋은 영화들이나 선명하게 선과 악을 담지 진짜 삶을 담는다면 선과 악은 딱 구별되지 않습니다.
선과 악은 상대적이고 양가적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배달의 기수의 유아기적인 전쟁 묘사를 영화 퓨리는 하지 않습니다. 영화 퓨리는 독일 SS친위대의 잔혹함을 그리지만 동시에 미군도 크게 보면 크게 다르지 않는 모습을 담습니다.
탱크 퓨리의 전차 부대원들이 한 독일 마을을 소탕하고 그 마을을 접수합니다. 보통, 적군의 마을을 접수하면 우리 생각에는 우리편의 착한 군인은 그 마을 사람에게 평화의 사도가 되어 줄 것 같죠? 아닙니다. 마을을 점령하면 점령군 짓을 합니다. 점령군 짓은 간단합니다. 자신들이 군주가 되어서 마을 사람들을 막 대합니다.
워 대디(브래드 피트 분) 탱크장과 그 부대원들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다만, 워 대디와 신병 노먼 앨리스는 독일 주민을 인간적으로 대하려고 노력은 하지만 다른 대원들은 장난감 취급이나 인간 이하 취급을 합니다. 바이블(샤이아 라보프 분)과 고르도(마이클 페나 분), 쿤 애스(존 번달 분)이 인간에 대한 감수성이 사라졌을까요? 이들은 한 식탁에서 자신들이 경험한 이야기를 해줍니다. 인간으로는 이해할 수도 상상할 수도 없는 참혹스러운 전쟁의 참상을 수없이 보면서 서서히 생명에 대한 감성이 사라집니다. 점점 탱크와 같은 기계가 되어갑니다.
영화 퓨리를 단순한 전차전을 다룬 영화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이 영화 전차전을 다루긴 하지만 주제는 전쟁의 참혹함을 담는 반전영화입니다. 영화 초 중반에 전쟁의 참혹함과 세밀하게 묘사를 합니다. 진흙 길을 가는 탱크 밑에 깔린 시체나 전차 안에서 죽은 동료 시체의 수습하는 모습 등 전쟁이 낭만과 워게임 또는 마초들의 향연장이 아닌 모든 것을 파괴하는 지옥이라고 말해주고 있습니다.
특히 입대한 지 8주 밖에 안된 주인공 신병 노먼 앨리슨(로건 레먼 분)이 죽은 시체에 확인 사살을 하라는 반 인륜적 지시에 따르지 않는 모습에 화가난 워 대디가 총을 주면서 생포한 독일군을 쏘라고 하는 모습은 이 영화가 전쟁을 미화하거나 미군을 찬양할 생각이 없음을 말하고 있습니다.
이런 신병의 이상주의에 아빠 같은 워 대디는 이렇게 말합니다
"이상은 평화롭지만 역사는 폭력적이다"
이런 시선은 참으로 신선했습니다. 전쟁의 참혹함을 그리면서도 동시에 미군도 비인간적인 행동을 한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다만 그 비인간적인 행동은 악의를 가진 것이라기 보다는 전쟁이라는 인간 파괴의 현장에서 살아 남기 위한 적응의 결과물입니다.
소규모 전차전이 좀 아쉽지만 밀도 높은 액션으로 짜릿함을 전해준다
영화 퓨리에서 관객들이 가장 기대하는 것은 드라마가 아닙니다. 보기 드문 육중한 탱크끼리 싸우는 전차전입니다. 그래서 내심 기대를 했습니다. 그러나 이 기대는 한 편으로는 불만스럽고 한편으로는 큰 만족을 줬습니다.
먼저 영화 퓨리에서는 대규모 전차전이 나오지 않습니다. 대규모 전차전이 끝난 후의 모습만 보여줍니다.
전투는 시가전이 1번, 전차전이 1번, 전차 대 보병전이 2번으로 스크린에 나온 전차 대수가 10대를 넘지 못합니다. 티거 탱크는 1대 미군의 셔먼탱크는 5대 정도만 나옵니다. 이렇게 전차가 많이 나오지 않으니 실망스럽습니다.
그러나 벌지 대전투 같은 물량 공세는 없지만 전투 상황을 담은 밀도는 무척 높습니다.
특히 적 전차나 대전차포가 셔먼 탱크를 때리고 포탑이 날아가는 모습이나 전면 철판을 맞고 튕겨 나가는 모습 또는 땅에 맞은 포탄이 공중으로 날아가는 모습은 실제 영상을 보는 듯한 느낌입니다. 또한, 보병과의 협업도 흥미롭습니다.
여기에 발지 대전투에서 보여주지 못한 탱크 안으로 카메라가 들어가서 탱크 안에 있는 5명의 탱크병들이 어떻게 유기적으로 전투를 하는지를 잘 보여줍니다. 백린탄과 철갑탄, 고폭탄으로 교환과 타켓을 지정하는 전차장 워 대디와 포탄수, 조정수, 기관총수의 활약을 아주 잘 보여줍니다. 또한, 티거 탱크 1대와 셔먼탱크 3대의 대결은 실제 전투가 아닐까 할 정도로 아주 잘 그려냅니다. 또한, 시가전도 꽤 흥미롭습니다. 영화 마지막에서는 교차로에서 수백명의 SS친위대와 싸우는 장면은 탱크가 하나의 거대한 성이자 집 같은 느낌이 듭니다. 탱크라는 거대한 움직이는 성과 독일 친위부대의 공성전. 이 공성전 장면도 짜릿합니다.
신병의 눈으로 본 전쟁의 참혹함은 좋으나 후반의 영웅놀이는 큰 단점
영화 퓨리는 노먼이라는 신병의 시선으로 본 전쟁의 참혹함과 그 참혹한 세상에서 아버지 같은 강인함을 가진 워 대디의 거룩함을 담고 있습니다. 워 대디(전쟁 아빠?)는 신병을 아들이라고 부르면서 강인하게 키웁니다. 알량한 자비는 오히려 우리를 죽이게 된다면서 노먼을 강하게 키웁니다. 마치 새끼 독수리를 절벽에서 떨어트리는 모습처럼요
노먼은 이런 아빠 같은 워 대디 밑에서 군인이 되어갑니다.
그러나 팀원 중에 가장 이성적으로 전쟁을 바라봅니다. 그러면서도 전쟁이 다른 팀원들을 인간에 대한 감수성을 앗아간 것도 이해합니다. 그런데 이 영화 후반에 이야기가 좀 튑니다. 감독 데이비드 에이어의 전작인 <사보타지>도 영화가 점점 산으로 가던데 이 영화도 그런 흐름으로 갑니다.
영화 후반에 교차로를 막는 작전을 지시 받은 워 대디는 그 교차로 부근에서 지뢰를 밟고 탱크가 멈춥니다. 탱크를 고치는 중에 저 앞에서 SS친위대 수백 명이 몰려오고 있습니다. 비록 보병이라고 해도 탱크 한 대로 저 많은 독일군을 막기에는 중과부적입니다.
보통, 이런 상황이면 탱크를 버리고 도망을 갑니다. 5명이서 수백 명을 막을 수 없죠. 그런데 워 대디는 단호하게 갈 사람은 가라면서 자신은 여기가 내 집이라면서 혼자 싸우겠다고 합니다.,
이 부분은 좀 납득이 안갑니다. 아무리 애국심이 투철한 사람이라고 해도 이 교차로를 막지 못하면 연합군이 큰 곤란을 당하거나 큰 위험을 빠진다면 이해가 갑니다. 그러나 영화에서는 여길 막을 당위성이 충분하게 그러지고 있지 않습니다. 이 둑이 무너지면 저 밑에 마을 사람들이 다 죽을 수 있다면 살신성인 하는 것은 거룩합니다. 그러나 영화는 이런 내용도 없이 그냥 워 대디 혼자 객기 같이 난 여기를 막겠다고 선언합니다
이런 당위성 없는 애국충전력 100%에 눈쌀이 찌푸려지더군요. 영화 초반에는 잘 나가던 영화의 시선이 후반에 갑자기 배달의 기수로 바뀝니다. 충분히 당위성을 끌어 올린 후 그렸다면 또 달랐을 것입니다. 여길 막지 못하면 우리 아군이 기습을 당해서 다 죽을 수 있어~~ 라는 가벼운 당위도 넣지 않고 그냥 난 막겠다!라고 하니 당혹스럽습니다. 그렇게 영화 후반은 교차로에서 고장난 탱크 안에서 수백명의 독일군과 전투를 합니다.
당위가 떨어지는 전투는 아무리 화려해도 흥미가 떨어집니다. 또한, 어설픈 휴머니티 삽입은 실소가 나옵니다. 영화가 잘 나가다가 셔먼탱크의 무한궤도가 끊어지자 영화도 흥미가 끊어집니다. 여기에 워 대디라는 캐릭터가 부대원 뒤에서는 구토를 할 정도로 전쟁을 무서워하지만 부대원 앞에서는 아버지 같은 모습을 보이는 모습은 좋으나 너무 성인군자 같이 가르치려고만 하는 태도, 마치 득도한 듯한 태도는 비현실적으로 느껴지네요
남자들에겐 흥미로운 밀리터리 물, 그러나 여자 들에게는 글쎄??
대한민국에는 군대 매니아가 참 많습니다. 대부분의 남자들이 군대를 다녀왔기 때문이죠
그래서 이 영화가 얼마나 허술하게 담았는지 똑같이 그렸는지 왈가왈부를 하면서 볼 수 있습니다. 특히 탱크 부대 나온 분들은 꼭 볼만한 아니 알아서들 보실 것입니다.
액션은 그런대로 볼만합니다 그러나 문제는 스토리가 뭘 이야기하려는지 모르겠네요. 초중반에는 반전을 이야기 하는 듯 하다가 후반에 배달의 기수가 됩니다. 좀 더 인간적이고 당위성 높은 스토리가 이어져야 했는데 액션만 있고 스토리는 묵음처리 되어 버립니다. 그냥저냥 볼만한 영화입니다만 추천하기 힘듭니다.
별점 : ★★★
40자 평 : 밀도 높은 소규모 전차전은 흥미로우나 끊어진 무한궤도처럼 뚝뚝 끊어지는 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