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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권력이다

영화 카트. 인간다운 노동자의 삶을 외치는 서글픈 을의 영화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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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카트. 인간다운 노동자의 삶을 외치는 서글픈 을의 영화

썬도그 2014. 10. 29.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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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분히 어떤 영화일지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시큰둥하게 보려고 했습니다.
마트 노동자들이 부당한 정리해고를 당하고 긴 투쟁을 한다는 내용의 영화라는 이야기를 듣고 신파로 흐르겠구나 미리 예상을 하고 덤덤하게 보려고 했습니다. 

그러나 그게 그렇게 되지 않습니다. 그렇게 될 수가 없었습니다. 덤덤하게 건조하게 볼 수가 없었습니다. 왜냐하면 영화가 내가 매일 같이 숨을 쉬는 이 세상을 그대로 담았기 때문입니다. 남의 이야기가 아닌 내 이야기라서 건조하게 볼 수 없었습니다. 


대형 마트의 불법 정리 해고를 정면으로 담은 영화 '카트'

한 대형마트의 이야기입니다. 흔하디 흔한 대형마트죠. 그리고 흔하디 흔한 불법 정리해고를 하루 아침에 당합니다. 
잘 아시겠지만 한국은 노동 유연성(언제든지 쉽게 노동자를 해고 시킬 수 있는)이 좋지 못한 나라라고 IMF가 지적하자 한국은 비정규직을 양산하기 시작합니다.

그렇게 90년대 후반부터 현재까지 한국은 꾸준하게 비정규직을 늘려서 비정규직 노동자가 600만 명이 넘었습니다. 정규직의 50%에 육박하는 수치로 10명의 노동자 중에 3명 이상은 비정규직 노동자라고 할수 있습니다. 영화 '카트'는 이 비정규직 노동자를 넘어 열악한 노동 인권의 문제를 정면으로 다룬 영화입니다. 영화의 소재는 수년 전에 일어난 대형 마트의 불법적인 노동자 해고를 다루고 있습니다. 


영화는 2명의 인물을 전면 배치해서 보여줍니다. 혜미(문정희 분)은 정규직을 근무하다가 결혼 후에 회사에서 부당하게 해고를 당한 후 아이를 키우고 있는 싱글맘입니다. 혜미는 마트의 부당한 처우에 고분고분 따르지 않습니다. 까대기라는 대타 역할을 마트 관리직들이 요청을 해도 어린 아들 때문에 집으로 향합니다. 


반면 선희(염정아 분)는 다릅니다. 마트 관리자가 까대기를 요청하면 무조건 따릅니다. 지난 5년 동안 벌점 하나 없는 
근면성실한 마트 계산원입니다. 남편과 함께 하던 사업이 큰 실패를 한 후 남편은 지방에서 근무를 하고 선희는 마트 계산원으로 근무를 하면서 두 아이를 키웁니다. 

성실한 선희는 곧 정직원에 채용된다는 귓뜸을 듣고 마음이 살짝 달뜹니다. 그런데 갑자기 본사에서 경영상의 이유로 기존의 직접 계약한 비정규직인 마트 계산원과 청소원들을 용역업체의 비정규직으로 돌려버립니다. 둘 다 비정규직이긴 하지만 용역업체로 돌리면 마트는 직접 고용이 아니기 때문에 정리 해고를  좀 더 쉽게 할 수 있고 시끄러운 노사분규에서도 발을 뺄 수 있어서 대부분의 큰 기업들과 학교들이 이 노동 용역업체와 계약을 하고 있습니다. 

몇년 전 홍대 청소원 사태도 그런 이유로 노동자들과 뜻 있는 학생들이 같이 시위를 했습니다. 
이 날벼락 같은 소리에 노동자들은 뭉치기 시작합니다. 여기에 혜미가 앞장서서 나옵니다. 한번 짤려본 경험도 있고 짤리면서 노동법을 잘 알고 있어서  계약을 이행하지 않는 회사의 불법성과 노동자와의 협상은 법에 적시 되어 있다면서 사람들을 모읍니다. 
평생 애만 키워왔던 선희는 주저하지만 선희도 이 노동자들의 시위에 동참을 하게 됩니다.


여기에 또 하나의 인물이 등장합니다.
이 노동자들의 시위는 관리직 대부분은 골치 아파할 뿐 왜 그들이 시위를 하는지 얼마나 고통스러워하는지 이해하려고 하지 않습니다. 반면 동준(김강우 분)는 대리라는 신분임에도 청소원 분들에게 이모 이모 하면서 살갑게 지내는 인간적인 면을 보이고 있습니다. 
난감해 하던 동준은 처음에는 주저하다가 자신도 노동자이고 회사에서 정규직도 연봉제로 돌린다는 말에 이 시위에 합류를 합니다. 


기계의 부속품이 된 듯한 노동자들의 처참한 삶을 그대로 담다

영화 자체는 흔한 노동 파업의 기승전결을 따르고 있습니다. 노동자들이 단결해서 승리를 쟁취한다? 현실이 그런가요? 세상은 영화가 아닙니다. 고도 성장기였던 80년대나 노동자들이 승리할 수 있었지. 요즘은 주도권을 기업이 쥐고 있습니다. 

쉽게 말하면 갑과 을의 시대이고 노동자 그것도 1회용 티슈 같은 비정규직은 노동자 취급도 제대로 받지 못합니다. 
짤리면 갈 곳없는 각박한 세상을 기업들이 아주 잘 알고 있고 이걸 아주 잘 이용합니다. 영화는 우리의 현실을 그대로 담고 있습니다. 따라서 뻔한 내용이지만 그 뻔한 내용이 우리의 일상과 연결이 되니 어느새 눈물이 흐르기 시작했습니다. 

비극적인 현실이 가사가 되고 그 가사에 리듬과 멜로디를 입힌 영화가 '카트'입니다. 
혜미는 같이 파업을 하면서 누구 누구 여사님 대신에 선희를 언니라고 부릅니다. 이 장면은 이 영화에서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여사님 나이도 아닌데 여사님이라는 사무적이고 거리감 있는 호칭 대신에 선희에게 언니라는 호칭을 통해서 노동자 사이에 없던 인간적인 끈끈함을 복원합니다.

힘들고 어렵고 설사 그곳이 지옥이라도 언니 동생할 수 있는 인간적인 회사가 천국아닐까요? 반대로 억만금을 받는 회사라도 사무적이고 기계의 부속품 같은 느낌을 받게 한다면 그 곳이 지옥일 것입니다. 


영화는 마트 계산원과 청소원 사이에 있던 거리감이라는 바리케이트를 부셔버리고 언니 동생으로 뭉칩니다. 
다만, 이 시위를 하는 과정을 너무 낭만적으로 그린 점은 좀 아쉽습니다. 실제로 그렇게 즐겁게 파업을 했다고 해도 노동 현장의 고단함 없이 바로 파업 후 낭만적인 관계 회복으로 넘어가니 몰입도가 좀 떨어집니다. 이 부분은 좀 아쉽기는 합니다만 크게 튀지 않고 억지스러운 장면이 거의 없어서 그런지 자꾸 현실과 오버랩이 되었습니다.

흐르던 눈물은 이 영화가 환기 시켜주는 현실의 각박함 때문이 더 클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면에서 영화 카트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고통을 아주 잘 담고 있습니다. 시위를 하다가 이탈하는 노동자들의 모습이나 모멸찬 표정으로 노동자를 어떻게 요리할 지 아는 자본가의 영민함에는 치가 떨렸습니다. 


영화는 선희의 중학생 아들을 통해서 한국 사회를 근엄하게 꾸짖습니다. 
가난 때문에 너무 이른 나이에 어른이 된 선희의 아들 태영은 가정 형편 때문에 편의점에서 알바를 하는데 이 아들 태영을 통해서 우리 사회의 천민자본주의의 추악함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악마는 우리가 아는 얼굴을 하고 주변에 있다고 하죠. 일상 속에서 만나는 수 많은 악을 영화는 평이하고 건조한 어투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한국 사회를 지배하는 유일한 철학인 '먹고사니즘'. 영화는 이 경제논리가 모든 논리의 우선시 되는 한국의 천박한 사회를 보여줍니다. 



인간 답게 사는 삶을 위해 울부짖는 영화 카트

지난 봄, 대형마트 앞을 지나가는데 대형마트 노동자들이 찬 바닥에 앉아서 시위를 했습니다. 다른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냥 지나치고 있었습니다. 아무 구호도 외치지 않고 대자보를 들고 서 있는 모습에 유심히 읽어 봤습니다.  10년을 일해도 월급이 100만원이라는 소리가 적혀 있더군요. 박봉인 것은 알았지만 실제로 들으니 한 숨이 나옵니다.

대형마트에서 일하는 분들의 시급은 무도 5,500원 정도로 최저임금인 5,210원 보다 살짝 높습니다. 여기에 0.5시간이라는 꼼수를 써서 7.5시간이라는 근무제를 실시합니다. 8시간 이상 고용하면 휴게시간도 줘야 하고 휴가도 줘야 하기 때문에 꼼수를 쓰죠. 현실이라는 비극을 환기 시켜주는 역할을 이 영화는 아주 잘 합니다.  


그리고 세상은 비극 위에 쓰여진 희극이라고 말하는 듯 영화 전체가 슬픔이 가득 베어나옵니다. 문제는 이 영화는 영화로 끝이 나지만 우리의 삶은 상영시간이 정해져 있지 않는 긴 다큐멘터리이기 때문에 이 슬픔은 영화가 끝이 나고도 계속 흐릅니다. 

두 아이를 키우던 그냥 평범한 아줌마였던 선희는 세상에 외칩니다. "우리 이야기를 좀 들어주세요"
아줌마를 투사로 만드는 세상. 그리고 이 천민자본주의로 수 많은 인간을 감정 없는 기계로 만드는 이 추악한 세상을 영화 카트는 그대로 담고 있습니다. 영화적인 완성도나 시나리오나 구성력은 높다고 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이 영화가 담는 주제나 소재는 그 미흡한 부분을 덮고도 남습니다. 여기에 염정아와 문정희라는 두 배우의 뛰어난 감성 연기가 빛을 발합니다. 특히 염정아의 연기는 많은 눈물 샘을 자극하네요. 

여기에 중학생 태영역을 한 디오와 요즘 뜨고 있는 천우희, 여중생 수경을 연기한 지우, 그리고 특별출연이라고 하기엔  그 비중이 너무 커서 좋았던 김강우도 눈에 밟힙니다. 

마트 노동자의 시위에 대한 일반인들의 시선이나 언론의 시선 그리고 사회의 시선까지 담으면 더 크게 담론화 할 수 있지 않았을까하는 조금은 아쉬운 부분이 있지만 대신 평범한 주부가 투사가 되는 과정, 억울함을 풀기 위해서 노력하는 그 모습을 집중적으로 볼 수 있어서 좋았던 영화입니다. 그래서 한 번 흐르던 눈물은 영화 내내 흐르게 되네요. 

사람에 대한 감수성이 없는, 세상이 천국 같은 갑에게는 비추천, 오늘도 매일 같이 내일을 걱정하면서 긴 한숨 같은 하루 하루를 보내는 을에게는 추천하는 영화입니다. 왜 영화가 마트가 아닌 카트냐고요? 영화 마지막 장면에 그 이유를 보여줍니다. 

이 영화와 함께 마트 노동자의 현실 아니 우리의 노동 현실을 송곳같이 날카롭게 담은 최규석 웹툰 송곳도 추천드립니다. 



카트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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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9
감독
부지영
출연
염정아, 문정희, 김영애, 김강우, 황정민
정보
드라마 | 한국 | 104 분 | 2014-11-13
글쓴이 평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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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Com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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