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영화리뷰/영화창고

황금시대. 탕웨이에 대한 호감과 샤오홍에 대한 반감이 공존하는 영화

by 썬도그 2014. 10. 17.
반응형

대륙의 여신이라고 불리는 '탕웨이'가 분당댁이 된 후 급격한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얼마 있으면 제주도댁이 된다고 하는 탕웨이가 김태용 감독과 결혼을 하면서 탕웨이가 출연한 영화를 찾아보고 있습니다. 가장 먼저 보게 된 영화는 '만추'입니다. 영화 만추는 김태용 감독과 탕웨이를 연결해준 영화이죠.

이 만추에서 탕웨이는 늦가을의 쓸쓸한 풍경을 얼굴에 그대로 드러내고 있었습니다. 참 매력적인 마스크를 가진 배우 탕웨이. 눈이 선해서 뭘해도 용서가 될 것 같은 배우입니다. 

탕웨이의 최신작인 황금시대의 개봉을 기대 안 할 수가 없습니다. 
그러나 걱정도 있었죠. 이 탕웨이가 연기한 중국 천재 여류작가 샤오홍를 처음 들어 봤습니다. 보통 실존한 인물을 영화화 하면 그 실존인물에 대한 어느 정도의 정보를 가지고 봐야 하지만 이게 없습니다. 특히 문인 같은 경우는 그가 쓴 작품 1편 정도는 읽어봐야 더 감흥이 클 것입니다. 그런데 중국에서는 대단한 소설가이지만 중국 작가 중에 아는 작가라곤 아큐정전의 루신 밖에 없습니다. 이 여류작가를 제대로 알지 못하고 보니 약간 걱정이 들긴 하더군요. 그럼에도 이 여류작가의 파란만장한 짧은 삶을 드라마틱하게 그려낸다면 걱정은 기우가 될 것이라고 생각하고 영화관 문을 열었습니다. 


31세의 젊은 나이에 죽은 중국 여류작가 샤오홍을 세미 다큐 형식으로 담은 '황금시대'

이 황금시대라는 영화는 독특한 형식을 가지고 있습니다. 뭐 가끔 영화에서 쓰는 기법인 세미 다큐 기법을 적극 활용합니다. 영화는 시작하자마자 마치 자서전을 펼치듯 샤오홍(탕웨이 분)이 자신이 태어난 곳과 날짜 그리고 몇살에 죽었는지를 상복 같은 검은 옷을 입고 말합니다. 마치 영정사진이 말하는 듯한 모습이 지나고 샤오홍과 친했던 문인들과 동생의 증언이 나옵니다. 

영화는 이런 식으로 샤오홍이라는 여류작가가 쓴 단편 또는 장편 소설의 일부를 차용하고 생존해 있는 샤오홍의 연인과 또는 가족과 주변 문인과 출판 관계자들이 수시로 인터뷰를 통해 샤오홍의 삶을 조명하는 형식을 띄고 있습니다. 때문에 영화 중간에 샤오홍이 홍콩에서 죽는다는 것이 먼저 소개 된 후에도 또 다시 샤오홍의 삶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비선형적인 형식으로 보여줍니다. 

영화는 샤오홍의 어린시절부터 보여주지만 영화는 샤오홍이 가부장적이고 고압적인 가정을 떠나서 20살이 되어 홀로서기하는 부분부터 자세히 보여줍니다. 그렇게 샤오홍이 20살에서 31살 죽기까지를 아주 꼼꼼하게 보여줍니다. 얼마나 꼼꼼하게 보여주는지 이 영화 무려 3시간짜리 영화입니다.  황금시대는 샤오홍의 삶을  증언 형식의 시간순으로 보여주는 듯 하다가 시간 순서를 헝크러트리기도 합니다. 이런 형식은 아주 신선하고 마치 한 편의 샤오홍의 평전을 읽는 듯한 느낌 또는 샤오홍의 단편소설을 엮은 장편소설의 느낌이 듭니다.

영화 전체가 하나의 소설 같다는 느낌이 많이 드는데 이는 중간중간 샤오홍이 쓴 단편소설의 일부를 인용하면서 샤오홍의 삶을 소설과 주변인들의 증언으로 역으로 구성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이런 연출력은 거장의 세련된 솜씨가 있기에 가능한 것이겠죠. 


너무나도 가난했던 샤오홍, 샤오쥔이라는 운명을 만나다

샤오홍은 어머니를 어렸을 때 떠나 보내고 아버지의 고압적이고 가부장적인 굴레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집을 뛰쳐나옵니다. 사랑하지도 않는 약혼자와 결혼하는 것도 싫었고 그렇게 무작정 집을 나왔지만 의식주를 해결하지 못해 힘들어 할 때 전 약혼자가 샤오홍을 찾아옵니다. 그렇게 둘은 여관에서 동거를 합니다. 그런데 이 전 약혼자 샤오홍을 구하러 온 왕자가 아닌 샤오홍에 대한 복수를 하는 건지 샤오홍에게 아기를 임신 시키고 도망갑니다. 

밀린 여관비를 내지 못하고 아기까지 임신한 샤오홍은 여관에서 여관비를 안 내면 사창가에 팔아버린다는 서슬퍼런 말에 안절부절합니다. 샤오홍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자신의 사정을 적은 편지를 신문사에게 보냅니다. 그렇게 신문사 편집장인 샤오쥔은 샤오홍이 묵고 있는 여관을 찾아옵니다. 

그곳에서 샤오쥔은 샤오홍의 뛰어난 문장력을 발견하고 샤오홍을 문학계로 인도합니다.
이 둘의 사랑은 아름답습니다. 가난하지만 콩 한 조각도 나눠먹는 가난한 두 문인의 사랑은 애절함과 함께 절박함과 함께 강력한 사랑의 에너지가 가득합니다.  특히 식당에서 음식을 먹는 장면은 슬프면서도 아름답습니다. 구두끈이 끊어졌다고 말하자 샤오쥔은 자신의 구두끈을 잘라서 끊어진 샤오홍의 구두끈을 이어줍니다.

영화는 중간까지 이 가난한 문인의 사랑과 두 사람의 문단에서의 인정 받고 성공해 가는 과정을 보여줍니다. 

루쉰 말고 아는 문인이 없는 것이 참 지루하고 고루한 초중반부 

두 가난한 문인은 1930년대 당시 가장 유명하고 중국 문단계를 이끌고 있는 루쉰에게 편지를 보냅니다. 그런데 예상치 않게 답장이 옵니다. 그렇게 두 문인은 루쉰과 연결이 되고 루쉰은 샤오홍의 뛰어난 능력을 알아보고 문단에 소개를 합니다. 

보통 이런 영화들은 한 여류 소설가가 성공하는 과정을 꼼꼼하게 보여주지만 이 영화는 그런 것에 관심이 없는지 아니면 당시에는 큰 성공을 하지 못하고 고흐처럼 죽은 후에 국민 소설가가 된 것인지 성공하고 인정 받는 과정을 자세히 그리지는 않습니다.  두 가난한 문학 연인의 이야기는 흥미롭지만 솔직히 루쉰 말고 아는 소설가와 문인들이 아니라서 지루한 부분이 꽤 많습니다. 그렇다고 격동의 중국 근대를 정면으로 다루는 것도 아닙니다. 

영화는 태평양전쟁이나 일본군의 침공을 보여주지만 그걸 소리로만 보여줄 뿐 거대한 액션으로 담지는 않습니다. 그나마도 영화 중 후반에 조금 보여주지 초중반까지는 그런 다이나믹함이 없습니다. 그냥 잔잔한 수필 또는 짧은 단편 소설을 읽는 느낌입니다. 


큰 갈등 없이 진행되던 영화는 두 연인사이에 갈등이 생깁니다. 샤오홍을 소설가로 만들어주고 이끌어준 연인인 샤오쥔보다 샤오홍의 소설이 문단에서 더 평가를 받자 샤오쥔은 질투심을 느끼게 됩니다. 이에 샤오홍은 큰 혼란을 느끼게 되죠. 그렇게 샤오홍은 일본으로 도피하듯 떠나고 잠자리 걱정, 먹거리 걱정 없이 글만 쓸 수 있는 일본 생활을 자신의 황금시대가 아닐까 낮게 읇조립니다. 그러나 그 삶은 새장 안에서의 삶과 같았습니다. 편안하지만 지루하고 활력 없는 삶말이죠

루쉰이 죽자 다시 샤오홍은 중국으로 돌아갑니다.


샤오홍이라는 인물 자체가 큰 매력이 있지 않은 것이 가장 큰 흠인 황금시대

영화는 지루한 초중반부를 넘어서 후반이 되자 다이나믹해집니다. 그 다이나믹함은 평생 반려자이자 서로에게 뮤즈였던 연인사이였던 샤오쥔과 샤오홍이 헤어집니다. 일본군에 맞서서 싸워야 한다면서 최전방에 남은 샤오쥔과 전쟁에 참여할 수 없다는 샤오홍과 다른 문인들의 갈등이 일어나고 그렇게 둘은 몸이 떨어집니다.

그 몸이 떨어진 사이에 샤오홍은 다른 문인과 연인이 됩니다.  샤오홍의 삶 자체는 참 복잡하고 힘든 여정이었습니다. 먼저 아버지로부터 버림 받고 사창가에 팔려갈 뻔한 20대 초반, 약혼남에게 버림 받고 약혼남의 아이를 병원에서 버려야 했던 과거, 샤오쥔이라는 구세주를 만났지만 샤오쥔의 아기를 임신한 상태에서 이별을 한 모습. 제대로 행복함을 느껴 본적이 없는 여자입니다.

이 기구한 운명이라면 운명이 후반에 펼쳐지는데 그 운명의 굴레를 보면서 마음이 서서히 녹기 시작합니다. 이 황금시대는 장편 소설처럼 초반의 지루함을 견뎌내야 후반의 달콤함이 찾아옵니다. 하지만 이 샤오홍이라는 소설가의 삶에 대한 태도나 행동은 크게 끌리지는 않습니다. 예술하는 사람들이 뭉쳐있고 자유연애를 많이 한다고 하지만 남성편력이 심한 것은 아니지만 샤오홍에 대한 시선이 좋을 리가 없습니다. 물론 그건 샤오홍이 어떻게 할 수 없는 것이고 샤오홍이 이성보다는 감정이 앞서는 인물이라는 것은 알겠지만  자신이 그렇게 된 운명을 충분히 바꿀 수 있음에도 너무 감정에 치우쳐서 행동한 모습 등 샤오홍이라는 문인 자체에 대한 매력은 크지 않습니다. 

특히, 정치를 외면하고 주변을 외면하고 일상에 천착한 모습은 현실 도피주의자 같은 느낌입니다. 재미있게도 그 험난한 정치 과잉 시대인 30년대에 일상에서 보석을 캐내는 소설을 쓴 샤오홍이 전쟁이 끝난 후 황폐해진 중국인들의 마음을 다독여 주어서 국민 소설가가 되었다는 것이 아이러니 하지만 그 당시의 샤오홍의 행동은 비겁한 행동이자 이기적인 행동이었습니다. 그래서 샤오쥔이 전쟁터에 남겠다고 할 때 도망치는 듯한 문인들과 샤오홍의 행동을 보면서 이 주인공에 대한 정이 많이 떨어져 나갑니다.


배우들의 연기는 좋으나 스케일은 크지 않았던 황금시대


샤오홍은 31살의 젊은 나이에 1942년 병으로 생을 마감합니다. 
어떻게 보면 샤오홍을 죽인 것은 병이 아닌 샤오홍의 뛰어난 재능이었을 것입니다. 샤오쥔의 질투심을 일으킨 그 빼어난 재능이 없었다면 평생 샤오쥔과 살았을 것입니다. 영화 황금시대는 샤오홍의 10년을 다큐 형식으로 발굴해내는 영화입니다. 그 과정이 지루하다면 참 많이 지루합니다. 이는 우리가 샤오홍을 모르기 때문도 있지만 영화 자체가 샤오홍을 설명하기 보다는 샤오홍의 소설을 1편 이상 읽은 중국인들을 염두해두고 만든 영화같았습니다. 

관객들은 샤오홍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샤오홍이 어떤 작가이고 어떤 인정을 받았는지에 대한 자세한 설명보다는 이 위대한 작가가 소설을 쓰기 시작하고 죽기까지의 여정을 꼼꼼하게 묘사하고 있습니다. 마치 샤오홍에 대한 헌정시 같다고 할까요? 
여성감독 허안화는 1970년대에 이 샤오홍을 영화로 소개하고 싶었다고 하는데 너무 어깨에 힘이 많이 들어간 듯 합니다. 
그래서 저 같은 한국관객들에게는 지루할 수 있습니다. 

다만, 이 샤오홍이라는 여성의 삶을 지켜보는 흥미는 있습니다. 그리고 이 지루함을 달래는 것은 전적으로 탕웨이입니다. 
탕웨이의 연기와 배우들의 연기는 아주 좋았습니다. 탕웨이가 아니였다면 3시간을 견디기 힘들었을 것입니다. 영화 전체를 다 보고 난 후는 그렇게 나쁘지는 않았습니다. 명작 소설을 한 권 읽은 느낌이라고 할까요? 그러나 번역이 안 된 중국 원어로 된 소설을 읽은 느낌입니다.  

중국 현대사도 잘 모르고 샤오홍도 잘 모르는 상태에서 크게 다이나믹한 이야기도 진행 되지 않고 역사의 소용돌이에서 파괴되고 그 파열음 속에서 피어나는 빛나는 소설이 아닌 역사의 소용돌이를 피하고 외면하고 도망치는 여성 작가의 행동이 썩 좋게 보이지는 않네요. 그런 반감과 탕웨이에 대한 호감이 공존하는 영화입니다. 

별점 :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