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탕웨이와 김태용 감독이 결혼 한다는 소식에 깜짝 놀랐습니다. 어떻게 만났을까?는 궁금하지 않았습니다. 두 사람은 같은 영화에서 감독과 배우로 만났으니까요. 2011년 개봉한 영화 '만추'에서 두 사람은 만났을 것입니다.

그래서 이 가을 '만추'라는 영화를 다운 받아서 봤습니다. 오래된 영화라서 가격도 싸네요. 당시에는 평이 아주 좋지도 나쁘지도 않아서 그냥 스킵했습니다. 그런데 이 영화 꽤 좋은 영화네요. 아래 내용은 영화 전체를 다루기 때문에 스포가 있으니 보실 분은 여기서 멈추시길 권합니다. 


세상과 등을 진 상처 많은 여자 애나

영화가 시작되면 한 여자가 넋이 나간 표정으로 주택가에서 뛰쳐나옵니다. 그러다 다시 정신을 차리고 집안으로 들어갑니다. 집에는 남편인 듯한 남자가 쓰러져 있습니다. 그렇게 애나(탕웨이 분)는 살인죄로 긴 복역을 합니다. 감옥에서 하루 하루 의미없는 날들을 채워가는 애나에게 한 통의 전화가 옵니다. 

어머니가 돌아가셨다면서 시애틀로 와서 장례식도 치루고 재산분활 문제도 상의하자는 내용입니다.
그렇게 애나는 시애틀로 향합니다.


단 3일 만 주어진 6년 만의 애니의 외출에는 한 남자가 동행합니다. 훈(현빈 분)이라는 이 남자는 떠나는 고속버스를 세우고 처음보는 애나에게 30달러를 빌려서 고속버스 티켓 비용을 치룹니다. 그렇게 둘은 어색한 동행을 합니다. 애나는 세상과 등을 진 여자입니다. 자신에 대한 외부의 관심을 애써 다 물리칩니다. 마음의 문을 닫고 사는 이유는 자신의 그런 큰 일을 당했음에도 가족들은 단 한번도 면회를 오지 않습니다. 

특히, 남편을 죽게 한 과정에서 애나가 한 때 사랑 했던 친오빠의 친구라는 사람이 있었음에도 사과한번 면회 한 번 오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가족으로부터 버림 받고 남편과의 불화에 큰 역할을 한 한 때 사랑했던 오빠 친구로부터의 큰 상처를 받고 세상에 스며들려고 하지 않습니다. 


이런 애나에게 훈은 다가서려고 하지만 애나는 결코 마음의 문을 열어주지 않습니다. 훈은 사모님을 애인으로 두면서 사는 하루살이 같은 삶은 사는 남자입니다. 돈 많은 사모님의 애인이 되어서 몸으로 돈을 버는 남자입니다. 이런 훈의 존재를 알게 되자 애나는 더 훈을 밀쳐냅니다. 훈이 돈을 갚겠다면서 준 연락처도 쓰레기통에 버려버립니다.



애나는 형식적으로 반겨주는 가족과 잠시 있어보지만 이물감이 드는 장례식장을 빠져나와서 거리를 걷습니다. 이때 우연히 또다시 훈을 만나게 됩니다. 훈은 애나에게 시애틀을 여행하자면서 제안을 하고 놀이동산을 다니면서 애나의 마음을 풀어주려고 합니다. 그러나 애나는 좀처럼 자신의 이야기를 하지도 웃지도 않습니다. 

마치 시애틀의 짙은 안개처럼 현재도 미래도 뿌연 모습을 지닌채 훈과 함께 시애틀을 걷습니다. 


단막극 같은 세상 풍경을 보며 마음을 여는 애나

그렇게 둘은 범퍼카를 타다가 범퍼카 앞에 펼쳐진 거리 풍경을 봅니다. 여기서 아주 놀라운 장면이 나옵니다. 거리의 풍경이 마치 영화관의 스크린이 되고 두 남녀가 대화를 합니다. 물론, 그 대화는 애나와 훈에게 들리지 않습니다. 그 모습을 보던 훈은 무성영화의 변사처럼 자기가 지어낸 대사를 합니다. 

이를 물끄러미 보던 애나. 훈의 이 장난끼어린 모습을 보다가 애나도 대사를 칩니다. 애나가 끼어든 이유는 자신의 사랑 때문입니다. 자신의 사랑이 떠오르자 지난 사랑에 대한 하소연을 훈의 대사에 이어서 자신의 속내를 살짝 드러냅니다. 이 장면은 이 영화의 가장 명장면입니다. 김태용 감독의 재기어린 모습이라고 할까요? 저는 가끔 버스를 타고 창가에 앉아서 세상풍경을 봅니다. 그 모습이 하나의 로드 무비 같다는 느낌이 듭니다. 버스가 멈추면 롱테이크, 달리면 컷컷컷으로 편집된 영상들. 거리의 사람들은 주연 또는 조연 또는 엑스트라가 됩니다. 내 머리 속 상념은 하나의 시나리오가 되어서 한 편의 영화로 만들어줍니다. 

김태용 감독도 비슷한 생각을 했나 봅니다. 거리의 풍경을 하나의 단막극으로 만드네요. 이 모습으로 애나는 훈에게 마음을 조금엽니다. 


애나는 감옥에 있다가 나온 여자라면서 자신의 이야기를 합니다. 훈은 이 애나의 이야기를 가벼우면서도 진지하게 들어줍니다. 그렇게 둘은 또 헤어집니다. 장례식 마지막 날 훈은 다시 애나를 찾아옵니다. 

애나는 당황한 나머지 식구들에게 훈을 친구라고 소개합니다. 


훈은 애나의 친오빠 친구를 잘 알고 있습니다. 애나가 감옥에 가게 된 사건의 큰 책임을 져야 할 사람이 바로 애나 오빠의 친구이자 애나의 옛사랑과 단 둘이 있게 되자 둘은 티격태격 싸우게 됩니다. 

그러다 몸 싸움이 되고 놀래서 달려 나온 애나에게 훈은 말합니다. "저 사람이 내 포크를 썼어"
이에 애나는 옛사랑이자 자신이 감옥에 간 원인이 된  오빠 친구에게 큰 소리를 칩니다. 왜 남의 포크를 썼냐고 소리를 칩니다.
그리고 울기 시작합니다. 

훈은 애나의 메신저였습니다. 자신의 원망을 전해줄 메신저였죠. 정작 오빠 친구 앞에서는 한 마디도 못했지만 속으로는 많이 밉고 원망스러웠습니다. 그러나 단 한 마디의 사과도 하지 않는 오빠 친구, 그러다 폭발을 합니다. 왜 남의 포크를 썼냐면서 과도한 화를 내고 울먹입니다. 애나는 그럴 수 밖에 없습니다. 그 이야기를 사람들 앞에서 꺼낼 수도 대 놓고 원망할 수도 없습니다. 그 모습을 잘 아는 오빠 친구는 그런 애나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합니다. 


가을을 닮은 영화 만추

꽤 좋은 영화입니다. 꽤 잘 만든 영화입니다. 다만, 큰 사건 사고가 많지 않아서 약간 지루할 수도 있습니다. 주인공의 감정변화가 거의 없는 영화이다보니 격정적이지 않아서 지루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시애틀의 안개 같이 답답하면서도 긴 여운을 주는 영화입니다. 

시애틀은 안개가 많은 도시입니다. 그 도시를 보고 이 영화를 만들었다는 생각이 들정도로 도시의 분위기와 탕웨이의 우수 어린 표정이 마치 한 몸 같습니다. 이 영화는 1966년 이만희 감독이 만든 영화 '만추'를 리메이크 했습니다. 원작 영화는 서울이 배경이었지만 리메이크작은 시애틀을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시애틀이라는 도시의 이미지와 탕웨이의 이미지가 영화 전체의 분위기를 이끕니다. 만추라고 해서 낙엽 하나 나오지 않지만 늦가을의 쓸쓸한 풍경을 안개와 탕웨이의 얼굴이 깊은 가을색을 담습니다. 이런 미려한 미쟝센은 김태용 감독의 수려한 연출력에서 나온 것이겠죠. 안개가 가뜩 낀 삶을 사는 애나, 애나는 다시 교도소로 향합니다. 그 길에는 훈이라는 여행자가 함께 합니다. 

영화 마지막에는 복역을 마치고 나온 애나가 훈과 약속한 카페에서 희미하게 웃는 장면이 나옵니다. 그 미소의 의미는 뭘까요? 늦가을이 지나면 겨울이 오겠지만 다시 봄이 올 것이라는 희망일까요? 두 사람의 사랑이야기라고 느껴지지는 않습니다. 전 훈이 연인이기 보다는 애나라는 얼음을 녹이는 온기였다고 생각됩니다. 그리고 이 영화 만추는 애나라는 여자의 이야기입니다. 

그러나 전 가을의 쓸쓸함을 닮은 여자에게 봄을 선물한 한 남자의 이야기로도 느껴지네요. 거지꼴을 해도 빛나는 탕웨이와 안개 가득한 시애틀이 계속 눈에 아른거리는 영화 만추였습니다. 



만추 (2011)

Late Autumn 
6.8
감독
김태용
출연
탕웨이, 현빈, 김준성, 김서라, 박미현
정보
로맨스/멜로 | 한국, 미국, 홍콩 | 113 분 | 2011-02-17
글쓴이 평점  



<이글은 엔탈이 제공한 포인트로 영화를 감상한 후 쓴 리뷰임을 밝힙니다>


썬도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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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가을 2014.10.19 00:0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 영화를 아내와 봤습니다. 말씀처럼 스토리가 좀 지루한 느낌이 들어서인지 숨겨진 감정을 제대로 알아내지 못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이 영화는 아마도 제대로 이해하려면 제가 세 번은 봐야 하는 영화일 거 같습니다^^ 근데 이걸 보고선 탕웨이가 매우 연기를 잘하는 배우라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지금은 팬이 되었거든요. 글을 쭉 읽게 되니 그 당시의 스토리가 정말 그림처럼 떠오르거든요. 되살려 주셔서 감사하고요~ 다시 찾아서 보고 싶은 영화인거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 Favicon of https://photohistory.tistory.com BlogIcon 썬도그 2014.10.19 00:1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3번이라. 그러고보니 또 보고 싶네요. 스토리보다는 그 안개 자욱한 일교차 큰 가을의 느낌을 참 잘 담았습니다. 안개낀 시애틀 그 자체를 박제해서 담은 영화 같아요. 동양화 같다고 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