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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사진/사진에관한글

개기월식 촬영 도전기. 생각보다 천체 사진 찍는 재미가 솔솔

by 썬도그 2014. 10.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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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름 사진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하는 블로그이지만 대부분 제가 촬영한 사진 보다는 남이 촬영한 사진을 소개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초기 특히 DSLR을 처음 샀던 2007년에는 여행을 가거나 DSLR로 시도한 다양한 사진 촬영 술을 바로 바로 소개를 했던 기억이 나네요. 그러나 이제는 그런 열정도 사그라들고 사진 실력도 크게 늘지 않아서인지 촬영 기회가 있어도 

"찍어봐야 뭐하나? 그게 그거지"라는 생각부터 하게 됩니다. 
사진에 대한 책은 꾸준하고 읽고 사진 작가에 대한 이야기는 꾸준히 탐닉하지만 카메라 기술서적은 등한시 한 것도 있습니다. 이러다보니 하드웨어에 대한 지식과 사진이라는 인문학 지식이 균형이 맞아야 하는데 한쪽인 사진 문화만 비대해진 느낌입니다. 

카메라도 많이 알고 사진 문화도 많이 알아야 균형이 맞고 좋은 글도 나오고 좋은 생각도 나오는데 너무 한쪽에만 치우쳐서 살았던 것 같습니다. 거창한 이야기입니다. 그러나 이게 제가 가지고 있는 현재의 고민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3년 만에 온 개기월식 사진을 촬영 해 봤습니다. 

뭐! 달 사진을 몇 번 찍어봐서 달이라는 피사체를 찍는 요령이나 흥미는 이미 좀 알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월식이라는 천체 현상을 찍어 보면서 카메라에 대한 테스트 및 월식에 대한 지식을 쌓기 위해 도전해 봤습니다.

니콘 D5200과 70~ 300mm까지 되는 탐론 줌 렌즈를 착용하고 도전해 봤습니다


달과 태양이라는 천제 사진을 찍으려면 언제 어디서 뜨는지 미리 알면 좋습니다. 몰라도 크게 상관은 없지만 미리 알면 대충 대비를 할 수 있고 그림을 그릴 수 있습니다.

http://app.photoephemeris.com/?ll=16.768800,-3.007300&center=16.7688,-3.0073&z=13&spn=0.07,0.14&dt=20141008081000%2B0000

에 가면 달과 태양이 언제 어디서 뜨고 어디로 지는지 시간과 방위를 미리 알아볼 수 있습니다. 

태양이 지고 6시 14분부터 달의 월식이 시작 되었습니다. 월식은 지구 그림자가 달을 가리는 천체 현상이죠. 
이번 월식은 달이 뜨자마자 월식이 시작 되었는데 산이 많은 한국에서는 산을 넘어야 하기 때문에 뜨자마자 월식이 시작 되었습니다. 지구의 그림자가 한입 먹은 듯한 달이 동쪽 하늘에 두둥실 떠올랐습니다. 

달이라는 피사체를 찍으려면 노출 모드를 스팟측광 모드로 해야 달의 얼룩덜룩한 표면의 모습이 담김니다. 그래서 스팟 측광으로 해 놓고 찍어 봤지만 그럼에도 생각보다 밝은 달이라는 피사체이기 때문에 노출을 -2.0까지 내렸습니다. 이는 달 사진을 찍어 보면서 느낀 노하우입니다. 

달은 태양보다는 못하지만 꽤 밝은 피사체입니다. 따라서 달과 도심의 건물 사진을 모두 같은 노출로 담으면 달이 하얗게 날아가거나 아니면 달은 잘 담기는데 도심의 고층 빌딩은 어둡게 나옵니다. 노출이 꽤 까다로운 피사체죠. 노출이야 노출을 조정하면서 맞출 수 있습니다. 다행히도 달은 아주 느리게 움직이는 피사체이기에 노출은 찍어보면서 수정을 하면 됩니다. 



그런데 기상청의 예상과 달리 구름이 달을 가리고 있습니다. 구름이 많은 것은 아닌데 지나가는 얇은 구름이 수시로 가립니다. 
구름에 달 가듯이 아니라 구름이 달을 가리듯이네요. 그런데 이런 구름이 가린 달 사진도 운치가 있네요





점점 지구 그림자가 달을 잡수고 있습니다. 아삭 아삭 잘 베어물고 있네요. 300mm 망원 렌즈를 최대한 땡겨서 촬영 했지만 선명한 모습은 안답기네요. 위 사진들은 대부분 300mm로 당기고 크롭한 사진입니다. 



이게 육안으로 본 화각입니다. 이런 풍경을 오늘 저녁에 많이들 보셨을 것입니다. 안양천 변에서 찍는데 지나가던 사람들이 스마트폰으로 촬영을 많이 하네요. 다들 오늘 개기월식이 있다는 것을 아시는 듯 합니다

그러나 스마트폰으로 달 사진 찍으면 그게 별인지 달인지 구분을 못합니다. 스마트폰 카메라는 기본적으로 광각 렌즈이기 때문이죠. 


그마나 300mm 망원 렌즈니까 이 정도 크기, 그것도 크롭에서 이렇게 크게 보입니다. 천체 사진은 장비가 중요합니다. 
구름은 계속 몰려오고 몰려갑니다. 




달이 거의 사라졌을 때 우연찮게 이 달의 고도로 지나가는 것이 있었습니다



관악산의 테칸이라는 쉽게 말하면 바다의 등대 같은 곳을 지나서 김포공항으로 향하는 여객기들이 이 달 고도로 지나갑니다. 그래서 지나가는 여객기와 달을 함께 담았습니다. 

원더!!!! 아주 정확하게 달 앞을 지나가는 여객기의 행적을 담았습니다. 찍을 당시에는 대박을 외쳤지만 집에서 보니 그냥 좀 그렇네요. 그래도 우연의 일치라서 오늘 가장 인상 깊었던 사진 중 하나입니다. 여객기의 후미 등과 날개 등의 괘적이 달에 걸렸네요



그렇게 촬영을 계속 하고 있는데 달이 사라지지 않습니다. 응? 달이 왜 안 사라지지 급하게 검색을 해보니 7시 24분부터 1시간 동안 개기 월식이라고 하네요. 이 사지을 찍었던 시간이 7시 40분. 개기월식이 지난 시간입니다.

그럼 저게 개기월식????  고백하자면 개기월식 본 적이 없습니다. 개기월식하면 달이 완전히 사라지는 줄 알았습니다.
그래서 페이스북에 긴급 요청을 하니 빛의 굴절 때문에 달이 사라지지 않고 희미하고 붉게 빛난다고 합니다. 생각해보니 빛이라는 놈이 직선으로 지나가는 것 같지만 투수의 커브처럼 휘어지기도 합니다. 이는 천체의 중력의 영향이 있기도 하죠. 그래서 블랙홀이라는 중력 괴물을 빛도 다 삼켜 버립니다. 

또한 빛은 산란도 합니다. 빛이 미립자에 닿아서 여러 방향으로 흩어지기도 합니다. 직선광이자 확산광입니다. 물론 제대로 된 지식은 아니고 어렴풋이 배운 기억이 떠오르네요. 아무튼 완벽하게 지구 그림자가 달을 가렸지만 빛이 휘거나 산란하면서 달이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붉은 달 상태로 1시간을 지켜 봤습니다. 이 달을 어떻게 찍을까 고민을 했죠. ISO100에 놓고 찍으니 셔터스피드를 한 8초이상 놓고 찍어 봤습니다. 그러나 3만원 짜리 조악한 삼각대는 약간의 흔들림도 다 담아 버리네요. 한 수십 장 찍었는데 사진들이 약간씩 흔들렸습니다. 

이는 싸구려 삼각대의 한계임을 알고 황망해 했습니다. 그럼 셔터스피드를 줄이면 조금이라도 덜 흔들린 사진을 찍을 수 있겠다 싶었고 최신 DSLR이나 미러리스는 ISO 1600에서 3200까지는 노이즈 발생이 적다는 것을 알기에 ISO를 조절해서 셔터스피드를 줄여 봤습니다. ISO 800에서 400정도는 ISO100과 비슷한 노이즈 발생을 보여준다는 것을 읽었던 기억으로 ISO 400~ 800사이를 왔다 갔다 하면서 릴리즈로 촬영을 했습니다. 

M모드에 놓고 F8~11 사이에 놓고(F11이상 넘어가면 회절 현상이 일어나서 권하지 않습니다) 릴리즈로 셔터 속도를 2초에서 4초 사이를 왔다갔다 하면서 촬영 해 봤습니다. 


ISO를 올리니 확실히 이전보다 쨍한 사진이 담기네요. 배경도 검은 색이 아닌 푸른 색으로 담깁니다. 







이렇게 그 개기월식 1시간 동안 셔터스피드를 조절하면서 틈틈히 찍었습니다. 


지나가는 여객기 빛의 궤적을 함께 담아보기도 했고요



일부러 흔든 것은 아니고 릴리즈 대신에 급한 김에 셔터를 손으로 눌러서 생긴 흔들림도 담아 봤습니다. 의도 하지 않았지만 느낌은 좋네요. 사진이라는 것이 운칠기삼의 매체이기도 하죠



1시간이 지난 8시 20분 경부터 붉은 달은 사라지고 서서히 지구 그림지가 9시에서 11시 방향부터 벗어나기 시작했습니다.
그나저나 뉴스에서 왜 붉은 달을 볼 수 있는가? 궁금했는데 개기월식이라는 1시간 내내 붉은 단풍 든 듯한 달이 떠 있더군요. 원래 월식 말고도 레드문이 있긴 하지만 그 레드문보다 더 붉습니다. 


 





서서히 왼쪽부터 빛이 들어오자 다시 노출 편차가 심해지네요. 최대한 노출을 낮추고 달의 음영을 담아 봤습니다. 


그렇게 약 2시간의 촬영을 마치고 삼각대를 접고 집으로 오면서 ISO값을 800으로 높인 후 1/300초 이상에 놓고 300m 망원렌즈로 손각대로 찍었습니다. 노이즈 별로 없고 괜찮네요. 다른 야경 사진은 삼각대가 필수지만 보름달만 찍는다면 삼각대 필요 없을 정도로 달은 참 밝은 피사체입니다

오늘 카메라 성능 테스트(이런 것은 조악한 환경일 때 제대로 느낄 수 있죠)도 제대로 해보면서 천체 사진에 대한 관심도 많아졌습니다. 시골에 가서 별의 일주 타임랩스를 찍어 보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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