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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권력이다

거대한 손의 습격에서 느끼는 아날로그 필름 사진의 정수 본문

사진작가/외국사진작가

거대한 손의 습격에서 느끼는 아날로그 필름 사진의 정수

썬도그 2014. 9. 12.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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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날로그 필름 사진은 디지털 사진에 비해서 많은 것이 불편하고 비쌉서 이제는 거의 멸종한 사진입니다. 하지만 필름 사진의 따스한 색감, 예측 할 수 없는 불확실성에서 오는 불안과 뜻하지 않는 쾌감이 있었습니다. 특히, 디지털 사진과 달리 찍은 후 예상되는 사진과 실제로 찍힌 사진을 몇 시간 또는 몇일 후에 보면서 실망 또는 기쁨이 교차합니다. 

아날로그 필름 사진은 그랬습니다. 찍을 때 좋아하고 찍고 난 후 현상 인화한 사진을 보면서 좋아했습니다. 2번의 기쁨. 이게 필름 사진의 또 하나의 매력 아닐까요?


이 사진이 무슨 사진 같나요? 심령사진? 


아니면 UFO? 필름 카메라 특히 레인지 파인더 방식의 자동 필름 카메라를 사용해본 적이 있는 분들은 사진 한쪽을 가리고 있는 정체모를 피사체를 대번에 아실 것입니다. 네 맞습니다. 저거 손가락입니다.  대학 사진동아리 시절 레인지 파인더 방식의 뷰파인더가 있는 자동 필름 카메라를 들고 사진을 찍었는데 한 장의 사진에 위와 같이 한쪽이 가려진 사진이 찍혔습니다. 

선배들은 그 사진을 보면서 이게 뭐지? 여러 명이 돌려 보면서 이게 뭐냐고 서로 묻더군요. 저도 몰랐습니다. 그게 뭘까? 뭐가 사진 한쪽을 가리고 있나? 분홍 빛 거대한 것이 사진 한쪽을 가리고 있는데 한 선배가 그러더군요. 그거 손가락이야!!

레인지 파인더 방식은 실제 찍히는 사진과 파인더가 약간 다른 각도에 있어서 파인더에는 안 보이던 손이 필름에는 담길 수 있다고 하더라고요. 쉽게 말하자면 제가 사진을 찍을 때 파인더에는 손가락이 안 보였지만 렌즈 앞에 손가락이 살짝 걸쳐 있었고 그걸 레인지 파인더 방식의 카메라는 발견할 수 없다고 하네요.  90년 당시에는 레인지 파인더 방식의 자동 필름 카메라가 많아서 저런 손가락 사고가 많았습니다. 

사진을 인화하고 나서 내 손가락이 카메라 렌즈 한쪽을 가리고 있다는 것을 알죠. 물론, 이런 사진의 대부분은 실패한 사진으로 버려지거나 사진 앨범에 살짝 들어가 있다가 폐기 처분 1순위가 됩니다. 


그러나 이 손가락이 걸린 사진은 시간이 지나고 보니 아날로그 정서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네요. 지금이야 렌즈 앞에 손가락이 걸렸는지 안 걸렸는지를 액정 화면으로 알 수 있고 사진 찍은 후에도 바로 발견 할 수 있어서 손가락이 걸린 사진이 나오면 삭제하고 다시 찍기 때문에 이런 사진이 사라졌습니다.

그러나 필름 시절에는 이런 사진이 가끔 생성이 되고 버리기 아까워서 가족 앨범에 들어가기도 합니다. 그런데 사진작가 Erik Kessels는 이런 거대한 손가락의 습격을 눈여겨 보다가 벼룩시장이나, 개인 앨범, 온라인에서 손가락으로 가린 사진을 구입한 후 자신의 사진집인 'In Almost Every Picture'의 13번째 색션에 'Attack of the Giant Fingers'라는 이름으로 소개하고 있습니다. 









전 예측하지 못한 손가락의 습격이 아날로그 사진의 정수라고 느껴지네요. 왜냐하면 예상하지 못한 것이 담긴 것을 나중에 아는 것이 필름 사진입니다. 또한, 내 예상과 다르게 더 잘나오거나 맘에 안드는 사진을 편지 같이 받아 볼때의 느낌? 그게 아날로그 필름 사진의 매력이자 정수라고 봅니다. 찍은 사진을 바로 보는 것이 아닌 약간의 시간이 지난 후에 보는 그 재미, 그 시간이 가져다 주는 설레임이 필름 사진만의 매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는 편지가 주는 정서와 비슷합니다. 지금 같이 SNS나 SMS로 바로 바로 내 감정을 전달하는 모습 보다는 좀 더 뜸을 들이는 시간이 주는 매력이 아주 큽니다. 연애편지도 그렇죠. 받아서 읽어 보는 시간 보다 연애편지를 기다리는 시간이 주는 마력은 카톡 메시지가 전할 수 없습니다. 

물론, 실망할 수도 있지만 실망하기 전까지는 갈망하고 희망하잖아요. 그게 필름 사진의 매력 아닐까요?

미래에는 사진작가가 사진을 찍는 것이 아닌 일반인이 찍은 사진을 콜렉팅 해서 전시하는 시대가 올 것입니다. 실제로 한 사진작가는 벼룩시장에서 구입한 일반인들의 사진을 일반인들이 셀렉팅하게 한 후 그 셀렉팅한 사진에 스토리를 심어서 전시하기도 합니다. 

어떻게 보면 사진은 의미 심기 같기도 합니다. 아니 예술이 그렇죠. 별거 아닌 것에 대단한 의미를 부여하는데 그 의미 부여자가 예술계의 거성이면 그 의미가 더 강해집니다. 서로 크로스 카운터 펀치를 날리는 살벌한 비판의 세계가 형성 되어 있다면 이게 쉽지 않은데 비판이 없는 생태계에서는 상위 서열자가 명명하면 그 때부터 그 작품은 빛이 나게 됩니다. 

아무튼 아주 창의적이고 의미있는 시도네요. 거대한 손가락의 습격. 재미있는 발상입니다. 

작가 홈페이지 : http://kesselskramerpublishi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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