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는 참 많은 산이 있습니다. 여행을 하면서 항상 느끼는 것은 서울만 벗어나도 아니 서울에서도 고개를 돌리면 산이 많이 보입니다. 전 국토의 70%가 산이라는 한국은 명산들이 참 많습니다. 그중 대표적인 산이 백두대간이라는 한반도의 뼈대를 이루는 산 줄기에 있습니다. 그 백두대간의 끝자락에 있는 그러나 우람함이 아주 큰 지리산을 쌍용자동차에서 후원을 받아서 렉스턴W를 타고 다녀왔습니다.
앞으로 5주 동안 백두대간의 주요 명산인 지리산, 속리산, 소백산, 오대산, 설악산을 쌍용자동차 렉스턴W를 타고 주요 관광 명소를 소개하겠습니다. 그 첫번째 여정으로 서울에서 출발해서 지리산 자락을 두르는 자동차 여행기를 소개합니다.
지리산은 서울에서 아주 멉니다. 멀지만 최근에 고속도로가 잘 뚫려서 차가 안 막히면 3시간 약간 넘게 걸려서 도착할 수 있습니다. 여행을 한다는 즐거움에 취해서인지 첫 여정지인 전남 구례군 천은사로 바로 가는 순천-완주 고속도로에서 벗어나 전북 진안 쪽으로 나왔네요. 초행길이라서 내비게이션을 계속 주시해야 했는데 깜박했네요. 그러나, 여행이란 계획에서 벗어날 때 또 다른 여행의 재미를 줍니다.
진안으로 향하다 잘못된 길로 왔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 스트레스 지수가 활 올라갔지만 눈앞에 펼쳐진 풍경에 그 스트레스는 기쁨이 되었습니다. 눈앞에 진귀하고 신기한 거대한 바위 2개를 올려놓은 듯한 마이산이 보였습니다. 말로만 들어보던 마이산. 차 안에서 저절로 탄성이 나오더군요. 마치 중국 장가계의 산봉우리 같은 가파른 곡선이 있는 마이산을 보면서 이런 산이 한국에도 있었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네요.
차를 잠시 멈추고 길 확인도 할 겸 잠시 마이산을 감상했습니다. 그리고 언제가 될 지는 모르겠지만, 마이산을 꼭 한 번 가봐야겠다고 다짐을 했습니다. 길가에서 밭일하는 아주머니들과 인사를 하고 구례로 가는 길을 육성으로 확인 한 후 다시 지리산으로 향했습니다. 진안 쪽으로 돌아오니 1시간이 더 걸리긴 했지만 그 1시간이 스트레스가 아닌 아름다운 국도와 마이산을 만날 수 있어서 오히려 여행의 즐거움을 증가 시켰습니다.
국도를 지나 다시 지리산으로 향하는 고속도로를 탔습니다. 저 멀리 안개가 가득 피어나고 있네요. 지리산이 가까워졌다는 증표입니다.
지리산의 풍광을 즐길 수 있는 해발 900m에 있는 시암재 휴게소
첫 도착지를 천은사로 했지만, 천은사 근방에 시암재 휴게소가 지리산 자락을 내려다볼 수 있어서 시암재 휴게소를 향했습니다. 시암재 휴게소는 천은사를 지나서 차로 약 20분 정도 올라가면 됩니다.
시암재 휴게소로 가는 길은 구불구불한 산길 국도입니다. 이 구불구불한 국도는 우렁찬 나무들로 둘러 쌓여 있습니다. 특히 가을에는 화려한 단풍으로 인해 인기 드라이브 코스이기도 합니다.
시암재 휴게소는 어묵, 오징어구이, 호떡, 라면, 도토리묵 등 다양한 음식을 팝니다. 야외 테이블과 전망경이 있어서 지리산 주변 풍경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운해가 피어 오르는 모습은 장관이네요. 날이 흐려서 걱정을 했지만 오히려 이런 아름다운 운해를 감상 할 수 있었습니다.
렉스턴W를 타고 해발 900미터를 올라 오는데 큰 힘을 들이지 않는 듯 가볍게 올라 왔네요.
시암재 휴게소에서 지리산쪽 전망과 구례쪽 전망을 내려다볼 수 있습니다. 특히 이 구례쪽 전망은 오선지 같은 길게 이어지는 산의 등선이 파도처럼 출렁거립니다.
이 전망을 보기 위해서 많은 분들이 지리산 국도를 이용합니다. 시암재 휴게소를 지나서 성삼재 휴게소, 정령치, 뱀사골 국도도 추천합니다. 특히 단풍이 가득한 가을에는 화려한 단풍색에 감탄사를 연발할 것입니다.
다시 지리산 자락을 보면서 천은사로 향했습니다.
신라의 향기를 간직한 계곡이 아름다운 천년 고찰 천은사
천은사는 화엄사, 쌍계사와 함께 지리산 3대 사찰 중 하나입니다. 신라 중기인 흥덕왕 3년(823)년에 인도의 덕운 스님이 우리나라 명산을 둘러보다가 지리산에 창건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화재로 소실 되었다가 중건하는 등 아픔이 있는 사찰이기도 하네요
천은사는 주차장이 아주 넓습니다. 학교 운동장만큼 큰 주차공간에 무료 주차를 한 후 들어갈 수 있습니다.
한국의 주요 명소들과 문화재들은 사찰들이 많습니다. 따라서 사찰 여행을 많이 합니다. 사찰 여행을 할 때 사찰 전각들의 배치나 의미를 조금만 알면 여행하는 재미가 더 증가합니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 있잖아요.
사찰들은 입구에 대문 같은 일주문이 있습니다. 일주문은 대문 같은 역할을 하는데 처마 밑에 화려한 단청과 현란한 목조 기술을 볼 수 있습니다. 이 일주문에는 현판이 달려 있습니다. 이 일주문을 지나면 부처님의 세상으로 인도 됩니다. 많은 사찰을 가본 것은 아니지만, 천은사 일주문은 크고 화려하네요.
천은사에는 다른 사찰에서 보기 드문 멋진 구름다리가 있습니다. 천은사 일주문을 지나서 바로 감탄사가 나온 이유는 이 수홍루 때문입니다. 샤라락 거리는 계곡 물소리와 함께 수홍루를 바라보니 이동할 때 생긴 여행의 피로가 다 사라지는 듯하네요. 수홍루는 2층 누각으로 지리산 자락 계곡에서 흐른 물이 모이는 천은 저수지를 보는 경치가 절경입니다.
화엄사에 비해서는 작은 규모지만 이 계곡과 저수지가 천은사의 아름다움을 담고 흐릅니다. 한 참을 이 계곡 물소리에 귀 기울이게 되네요.
보물 제1340호인 극락보전에서 들리는 목탁소리가 경내를 가득 채웁니다. 산새 소리와 목탁 소리에 취해서 한 참을 멍하니 이 풍경을 눈으로 들이켰습니다.
천은사는 재미있는 설화가 있습니다. 단유선사가 절을 중수할 무렵 샘가에 큰 구렁이가 자주 나타나자 한 스님이 이 구렁이를 죽였습니다. 그런데 샘에서 물이 나오지 않고 자꾸 화재가 발생하는 악재가 계속 일어납니다. 이에 조선 4대 명필 중 한 명인 원교 이광사가 천은사에 들렸다 가 지리산 천은사라는 물이 흐르는 듯한 글씨체로 써서 일주문 현판을 만들어 줍니다.
그 이후 화재가 발생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이 현판의 글씨 때문인가요? 천은사는 물빛이 아름다운 사찰이었습니다.
특히 천은사와 이어져 있는 천은 저수지는 천은사가 물의 기운을 담뿍 받은 사찰임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천은사 입장료는 성인 1,600원으로 주변에 상선암, 수도암, 도계암, 견성암, 감로암, 삼일암 같은 산내암자가 있습니다.
렉스턴W를 타고 다음 여행지인 화엄사로 출발 했습니다.
우람하고 힘이 느껴지는 지리산 화엄사
한국의 삼신산은 금강산, 한라산 그리고 지리산입니다. 그만큼 산의 규모도 크고 수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이 지리산 자락의 3대 사찰 중에서 가장 유명한 곳이 화엄사입니다. 화엄사는 화엄의 대도량이며 선,교 양종의 총본산이기도 합니다.
백제 성왕 22년(544년)에 인도에서 온 연기존자가 비구니가 된 어머니를 모시고 지리산에 창건한 사찰이 화엄사입니다. 그러고 보면 천은사도 그렇고 인도에서 온 스님들이 한국 사찰을 창건 한 일이 많네요.
천은사에서 화엄사는 차로 30분도 안 걸리는 가까운 곳에 있습니다. 이번 여행을 하면서 느낀 것은 남도의 국도들은 왜 이리 하나같이 아름다운지 그 국도를 드라이브 하는 재미가 빼놓을 수 없는 매력입니다. 화엄사는 입장료가 어른 3,500원입니다. 입구에 주차장이 있어서 주차비는 따로 받지 않습니다.
화엄사의 첫 느낌은 웅장함입니다. 순천 송광사와 함께 남도의 대형 사찰입니다. 화엄사 사찰 규모가 크기도 하지만 많은 국보와 보물이 있고 전각들도 아주 큽니다. 특히 사진 왼쪽에 있는 2층 목조 건물인 각황전(국보 제67호)는 그 크기에 동공이 커질 정도입니다.
궁궐 매니아라서 서울 5대 궁을 자주 다니지만 대부분의 한옥 건물은 1층짜리 건물입니다. 연회장이라고 할 수 있는 경복궁 근정전 같은 2층 목조 건물이 있긴 하지만 그건 궁이라는 특수함이 있지만 사찰은 큰 목조 건물이 거의 없습니다.
뭐 목탑같이 큰 전각이 있긴 했지만 수 많은 외침으로 인해 남아 있는 목탑이 거의 없습니다. 목탑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사찰 전각이 1층짜리 건물인데 각황전은 2층 목조건물입니다. 그리고 크기가 엄청나게 큽니다.
국보 67호인 화엄사각황전은 조선 숙종 25년(1699년)에 짓기 시작해서 4년 동안 지은 전각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조선 시대의 주요 한옥 건물들이 사용하는 팔작지붕을 하고 있네요.
단청이 없는 것을 보니 손님 접대나 연회나 행사를 하는 공간은 아니고 공부를 하거나 사무를 보는 업무에 관련된 건물 같네요. 정면 7칸, 측면 5칸 2층 팔작지붕인 이 각황전은 3불 4보살인 관세음보살, 아미타블, 보현보살, 석가모니불, 문수보살, 지적보살 등이 모셔져 있습니다. 이 사찰여행을 제대로 하려면 각 불상의 의미를 알면 아주 좋습니다. 가장 인기 많은 보살이 관세음보살님입니다.
범종도 아주 큰데 새로 지어진 전각 같네요. 30년 전의 화엄사는 이렇게 크지 않았고 전각도 많지 않았지만 전각이 아주 많이 늘었습니다. 지금도 새 전각이 계속 지어지고 있습니다.
전 이 화엄사 보제루 건물이 눈에 확 들어오네요. 바닥이 기둥 위로 띄운 모습이 생경스럽네요. 요즘 건축으로 말하면 필로티 건축술 같아 보입니다.
보제루는 일반인들도 안에 들어갈 수 있는데 마치 큰 정자 같은 느낌입니다. 안에 들어가니 아이들이 그린 사찰 그림이 전시 되어 있습니다. 비 오는 날 창 밖을 바라보면 운치 있고 좋겠네요
이 보제루에서 경내를 둘러보면서 창문으로 불어오는 늦여름의 기운이 살짝 담긴 바람을 맞으면서 한 참을 쉬었습니다. 책도 읽고 화엄사에 대한 정보도 검색하면서 화엄사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참고로 화엄사 문화재 해설사의 해설이 오전 오후에 있습니다. 시간이 맞으면 해설사의 해설을 들어 볼 것을 권합니다.
지리산의 강한 맥을 누르기 위해서 지어진 각황전 뒤에는 사사자삼층석탑(국보 35호)가 있습니다. 처음에 보자마자 마치 내가 아는 연예인을 보는 듯 감탄사가 절로 나오네요. 국사책에서 본 그 석탑이 이 사사자삼층석탑입니다.
4마리의 사자와 한 승려가 삼층석탑을 이고 있습니다. 통일신라 시대에 지어진 이 석탑은 역사가 1천 년이 넘었네요. 1천년동안 이고 있어서 사자 눈알이 튀어나온 듯합니다. 그나저나 사찰 석탑도 그렇고 사자탈춤도 그렇고 한국에는 없는 사자가 불교문화에 많이 스며들어 있네요. 아무래도 인도에서 전파 된 종교라서 사자가 많이 있나 봅니다. 석공들이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사자를 말로만 듣고 만들었을 텐데 꽤 비슷합니다. 사자의 파마머리가 눈에 뜁니다.
석탑 앞에는 한 스님이 있는 석등이 있습니다. 서로 마주 보고 있는 모습이 재미있네요
화엄사는 국보가 참 많습니다. 각황전 앞에는 국내 최대의 석등이 있습니다. 국보 12호인 이 석등을 보면서 전 석등을 뻥튀기한 줄 알았습니다. 다른 사찰에 있는 석등의 한 3,4배나 더 큽니다. 높이가 무려 6.4m로 성인남자 키의 4배나 큽니다. 이렇게 큰 이유가 각황전이 크기 때문이어서 큰 듯합니다. 각황전을 밝히려면 큰 등이 필요하겠죠.
이외에도 화엄사 2개의 5층 석탑이 있습니다. 동쪽에 하나, 서쪽에 하나가 있는데 서오층석탑, 동오층석탑으로 각각 보물 133호, 132호입니다.
지리산의 거대함을 품은 화엄사, 화엄사 앞에는 계곡이 흐르는데 계곡 물 흐르는 소리도 놓칠 수 없는 매력입니다. 화엄사에서 암자가는 길에 있는 대숲도 꼭 들려보세요. 대나무에 스치는 바람소리가 일품입니다.
백일홍이 아름답게 피어 있는 화엄사를 뒤로하고 쌍용자동차 렉스턴W를 타고 다음 장소로 향했습니다.
화엄사 앞 산채 전문점. 지리산 식당
금강산 아니 지리산도 식후경입니다. 화엄사 앞에는 식당가가 있습니다. 무료 주차장이 바로 옆에 있어서 주차 걱정은 안 하셔도 됩니다. 이 화엄사 앞 식당가에는 산채 전문점이 많습니다. 지리산 자락에서 캔 산나물과 직접 기른 채소를 먹을 수 있습니다. 유명한 곳은 지리산 식당, 그옛날산채식당, 백화회관과 지리각식당이 유명합니다.
그 중에서 지리산 식당을 들어갔습니다. 여기는 35년 정도 된 식당입니다. 직접 심고 기른 콩으로 만든 된장을 이용한 된장국과 산채정식이 좋습니다.
산채 정식은 2인분 이상 시킬 수 있는데 가격은 12,000원입니다. 반찬은 25개 정도가 나옵니다. 파전이 먼저 나오고 파전을 먹고 있으면 산채정식이 나옵니다. 조기가 3마리 나오고 된장국이 나오는데 된장국이 일품입니다.
또한, 직접 캐고 심은 반찬들이 아주 맛있네요. 저는 특히 이 더덕무침과 죽순 그리고 버섯이 특히 맛 있었습니다. 공깃밥은 무료로 제공하니 배고프면 더 달라고 하면 줍니다. 가격은 비싸지도 싸지도 않은 가격이지만 서울 음식점에서 맛볼 수 없는 신선한 지리산표 산나물을 먹을 수 있어서 좋습니다. 산채돌솥비빔밥은 8천 원, 산채백반과 비빔밥은 7천 원 정도 합니다.
뽀얀 된장국과 더덕무침은 아직도 생각나네요.
소박하고 아기자기한 골목길을 걷는 느낌의 쌍계사
지리산은 섬진강을 끼고 많은 볼거리가 있습니다. 특히 이 지리산 국도는 명품 국도라고 할 정도로 빼어난 경관을 수시로 보여줍니다.
화엄사에서 쌍계사도 먼 거리에 있지 않습니다. 그나마 그 거리에도 아름다운 국도로 이어져서 눈이 호강합니다. 네비를 찍고 지리산 자락 국도를 따라 달리다가 전망명소라는 표지판이 수시로 보입니다. 그냥 지나치지 마시고 꼭 들려서 차를 잠시 주차하고 그 경치를 즐겨 보세요.
유유히 흐르는 섬진강을 보면서 한 참을 바라봤습니다. 마음이 탁 트이는 느낌이네요. 쌍계사 가는 길은 이렇게 아름다운 풍광이 가득합니다.
쌍계사는 피아골 근처에 있는데 이 쌍계사 가는 약 4km나 되는 국도는 국내에서 알아주는 경치가 좋은 국도입니다. 특히 봄에는 쌍계사가는 길이 벚꽃으로 가득합니다.
쌍계사는 하동에 있어서 그런지 녹차 밭이 아주 많습니다. 보통 보성 녹차밭이 유명하지만 오래되기는 하동이 더 오래 되었고 하동 녹차도 아주 유명합니다. 하동 야생차는 신라 흥덕왕 3년(828년) 당나라 사신으로 갔던 김대렴이 녹싸를 가져와 왕명으로 지리산 자락 쌍계사 근처에 처음으로 심었습니다. 그래서 하동 녹차가 유명하죠. 쌍계사 입구에는 녹차박물관이 있는데 녹차 좋아하시는 분들은 꼭 들려보세요. 다원이 20개 녹차를 재배하는 곳이 무려 800개나 됩니다.
보성에서 키우는 차나무와 다른 하동 차나무는 중국 계통이 소엽종 계통이고 야생차 제조 방법도 전통 수제차 방식으로 만듭니다. 하동차는 야생차라서 보성이 인삼이라면 하동차는 산삼입니다.
잠시 차를 멈추고 지리산과 섬진강 지류를 바라봤습니다. 여행 내내 물소리 새소리는 가득 가득 들었습니다.
렉스턴W가 SUV라서 그런지 등판능력도 좋고 승차감도 아주 좋네요. 디젤차는 소음이 심하다고 하는 편견이 있는데 요즘 디젤차는 승용차 못지 않게 조용합니다. 오히려 승용차보다 차대가 높아서 시야가 탁 트여서 운전하기 더 편합니다. 조금만 밟아도 속도가 나기 때문에 속도에 주의를 해야 할 정도입니다. 이 지리산 자락 국도에는 약 1km마다 과속단속 카메라가 있습니다. 따라서 경치 좋고 길 좋다고 너무 속도를 내면 안 됩니다.
쌍계사는 바로 앞에 주차장이 없고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약 10분 정도 걸어 올라가야 합니다. 주차비는 2천원입니다.
쌍계사 입장료는 어른 2,500원입니다.
계곡을 낀 숲 길을 걸어가면 쌍계사가 나오는데 숲길 입구에는 쌍 석등이 있네요.
10분을 새소리와 함께 걸으니 저 멀리 일주문이 보이네요. 보슬비가 약간 내리는 가운데 쌍계사를 둘러 봤습니다.
녹차로 유명한 하동이라서 그런가요? 녹색이 가득합니다. 계곡에 낀 이끼도 녹색의 대나무 그리고 푸른 산천에서 자란 듯한 쌍계사 전각은 우람하지 않지만, 산을 이기지 않고 함께 공존하는 모습 그 자체였습니다.
가람배치는 전형적인 사찰 배치인 일직선입니다만 워낙 주변에 볼만한 암자가 많아서 골목길을 여행하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남도 지방에 가면 대나무를 많이 볼 수 있는데 이 대나무가 더 운치를 더하네요.
쌍계사에는 국보 1점과 보물 2점이 있습니다. 입구에서 본 가람 배치도를 보면서 꽤 큰 사찰임을 알 수 있지만 정작 들어가면 작은 듯한 느낌에 작은 사찰이구나 생각했는데 평지가 많지 않아서 그렇지 산기슭에 꽤 많은 전각들이 있습니다.
가장 메인이 되는 장소는 9층 석탑이 있는 곳입니다. 2개의 거대한 석등과 9층석탑은 아주 우람하네요
쌍계사는 신라 성덕왕 21년(722년) 대비, 삼법 두화상이 혜능스님의 정상을 모시고 귀국해서 눈 쌓인 계곡 칡꽃이 피는 곳에 봉안하라는 꿈의 계시를 받고 세워진 사찰입니다.
이 쌍계사도 암자가 많은데 칠불암, 국사암, 불일암이 유명합니다. 시간이 넉넉하면 이 암자들과 함께 쌍계사에서 1시간 30분 정도 걸리는 불일폭포를 들려보세요. 트레킹 하기 아주 좋은 코스입니다.
제가 쌍계사를 골목길을 걷는 느낌이라고 한 이유는 이 길 때문입니다. 쌍계사 대웅전을 정면으로 보고 왼쪽에 보면 돌로 된 계단이 있는데 그 끝에 또 많은 전각이 있습니다.
돌 계단을 지나니 파초가 있는 팔상전이 있었습니다. 이 아름다운 풍광에 힘이 쭉 빠지네요. 마침 또 비가 보슬보슬 내리는데 처마 밑에서 털썩 앉아서 빗소리와 새소리 그리고 이 아름다운 팔상전을 넋 놓고 봤습니다. 그냥 평범하고 다르지 않는 전각이지만 저 파초가 절 이국적인 이미지를 보여주네요.
페이스북에 이 사진을 올렸더니 어떤 분이 바나나 나무가 있다고 바나나 사찰이라고 하시던데 저도 잘 몰라서 바나나인가 했습니다. 그런데 그 밑에 댓글에 파초라고 하네요. 석가모니 생애를 그린 팔상도를 모시고 있는 팔상전은 고려 충렬왕 16년(1290년)에 지어졌습니다 팔상전을 끼고 왼쪽 돌계단을 오르면 청기와로 된 전각이 있습니다.
이 주변의 전각들은 모두 청기와입니다. 청기와는 창덕궁에서 본 적이 있는데 여기서도 보게 되네요. 청기와는 청색 유약을 발라서 구운 기와인데 검은 기와보다 가격이 비쌉니다. 그러나 파란색이 주는 풍미가 아주 대단하죠. 이곳은 육조정상탑전으로 탑이 안에 있습니다. 석가모니나 보살을 모시는 전각은 많이 봤지만 탑을 모신 전각은 처음 보네요. 이 전각은 돈을 내고 절을 할 수 있습니다. 툇마루에서 지리산의 기운을 담뿍 받았습니다.
비가 오히려 제 기분을 싱그럽게 만드네요. 돌이켜보면 여행 중에 만난 비들은 참 오래 기억이 됩니다. 여수 돌섬 항일함에서 만난 비는 5년이 지난 지금도 생각나네요.
부슬비가 점점 폭우로 옮겨가고 있네요. 굵은 빗줄기 속에서 달리기 위해서 렉스턴W의 미등을 키고 다음 장소로 이동했습니다.
대하소설 토지 이야기가 가득한 최참판댁
쌍계사 근처에는 꼭 들려볼 만한 곳이 박경리의 대하소설 토지의 배경이 된 최참판댁입니다.
모래톱이 보이는 섬진강을 끼고 지나가다 보니 그 유명한 화개장터가 나옵니다. 조용남의 인기곡 화개장터의 가사처럼 강 하나 사이로 전라도 구례와 경상도 하동 사람이 모이는 곳이죠.
최참판댁에 도착해서 주차장에 렉스턴W를 세워 놓고 최참판댁에 입장했습니다.
입장료는 1천원으로 아주 저렴합니다. 싼 입장료와 주차까지 편하게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아쉽게도 최참판댁에 도착하니 폭우가 내리기 시작 했습니다. DSLR이 방수가 되지 않아서 방수 카메라로 카메라를 바꿨습니다. 그래서 사진 화질이 좀 떨어지는데 사진에서 보는 것의 3배 정도는 더 멋진 곳입니다.
최참판댁은 대하소설 토지의 배경이 되기도 했지만 흥미롭게도 드라마 토지의 세트장이 되기도 합니다. 이 최참판댁은 작은 곳인 줄 알았더니 생각보다 규모가 상당히 큽니다. 최참판댁, 드라마 세트장, 평사리 문학관, 한옥체험관, 토지 마을장터, 야외 공연장 등 1천원이라는 가격이 너무 싼 것이 아닐까 할 정도로 볼곳도 체험할 것도 많습니다.
입구에는 공방과 기념품 가게와 예쁜 카페도 많아서 반나절 정도 즐길 수 있습니다.
드라마 세트장으로 가다보니 아주 흥미로운 우물가가 있네요.
전날 과음한 거북이가 물을 뱉고 있네요. 남도 지방에는 이런 우물가가 참 많은데 이런 우물가 볼 때 마다 감동입니다. 서울에서는 이런 풍경 볼 수 없거든요. 전국이 반나절 생활권이 되고 점점 서울과 닮아버려서 식상한 것도 있지만 그럼에도 이런 풍경을 보려고 그 먼 거리를 이동합니다.
솔직히 큰 기대는 하지 않았습니다. 흔한 드라마 세트장일 줄 알았습니다. 드라마 세트장을 많이 가봤는데 드라마만 찍고 방치하는 듯해서 생기가 없습니다.
그런데 이 최참판댁은 단순한 드라마 세트장이 아닌 생기가 가득합니다. 마을 분들이 잘 가꾸고 있기에 흐트러지거나 방치 된 느낌이 전혀 없습니다 여기서부터 전 감동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최참판댁 바로 앞에는 드라마 토지의 세트장이 있습니다. 초가집으로 되어 있는데 소설 토지에 등장하는 수 많은 인물들이 사는 집을 재현해 놓았습니다.
보통 이런 드라마 세트장은 사람이 살지 않습니다면 이 최참판댁은 좀 다릅니다. 초가집에 사람들이 모여서 대화를 하고 마을 분들이 웃고 떠드는 모습에 깜짝 놀랐습니다. 응? 사람이 사나? 너무 궁금해서 물어보니 사는 것은 아니고 마을 분들은 밑에서 살고 여기서 청소도 하고 관리도 하고 이야기도 나눈다고 하네요.
사람이 안 사는 집은 금방 망가집니다. 그러나 이곳은 마을주민들이 잘 관리를 해서 드라마가 끝난지 10년이 지난 지금도 잘 관리가 되고 있네요.
전형적인 농촌 풍경입니다. 곡선이 가득한 마당풍경에 제 어린 시절도 살짝 떠오르네요.
마굿간에 갔다가 소가 갑자기 울어서 깜짝 놀랐습니다. 진짜 소네요. 옆에는 토끼와 닭도 있습니다.
소설 토지를 다 읽어보지는 못했고 드라마로만 접했습니다. 토지를 쓴 박경리는 한국을 대표하는 여류작가입니다.
주로 역사의 굴레에 고통 받는 여성을 잘 묘사하는데 김약국의 딸들에서도 여성의 비극적인 운명을 잘 묘사합니다.
드라마 토지는 1979년 처음으로 드라마로 만들어졌고 1987년 최수지가 서희 역할을 한 리메이크 작이 방영을 합니다.
제가 본 토지는 이 최수지의 토지입니다. 그나저나 최수지씨는 지금 뭐하시는 지 궁금하네요. 이 토지라는 소설은 1994년에 5부작이 완간되었기에 1987년 드라마 토지는 토지의 일부만 담고 있습니다. 2004년 SBS에서는 이 소설 토지 5부작을 다 담는데 길상역에는 유준상이 서희 역에는 김현주가 연기를 합니다.
이 토지는 조선 말기와 일제시대와 광복까지의 내용을 담고 있는데 격동의 한국 근대사를 서희와 길상이라는 인물을 통해서 조명하고 있어서 역사를 이해하고 당시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을 간접적으로 알 수 있는 좋은 소설입니다. 이 토지를 환타지 사극을 좀 줄이고 다시 리메이크 하면 어떨까 합니다.
최씨 집안의 외동딸 서희를 부모가 없는 점을 이용해서 친척이 서희의 재산을 강탈려는 모습과 서희가 하인인 길상과 함께 이 평사리를 탈출해서 어머니가 남긴 금은괴로 장사를 해서 거부가 되는 이야기가 살짝 생각나네요. 서희에게 있어서 이 평사리는 고통의 공간이었을 것입니다. 평사리 최참판댁에서는 저 멀리 섬진강이 보입니다. 저 섬진강이 희망의 물줄기이자 서희의 눈물 같아 보이기도 하네요.
비가 오지 않았다면 더 좋았을텐데라는 아쉬움도 들지만 동시에 운치가 있어서 오히려 차분한 마음으로 둘러 볼 수 있었습니다.
세트장을 지나서 최참판댁에 들어섰습니다. 이 최참판댁은 드라마 촬영만 한 것이 아닌 영화 촬영도 많이 했습니다.
최근에는 군도가 여기에서 촬영을 했네요. 군도의 어느 장면이었나? 했는데 도치(하정우 분)와 조윤(강동원 분)의 대결 장면과 상가집 장면 등이 여기서 촬영 했네요.
맞아요. 이제 생각나네요. 드라마 토지, 해를 품은 달, 식객, 구가의 서 등과 영화 군도, 관상, 잘살아보세, 만남의 광장을 촬영 했습니다. 이 최참판댁이 드라마 세트장으로 애용되는 이유는 주변에 현대식 건물이나 아파트가 없기 때문입니다. 요즘은 CG로 다 지우기도 하지만 여긴 주변에 현대식 건물이 앵글에 걸리지 않기 때문에 자주 애용하나 봅니다.
최참판댁은 고택인 줄 알았는데 고택은 아니고 20년 전에 지어진 건물이라고 하네요. 그 말을 안 들었다면 조선 시대에 지어진 고택인 줄 알았습니다. 그나저나 최참판에서 참판이 뭔지 몰라서 문화 해설사 분에게 여쭤보니 정2품 그러니까 지금으로 치면 차관급 벼슬을 한 분이 은퇴를 하면 왕이 수고했다고 지방에 가서 살라면서 땅을 하사합니다. 그러면 그 땅을 소작농에게 농사를 짓게 하고 동시에 그 마을 사람들과 함께 잘 살라고 했습니다. 이런 은퇴한 차관급 고위공무원을 참판이라고 합니다.
최참판댁을 강력하게 추천하는 이유는 볼거리와 함께 쉴 거리와 즐길거리가 많습니다. 이 대나무 숲도 빼 놓을 수 없는 매력이죠.
아쉽게도 평사리문학관은 휴관이라서 소설 토지의 다양한 이야기는 듣지 못했습니다.
여기는 민박집입니다. 한옥과 초가집을 이용할 수 있는데 주중에는 35,000원 주말에는 50,000원에 이용할 수 있습니다.
가격이 생각보다 쌉니다. 언제 다시 와서 꼭 1박 체험을 해보고 싶습니다.
섬진강 다슬기를 넣은 수제비를 먹을 수 있는 섬진강 다슬기 전문점
지리산은 섬진강을 품고 있기에 먹을 것도 많습니다. 특히 섬진강의 맑은 물에서 잡은 다슬기, 참게, 은어 전문점이 많죠. 전남 구례군 토지초등학교 바로 앞에는 섬진강 다슬기 전문점이 있습니다.
식당은 크지 않지만 다른 곳에서 먹을 수 없는 다슬기가 들어간 수제비를 먹을 수 있습니다.
가격은 7천원입니다. 여러가지 밑 반찬과 밥이 같이 나옵니다.
장에 담긴 다슬기가 반찬으로 나오네요.
다슬기가 들어간 수제비는 참 독특한 맛이였습니다. 다슬기의 쌉싸름하고 약간의 쓴맛이 처음에는 익숙하지 않았지만 먹다보면 색다른 맛을 넘어서 술술 들어가네요.
청양고추가 들어가서 매운데 이 매운 맛과 다슬기의 쌉싸름하고 쓴맛이 잘 어울립니다. 섬진강에서 직접 잡은 다슬기라서 싱싱하네요. 이곳은 다슬기 수제비도 괜찮고 다슬기 탕도 인기가 많습니다. 연신 땀을 흘리면서 남김 없이 다 먹었습니다.
렉스턴W를 타고 지리산의 풍광과 섬진강의 음식점을 두루 다녔는데 왜 지리산 여행이 인기가 많은지 알 것 같네요.
1박 2일로 일정을 잡고 지리산의 3대 사찰과 최참판댁 등을 다니면서 남도의 풍광과 풍미로운 맛을 즐겨보세요.
두둑하게 식사를 하고 렉스턴W를 타고 지리산 여행을 마쳤습니다. 파워가 좋은 SUV차량을 타고 다니니 국도나 산길에도 힘들이지 않고 잘 올라가기 때문에 여행이 한결 가뿐 하네요.
<쌍용자동차로부터 원고료를 받고 작성한 글임을 밝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