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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영화창고

1월의 두얼굴. 은유가 가득한 은은하지만 생각할 게 많은 스릴러 영화

by 썬도그 2014. 8.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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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경은 2차 대전이 끝난 후 미국의 경제 호황기였던 60년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체스터(비고 모르텐슨 분)과 콜레트(커스틴 던스트 분) 이 미국인 부부는 그리스 파르테논 신전을 둘러 봅니다. 


체스터는 그리스 사람들은 거짓말을 잘 해서 이 기둥과 저 끝에 기둥이 일 직선이 아니라 곡선이라고 말합니다. 그 말이 믿기지 않는 콜레트. 체스터는 이 기둥끝에 여기에 모자를 놓을테니 저 쪽 기둥에서 모자가 보이는지 안 보이는지 보자고 제안합니다. 그러나 모자는 보였습니다. 체스터와 콜레트는 그런 농담 같은 말들을 하면서 한가로이 유럽 여행을 하는 미국인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이 부부를 쳐다보는 사람이 있는데 그는 미국 청년 라이달(오스카 아이삭 분)입니다.
이 청년은 그리스에서 여행 가이드를 하면서 관광객을 상대로 사기를 치는 잘생긴 청년입니다. 4개 국어가 능통한 경제학과를 나온 똑똑한 머리로 그리스로 관광 온 관광객을 상대로 사기를 해서 먹고 삽니다. 

사기는 아주 대단한 사기는 아니고 아주 간단한 사기를 칩니다. 예를 들어서 팔찌가 10만원이면 20만원이라고 속여서 사게 한 후 10만원을 챙깁니다. 이게 가능한 이유는 관광객들이 그리스어를 모르고 라이달만 알기에 가능합니다. 라이달은 이 부부에게 접근을 합니다. 


이런 라이달을 경계하는 체스터. 그러나 콜레트는 이 잘생긴 청년이 재미있다면서 가이드를 제안합니다. 그러나 체스터는 탐탁치 않게 생각합니다만 워낙 체스터가 부인인 콜레트를 사랑하기에 부인의 말을 따릅니다. 

그렇게 팔찌를 라이달의 간단한 사기술에 2배나 비싸게 산 이 미국인 부부는 호텔에 묶습니다. 그런데 누군가가 방문을 두들깁니다. 그러면서 미국의 투자 회사 이야기를 꺼냅니다. 이에 당황한 체스터는 로비에 가서 말하자고 그 사람은 이 호텔 방에서 말해야 한다고 합니다. 그렇게 욕실로 간 두 사람. 그런데 찾아온 남자가 총을 꺼내듭니다. 

체스터를 믿고 투자한 사람이 보낸 자객과 같은 사립탐정이었던 것입니다. 이 사립탐정은 투자한 돈을 내놓지 않으면 돌아갈 수 없다고 말하죠. 이때 체스터와 이 사립탐정이 육박전을 벌이다가 사립탐정이 욕조에 머리를 부딪히고 죽게 됩니다. 보통 이렇게 죽으면 호텔 측에 말해서 자신의 무고함 또는 정당방위였다고 말하면 됩니다. 그런데 이 체스터 경찰에 신고도 호텔에 말하지도 않고 떠나야 한다고 합니다. 

이때 차에 놓고 내린 팔찌를 돌려주기 위해 라이달이 호텔 방으로 찾아 왔다가 쓰러져 있는 사립탐정을 끌고 가는 체스터를 발견합니다. 체스터는 술에 취해서 쓰러졌다고 둘러되면서 같이 들어달라고 합니다. 그리고 체스터는 라이달이 사기꾼인 것을 알고 급하게 여권이 필요하다면서 자신과 콜레트의 위조여권 제작을 부탁합니다. 라이달은 이 말을 믿고 순순히 위조여권 제작업자를 주선해 줍니다. 이렇게 3명은 크레타 섬으로 도망칩니다. 

라이달과 콜레트는 체스터가 살인을 했다는 것은 모릅니다. 다만 체스터가 도망가야만 하는 의뭉스러움이 가득한 남자라는 것만 알죠. 그러나 신문과 라디오에서 호텔 살인 사건의 전말이 밝혀지면서 3명은 티격태격하게 됩니다. 


60년대 배경에 스타일도 60년대 스타일인 스릴러 영화. 1월의 두 얼굴

이 영화는 60년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60년대 향수를 일부러 일으키기 위해서 그런 것은 아닙니다. 이 영화에서 가장 눈여겨봐야 할 것은 원작자입니다. 이 영화는 태양은 가득히라는 인간의 욕망을 스릴러와 절묘하게 섞은 소설을 쓴 패트리샤 하이스미스가 쓴 원작을 그대로 스크린에 옮긴 영화입니다. 

이 영화에서도 태양은 가득히처럼 내면의 욕망와 욕망이 부딪히는 파열음을 잘 담고 있습니다. 
원작이 60년대 그리스, 터키, 크레타 섬을 배경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원작 그대로를 담고 있습니다. 60년대 배경은 배경을 넘어 영화 스타일로도 전이가 됩니다. 

이는 이 영화의 매력이자 단점이기도 합니다. 
최근의 스릴러는 의뭉스러운 행동도 행동이지만 빠른 교차편집과 스타일리쉬한 영상으로 스토리를 이리저리 꼽니다. 예를 들어서 순차적으로 서사를 풀어가는 것이 아닌 결말을 보여주고 시작 한다거나  수 많은 복선을 깔아 놓고 내가 니 애비다! 식으로 뒤통수를 때리게 하는 스릴러나 범인이 누군지 맞춰보세요~~ 식의 퀴즈 같은 스릴러가 꽤 많습니다. 여기에 과도한 유혈이 가득한 영화도 많습니다. 

그러나 이 영화는 그런 것이 없습니다. 스토리를 꼬지도 않고 복선을 깔지도 않습니다. 거기에 액션이 많은 것도 아닙니다. 
오로지 직구와 커브로만 승부하는 60년대 스타일의 야구를 보는 것처럼 담백하게 담고 있습니다. 마치 60년대 스릴러 같다고나 할까요? 그럼 이 영화의 재미가 뭐냐? 그건 스토리나 액션이나 퀴즈가 아닌 두 남자의 속에 있는 욕망의 대결입니다. 



아버지와 아들 같은 두 남자가 한 여자를 두고 다투다

체스터는 라이달을 자신의 범죄에 공범으로 끌어들입니다. 라이달이 아내를 보는 눈을 경계하지만 동시에 그의 재능인 사기술을 높히 사서 공범으로 만들어버립니다. 계획적인 것은 없습니다. 체스터가 사기꾼이긴 하지만 악마는 아닙니다. 살인도 고의가 아닌 우연한 사건이었습니다. 

라이달과 체스터 콜레트 부부가 떠나는 크레타 섬의 여행이 이 영화의 대부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여행을 하면서 두 남자는 티격태격합니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체스터가 일방적으로 라이달을 의심하고 의심합니다. 의처증이라고 할 정도로 라이달을 의심하고 의심합니다. 반면 라이달은 사기를 치고 있지만 진심으로 이 부부를 대합니다. 

그런데 이 두 사기꾼은 참 닮은 것이 많습니다. 사기를 치고 세상을 살아가는 모습도 비슷하고 사기꾼의 필연적인 운명인지는 모르겠지만 둘 다 가족과의 인연이 깊지 않습니다. 체스터 같은 경우는 엄한 하버드대 교수인 아버지가 싫어서 경제학과를 졸업했지만 유럽에서 가이드를 하면서 사기로 먹고 살고 있습니다. 


방금 만난 여자 친구에게도 아버지와 닮아서 체스터를 쳐다 봤다는 라이달. 
라이달이 아버지와 관계가 소원하다는 것에 묘한 연민을 느끼는 체스터. 이 둘은 서로가 가지지 못한 것을 열망합니다. 
체스터는 똑똑한 머리와 젊음을 간직한 라이달을 질투하고  라이달은 체스터의 많은 돈과 예쁜 아내를 탐합니다. 

둘은 서로가 가지지 못한 것을 열망하면서 열폭하게 됩니다. 영화에서는 주로 체스터가 외적으로 폭발하지만 라이달은 내적으로 폭발을 시킵니다. 이 둘의 갈등이 영화의 주된 갈등이자 재미입니다. 


이 두 남자 사이에는 예쁜 콜레트가 있습니다. 콜레트는 이 두 남자의 날선 대결을 막아보기도 하고 같이 화를 내기도 합니다. 
콜레트는 라이달이라는 청년이 이성적이 아닌 인간적으로 좋습니다. 체스터와 함께 여행을 빙자한 도피 생활에 질려 버리기도 했고요. 콜레트의 소원은 집으로 가는 것입니다. 이국적인 유럽이 아닌 고향의 흙냄새를 맡아보고 싶어 합니다. 

그러나 이 소원은 쉽게 이우러지지 않습니다. 사기꾼 남편을 둔 죄라면 죄죠. 그렇다고 남편에게 크게 화내거나 하지는 않습니다. 자신의 숙명을 받아들이지만 가끔 속내를 드러내기도 합니다. 

이 2명의 올드보이과 영보이 그리고 아름다운 여자가 만드는 여행빙자 스릴러가 1월의 두 얼굴입니다. 


진짜와 가짜의 은유가 가득 한 영화

1월의 두 얼굴. 제목 자체가 은유입니다. 1월의 영어 January는 야누스(Janus)에서 나온 단어입니다. 1월은 과거의 끝과 새로운 한 해가 시작되는 끝과 시작이 공존하기 때문에 야누스에서 어원을 따온 것입니다. 야누스는 앞과 뒤가 다른 얼굴을 하고 있습니다. 이는 체스터와 라이달과도 닮았습니다

외모만 보면 돈 많고 예의 바른 미국 관광객 부부 같은 체스터. 외모만 보면 잘생긴 그리스 청년 같은 라이달 그러나 그들의 뒷모습은 사기꾼입니다. 이 두 얼굴을 한 두 주인공은 또 한번의 다른 얼굴을 보여줍니다. 시종일관 체스터의 집요한 집착을 참고 있던 라이달은 영화 마지막에 또 다른 얼굴을 보여줍니다.  반면, 체스터는 아들 같은 라이달을 위해서 또 다른 모습을 보여줍니다. 



이야기는 지루할 수 있지만 배우들의 연기와 은유가 꽤 좋았던 영화

이야기는 지루할 수 있습니다. 최근의 스토리텔링이 이리저리 교차편집하고 몽타주를 하듯 복잡할수록 재미가 있다는 경향이 있어서 스토리의 속도가 아주 빨라졌는데 이 영화는 스토리가 아주 느립니다. 딱 60년대 스타일인데 이는 영화 촬영 기법도 60년대 식입니다. 

예를 들어서 크레타섬 유적지의 야간 장면을 예전 60년대에 썼던 낮에 촬영한 후 후보정 할때 노출을 낮춰서 밤장면이라고 우기던 그런 기법도 보여줍니다. 비가 오는데 달빛(햇빛이지만)이 비치는 모습에 감독이 일부러 넣은 장면 같다는 생각도 드네요. 그렇다고 촬영 기법이 60년대 기법만 따라했냐? 그건 또 아닙니다. 공항 장면에서는 스테디캠으로 화려한 달리샷으로 긴박감을 적절하게 잘 담습니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60년대 스릴러 같다는 느낌 그대로입니다. 현대 식으로 각색할 수도 있었지만 크게 각색한 것 같지는 않네요. 

이 영화는 무엇보다 은유가 많아서 좋았습니다. 아버지와 아들의 대결 같기도 하고 여자를 두고 다투는 연적과의 다툼 같기도 하고 사기꾼끼리 등쳐 먹는 영화 같기도 하고요. 수 많은 장면 속에 은유 할 곳이 꽤 많습니다. 무덤, 여행, 아버지와 아들, 거짓과 진실, 다만 이런 사유를 하면서 볼 훈련이 되지 않은 분들에게는 이런 은유들이 보이지 않아서 그냥 지루할 수 있는 영화입니다. 


그렇지만 반지의 제왕의 비고 모르텐슨과 스파이더맨의 커스틴 던스트 그리고 인사이드 르윈에서 르윈 데이비스 역으로 큰 인상을 남긴 오스카 아이삭의 큰 눈망울에서 나오는 연기가 아주 볼만합니다. 배우들의 연기를 보는 재미가 아주 좋네요

유럽 곳곳을 다니긴 하지만 주로 뒷골목이나 일상적인 풍경이라서 유럽을 무대로 했지만 랜드마크를 부각하는 관광 영화가 아니기에 유럽의 풍광을 보는 재미는 생각보다 크지 않습니다. 다만, 크레타 섬을 버스로 여행하는 장면은 꽤 인상 깊네요. 

복고 스타일의 스릴러를 좋아하는 분들과 배우들의 연기를 좋아하는 분들 그리고 태양은 가득히 같은 내면의  욕망을 스릴러로 바꾼 영화를 좋아하는 분들에게는 괜찮은 영화입니다. 다만, 이 영화는 대중성은 높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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