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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권력이다

해무. 홍매 구하려다 다른 물고기 다 놓친 허무한 영화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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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무. 홍매 구하려다 다른 물고기 다 놓친 허무한 영화

썬도그 2014. 8. 15. 10:54

기대가 참 많은 영화였습니다. 살인의 추억을 각본을 공동 집필하고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인기 연극을 다시 각색한 이야기에 대한 묵직함이 있는 영화라서 많은 기대를 했습니다. 해무가 낀 바다 위에서 한 치 앞도 내다 볼 수 없는 스릴과 인간의 잔혹성과 잔인함을 그려줄 줄 알았습니다. 그러나 이 기대는 다 깨졌습니다.

왜 홍매를 그렇게 구해야 했는지 납득이 가지 않습니다. 왜 그러셨어요. 왜 왜 왜! 홍매가 뭐라고 홍매가 뭐라고요. 


해무가 끼기 전까지는 좋았다.

해무는 2001년 제 7호 태창호 사건을 모티브로 한 연극을 다시 영화로 만든 작품입니다. 이 태창호 사건은 중국인을 밀입국 시켜려다 그 중 25명이 질식사 했고 질식사 한 시체를 바다에 유기한 잔혹한 사건입니다. 

돈 앞에서 얼마나 인간이 잔혹해 질 수 있는지 폐쇄된 공간에서 얼마나 인간이 권위 앞에 쉽게 굴복하는 지를 보여주는 사건이었습니다. 이런 얼개를 그물망처럼 촘촘하게 잘 연출하면 빼어난 영화가 나올 수 있습니다. 이런 폐쇄된 공간이 주는 스릴과 함께 인간의 광끼를 제대로 만 담는다면 또 하나의 살인의 추억이 될 수 있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제 이런 기대는 허물어졌습니다. 

영화는 IMF가 터진 이후 황폐해진 시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정부에서 안강망 어선을 폐선처리 하겠다는 방침에 따라서 강선장(김윤석 분)은 마지막까지 이 배를 살리려고 했지만 매번 고기 잡이가 시원치 않습니다. 한 번은 그물을 바다에 드리우려다 배의 막내인 동식(박유천 분)이 그물에 걸려서 죽을 뻔 했는데 강선장의 순간적인 기지로 유압 케이블을 절단해서 동식을 살립니다. 이 모습을 통해 선장이 돈 보다는 생명을 더 우선시하는 평범한 선장임을 보여줍니다. 

모든 선원이 선한 모습을 보여주지는 않습니다. 여자 좋아하고 돈 벌이 걱정하는 그냥 평범한 뱃사람들입니다. 강선장도 말은 툭툭 내 뱉어도 돈 보다는 막내를 생각하는 평범한 어부입니다. 


그러나 강선장은 고기 잡이가 시원치 않아서 아내에게 구박받고 자신이 몰던 배를 폐기처분 해야 하는 위기에 놓입니다. 
돈이 궁하게 되자 강선장은 밀항을 원하는 재중동포를 배에 태워서 한국으로 이송하는 위험한 일을 맡게 됩니다. 

문제는 이런 엄청난 불법을 저지르면서 다른 선원과 단 한 마디도 상의를 하지 않습니다. 그냥 질러놓고 배를 띄운 후에 선원들에게 사실을 말하면서 돈 다발을 던져줄 뿐입니다. 그러고서 "우리는 한 배를 탔다고"말합니다. 좀 어처구니가 없죠. 범죄를 같이 모의하고 이 범죄 행위에서 빠질 사람은 빠지라고 하고 했다면 모르겠으나 그냥 범죄를 했으니까 같이 하는 수 밖에 없다는 말을 합니다. 

이런 모습은 강선장이 상당한 귄위의식을 가진 사람임을 잘 알 수 있습니다. 이는 우리네 아버지들의 행동 방식과도 비슷합니다. 불법인 줄 알면서도 돈을 벌기 위해서 했던 행동을 스스로는 다 처자식 먹여 살리려고 했다는 식으로 자기 위안과 변명을 하죠. 이런 권의의식에 다른 선원들은 찍소리도 하지 못합니다. 다만 기관사인 완호(문성근 분)만이 작은 목소리로 항의를 합니다. 



영화 초반에는 이런 귄위에 대한 복종이 지배한 세계를 보여줍니다. 하나의 작은 배가 한국을 그대로 닮은 듯한 권위가 운영체제인 모습을 잘 보여줍니다.  솔직히 이번 군대에서 일어나는 폭력에 의한 윤일병 임병장 사건은 권위에 눌려서 신고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는 군대의 폐쇄성과 권위로만 똘똘뭉친 집단의 썪은 내를 잘 보여준 사례입니다

배라는 공간도 마찬가지입니다. 배도 바다에 떠 있으면 하나의 세계가 되어서 외부와의 접촉이 되지 않으면 그 자체가 감옥이자 무서운 군주가 사는 독재국가가 됩니다. 영화는 여기까지는 꽤 좋은 흐름을 보여줍니다.


공해상에서 재중동포를 태운 후 선원들은 비록 불법이지만 이 동포들에게 컵라면을 나눠주면서 따스한 인품을 보여줍니다. 


심지어 동식은 홍매(한예리 분)가 바다에 빠지자 목숨까지 걸면서 홍매를 바다에서 구해냅니다. 
이렇게 따스한 성품의 사람들이 변하기 시작합니다.  공해상에서 밀항 준비를 하던 강선장은 멀리서 해경 단속이 뜨자 이 재중동포를 잡은 물고리를 넣는 창고인 어창에 다 쑤셔 넣습니다.  해경의 부패한 관리와의 뒷거래를 한 후에 어창을 열어보니 재중동포가 모두 죽어 버렸습니다. 프레온 가스가 터져서 가스 중독에 걸린 것입니다.

여기서 부터 영화속 인물들은 2명만 빼고 모두 광끼를 보여줍니다. 



광끼를 보여주는 선원들까진 좋았으나 홍매를 왜 구해야 했나요?

죽은 재중동포를 바다에 유기하는 과정의 잔혹함 속에서 유일하게 생존한 사람이 홍매입니다. 홍매는 동식이 따뜻한 기관실에 숨겨둔 아가씨입니다. 영화는 엄청난 살인 행위를 한 후에 유유히 선장의 지시에 따르는 호영(김상호 분)과 경구(유승목 분)
과 창욱(이희준 분)을 보여줍니다. 이들은 선장의 지시에 아주 잘 따릅니다. 

보통 이런 거대한 살인이 일어나면 소리를 지르거나 울먹이거나 자신들의 앞날을 걱정해야 하는데 강선장은 자신이 살기 위해서 또는 선원들을 살리기 위해서 시체 유기를 지시합니다. 이런 모습에 유일하게 저항하는 사람이 있었는데 그가 바로 완호입니다. 그러나 완호의 저항도 관객의 입장을 대변하기 보다는 그냥 허투루 소비를 해 버립니다.

이런 미쳐가는 선원들의 모습을 영화는 보여주긴 하는데 이 과정이 매끄럽지 못합니다. 많지 않은 선원들 중에서 처음부터 악마 같았던 선원과 천사에서 악마로 변해가는 선원과 처음부터 천사였던 선원을 배치해서 감정 이입을 할 수 있는 캐릭터가 한 명이라도 있어야 합니다. 그러나 이 영화는 감정이입을 할 선원이 동식이라고 명령하고 있지만 동식에게도 감정이입이 되지 않습니다. 


처음부터 악마 같은 모습을 보여준 경구라는 인물은 그나마 좀 이해가 갑니다. 여자 좋아하고 돈 앞에서 친절한 경구라는 인물은 그나마 자리를 잘 잡았지만 


선장이자 주인공인 강선장이 왜 갑자기 폭력적으로 변했는 지에 대한 설득력이 약합니다. 그냥 뱃놈이니까 엄청난 일을 저지르기 때문에 두려워서 폭력을 가하는지는 몰라도 과도한 폭력을 보여줍니다. 

이런 무자비함에도 어느 선원도 말리지 않습니다. 동식이 나서긴 하지만 그건 선함이라기 보다는 홍매를 잘 숨기기 위한 수단일 뿐입니다. 



해무가 밀려오자 닥치고 홍매 구하기에 나서는 동식

이 영화는 스토리에 대한 설득력이 많이 떨어집니다. 제가 이 영화에 짜증이 났던 이유를 후반에 강선장이 말합니다.
저 가스나가 뭐라고!!!  제가 하고 싶은 말을 강선장이 동식을 패면서 말합니다

동식과 홍매는 이번 밀항에서 처음 본 사이입니다. 물에 빠진 홍매를 동식이 구해줍니다만 그렇다고 그 일 하나가지고 서로가 사랑에 빠지기에는 연결고리가 너무나 헐겁습니다. 첫눈에 반했을 수는 있습니다만 그런 거대한 범죄를 하는 과정에 사랑에 빠지기 쉽지 않습니다. 또한 저는 동식이 아주 선한 인물 같지도 않습니다. 절대 선을 가진 사람은 없지만 그렇다고 해도 동식이 선한 행동을 하는 이유는 선 그 자체가 일으킨 선한 마음이 아닌 홍매를 위한 선입니다. 

선장이라는 절대 악 앞에서 동식은 큰 저항을 하지 않지만 유일하게 홍매를 구할 때는 맞섭니다. 홍매가 뭔데 저렇게 지킬까요? 친 여동생도 아니고 그렇다고 본지 며칠 되지도 않는 여자를 두고 목숨을 넘어 동료까지 패는 모습은 저렇게까지 해야 하는 이유가 뭘까?라는 의문이 계속 듭니다. 


영화는 이 과정의 설득력이 너무도 부족합니다. 마치 시나리오에 넌 홍매 구하는 것만 하는거야 그냥 닥치고 홍매를 구해!라고 명령문이 써 있던 걸까요? 왜 동식이 홍매를 자신의 목숨까지 위협당하고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구해야 하는지에 대한 설득이 되지 않습니다.

이게 되지 않으니 주인공인 동식의 행동 하나 하나가 이해가 안 갑니다. 홍매가 자신의 양심이라고 지켜야 한다면 또 이해가 갑니다만 그런 것도 아닙니다. 그냥 육지에 도착하면 자신이 데리고 살고 싶다는 또 하나의 욕정의 화신으로 밖에 보여지지가 않습니다.  홍매 구하려다가 절대 악과 절대 선의 대결구도도 아닌 먹고사니즘의 절대 악인 강선장과  홍매에 대한 욕정의 화신인 동식의 대결로 그려져서  최악과 차악의 대결로까지 보여집니다. 


홍매와의 러브씬도 짜증입니다. 홍매 일병과의 사랑? 홍매 일병 구하기. 홍매가 뭐라고 홍매가 뭔데 다른 사람들의 목숨은 크게 자책하지도 않으면서 홍매에게만 해물라면까지 대접 하는지 영화는 큰 설명이 없습니다. 이런 성긴 시나리오에서 무슨 좋은 영화가 나오겠습니까?



배우들의 연기만 맑았던 영화 해무

이 해무의 유일한 볼꺼리는 배우들의 연기입니다. 강선장 역을 한 김윤석이야 따로 설명할 필요가 없습니다. 유일한 입체적인 성격의 캐릭터입니다. 다른 캐릭터들이 설득력이 떨어진다면 강선장의 행동은 이해가 좀 갑니다. 그 이해가 가는 이유는 시나리오가 아닌 김윤석의 눈에서 나옵니다. 절대 악인 강선장이지만 흔들리는 눈빛에서 나도 어쩔수 없잖아! 모두 살려면 이럴 수 밖에 없어!라고 말하는 고통에서 울부짖는 짐승의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여기에 박유천의 첫 스크린 데뷰작이지만 아이돌 가수 출신 배우라는 꼬리표가 사라진 뛰어난 연기를 보여줍니다. 박유천은 제가 아는 아이돌 가수 출신 배우중에 가장 뛰어난 연기를 보여줍니다. 여기에 독립영화계의 꽃인 한예리의 모습을 오래 길게 볼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이렇게 3명의 배우의 연기가 유일한 볼꺼리이자 이 영화의 미덕입니다. 
또한 다른 배우들의 연기도 아주 뛰어납니다. 그런데 뜻하지 않게 이 영화는 많이 웃깁니다. 창욱이라는 선원은 여자에 굶주린 짐승 같은 인물인데 홍매를 찾아서 이리저리 뛰는 모습에 관객들이 크게 웃습니다. 코믹 스릴러인가? 영화가 의도한 것은 아닌 광끼를 그린건데 이 부분에서 광끼가 웃음으로 변질 되네요. 영화는 여러모로 참으로 아쉽고 아쉬운 영화입니다. 연출력도 별로고 이야기의 짜임새도 설득력도 없습니다. 더구나 결말 부분에는 짜증이 밀려옵니다. 

관객 대부분이 짜증을 내면서 나오던데요. 이 영화가 헐리우드 식의 블링블링한 마무리를 하지 않음을 알고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허무한 결말은 더더욱 아닌 것 같습니다. 정말 영화 보고 나오면서 한 마디 했습니다. 해무가 아닌 허무라고요. 
이 영화는 여름 흥행 영화는 절대 아닙니다. 그렇다고 인간의 집단 광끼를 잘 담지도 못합니다.  좋은 소재임에도 이걸 홍매라는 인물로 다 헝클어 놓습니다. 비추천하는 영화입니다



11 Comments
  • 프로필사진 우미 2014.08.17 11:20 뭐 여러모로 아쉬움이 많은 영화이긴 합니다만,
    그렇다고 '비추천'할만한 영화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개인적으로 해무는 볼 때보다는 보고난 뒤의 임팩트가 더 크게 느껴지는 영화같아요.

    글을 보면, 동식의 홍매에 대한 '집착'을 이해하기 어렵다고 하셨는데,
    저 또한 그 부분에 대한 설득력이 좀 약하다고 생각합니다. 잘 표현해내지도 못한 듯 하구요.

    하지만 가만 생각해보면, 사람 특히 이성에 대한 감정은 논리적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그런 부분'이 있지요.
    동식과 홍매의 관계 또한 마찬가지가 아닐까요?
    그리고 그 둘의 정사씬도 볼 때는 좀 생뚱맞다는 느낌이었는데, 그 이후의 전개와 결말부분을 생각하면
    굉장히 중요한 장면이었구나 라는 생각이 듭니다.

    동식과 홍매의 성관계를 통해, (순진한)동식은 홍매를 꼭 지켜내야할 자신의 '절대적 분신'으로 받아들이게 되는거구요. 홍매는 살아남기 위한 필사적인 자구책으로 동식과의 관계를 허용한 거라고 봅니다. 동식에 대한 홍매의 '절대적 의존'의 표현이라고 해석할 수도 있겠구요.
  • 프로필사진 Favicon of https://photohistory.tistory.com BlogIcon 썬도그 2014.08.17 11:35 신고 사람이 공포감에 휩싸이면 그런 격한 감정에서 정사를 나눌 수있고 이해는 하지만 보편적 공감은 이끌어내기 힘들어 보였어요. 전체적으로 안타까운 영화였어요. 내용도 영화도요
  • 프로필사진 BlogIcon chisel 2014.08.17 20:11 인간과 세상의 다른 측면을 다루는 점은 외면하시는군요. 동식의 홍매에 대한 감정에 사랑이란 개연성이 약하다..보실 수도 있죠. 하지만 어쩔 수 없이
    집단의 광기에 휘둘려지는 상황에서도 인간의 최소한의 도리를 지키려 저항할 줄 아는 인간성..이라는 게 있는거죠. 동식이 가련해보이는 홍매에게 감정과 육체적 본능을 느끼는 건 개연성 없이도 그 또래에겐 자연스럽죠. 약탈 대상만으로 보는 산원 선배들로부터 숨기고 싶었던거고..하필 우연적 집단 몰살이란 사고가 닥친겁니다. 선장의 동정의 여지가 있는 의도?로 집단적 광기에 휩쓸리게 되는거고. 동식은 선택적 상황에 놓인거죠. 선장의 뜻에 따라 집단의 광기에 합세하느냐 상식적 인간성의 준거에 따라 목숨걸고 저항하느냐. 홍매가 뭐라고..식이라면 이 세상엔 희망이 없는거죠. 홍매가 다른 사람 다 죽어도 좋으니 자신만 구해달라한 것도 아니구요. 인간이란 한계와 인간이기 때문에 가치를 위해 목숨걸줄 아는...현실을 다룬 것으로 저는 해무를 봤습니다.
  • 프로필사진 Favicon of https://photohistory.tistory.com BlogIcon 썬도그 2014.08.18 10:35 신고 글쎄요. 전 그렇게 보여지지가 않았습니다. 동식이 홍매를 넘어서 시체 유기에 대한 저항을 약간 했지만 심하지 않았어요. 전 그 모습을 보면서 동식도 한배를 탄 놈이구나 느꼈고 다만 다른 선원보다는 좀 더 상식적일 뿐 크게 보면 동식도 밀항에 적극 반대하지 않잖아요. 오히려 기관장이 좀 더 선한 사람의 대변자로 활약해주길 바랬는데 그냥 미쳐버리니 좀 황당하더라고요. 전체적으로 짜임새도 약하고 배우들 연기 말고는 볼게 없었습니다. 물론, 영화야 각자 취향과 판단이 다르기에 다른 시선도 있을 것입니다.
  • 프로필사진 chisel 2014.08.20 15:00 영화를 보는 수만가지의 취향이니만큼 님에게 시비 걸 의도는 전혀 없단 말씀드리면서,,
    전 좀 다른 각도에서 해무를 바라보는 건 어떨까 해서 말씀드린 겁니다.
    이를테면 이런거죠.
    해무는 대개의 상업영화가 가는 길 보다는 좀 더 드라이한 시각을 견지하고 있다는 거죠.
    헐리웃의 영웅다운 영웅까진 아니더라도 관객에게 최소한의 카타르시스를 안겨줄 길조차 가지 않죠.
    보셨는진 모르겠지만 헐리웃 영화 '미스트'의 주인공 정도가 상업적 손익분기를 고려한 헐리웃이 허용하는 최소한의 작가주의..라고 볼 수 있지 않나 싶어요.
    그런데 해무의 동식은 이런 정도의 일반인 영웅의 길 조차 가지 않죠.
    게다가 악당 두목인 강선장에 개연성 있는 연민의 시선까지 유지하기에
    더욱 그러한 길을 가지 않았나 싶기도 하고.
    그런데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은 영화와는 반대의 경우가 훨씬 많다는 거죠.
    양심과 정의가 실현되는 아름다운 경우보다 훨씬 더 많이 부조리와 아이러니가 반복되는 현실속에서 그나마 저항이 이루어지긴 하지만 패배하는 비극이 훨씬 많이 발생합니다.
    최근만 해도 윤일병에게 가했던 집단적인 악마적 행위들.. 부대원 중 누구 하나 제지하지 못했고 심지어 당사자인 윤일병은 변변한 저항 한번 해 보지 못했으며 결국엔 죽음에 이르렀는데도 군대 상부에선 은폐에 급급했었다고 하죠. 아프지만 이런게 현재 한국사회 현실의 한 측면입니다.
    제가 해무가 뛰어나다고 하는 건 이 영화가 안전한 영화적 달콤함(통쾌함)보다는 쓰라린 현실을 가감없이 보여주는 위험한 길로 뚝심있게 가고 있다는 겁니다.
    관객의 페르소나로 감정이입 가져가는 인물은 일단 동식이라 볼 수 있는데,
    그는 대개의 영화주인공다운 born natured hero라고 보긴 어렵죠.
    해양고 나온 평범한 청년이고 배의 견습 막내일 뿐입니다.
    그저 경력쌓아 선장되어 어머니 모시고 이쁘고 착한 배우자 만나 일상의 행복 느끼고 싶은 동네 총각일 겁니다.
    그런데 하필 예상 못한 집단 질식사 사건이 발생하는 거죠.
    그런 동식에게 닥치는 휴머니즘적 딜레마인
    선장의 불법 밀항 범죄 행위에 가담할 것이냐/여성에게 성폭행 할 것이냐/시체유기에 동참할 것이냐부터 결국 홍매를 죽이는 악행에 가담할 것이냐로 클라이막스에 이르게 되죠.
    만약 감독이 동식을 대개의 상업영화가 그려가는 영웅의 길로 가져갔다면,, 먹먹하지만 통쾌한 휴먼 스릴러 영화로(이 자체가 폄하 받을 건 물론 아닙니다) 평가 받을지언정 지금의 해무처럼 의미 있는 영화로 자리잡진 못하지 않았을까 봅니다.
    물론 저도 동식과 홍매의 러브 씬은 뜬금없게 봤고, 차라리 러브 라인 보다는 마치 불쌍하고 가련한 누이동생 같은 라인으로 가져갔으면 어땠을까 싶습니다만,
    중요한 건 동식이 비록 비의도적 범죄행위에 가담했더라도, 선장과 선배들의 위압감과 위협에서도 인간이 자신의 이익을 위해 남을 죽이는 행위는 용납 못한다는 최소한의 도덕률에 따라 동식이 있는 그 처지에서 영웅적(?)저항을 했다는 그 자체가 중요하다는 겁니다.
    다시 말해 감독이 의도하는 바가 영웅적 풍모가 이미 있었던 사람이 영웅 행위를 하는 게 아니라, 사람이라면 받아들여선 안 되는 최소한의 휴머니즘적(도덕이 아니라) 마지노선이 인간이라면 누구에게나 있는 자연스런 감정으로써 발휘된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던 게 아니냔 거죠.
    제가 홍매가 뭐라고…라면 인간 세상에 희망이 없다..라고 말씀 드린 건 그런 의미 입니다.
    홍매가 심지어 죽어 마땅한 나쁜 년일지라도 집단이 그들의 이익을 위해 죽이는 행위에는 가담하지 않거나 오히려 저항하는 사람이 조직에 단 한 명이라도 있다는 믿음이 있는게 그나마 우리가 이처럼 부조리한 현실을 희망을 갖고 사는 게 아닐까요.
    윤일병 속한 집단에 적어도 동식 같은 이 하나 없었단 게 아픈 현실입니다.
    헐리웃 영웅은 커녕 해무의 동식 같은 이마저도 현실에 잘 없는 게 더 치욕적인 현실이고요.
    제가 본 해무는 ‘인간이란 한계와 그나마 인간이기 때문에…’라는 생각을 하게 한 영화였습니다.
    아마도 해무는 추격자처럼 통쾌한 카타르시스를 주거나, 파이란처럼 로맨틱한 아련한 먹먹함으로 가슴시리게 하거나하는 좋은 영화이지만 또 다른 익숙한 길로 갈 수도 있었을겁니다.
    하지만 드라이한 현실에 최소한의 희망만 존재하는 실제에 포커스를 마추는 쟝르영화 하나 정도는 존재하는 것이 우리 삶을 더 다양하게 해주지 않을까요.
    그 길이 비록 손익분기에 미치진 못하더라도, 봉준호 제작자와 심성보 감독의 용기에 찬사를 보내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 프로필사진 BlogIcon 하키 2014.08.20 03:08 저와 거의 같게느끼신것같아요. 저도 해무가 아니라 허무라며 나왔거든요ㅋ 엔딩도 여운이라기엔 개운치않은 찝찝한 결말이였고, 전체적으로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느껴졌거든요. 기대많이했는데 아쉬웠어요.
  • 프로필사진 오베르뉴 2014.09.20 01:14 어느 책에서 읽었습니다만..
    "10 년 지기 한테도 배신 당하는게 인생이며 어제 처음 본 이성과 사랑에 빠져 평생 살 수도 있는게 인생이다"
    라는 말이 있더라구요.
    저는 위의 저 구절이 인상깊어서 그런지 몰입이 잘되었었는데 대다수분들이 님처럼 몰입이 안되신 것 같아
    안타까워요.
    아무튼 리뷰 정말 잘 읽었습니다.
  • 프로필사진 Favicon of https://photohistory.tistory.com BlogIcon 썬도그 2014.09.20 16:08 신고 처음 본 이성과 사랑에 빠질 수 있습니다. 그건 저도 경험 했으니까요. 문제는 처음 본 여자와 잠자리를 잘 수 있냐는 것이죠. 뭐 극한 상황에서는 그럴 수 있고 그 부분은 크게 지적하고 싶지 않지만 보편적으로는 생뚱 맞기도 합니다. 배신 부분은 너무 급작스러운 변화인데 이 과정이 매끄럽지 못합니다. 좀 더 여러 장치를 통해서 변할 수 밖에 없었다고 말해주면 좋으련만 그게 좀 아쉽기는 하네요
  • 프로필사진 해무 광팬 2014.09.23 09:23 갑판장 호영은 맹목적으로 선장에게 충성하는 캐릭터가 아닙니다. 홍매를 바다에 던지라는 선장의 지시를 따르는 듯

    하지만, 사실은 몰래 어창에 숨겨 준 것입니다.
  • 프로필사진 해무 광팬 2014.09.23 09:37 마지막 장면이 허무하셨죠? 나중에 두고 두고 곱씹어 보게 됩니다. 홍매의 어린 딸은 누구의 자식일까요. 동식일까요? 동식이든 아니든 무슨 상관이냐고요? 만약 동식이 아니라면 그런 엄청난 일을 겪고 나서 바로 다른 남자를 만나서 아이를 가졌다는 얘기가 됩니다. 혈혈단신으로 낯선 땅에 떨어진 홍매의 입장을 볼 때, 더구나 그런 사건을 겪고난 직후에 바로 다른 남자와 만났다면 그 사람은 구로에 사는 오빠일 수 밖에 없습니다. 물론 친오빠가 아닙니다. 아마도 애인이겠죠. 동식에게 한 말은 거짓말입니다. 한번 놀러오라는 말도 가식적이죠. 그렇게 보면 동식과의 성행위도 다른 관점에서 보이기도 합니다. 홍매가 악당이라고는 말 못하겠습니다. 제가 그 입장이어도 그랬을 것입니다. 다만 이렇게 다양한 해석이 가능한 영화를 한 번이라도 보신 적이 있는 지 묻고 싶습니다.
  • 프로필사진 BlogIcon 화담 2014.10.07 02:32 결말은 결국 해무가 아닌 허무한영화
    막빤에 힘을 쭉 빼게 만드는영화..
    왕짜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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