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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영화창고

명량 관객동원 1천만을 넘은 이유 5가지

by 썬도그 2014. 8.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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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명량이 제 예상대로 관객 동원 수 1천만이 넘어섰습니다. 1천만 명이 본 영화지만 올해 1천만이 넘은 변호인이나 겨울왕국에 비해서 많은 비판의 목소리가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왜 이런 차이가 나는 것일까요? 실제로 제 주변이나 페이스북 지인들도 비판의 목소리가 꽤 많이 있습니다. 

보통 비판의 목소리가 많으면 그 영화가 흥행에 급 제동이 걸려야 하지만 오히려 그런 크고 작은 논란이 오히려 흥행에 더 도움을 주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흥행가도에 거침이 없고 아마도 사상 최고의 한국 흥행 1위를 기록할 것 같습니다. 

제가 이 영화를 시사회에서 보고 대박을 외친 이유는 명확합니다. 근래 보기 드물게 잘 만든 한국영화이기 때문입니다. 
공감하실지는 모르겠지만 제가 느끼는 명량 흥행 대박 이유를 적어보겠습니다.


1. 민초들의 삶과 인간 이순신을 잘 부각한 스토리

모든 사람이 공감하지는 못하겠지만 전 이 명량의 스토리가 꽤 좋다고 봤습니다. 물론 성긴 부분이 꽤 있긴 합니다만 최근 한국 대작 영화들의 성김을 넘어서 개연성이 너무나도 부족하거나 공감이 가지 않는 스토리에도 흥행 대박을 이룬 영화들이 많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다른 흥행 영화보다 좋다고 봅니다. 

영화 전반의 인간 이순신의 고뇌와 갈등이 지루하다고 하는 분들이 많지만 전 영웅 이순신이 아닌 인간 이순신의 속 깊은 이야기를 볼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특히, 충은 임금이 아닌 백성으로 향한다는 이 주제는 영화 끝까지 끌고 갑니다. 

특히 2층 갑판에서의 백병전을 넘어서 노를 젓는 백성들의 전투 참여의 모습이나 그들의 이야기를 영화 곳곳에서 녹여 냈습니다. 특히 정씨 여인으로 대변되는 민초들의 노력과 회오리 물살에 끌려 들어가는 판옥선을 백성들이 끌어내는 모습 등등은 꽤 보기 좋았습니다. 다만 이야기의 임팩트가 없다는 것은 아쉽습니다. 천운이라는 마지막 대사는 자신이 모든 것을 한 것이 아닌 백성과 하늘이 함께 했다는 말로 비추워져서 이순신의 겸손한 모습까지 볼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2. 역사적인 고증이 잘 된 영화 명량

역사적인 고증이 잘 된 영화입니다. 물론 100% 만족하는 고증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판옥선, 안택선, 거북선에 대한 묘사가 훌륭합니다. 목이 긴 거북선이 아닌 진짜 거북이처럼 목이 짧은 거북선의 묘사와 함께 다양한 조선시대의 화포를 훌륭하게 재현 했습니다. 

대장군전, 천자총통과 인마 살상용인 조란탄의 묘사는 아주 훌륭합니다. 1시간의 해전에 대한 묘사는 이견이 없을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만족합니다. 여기에 CG를 적절하게 섞어서 1시간의 해전을 지루하지 않게 잘 담고 있습니다. 제가 더 놀랬던 것은 배 위에서의 백병전과 함께 배를 들이 박는 충파에 대한 묘사는 짜릿하기만 했습니다. 이전의 이순신의 영화나 드라마는 충파에서 판옥선이나 거북선은 멀쩡하고 안택선만 휴지조각처럼 부셔지는 다소 과장된 모습을 보였다면 영화 명량은 액션 전체가 아주 단단합니다. 물론  CG는 허리우드에 비하면 못하긴 합니다만  한국 영화치고는 꽤 잘 만들었습니다.

포졸 군복이 아닌 병사들의 군복 그리고 일본 병사들의 군복에 대한 묘사도 아주 뛰어납니다


3. 40대 관객들을 움직이게 만든 영화 '명량'

겨울왕국은 10대들이 엄마 아빠의 손을 잡고 본 영화입니다. 그러나 영화 변호인과 이 명량은 40,50대가 아이들 손을 잡고 보러간 영화입니다. 지난 30일부터 7일까지 9일 동안의 예매 관객 분석을 보면 40대가 31.1%로 가장 높습니다.

20대가 30.7% 30대가 26.8%입니다. 보통 40대는 영화를 잘 보지 않습니다. 영화 보러 갈 시간도 잘 나지 않고 나더라도 영화의 주 소비 계층이 아닙니다. 차를 타고 가족들과 여행을 가거나 낚시나 등산을 가는 것이 40대입니다. 반면 20대는 차가 없고 모여서 함께 노는 문화가 많다 보니 영화를 참 많이들 봅니다. 영화관 가보면 태반이 20,30대 관객들입니다. 

그러나 놀랍게도 명량은 40대가 이끌었습니다. 현재 한국의 40대는 제2차 베이비 붐 세대입니다. 1968년부터 1974년에 태어난 난 인구가 엄청나게 많고 저도 여기에 포함됩니다. 덕분에 사상 최고의 대입 경쟁률의 폭탄을 맞았지만 주변에 보면 이 40대 분들이 꽤 많습니다. 이는 인기 있는 연예인들의 나이들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40대 들에게 있어 이순신은 좀 남다릅니다. 현재의 40대들이 초등학교를 다니던 70년대는 박정희 대통령 시절이었습니다. 박정희는 자신의 친일 행적을 지우기 위함도 있고 박정희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장군이 이순신이여서 이순신 장군 동상도 광화문에 세우고 이순신 장군을 좀 더 찬양하는 모습이 있었습니다. 아직도 기억나네요. 초등학교 복도에 이순신 장군의 3대 대첩을 담은 거대한 민족화가 걸려 있던 것이요

40대들에게 있어 이순신은 큰 영웅이었습니다. 이런 시대적 배경에서 이순신을 좀 더 많이 접하고 많이 듣다 보니 이순신에 대한 선호도가 꽤 높습니다. 잘은 모르겠지만 아마도 이런 문화 때문에 40대들에게 큰 인기를 끈 것은 아닐까요?



4. 리더쉽이 사라진 혼탁한 세상. 강력한 리더쉽을 가진 영웅을 원한다

지난 세월호 사건을 통해서 한국 대통령의 불통의 리더쉽을 똑똑히 봤습니다. 이명박 정권부터 현재까지 지난 7년 간 소통 보다는 불통과 호통을 넘어서  남탓이나 유체 이탈 화법을 구사하는 대통령을 우리는 견디고 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여의도의 정치에 큰 쓴소리를 했다는 뉴스를 보고 실소를 했습니다. 

리더쉽 부재의 정부를 보고 있다 보니 많은 스트레스가 쌓입니다. 책임은 지지 않고 호통만 남은 불통의 리더쉽은 영화 변호인의 큰 흥행을 이끌었습니다. 변호인은 따스한 리더쉽을 가진 주인공이 흥행을 이끌었다면 명량은 카리스마가 있으면서 책임을 질 줄 알는 카리스마가 강한 리더쉽을 보여줬습니다. 

이 뛰어난 리더쉽을 보이는 이순신을 보고 관객들은 환호를 하고 있습니다. 현실에서 보지 못하는 리더쉽을 영화에서 대리 만족하는 것이 전 아주 크다고 봅니다. 이 대리만족은 만족을 넘어 카타르시스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5. 돈 되는 영화에 몰빵하는 돈의 논리가 장악한 영화 배급 시스템

혹자는 애국심을 자극해서 흥행에 성공했다고 합니다. 그말도 맞습니다. 맞지만 애국심만 가지고 1천만 넘기는 쉽지 않습니다. 한국 흥행기록 TOP10에 들어가 있는 한국 영화들을 보면 오히려 반전 영화나 다른 주제를 다룬 영화들이 더 많습니다. 

따라서 애국심만으로 큰 흥행을 했다고는 보여지지 않습니다. 소재가 좋아서 흥행을 했다고 하지만 이 좋은 소재를 왜 지금까지 영화로 만들 생각을 못했을까요?


현재 명량은 오늘까지 관객 동원 1천 1백만을 넘기고 있고 수 많은 흥행 기록을 다시 쓰고 있습니다. 이는 높은 스크린 숫자로 인한 밀어내기식 흥행이라는 비판도 있습니다. 숫자로만 보면 무려 1,600개 관에서 상영을 하고 있으니 그 비판이 맞는 것 같기도 하지만 



좌석 점유율을 보면 그런 주장이 무안해 집니다. 관객 점유율이 무려 87%까지 올랐기 때문입니다. 관객이 많이 차는 영화를 확대 개봉하는 것은 돈의 논리로 보면 오히려 당연한 결과입니다. 돈을 잘 끌어 들이는 영화를 더 많이 개봉하는 것은 전혀 이상한 것이 아닙니다. 

하지만 이 영화를 자본 논리가 아닌 문화적인 관점으로 본다면 좀 과한 느낌이 분명 있습니다. 한 영화가 전국 영화관의 3분의 2 이상을 차지하면 다른 영화들이 피해를 받기 때문입니다. 제로섬 게임이기 때문에 분명 피해를 보는 영화들이 있습니다. 따라서 영화의 제작과 배급과 상영을 다원화 해야 하고 분리를 해야 합니다. 

그러나 이런 주장과 비판은 씨알도 안 먹힙니다. 
앞으로도 조금만 재미있어도 개봉관 숫자를 확 늘려서 어느 정도 큰 흥행을 기록할 수 있습니다. 이미 우리는 별 재미가 없다고 한 영화가 수백만 명의 관객이 든 영화를 많이 만날 수 있었습니다. 앞으로도 욕하면서 보는 영화가 많아질 것입니다. 관객이 영화를 선택하는 것이 아닌 영화배급사와 영화관이 영화를 선택하고 관객은 그 몇개 안되는 영화 중에 선택을 해야 하는 또 하나의 통제를 당하고 있습니다. 

볼 게 없어서 본다고 하는 이야기가 정설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영화 명량은 이 비판의 논리로도 해석 안 되는 부분이 있습니다. 그건 바로 놀라운 좌석 점유율입니다. 재미가 없는 영화를 아무리 배급사가 밀어부치기로 밀어준다고 해도 돈이 안 벌리면 상영관 숫자를 줄일 수 밖에 없습니다. 영화 배급사와 영화관이 돈이 안 벌리는 영화를 자기들이 만들었다고 한도 끝도 없이 밀어부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이는 명량이 영화적 재미가 꽤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죠. 

다만, 이 시기에 개봉하는 대작 또는 대박 허리우드 영화가 전무하다는 것이 천운을 타고났다고 보여지는 부분도 있네요. '가디언 오브 갤럭시'가 호평이 많긴 하지만 끌리지 않는 영화인지 큰 흥행을 하고 있지는 못하네요. 보통 1,2개의 허리우드 대작 영화가 여름 극장가에 소개 되는데 올 8월은 1편 밖에 보이지 않습니다. 

이미 트랜스포머4가 일찍 개봉하고 일찍 내려간 행운도 있었습니다. 아마 어벤져스와 함께 붙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드네요. 그러나 재미있는 영화 2개가 붙으면 둘 중 하나가 피해를 보는 것이 아닌 두개를 다 보는 요즘 영화 관람 풍경을 보면 천운이 아닌 명량 스스로 만든 기록 같기도 합니다.

많은 비판의 목소리가 있긴 하지만 그런 비판에 흔들리지 않고 진군하는 명량입니다. 다만 명량이 다시 일으킨 과도한 영화 상영관 장악의 모습(스크린 독과점)은 앞으로 좀 줄어들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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