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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의 향기/문화정보

흥미로운 이야가 구성력이 돋보였던 연극 '가족의 왈츠'

by 썬도그 2014. 8.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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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의 3요소는 희곡, 배우, 관객입니다. 대학로의 3요소는 먹고 보고 즐기는 것이 3요소가 아닐까 하네요. 대학로는 젊음의 거리이자 한국 연극 공연의 메카입니다. 하루에도 수 많은 공연이 펼쳐지고 있고 그 중 이야기가 아주 흥미로운 연극 한편을 보고 왔습니다. 


대학로 연극 공연장은 혜화역과 이화 벽화 마을 사이에 있는 그쪽에만 있는 줄 알았습니다. 그러나 이번에 보게 된 연극 '가족의 왈츠'가 공연되는 극장 동국은 혜화동 로타리 인근에 있네요. 혜화동 일대가 연극 공연장이 꽤 많습니다. 공연장들은 큰 공연장도 있지만 작은 공연장이 더 많습니다. 새로운 연극, 새로운 극장 구경하는 재미도 솔솔하죠. 



극장동국 위치를 몰라서 스마트폰 지도 앱의 힘을 빌려서 찾아 갔습니다. 혜화로타리 근처에 있는 작은 극장입니다.
현재 극장동국에서는 8월1일부터 9월23일까지 연극 '가족의 왈츠'를 공연합니다. 

평일에는 오후 8시 한 번, 토, 공휴일에는 오후 4시, 7시 공연을 관람할 수 있습니다. 일요일은 오후 4시 공연만 있고 월요일은 공연을 하지 않습니다. 


연극 해무의 작가 김민정이 희곡을 쓴 가족의 왈츠

연극의 3요소 중 하나인 희곡은 연극의 생명과 같은 것입니다. 그래서 누가 쓴 희곡인지를 먼저 보는 것이 좋습니다. 
가족의 왈츠의 희곡은 대학로의 대표 작가인 김민정이 쓴 작품입니다.

김민정 작가는 연극 해무의 희곡을 썼는데 이 해무는 곧 개봉할 영화 '해무'의 원작이기도 합니다. 
영화 해무에 대한 기대치가 높은 가운데 연극 해무에 대한 관심도도 증가하고 있습니다. 김민정 작가는 연극 해무, 너의 왼손, 길삼봉뎐, 미리내, 나, 여기 있어 등을 쓴 작가로 뛰어난 희곡 집필력을 인정 받고 있습니다. 

어떤 내용일까? 궁금 했습니다.

극장동국은 소극장인데 맨 앞줄은 의자가 아닌 좌식 의자입니다. 그래서 3번째 또는 4번째 줄에 앉은 것이 좋습니다. 
단, 배우들을 조금이라도 앞에서 보려면 2번째 줄이 좋은데 다리를 모으고 보던가 사람이 없으면 맨 앞좌석에 다리를 펴고 볼 수 있습니다. 좌석 선택할 때 참고 하세요. 


어떤 내용일까 참 궁금했습니다. 연극 소개를 보니 아들 인수가 기억을 찾아가는 과정을 담고 있네요. 그리고 찾아가는 여정에서 인수가 지우려고 했던 침전된 기억들이 떠오르면서 가족의 소중함을 느끼게 하는 연극인가 보네요


공연장에는 식탁만이 존재합니다. 공연은 90분짜리 공연입니다. 이 공간에서만 모든 사건 사고 기억이 담깁니다. 
연극이 시작 되면 



아버지(손진환 분)와 어머니(이현주 분)이 함께 식사를 합니다. 행복한 가족의 일상 풍경이 그려집니다. 그런데 어머니는 젊은데 아버지는 좀 많이 늙어 보입니다. 그러다 아들 인수(유성진 분)가 상복을 입고 터벅터벅 발자국 소리를 내면서 집에 들어섭니다.

가족의 왈츠는 알듯 모를 듯한 묘사로 초반부터 흥미를 끕니다. 상복을 입고 등장한 아들, 그리고 그 아들이 너무 늙어버린 모습에 어머니는 당장 이 집에서 나가라고 합니다. 아마도 아버지나 어머니 두 분중 한 분이 돌아가신 듯 합니다. 죽은 사람의 영혼 또는 기억이 인수 앞에 나타난 것일까요? 

이렇게 연극 '가족의 왈츠'는 과거와 현재 그리고 기억과 상상이 인수의 집이라는 한 공간에서 어우러집니다. 따라서 어떤 것이 현재이고 과거이고 기억이고 상상인지가 애매모호하게 그려집니다, 그러나 놀랍게도 그 연극은 그 현실과 비현실이 아주 유기적으로 잘 어울립니다. 마치, 잘 만들어진 영화의 몽타주 기법 같다고나 할까요?

그리고 이 가족의 비밀이 서서히 밝혀집니다. 

관객들은 처음에는 어리둥절하다가 하나씩 하나씩 인수의 기억의 봉인이 해제 되면서 점점 흥미를 느끼게 됩니다. 
마치 미스테리 추리물 같은 느낌이 들 정도로 인수가 꺼내는 기억 또는 아버지가 꺼내는 기억이 계속 나오고 파국으로 향하는 한 가족의 이야기가 세련되게 퍼저 나옵니다. 

가족의 왈츠의 공간은 집입니다. 
집, 한국인에게 있어 집은 어떤 의미일까요? 모르긴 몰라도 어떤 민족보다 집에 대한 애착이 강한 민족이 한국인 아닐까 합니다. 한 라디오에서 들었는데 사람들에게 가장 행복했던 순간이 언제냐고 물었더니 자식을 낳았을 때라고 할 줄 알았더니 그게 아니라 집을 처음 장만했을 때라고 하네요. 

그만큼 우리는 집에 대한 애정이 많은 사람들입니다. 아버지는 이 집을 처음 마련하고 아내와 아들 그리고 처제와 함께 살던 그 행복했던 시절을 떠올리며 미소를 짓습니다. 이 집에 이사 온 후 처제는 형부에게 왈츠를 알려주면서 웃음꽃을 핍니다. 

이런 행복한 기억은 어두운 기억, 잊고 싶은 기억과 중첩 되면서 흔들거리기 시작합니다. 


가족의 왈츠의 주인공은 인수입니다. 인수의 기억의 동시에 펼쳐집니다. 9살 때 기억 그리고 아버지가 18년이라는  긴 감옥 생활 후 출소 한 후의 기억 그리고 또 다시 18년이 지난 현재의 시공간이 한 무대에서 순차적이 아닌  비선형적으로 펼쳐집니다. 이런 방식은 미스테리물에서 자주 사용되는 방식이죠. 

이 방식 때문에 이 연극 '가족의 왈츠'느 끝까지 긴장감을 늦추지 않고 끝까지 흡입력을 가져갑니다. 
그리고 이 혼돈의 기억들은 엉키고 설키면서 긴장감을 유도합니다. 죽은 이의 기억은 그 죽은 상태에서 자라지 않고 산 사람의 기억이 그 죽은이의 기억과 만나는 장면 등은 이 연극의 희곡이 얼마나 탄탄한지를 잘 보여줍니다. 

보는 내내 이거 한 편의 영화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무대가 점점 달아오릅니다. 특히 배우들의 열연이 후반부에는 폭발하게 됩니다. 아버지 역을 한 손진환 배우의 자연스러우면서도 힘 있고 따스한 연기는 가장 인상적이었습니다. 인수역을 한 유성진 배우도 매력적인 연기를 펼쳐 보입니다. 모든 배우들의 열연과 함께 탄탄한 희곡은 끝까지 몰입감을 낮추지 않습니다. 


가족의 비극을 통해 본 가족의 소중함을 담은 '가족의 왈츠'

영화 '번지점프를 하다'에 나와서 우리에게 익숙한 쇼스타코비치의 왈츠곡은 가족의 행복을 담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왈츠는 연극에서 크게 다루어지지는 않고 기쁨과 슬픔을 함께 담는 그릇으로만 나옵니다. 
연극 '가족의 왈츠'는 한 가족의 비극을 통해서 역설적으로 가족의 소중함을 이끌어냅니다. 인수의 기억 속에 봉인 되어 있던 진실들이 꺠어나오면서 가족 간의 비극이 진해질수록 가족의 사랑이 피어납니다. 


이야기 자체가 주는 힘이 아주 큰 연극 '가족의 왈츠'였습니다. 연극 해무를 보지 않았지만 영화 해무가 이 연극을 본 후 더 기대가 되네요. 연극을 영화로 만들기 보다는 소설을 영화로 만드는 것이 많은 요즘입니다. 그 만큼 뛰어난 희곡 작가의 작품이라는 소리죠.

이 가족의 왈츠는 2004년 국립극장 신작희곡페스티벌 당선작으로 2004년 6월 국립극장에서 초연이후 연극계에서 호평을 받았던 작품입니다. 또 다른 흥미로운 점은 보통 한 연극을 2,3팀이 번갈아 가면서 공연을 하는데 8월 한 달 동안은 손진환, 이현주, 유성진, 성라경이 한 팀을 이루어서 8월 내내 공연을 하고 9월은 오병남, 배소희, 서신우, 임유정이 한 팀을 이루어서 공연을 합니다. 

집이라는 하나의 공간에서 펼쳐지기에 지루할 줄 알았는데 한 공간에서 여러 기억이 섞이면서 나오고 점점 비극의 실체와 진실에 접근해 가는 방식이 아주 매끄럽고 유기적으로 담겨서 꽤 재미있게 본 연극 '가족의 왈츠'입니다.


공연명 : 가족의 왈츠 
공연기간 : 2014년 8월 1일(금)~ 9월 28일(일)
공연장소 : 대학로 극장동국
공연시간 : 평일 8시, 토요일 4시, 7시, 일/공휴일 오후 4시(월요일 공연 없음)
               9월 6일~ 9일 추석 연휴 오후 4시 1회 공연
               9월 8일 추석 연휴 공연 없음
공연시간 : 90분
작가 : 김민정
연출 : 박경찬
출연진, 손진환, 이현주, 유성진, 성라경, 오병남, 배소희, 서신우, 임유정
공연 문의 : 한강아트컴퍼니 02-3676-3678


<이 리뷰는 무료 초대로 관람한 공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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