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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세상에 대한 쓴소리

안산 합동분향소에 본 노란 리본, 노란 풍선, 노란 인간띠

by 썬도그 2014. 5.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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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울증은 아니지만 막 웃다가도 단 10초 만에 눈물이 그렁그렁하다가 눈물이 뚝 떨어집니다. 이상합니다. 이렇게 감정 기복이 급하게 변할 수 있을까? 낯섭니다. 그러나 이게 현재 제 모습이기도 합니다. 일상을 진행하다가 세월호 기사만 보면 급브레이크를 밟고 눈물이 뚝뚝 떨어지네요.

이렇게 살 수는 없다면서 잊을 것 잊고 기억할 것은 기억해야 겠다고 다짐을 합니다.
돌이킬 수 있다면 4월 16일 오전 9시로 돌리고 싶습니다. 그리고 1시간 동안 모두 무사히 구출 하는 모습을 봤으면 합니다. 
하지만 세상은 영화가 아니기에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습니다. 남은 사람들이 희생자와 실종자를 기억하고 다시는 이런 희생자들이 발생하지 않게 해야 할 것입니다. 

가만히 있기 싫고 희생자들을 좀 더 오래 기억하고 싶어서 안산 합동분향소에 갔습니다. 안산 지역은 자전거타러 가끔 가는데 자전거 도로가 잘 닦여 있는 도시라서 자전거 타기 아주 좋은 도시입니다. 자전거 대여 시설도 잘 발달 되어 있고 경기도 미술관이 있어서 가끔 전시회를 보러 갑니다. 

안산 합동 분향소는 경기도 미술관 바로 옆에 자리잡고 있습니다. 화랑 유원지 인근인데 평소에는 큰 주차장으로 사용하는 곳입니다. 


4호선 초지역 1번 출구로 나와서 오른쪽으로 가면 합동분향소 표시판을 볼 수 있습니다



한 청년 무리가 국화꽃을 들고 침묵을 지키며 합동분향소로 향합니다.



합동분향소를 가는 길에는 무채색의 희생자의 무사귀환과 영면을 기원하는 플랜카드가 가득 했습니다



단, 한명도 구조하지 못한 못난 나라이자 못난 해경이자 못난 정부입니다. 
첫날 오전에 침몰을 했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배 안으로 들어갈 방법을 강구 했어야 합니다. 
그러나 무능한 해경은 아무 것도 정말 아무 것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가봐야 의전 때문에 구조 활동에 방해가 되는 것을 뻔히 알면서 대통령은 진도로 향합니다. 실제로 의전 활동 때문에 해경과 해군은 구조 활동 보다는 의전에 하루 반나절을 허비합니다. 여기에 정조 시간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모습들. 정말  수십 페이지를 써도 모자를 사고 후의 무능과 실수와 한심스러운 작태의 연속이었습니다. 

그리고 이는 정부를 넘어서 현재를 사는 모든 어른들에게 큰 반성의 계기를 마련하고 있습니다. 수 많은 관행이라는 불법과 부정, 뇌물, 비리, 뒷돈, 봐주기, 내새끼리즘, 먹고사니즘으로 비리를 눈 감고 내 새끼를 위해서 비리를 저지르고 정직한 사람을 손가락질 하는 현 세상을 바른 정신으로 다시 인식하고 반성을 하고 있습니다

새벽에 잠이 안 와 이리저리 검색을 하다가 페이스북 이웃 분이 추천한 최규석 작가의 송곳이라는 네이버 웹툰을 봤습니다.
이 웹툰은 이랜드 노조위원장의 이야기를 극화한 웹툰입니다. 이 송곳이라는 웹툰은 우리 사회에 만연한 비겁함과 비리와 부정부패를 날카롭게 찌르고 있고 이런 냄새 나는 세상에서도 송곳 같이 날카로운 사람이 항상 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의인이라고 하죠. 세월호 사고에서도 대부분의 무능과 비겁함이 가득 했지만 죽을 줄 알면서도 아이들을 구해야 한다면서 배안으로 들어간 승무원과 친구들을 구해야 한다면서 다시 객실로 내려간 학생들이 희망을 밝히고 있습니다. 

죽을 것 같아서 난간을 잡고 승객이 승객을 구조하는 모습을 구경 했다는 해경 특공대원, 배가 너무 기울어서 집입을 할 수 없다고 한 구조함정의 함장,  탈출 방송이라도 하라고 했지만 별 쓸모도 없는 헬기의 프로펠러 소리가 모든 소리를 묵음 처리 합니다.

정말 어떻게 무능해도 그렇게 무능할 수 없으며 비겁해도 그렇게 비겁할 수가 없습니다. 죽음을 각오한 특공대원은 없고 자기 목숨부터 챙기는 해경 특공대원이 현재의 우리 모습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저 사람이 큰 고통을 당하고 있지만 내가 도와주면 같이 고통을 받고 그 고통은 가족에게 까지 고통을 전가 시킬까봐 전전긍긍하는 어른들

그게 우리들 모습 같아서 고개를 돌리게 되네요. 



무엇을 잊지 말아야 할까요? 무엇을 기억해야 할까요?
어떻게 기억해야 할까요? 그리고 우리는 앞으로 무엇을 기억되게 하는 세상을 만들까요?


노란 물결만이 해답을 알까요?



일면식도 없는 사람들, 유가족과 아는 사이도 어떤 이해관계도 없는 사람들이 모였습니다. 
그리고 노란 풍선과 노란 리본으로 희생자들의 죽음에 애도하고 생존의 희망을 말하고 있습니다.


노란 리본 하나 하나에 반성문과 기원문이 가득 했습니다



제가 찾아간 날은 안산에서 대규모 촛불 시위가 있었던 지지난 주 토요일인 5월 10일이었습니다. 


분향소 주변에는 노란 리본이 가득 했습니다. 



싸늘한 주검으로 돌아온 학생의 품에 있던 휴대폰을 유가족 동의도 없이 몰래 휴대폰 속 사진과 동영상을 열어보려고 한 해경. 그 모습에 유가족은 항의를 했습니다

이런 모습은 해경뿐이 아닙니다.
어제 박근혜 현 대통령은 세월호 참사에 대한 대국민 발표를 통해 사과와 해경 해체를 선언 했습니다. 그리고 아랍에미레이트로 떠났습니다. 눈물까지 흘린 대통령이 오후에 아랍에미레이트로 간다? 그게 진정성이 있습니까? 오전에 상가집가서 눈물 흘렸던 분이 오후에 돈 벌어야 한다면서 기공식에 참석한다면 상가집에서 흘린 눈물은 뭐란 말입니까?

정말 슬퍼한다면 그런 행동을 하면 안 됩니다.
어차피 51.6%를 위한 눈물이었다고는 하지만 이런 식의 눈물 정치는 국가 개조(?)에 아무런 도움이 안 됩니다. 
또한, 국가 개조에는 국민 개조가 아닌 정부 개조 혹은 공무원 개조, 정치 경제인 개조로 국한 되어야 할 것입니다. 시스템만 잘 마련해 놓으면 국민은 알아서 따라가게 되니까요



노란 두건을 두른 아주머니와 아저씨들이 지나가는데 시민단체인듯 합니다. 안산의 어머니들이 뭉쳐서 강력한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분향소 앞에는 태국과 재중동포가 보내온 편지들이 보였습니다.



며칠 전에 한 재중동포가 자신의 월급 중 일부를  파출소에 놓고 간 훈훈한 이야기가 들리더군요. 짱께 또는 조선족이라고 손가락질 하는 그들도 염치가 있는데 이 세상을 사는 우리는 얼마나 염치를 가지고 살아가는 것일까요.



기밀주의 정부에 대한 분노는 유가족도 마찬가지입니다. 진상규명을 위한 서명운동을 받았고 기꺼이 서명을 했습니다.
다행히, 정부는 이번 세월호 사고를 특검으로 넘길 듯 합니다. 

또한, KBS와 MBC가 반성문을 썼습니다. 
청와대의 지시대로 따르는 길비서라고 하는 길환영 KBS 사장, 언론 장악은 할 마음도 할 수도 없다고 말했던 박근혜 현 대통령
그러나 원칙과 기본을 무시하는 국정 스타일 때문에 KBS 뉴스에 이래라 저래라 말을 했습니다. 

JTBC라는 케이블 종편방송이 공영 방송 같고 KBS와 MBC가 케이블 방송 같은 세상이 되었습니다.



초등학생들이 형 누나의 무사 귀환을 염원하고 있네요.


안산이라는 도시는 공업도시입니다. 따라서 노동하는 분들이 많고 화이트 컬러 보다는 블루 컬러가 많은 도시입니다. 또한, 산이 없어서 평지가 넓게 펼쳐져서 자전거 타기도 좋고 정방형의 도로가 좋은 도시이기도 하죠.  

이 안산이 눈물을 흘리고 있습니다. 



분향소에 들어가지는 못했습니다. 아이들의 영정 하나 하나와 눈을 마주칠 수가 없었습니다.
비겁한 행동이지만 용기가 나지 않네요. 아이들 얼굴을 똑바로 볼 수가 없습니다. 제가 어떻게 그 아이들의 얼굴을 볼 수 있겠어요. 차마 보지 못했습니다.

주어진 소명의식은 아니지만 제가 잘하는 것인 기록만 했습니다. 언젠가 이 분향소도 철거가 되고 사라지고 우리의 기억들도 빛에 바래지듯 다른 기억으로 인해 사라질 것입니다. 그때 이 단원고 학생들의 기억을 저장한 수첩을 꺼내보고 다시 그들을 생각할 수 있게 수첩에 이 기억을 적었습니다. 


시민단체와 분향온 시민들이 모여서 분향소를 두르는 노란띠 있기 행사를 했습니다. 


계속 들어오는 추모객들도 참여하고 싶어서 자원봉사자분들에게 참여 방법을 묻고 참여를 했습니다. 




노란 흐느낌이 흐르는 가운데 


노란 풍선이 떠올랐습니다





전 노란 풍선이 아이들 영혼 같아서 마음이 너무 아프더군요. 부디, 다음 세상에서는 대한민국에서 태어나지 말고 태어나도 지금이 아닌 변화 된 대한민국, 정말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에서 태어났으면 합니다. 



저 하늘에서는 부디 상식이 통하는 세상이었으면 합니다. 


잊지 말아야 합니다. 잊지 않아야 합니다. 
아이들을 잊지 말아야 하며 못난 우리들을 잊지 말아야 하며 못난 정부와 비리를 잊지 말아야 하며 관피아를 잊지 말아야 하며 무능한 대통령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유가족을 사찰 한 경찰을 잊지 말아야 하며 청와대 사내 방송이 되어버린 KBS, MBC 뉴스를 잊지 말아야 합니다. 해경의 비겁함을 잊지 말아야 하며 2014년 추악한 한국의 민낯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한국이라는 사회가 변해야 합니다. 쉽지는 않겠지만 옳은 생각 바른 생각을 하는 국민들이 늘어갈수록 우리는 느리더라도 옳은 방향으로 나아가고 그게 세월호 희생자들에 대한 우리의 대답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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