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동은 전통의 거리라고는 하지만 정작 가보면 전통을 느낄 수 있는 공간은 극히 일부입니다. 오히려 전 인사동을 갤러리의 거리라고 생각하고 싶습니다. 왜냐하면 인사동은 많은 미술전과 사진전이 전시 되고 있는데 한 공간에서 수십 개의 전시회를 다 볼 수 있는 공간이기에 즐겨 찾고 있습니다. 강남에도 갤러리 거리가 있긴 하지만 거긴 모여 있지 않다는 점이 가장 큰 흠입니다.
분명, 갤러리는 저와 같은 지나가는 관람객을 크게 환영하지는 않습니다. 갤러리의 목적은 작품을 판매하고 그 판매 수익금으로 운영하는 것이 목적이지요. 강남에 있는 갤러리들은 잘 가고 싶지가 않습니다. 갤러리들이 따로 따로 떨어져 있는 곳들이 너무 많습니다. 한 번 나갔다가 2,3 전시회를 다 보면 좋겠지만 그게 쉽지 않는 것이 강남입니다. 그러나 인사동은 다릅니다.
적어도 사전전만 3개, 미술전 까지 하면 10개 이상의 전시회를 모두 한꺼번에 볼 수 있습니다. 이렇게 갤러리들이 모여 있으면 좋은 점이 꽤 많습니다. 작가들끼리 교류도 쉽고 콜렉터들이 여러 작품을 동시에 볼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수 많은 일반인들에게 좋은 예술 감흥의 장소를 마련하기도 하고요. 그 예술의 냄새가 현재 인사동의 냄새가 아닐까 합니다.
이 인사동에서도 가장 메인이 되는 갤러리가 바로 '인사아트센터'입니다. 이 6층짜리 건물은 지하층부터 6층까지 빼곡하게 미술, 사진전과 수 많은 전시회가 열립니다. 갤러리 백화점이라고 할 수 있는데 많은 전시회가 무료로 전시 되고 있는 점도 무척 좋습니다.
이 인사아트센터를 지나가는데 거대한 걸개 그림에 흥미를 끄는 그림이 있네요.
에바 알머슨?? 누군지 모릅니다. 이름을 보니 스페인 쪽 작가 같은데 그림이 참 정겹습니다. 마치 귀여운 일러스트 같은데 얼굴들이 참 정감이 넘치네요
에바 알머슨전은 3층에서 전시를 하고 있었습니다.
5월 14일부터 5월 26일까지 전시회를 하는데 꽤 오랜 기간 전시회를 하네요. 다음 주 월요일에 전시회가 끝이 나는데 꼭 들려보실 것을 권합니다. 특히 여자분들이 아주 좋아할 만한 그림입니다.
에바 알머슨은 행복을 그리는 작가라고 합니다. 행복을 형상화 할 수 있을까요? 형상화 한다고 해도 그걸 공감 받을 수 있을까요? 행복 강요 시대라서 전 이 행복이라는 단어를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대한민국 사람 대부분이 삶의 지향점을 행복에 두고 있습니다. 행복이라는 단어가 생긴지 150년도 안 된 시점에서 온 세상 사람들이 행복이라는 가치만 외치는 것은 결코, 좋아 보이지 않습니다.
행복이요? 좋죠. 행복한 걸 싫어하는 사람이 어디 있겠어요.
다만, 삶의 목표가 너무 동기화 되어 버린 것은 좋게 보이지 않습니다. 개인의 행복이 사회의 행복이라고 하지만 내 행복 때문에 다른 사람의 행복이 짖이겨져도 행복할 수 있을지? 또한, 어떤 행복을 원하는지 그 행복으로 가는 길에 물어야 할 수 많은 질문과 방향성에 대한 진지한 고민은 없이 단순하게 행복만 외치는 것은 좋아 보이지 않습니다.
그래서 전 행복을 그리는 작가라는 말에 좀 거부감이 들었습니다. 이 작가에 대한 거부감이 아닌, 힐링, 행복이라는 마케팅 용어 같은 단어를 사용하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좀 더 가려 쓰고 아껴 쓰면 어떨까 하네요. 아무튼, 그건 그렇고 행복을 그리는 작가라는 미사여구는 틀린 말은 아닙니다.
이 작가의 작품을 보면 살며시 미소가 지어지고 악의가 사라지게 됩니다.
긍정적인 기운도 분명 생성되고요.
에바 알머슨의 그림 스타일은 곡선이 가득합니다. 인간이나 동물 아니 자연이 만든 모든 것들은 곡선입니다. 직선은 인간의 선이고 곡선은 자연의 선입니다. 그런데 그 곡선을 더 완만하게 그려서 아기 같은 모습을 한 인물들이 이 에바 알머슨 작가의 그림 스타일이네요
윤곽선을 검은 색으로 그린 것을 보면 만화 같은 느낌도 듭니다. 실제 우리 인체는 윤곽선이 없습니다. 그러나 만화들은 채색을 위해서 또는 명징하게 보이게 하기 위해서 윤곽선을 그리죠.
이런 이유로 이 에바 알머슨의 그림들은 그림이라기 보다는 일러스트 혹은 만화 같은 느낌입니다.
아주 따스한 느낌의 만화, 그게 이 작가의 흥미로운 스타일입니다. 이런 만화 같은 스타일과 함께 큰 얼굴 먼 미간 작은 눈이 서양인 보다는 동양인 그것도 몽골리안의 얼굴 같습니다. 또한, 큰 얼굴은 아기의 비율과 비슷해서 귀여운 모습도 담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에바 알마슨의 그림은 귀엽습니다.
이 귀여움이 정체성이네요.
1969년에 태어난 스페인 사라고사 출생의 에바 알머스은 미술학과 출신이네요.
이번 전시회에는 동물들이 많이 등장하는데 동물로부터 위로와 용기와 교훈을 얻는 작가의 모습을 그림에 투영 했네요.
이 작가의 작업노트를 읽다가 멈짓 하게 한 문구가 있었습니다.
동물 연작 시리즈를 하면서 쓴 내용인데 그 일부분을 소개 할께요
2년 전부터 시작한 동물 연작에서는 내 자신의 감정에 들어맞는 동물들의 각각의 특징들을 연결하며 작업을 이어나가고 있다. 예를 들면, 고슴도치는 다른 동물을 공격하기 보다는 그들 자신의 몸을 가시로 보호함으로써 스스로를 방어하는 모습에서 강한 인상을 받았다. 고슴도치의 그런 모습이 여성스럽고, 소극적이지만 강한 힘을 나타내는 방식이라고 생각했다. 자신이 힘이 없고 방어할 능력이 없는 존재일지라도, 그런 연약함은 믿기 힘든 무언가로 변형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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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과 같은 다른 동물들은 우리가 어려움을 직면하게 됐으 때 견디는 힘을 상징힌다. 동시에 그 동물들은 새끼들에게는 가장 다정한 어머니이자 최고의 스승이기도 하다
멈칫한 부분은 이 부분입니다. 동물들에게 있어서 부모는 최고의 어머니이자 최고의 스승이다. 부모와 스승이 동일합니다. 그래서 부모를 믿고 따르고 부모를 존경하며 그런 존경심을 먹고 자란 부모는 아이가 모든 것을 배울 수 있기에 일거수일투족을 의식하며 바르게 자라라는 심정으로 바른 행동만 합니다.
하지만 보세요. 우리 인간들은 그런가요? 어렸을 때는 부모와 스승이 동일합니다. 하지만 아이들이 학교를 다니면 부모와 스승은 분리가 됩니다. 물론, 학교에 있는 선생님은 지식 전달자 역할만 많이 하는 것이 현실이고 선생님 모두가 스승이라고도 할 수 없습니다. 오히려 나쁜 선생님을 통해서 어른들은 저렇구나 하는 생각을 가지게 하는 선생님도 꽤 많습니다.
물론, 평균적으로 보면 선생님들의 집단이 또래의 다른 어른 집단 혹은 직장인들보다는 깨끗하고 맑은 집단이고 그런 분들이 더 많습니다. 문제는 몇몇 미꾸라지 같은 선생님들이 아이들을 쉽게 물들이고 아이들이 그걸 보고 위선적인 어른들이라고 배웁니다. 그게 문제입니다
이렇게 부모와 스승이 분리 되어 버리는 과정에서 아이들은 혼돈을 겪게 되고 자신의 고민을 부모와 선생님이 아닌 또래에게 합니다. 또래들이 무슨 해결책을 알고 삶의 성찰에서 나온 혜안을 가지고 있겠어요. 그래서 전 현재의 청소년 문제는 스승의 부재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드네요
부모가 다시 스승이 되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아이들 앞에서 행동거지 잘해야 하며 존경 받는 부모가 되어야 합니다.
그러나 이번 세월호 참사껀도 그렇고 우리 부모들이 내새끼리즘과 먹고사니즘 때문에 수 많은 관행이라는 이름의 부정한 행동을 하고 있는데 이런 행동을 당장 멈춰야 합니다.
전시회는 인기가 아주 높았고 저도 함박 미소는 아니지만 미소를 들고 나왔습니다.
그림이 예쁘고 사랑스럽습니다. 비록 이런류의 그림을 그리는 화가들이 많다는 것이 큰 변별력을 느낄 수는 없다고 해도 그렇다고 이 그림이 쉽게 잊혀질 것 같지도 않습니다.
전시회 입구에서는 아이폰 케이스와 도록을 철제 케이스에 넣어서 파는데 아이폰 케이스는 수제품은 아니고 프린팅 제품인데 3만 5천원이고 도록은 3만원이라고 합니다.
가격이 좀 있지만 그림이 너무 예뻐서 선물용으로 사고 싶을 정도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