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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사진/사진에관한글

사진작가는 촬영자에서 기획자 그리고 감독자로 변신 중이다

by 썬도그 2014. 2.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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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년 전에 세계적인 사진작가 그룹인 매그넘의 한 사진작가가 한국에서 강연을 했는데 그분 말 중에서 가장 인상이 남았던 말은 사진작가는 카메라 앞이 아닌 카메라 뒤에 서 있어야 한다는 말을 했습니다. 그 말에 몇몇 사진작가가 떠올랐습니다.

카메라 뒤에 서 있기 보다는 카메라 앞에 서 있는 몇몇 패션 사진작가들이 떠오르더군요. 카메라 뒤에서 스타들을 촬영하다가 그 스스로가 인기인이 되어서 카메라 앞에 서는 패션 사진작가들 그들의 그런 행동을 다큐 사진작가 좋아하는 제 시선으로 보면 분명 마땅찮습니다. 그런데 이런 사진작가도 있습니다. 카메라 앞에 서는 것을 넘어서 작품 속에 자신이 스스로 뛰어 들어간 작가들이 있습니다. 





<사진작가 김미루의 작품>


위 사진은 사진작가 김미루의 누드 퍼포먼스를 담은 사진입니다. 도올 김용옥의 막내 딸로 더 잘 알려진 김미루 사진작가는 국내에서 2번의 개인전을 할 정도로 어느 정도 성공한 사진작가입니다. 

그런데 이 사진 속의 저 동양인 여자는 모델이 아닌 김미루 작가 본인입니다. 카메라를 세우고 혼자 촬영 한 것일까요?
혼자 촬영한 것인지 누군가가 찍어 준 것인지를 떠나서 저런 행동이 괜찮을까요? 즉, 자신의 사진 작품 속에 작가 본인이 뛰어 들어도 될까요?

그럼 이 사진을 누군가(어시스턴트가 촬영 해주었다면)가 촬영 했다면 이 사진은 김미루 것인가요? 촬영한 누군가의 것인가요?
이런 질문을 제 블로그에 적으신 분이 계셨습니다. 이 사진은 김미루의 것인지 아니면 촬영한 사람 즉 어시스턴트나 친구의 것인지에 대한 질문이었죠.

그때 제 대답은 김미루의 아이디어에서 나온 것이라면 김미루 사진작가의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사진 셔터 누르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아이디어이기 때문입니다. 만약 이 사진을 촬영한 분의 아이디어였고 김미루 작가는 그냥 모델로써만 역할을 했다면 사진은 반대로 사진을 촬영한 분의 것이 될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아이디어입니다. 누구의 머리에서 나온 아이디어인가가 중요합니다.





<사진작가 정연두의 원더랜드. 2005>

아르코 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사진작가 워크숍에서 사진작가 정연두는 이런 말을 했습니다. 촬영자로써의 사진작가는 점점 기획자, 감독자로 전환 중이라고 말을 했습니다. 이 말은 단순하게 카메라 뒤에서 사진을 찍는 것을 넘어서 자신의 아이디어와 표현해야 하는 내면의 것, 혹은 자신의 상상에서만 존재하는 이미지를 사진이라는 매개체를 이용해서 표현하는 사진이 점점 늘고 있고 그 아이디어를 사진으로 표현하기 위해서 단순하게 카메라 셔터를 누르는 사진 촬영자를 넘어서 그 사진을 기획하는 기획자로써의 사진작가가 늘어갈 것이라는 말입니다.

위 원더랜드 시리즈는 정연두 작가가 촬영을 한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셔터야 조수나 다른 분이 누를 수도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이런 아이디어를 제공한 사람이 누구냐는 것이고 위 사진은 정연두 사진작가의 아이디어에서 나온 것입니다. 즉 사진을 기획한 사람이 누구냐는 것이 중요한 것이죠. 

이는 사진이 점점 규모가 커지고 연출 사진이 늘어가는 요즘 모습과도 연관이 있습니다. 
지금 예술의 전당에서 전시를 하고 있는 '애니 레보비치'라는 패션 사진작가도 자신의 사진을 위해서 기획자나 감독자 역할로 화보 촬영에 동참하고 있습니다. 

이뿐 아닙니다. 집단 누드 사진으로 유명한 스펜서 튜닉도 사진을 기획하는 그 힘이 위대하기 때문에 사람들이 많이 기억하고 있는 것입니다.  앞으로 이거! 누가 찍었냐에는 누가 셔트를 눌렀냐?가 아닌 누가 이 사진을 기획했냐라는 말도 포함 될 것입니다. 



<BEWICHED, 2008, 정연두 사진작가>

어쩌면 앞으로는 사진은 사진 촬영자를 조수로 기용하던지 아니면 객원 가수처럼 객원 사진가를 모시고 자신의 아이디어를 실현해주는 모습으로 진화할 수도 있습니다. 즉 사진가는 하나의 사진 촬영 기능인으로 고용하고 다른 분야 예술가나 혹은 이 쪽에 관심 많은 일반인이 자기 돈을 쓰면서 자신의 재미있는 아이디어를 사진으로 발현 시켜서 자신의 이름으로 내거는 사진이 나올 수도 있습니다.

사진 촬영 기술이 없거나 떨어지면 그 사진 촬영 기능 만을 수혈 받아서 촬영할 수 있다고도 생각되어 지네요. 사진작가들은 이런 제 생각에 어떤 생각을 할까요? 

생각을 더 넓혀서 내 아이디어를 잘 설명하고 그걸 조각이나 미술로 전문 미술가가 표현 했다면 그 작품은 제 것일까요? 아님 그걸 그리고 조각한 조각가의 것일까요? 이건 이렇게 풀어 볼 수도 있을 것입니다. 요즘 웹툰을 보면 글은 A라는 사람이 그림은 B라는 만화가가 그리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이렇게 스토리나 아이디어는 A라는 사람이 그 스토리를 만화로 그려내는 사람을 B라는 사람이 하는 공동 창작을 할 수 있습니다. 이걸 사진에 조각에 미술에 접목하면 어떨까요? 특히 사진은 미술과 조각보다 좀 더 대중적이고 문턱이 낮은 매체라서 좀 더 빠르게 접목할 수 있지 않을까요?

나는 좋은 스토리를 가지고 있고 아이디어가 있지만 사진 기술력이 없고  당신은 사진 촬영 스킬이 뛰어나지만 뛰어난 아이디어가 없어서 머뭇거릴때 두 사람이 뭉치면 하나의 팀으로써 뛰어난 사진 창작물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요? 사진가 이야기 하다가 여기까지 흘러 왔네요. 그러나 이런 생각을 한번 쯤은 해봤으면 하네요

사진은 촬영자에서 기획자 그리고 감독자로 변해가고 있고 이는 사진의 규모가 점점 커지는 규모의 미학이 또 하나의 미학이 되고 있는 사진계의 흐름에서도 알 수 있습니다. 제 취향일지는 모르겠지만 앞으로의 사진은 다양한 아이디어,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대중과의 접점 혹은 대중의 관심을 많이 끌게 되고 인기 사진이 될 수 있겠다라는 어줍잖은 생각을 해 봅니다. 

이걸 어떻게 찍었데! 어디서 찍었데가 아닌 어떻게 이런 생각을 했을까?가 대중의 마음을 더 심하게 흔들어 놓을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사진 촬영 스킬을 연마함과 동시에 뛰어난 아이디어를 찾는 노력을 게을리 하면 안 되고 그러기 위해서는 수 많은 예술인과 다양한 매체물을 읽고 보고 들어야 합니다. 사진이라는 틀을 벗어나서 다양한 예술을 접하면서 사진의 작품 영감이 떠오르는 것 아닐까 하네요

마치 19세기말 20세기 초 파리의 카페에서 시인과 철학자, 과학자, 소설가, 사진작가, 미술가, 음악가가 모여서 난상 토론을 하면서 서로에게 영향과 영감을 줘서 훌륭한 작품들이 잉태 되었듯 많은 예술가들이 집단으로 모여서 노는 문화가 더 중요한 시대가 될 것입니다.

그렇게 변하기에는 한국 사회가 너무 자신의 것만 지키려는 노력에만 열중하는 것 같아 안타깝네요. 
장황한 글이지만 핵심은 이것입니다. 앞으로 사진을 이끄는 것은 카메라 종류와 스킬이 아닌 아이디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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