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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년 전에 세계적인 사진작가 그룹인 매그넘의 한 사진작가가 한국에서 강연을 했는데 그분 말 중에서 가장 인상이 남았던 말은 사진작가는 카메라 앞이 아닌 카메라 뒤에 서 있어야 한다는 말을 했습니다. 그 말에 몇몇 사진작가가 떠올랐습니다.

카메라 뒤에 서 있기 보다는 카메라 앞에 서 있는 몇몇 패션 사진작가들이 떠오르더군요. 카메라 뒤에서 스타들을 촬영하다가 그 스스로가 인기인이 되어서 카메라 앞에 서는 패션 사진작가들 그들의 그런 행동을 다큐 사진작가 좋아하는 제 시선으로 보면 분명 마땅찮습니다. 그런데 이런 사진작가도 있습니다. 카메라 앞에 서는 것을 넘어서 작품 속에 자신이 스스로 뛰어 들어간 작가들이 있습니다. 





<사진작가 김미루의 작품>


위 사진은 사진작가 김미루의 누드 퍼포먼스를 담은 사진입니다. 도올 김용옥의 막내 딸로 더 잘 알려진 김미루 사진작가는 국내에서 2번의 개인전을 할 정도로 어느 정도 성공한 사진작가입니다. 

그런데 이 사진 속의 저 동양인 여자는 모델이 아닌 김미루 작가 본인입니다. 카메라를 세우고 혼자 촬영 한 것일까요?
혼자 촬영한 것인지 누군가가 찍어 준 것인지를 떠나서 저런 행동이 괜찮을까요? 즉, 자신의 사진 작품 속에 작가 본인이 뛰어 들어도 될까요?

그럼 이 사진을 누군가(어시스턴트가 촬영 해주었다면)가 촬영 했다면 이 사진은 김미루 것인가요? 촬영한 누군가의 것인가요?
이런 질문을 제 블로그에 적으신 분이 계셨습니다. 이 사진은 김미루의 것인지 아니면 촬영한 사람 즉 어시스턴트나 친구의 것인지에 대한 질문이었죠.

그때 제 대답은 김미루의 아이디어에서 나온 것이라면 김미루 사진작가의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사진 셔터 누르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아이디어이기 때문입니다. 만약 이 사진을 촬영한 분의 아이디어였고 김미루 작가는 그냥 모델로써만 역할을 했다면 사진은 반대로 사진을 촬영한 분의 것이 될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아이디어입니다. 누구의 머리에서 나온 아이디어인가가 중요합니다.





<사진작가 정연두의 원더랜드. 2005>

아르코 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사진작가 워크숍에서 사진작가 정연두는 이런 말을 했습니다. 촬영자로써의 사진작가는 점점 기획자, 감독자로 전환 중이라고 말을 했습니다. 이 말은 단순하게 카메라 뒤에서 사진을 찍는 것을 넘어서 자신의 아이디어와 표현해야 하는 내면의 것, 혹은 자신의 상상에서만 존재하는 이미지를 사진이라는 매개체를 이용해서 표현하는 사진이 점점 늘고 있고 그 아이디어를 사진으로 표현하기 위해서 단순하게 카메라 셔터를 누르는 사진 촬영자를 넘어서 그 사진을 기획하는 기획자로써의 사진작가가 늘어갈 것이라는 말입니다.

위 원더랜드 시리즈는 정연두 작가가 촬영을 한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셔터야 조수나 다른 분이 누를 수도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이런 아이디어를 제공한 사람이 누구냐는 것이고 위 사진은 정연두 사진작가의 아이디어에서 나온 것입니다. 즉 사진을 기획한 사람이 누구냐는 것이 중요한 것이죠. 

이는 사진이 점점 규모가 커지고 연출 사진이 늘어가는 요즘 모습과도 연관이 있습니다. 
지금 예술의 전당에서 전시를 하고 있는 '애니 레보비치'라는 패션 사진작가도 자신의 사진을 위해서 기획자나 감독자 역할로 화보 촬영에 동참하고 있습니다. 

이뿐 아닙니다. 집단 누드 사진으로 유명한 스펜서 튜닉도 사진을 기획하는 그 힘이 위대하기 때문에 사람들이 많이 기억하고 있는 것입니다.  앞으로 이거! 누가 찍었냐에는 누가 셔트를 눌렀냐?가 아닌 누가 이 사진을 기획했냐라는 말도 포함 될 것입니다. 



<BEWICHED, 2008, 정연두 사진작가>

어쩌면 앞으로는 사진은 사진 촬영자를 조수로 기용하던지 아니면 객원 가수처럼 객원 사진가를 모시고 자신의 아이디어를 실현해주는 모습으로 진화할 수도 있습니다. 즉 사진가는 하나의 사진 촬영 기능인으로 고용하고 다른 분야 예술가나 혹은 이 쪽에 관심 많은 일반인이 자기 돈을 쓰면서 자신의 재미있는 아이디어를 사진으로 발현 시켜서 자신의 이름으로 내거는 사진이 나올 수도 있습니다.

사진 촬영 기술이 없거나 떨어지면 그 사진 촬영 기능 만을 수혈 받아서 촬영할 수 있다고도 생각되어 지네요. 사진작가들은 이런 제 생각에 어떤 생각을 할까요? 

생각을 더 넓혀서 내 아이디어를 잘 설명하고 그걸 조각이나 미술로 전문 미술가가 표현 했다면 그 작품은 제 것일까요? 아님 그걸 그리고 조각한 조각가의 것일까요? 이건 이렇게 풀어 볼 수도 있을 것입니다. 요즘 웹툰을 보면 글은 A라는 사람이 그림은 B라는 만화가가 그리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이렇게 스토리나 아이디어는 A라는 사람이 그 스토리를 만화로 그려내는 사람을 B라는 사람이 하는 공동 창작을 할 수 있습니다. 이걸 사진에 조각에 미술에 접목하면 어떨까요? 특히 사진은 미술과 조각보다 좀 더 대중적이고 문턱이 낮은 매체라서 좀 더 빠르게 접목할 수 있지 않을까요?

나는 좋은 스토리를 가지고 있고 아이디어가 있지만 사진 기술력이 없고  당신은 사진 촬영 스킬이 뛰어나지만 뛰어난 아이디어가 없어서 머뭇거릴때 두 사람이 뭉치면 하나의 팀으로써 뛰어난 사진 창작물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요? 사진가 이야기 하다가 여기까지 흘러 왔네요. 그러나 이런 생각을 한번 쯤은 해봤으면 하네요

사진은 촬영자에서 기획자 그리고 감독자로 변해가고 있고 이는 사진의 규모가 점점 커지는 규모의 미학이 또 하나의 미학이 되고 있는 사진계의 흐름에서도 알 수 있습니다. 제 취향일지는 모르겠지만 앞으로의 사진은 다양한 아이디어,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대중과의 접점 혹은 대중의 관심을 많이 끌게 되고 인기 사진이 될 수 있겠다라는 어줍잖은 생각을 해 봅니다. 

이걸 어떻게 찍었데! 어디서 찍었데가 아닌 어떻게 이런 생각을 했을까?가 대중의 마음을 더 심하게 흔들어 놓을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사진 촬영 스킬을 연마함과 동시에 뛰어난 아이디어를 찾는 노력을 게을리 하면 안 되고 그러기 위해서는 수 많은 예술인과 다양한 매체물을 읽고 보고 들어야 합니다. 사진이라는 틀을 벗어나서 다양한 예술을 접하면서 사진의 작품 영감이 떠오르는 것 아닐까 하네요

마치 19세기말 20세기 초 파리의 카페에서 시인과 철학자, 과학자, 소설가, 사진작가, 미술가, 음악가가 모여서 난상 토론을 하면서 서로에게 영향과 영감을 줘서 훌륭한 작품들이 잉태 되었듯 많은 예술가들이 집단으로 모여서 노는 문화가 더 중요한 시대가 될 것입니다.

그렇게 변하기에는 한국 사회가 너무 자신의 것만 지키려는 노력에만 열중하는 것 같아 안타깝네요. 
장황한 글이지만 핵심은 이것입니다. 앞으로 사진을 이끄는 것은 카메라 종류와 스킬이 아닌 아이디어다!


썬도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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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뿌와쨔쨔 2014.02.02 13:4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라스트갓파더의 영화감독 심형래와 늑대와 춤을의 케빈 코스트너는 그럼 어떻게 봐야 할까요? 문득 궁금해집니다 ^^

    • Favicon of https://photohistory.tistory.com BlogIcon 썬도그 2014.02.02 16:4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정확하게 질문의 요지를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배우 출신의 감독 영화를 어떻게 봐야 하느냐의 질문이신지요. 사진으로 말하면 모델과 사진가의 모습으로 볼 수 있을거예요. 사진 모델이 자신의 아이디어로 사진을 촬영한다면 그 모델이 작가라고 생각해요. 비슷한 예는 아니지만 배우 출신 사진가 중에 조민기씨는 아주 유명하잖아요.

  2. Favicon of http://poemphoto.tistory.com BlogIcon 감동을 잡아라 2014.02.02 18:4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좋은 영감을 받습니다.^^ 어린 학생들이긴 하지만, 친구들과 그렇게 패션 화보를 공동 작업으로 꾸리는 경우도 있습니다. 한 사람은 패션 감각이 높고 한 사람은 촬영을 전담하지요. 발표는 공동으로 합니다.
    말씀하신 바로 보면 사진이 영화나 연극처럼 '협동 작업'으로 발전할 것이라는 전망입니다. 저도 공감합니다. 그래서 잘 따져 볼 필요가 있어서 이번 글을 쓰신 것 같습니다. 영화나 연극은 모두 '연출가'를 핵심에 놓습니다. 실상은 '모두'의 작품이기에 누구 한 사람의 공로로 돌리긴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그 작품을 세상에 내놓기 위해 좀 더 고심하고 좀 더 애쓴 사람의 몫을 생각할 때, 적어도 우리나라에서는 연출을 중심에 둔 것이 아닐까 합니다.(제 개인적으로는 '아이디어'라는 측면에서는 작가가 더 중요하다고 봅니다만..^^) 같은 흐름이라 보면 위와 같은 극적 연출 사진은 그 촬영 작품을 위해 가장 고심하고 애쓴 사람에게 비중을 두고 이름을 붙일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그리고 이는 사진이 좀 더 회화를 닮아 가고 예술 정신을 고취하는 데 기여하겠지요. 더 넓히면 일부에서 벽안시하는 '디지털 아트'도 사진(시각) 예술의 영역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겠습니다.
    이미 생각을 정리하셨을 듯하지만, 한마디 덧붙이자면, 위에서 말씀하신 바 '(아이디어) 기획자'='작가'라는 인식이 요구되는 영역이 일부일 듯합니다. 다시 말해 이 기획자와 촬영자가 분리될 때에 논란이 될 것이란 말씀입니다. 기획자와 촬영자가 일치하는, 아직도 상당한 사진의 다른 영역에서는 굳이 문제 삼을 거리는 아니지 않나 봅니다.
    좀 애매한 경우도 생각해 봅니다. 예를 들면, 일부 사진가 모임에서 집단 작업을 할 때 작품 결과물을 누구의 것으로 보느냐는 문제를 생각할 수 있지요. 한 사람의 주도 아래 그에 공감한 다른 사람들이 참여하여 이뤄진 작업 결과물을 처음 기획한 한 개인의 소유나 창작으로만 보긴 어려울 듯합니다.
    글의 방향으로만 보면 이번에 쓰신 글은, 지난 번 '대한항공 광고 사진 문제'와 맥락이 닿아 있을 듯합니다. 그런데 이 때에도 좀 문제 해결이 쉽지 않아 보입니다. 기획이나 아이디어가 중요하다고 봅니다만, 자연 풍경이나 다큐멘터리에서는 이른 바 '아이디어'보다 '대상'이 강조될 때가 많아서 판단이 어렵지 않나 봅니다. 사진에 까막눈인 입장에서는 외국의 풍광과 삶을 담은 사진이 거의 비슷해 보이거든요. 인물, 배경, 구도, 색채, 주제 등이 크게 달라 보이지 않습니다. 정말 어느 때에는 서로 베끼기를 한 게 아닐까 하는 의구심도 들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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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 줄 요약-
    1. 쓰신 글의 내용과 취지에 공감합니다.
    2. '연출' 사진에서 유효하다고 보며, 사진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할 수 있습니다.
    3. 사진의 다른 영역에 적용하기는 아직 더 논의가 필요할 듯합니다.

  3. 차차차 2014.02.03 02:5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실제로 현역에서 뛰는 분들중에서도 전체적인 디렉팅을 할뿐 카메라 자체에 대해서는 문외한인분들이 있습니다. 본인은 모델에만 집중하며 셔터만 누를뿐 그 이외의 조명이나 카메라 세팅, 후반작업등은 전부 다른 사람에게 맡깁니다. 최근의 김중만 작가 역시 지시만 내리고 셔터는 어시스턴트가 누른 경우도 있고요. 이런 작업들은 어찌보면 사진가를 탈피하는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카메라는 정말 단순한 도구일 뿐)사진작가가 아닌 그냥 작가로서의 작업인거죠. 이걸 사진작업으로 보아야 할지는 아직 판단이 안서지만 한편으론 사진만의 가치와 특별함 안에서 만들어내는 작품이 더 나오길 바라는 마음도 간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