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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영화창고

플랜맨. 나쁜 시나리오를 좋은 배우 정재영이 살린 영화.

by 썬도그 2014. 1.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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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고편만 봐도 포스터만 봐도 내용이 빤 한 영화들이 있습니다. 대충 어떤 내용이 담기겠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특히, 반전이 거의 없는 로맨틱 코메디 영화들이 이런 빤 한 흐름을 보여줍니다. 빤 해도 좋습니다. 발단 전개 위기 결말이 다 예측이 되지만 그 빤함을 뛰어넘거나 덮고도 남을 재미가 있으면 됩니다. 시종일관 실컷 웃게 해주면서 감동 한 방울 섞어서 내놓으면 관객들은 얼마든지 그 영화를 사줄 용의가 충분히 있습니다. 


빤한 영화 플랜맨


플랜맨은 빤한 영화입니다. 불결한 것 못 참고 약속은 무조건 지키고 비뚤어진 것은 무조건 가지런히 놓아야 하는 나노 계획남인 주인공으로 한 플랜맨은 딱 소재만 봐도 어떤 결말이 나올지 예상이 됩니다. 

주인공 정석(정재영 분)은 분 단위로 계획을 세우고 계획대로 움직이는 사람입니다. 사전에 없는 계획은 절대 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사랑 고백을 할 때도 정확한 계획에 고백을 합니다. 그러나 세상은 변수가 항상 존재합니다. 그 뜻하지 않는 변수 때문에 사건이 시작 됩니다. 이 정석이라는 주인공은 여러가지 복합 강박이 있습니다. 불결한 것은 못참고 무조건 바르고 정확해야 합니다. 휴먼 에러 같은 인간적인 실수조차 용납하지 못합니다. 그렇다고 성격이 포악한 것은 아니라서 계획에 없거나 더러운 것을 보면 참고 참고 또 참거나 도망칩니다. 

이런 강박증이 있는 정석에게 소정(한지민 분)이라는 털털한 여자가 계획에도 없게 끼어듭니다. 소정은 편의점 주인 딸로 밤에는 클럽에서 노래를 하는 가수입니다. 영화는 이 둘의 티격태격하는 모습을 아주 밝게 묘사합니다. 플랜맨의 웃음의 8할은 어떤 아이러니한 상황이 아닙니다. 오로지 플랜맨인 정석의 어이 없을 정도로 철저한 강박을 보고 관객들이 없습니다. 

손톱도 다른 곳으로 튀지 않게 박스 안에서 깎고 편의점에서 삐뚤어진 삼각 김밥의 줄을 맞추며 정확한 시간에 출근하고 퇴근하는 로봇과 같은 모습에서 나오는 웃음입니다. 너무나 강박이 심하기 때문에 웃는 웃음 맑은 웃음이라기 보다는 어이없음에서 오는 실소가 많습니다. 때문에 이 영화는 곳곳에서 웃기기는 하지만 그 웃음이 아주 상쾌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정석의 그런 강박이 경중은 다르지만 누구나 어느 정도 가지고 있는 강박이라는 점은 어느 정도 공감대를 형성합니다. 
자신이 알거나 혹은 모르지만 우리는 어떤 하나 이상의 강박이 있습니다. 징크스라는 것도 하나의 강박이고 사주팔자를 보거나 혈액형 점을 맹신하는 모습 등도 다 강박의 모습입니다. 이런 수많은 강박을 대변하는 듯한 정석의 모습은 약간의 공감대를 형성하고 그 강박을 소정이라는 털털한 여자를 통해서 치료 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이 영화 제 예상과 다르게 장르가 다른 영화입니다. 


로코물인 줄 알았는데 뚜껑을 열어보니 그냥 평범한 드라마


이 영화 로코물로 포장이 되어 있지만 로코물의 느낌은 나지만 정확하게는 정석에 대한 드라마입니다. 
미리 밝히지만 전 한지민 팬입니다. 그러나 이 영화에서 한지민은 어울리지 않은 옷을 입고 있는 듯합니다. 청순한 이미지가 좋았던 배우인데 털털하게 나오는 모습이 좀 어색해 보입니다. 노래 부르는 장면도 꽤 많이 나오는데 노래를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몰입하게 할 정도의 뛰어난 실력이 아니라서 배역에 어울린다고 느껴지지가 않네요.  

뭐 연기야 스토리가 커버할 수 있습니다. 뻔한 남자 주인공과의 티격태격하는 맛이 많아야 하는 데 이런 것이 많지 않습니다. 
분명 정석이 소정을 통해서 변화가 되고 둘 사이의 썸띵이 많이 일어나긴 하지만 캐미가 돋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이 영화는 정재영 혼자 이끌어가는 영화라고 생각될 정도로 정재영 혼자 영화를 쥐락펴락합니다. 또한, 영화 후반의 정석의 과거사가 밝혀지는 부분에서는 정재영 모노 드라마를 방불케 합니다. 


단편 영화 분량의 단순한 스토리의 문제점을 정재영이 살린다

플랜맨은 우울한 장면이 거의 없습니다. 사건 사고도 크지 않습니다. 영화 초반은 정석의 강박에 대한 이야기만 줄창 합니다. 이런 사람이 세상에 있다고 묘사하는 시간이 무려 40분 정도 나옵니다. 
상영한 지 58분이 지나서 처음 위기가 생깁니다. 소정이 플랜맨인 정석과 함께 '서바이벌 밴드 방송'에 출연을 해서 노래 유부남을 부를 때 영화는 크게 요동치기 시작합니다. 소정을 울렸던 유부남에게 손가락질 하는 정석의 모습은 짜릿하기만 합니다. 


 

그러나 이런 위기 갈등이 크지 않습니다. 이런 위기를 통해서 로코물로 알았던 플랜맨은 정석의 과거가 알려지면서 로코물에서 드라마로 전환 됩니다. 이때부터 정석의 인간극장이 시작됩니다. 이 계획되지 않는 장르 반전이 전 꽤 무계획적이라서 좋았습니다. 좀 억지스러운 과거 설정이긴 하지만 그런대로 눈물샘을 자극합니다.

 솔직히 이 영화의 시나리오는 저질입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일관성도 없고 크게 재미있는 부분도 복잡하거나 위기 갈등도 크지 않습니다. 또한, 남녀 사이의 갈등도 없습니다. 밀당도 없고 기이한 행동을 하는 플랜맨 정석만 쳐다보는 시선이라서 두 배우 사이의 반응성은 높지 않습니다. 그런데 이 영화를 무조건 비판만 할 수 없습니다.  그 이유는 정재영이라는 배우 때문입니다. 정재영이라는 배우가 연기를 잘 하는 것은 잘 알고 있었습니다. 특히 액션이나 르와르는 물론 코믹 연기도 참 잘하는 배우라는 것을 영화 '아는 여자'를 통해서 잘 알고 있었습니다.

내심 그 '아는 여자'의 반만 보여줘도 좋겠다고 했는데 반 이상을 보여줍니다. 뛰어난 연기를 보여주는 정재영은 이 영화의 모든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시나리오도 받쳐주는 여배우도 크게 도움이 되지 않고 연출도 깔끔하고 블링블링 하긴 하지만 솜사탕만 잔뜩 먹는 찐덕거림이 가득한 상황에서 정재영이 홀로 고군분투 합니다. 정재영의 연기가 없었다면 전 이 영화 절대 권할 수 없습니다.  


안 봐도 상관 없고 봐도 손해 볼 것은 없는 영화 플랜맨

전체적인 리뷰 평이 좋지 않죠? 어쩔 수 없습니다. 영화 전체적으로 보면 깔 것이 넘칩니다. 특히 '음치 클리닉'이라는 기획영화와 유사한 점도 상당히 많습니다. 그럼에도 전 이 영화 추천은 하지 않지만 비추천도 안 합니다. 그냥 볼 것 없으면 봐도 크게 손해 볼 것이 없습니다. 왜냐하면 뻔하고 지루한 요소도 있지만 실소라고 해도 상당히 웃기는 장면이 많습니다. 박장대소 장면은 거의 없습니다. 그냥 피식 거리거나 실소와 정재영의 깨알 연기에 웃기게 하는 장면이 꽤 있습니다.

그리고 영화 후반 인간극장 같은 스토리가 나옵니다. 
워낙 기대치를 바닥에 놓고 봐서 그런지 시사회장을 나오면서 생각보다 재미있네? 라는 생각까지 들었습니다. 시간 나면 보셔도 되고 안 보셔도 상관 없는 그냥 그런 영화입니다. 정재영의 연기만 보이는 영화입니다. 

별점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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