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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 준비를 하는 명동성당 그리고 크리스마스 문화

by 썬도그 2013. 12.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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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들이 크리스마스 캐롤이 사라진 거리를 보면서 예전 같지 않은 크리스마스라고 합니다. 분명, 크리스마스 답지 않은 요즘입니다. 단지 크리스마스 캐롤이 저작권 문제 때문에 틀어놓은 수도꼭지 마냥 마구 틀던 시절은 아닙니다, 그러나 단지 크리스마스 캐롤이 사라졌다고 예전 같지 않다는 말이 다 이해되는 것은 아닙니다. 아마도 크리스마스가 예전의 크리스마스 답지 않은 것은 우리가 나이가 먹었기 때문입니다. 

매년 무신경하고 무덤덤하게 눈은 감정 없이 내리지만 10살때 본 눈과 20살 때 본 눈과 30살에 본 눈과 40살에 본 눈은 느낌이 다릅니다. 똑 같은 눈이지만 경험이 눈처럼 쌓인 40대의 눈은 입을 벌리고 눈을 맞으려는 모습 보다는 내일 출근 어떻게 하나? 하는 현실적인 생각부터 합니다. 우리의 감각은 그렇게 똑 같은 자극에 무뎌지도록 설계 되었고 무뎌짐이 나이듬 같습니다. 하지만, 그런 나이듬이 계속 나이듬으로 끝나는 것이 아닌 자라나는 자녀들의 눈에 대한 뜨거운 반응에 기억을 반추하면서 같이 좋아 합니다. 

자녀들과 같이 눈사람을 만들면서 내 10대의 추억을 살며시 안 주머니에서 꺼내서 현재와 이중 노출한 사진처럼 봅니다. 
서두가 길었네요. 

서울 토박이라면 명동은 각별한 공간일 것입니다. 저 또한 명동이 아주 각별합니다.
개인적인 추억이 많은 곳이라서 이 명동의 변화한 듯 하면서도 그 본질은 비슷한 모습에 찾을 때 마다 그 에너지를 다시 느끼고는 합니다. 여러 추억이 있지만 고2때 크리스마스 추억을 꺼내서 펼쳐 보겠습니다



88년 고 1 때 친구와 12월 15일 경 전후로 명동에 갔습니다. 
서울에 살아도 여고생들은 모르겠지만 남고생이 명동에 갈 일은 많지 않습니다. 
그런데도 간 이유는 이 명동 가판대에서 크리스마스 카드를 잔뜩 팔기 때문입니다. 그것도 아주 아주 저렴한 가격에요. 친구 녀석은 명동 문화를 이미 몇년 전에 섭렵 했는지 겨울 방학을 하자 마자 전화를 해서는 명동에 가서 카드를 사자고 하더군요.



그렇게 저녁 무렵에 도착한 명동 가판대에서 수십 장의 크리스마스 카드를 샀습니다. 시즌스 그레이팅이라는 영문이 가득한  새해 카드와 크리스마스 카드를 한 아름 들고 왔습니다. 그리고 크리스마스 전에 친구들에게 카드를 보냈습니다.

종이 카드 문화, 이게 연말을 정말 훈훈하게 했습니다. 벽난로 문화가 없는 한국이지만 종이 카드를 보내고 받던 그 순간은 후끈 했습니다. 요즘 이런 문화 사라졌죠. 그 무성의 한 이메일 플래쉬 카드 문화도 사라졌습니다. 그것 뿐인가요? 

크리스마스 이브 때 뉴스에서는 허용된 일탈인 통행금지 해지로 자정 무렵 명동 거리를 카메라가 탐했고 새벽에는 크리스마스 카드 같은 크리스마스 특집 영화를 했습니다. 그러나 요즘은 그런 문화가 희석 되었습니다. 


그래도 명동은 명동입니다. 캐롤은 저작권 때문에 사라졌어도 크리스마스 트리는 더 웅장해졌고 소비를 축복하는 목소리는 가득 합니다. 





한류 스타들이 실제 얼굴의 10배 이상 크기로 축복을 하는 크리스마스의 명동입니다. 여기서 크리스마스 캐롤 하나 듣고 가겠습니다. 88년 당시에 국내 공중파에서 방영했던 '찰리 브라운의 캐롤' 하나 소개할께요



지금은 찰리 브라운이나 강아지인 스누피의 개구진 모습들, 그러나 노래는 참 차분 했어요.



크리스마스에 명동의 들뜬 분위기를 좀 차분하게 하려면 명동 성당을 권해드립니다. 87년 민주 항쟁을 받아내고 잉태한 공간인 명동 성당은 크리스마스 진정한 의미를 제대로 담고 있습니다. 솔직히 크리스마스는 그렇게 흥청망청 부어라 마셔라 하는 분위기 보다는 가족들과 함께  크리스마스 케익에 촛불 켜서 경건하게 보내는 것이 더 크리스마스 같습니다. 

연인들의 크리스마스가 아닌 가족의 크리스마스라고 생각하거든요.  벽난로 불빛의 크리스마스 트리의 불빛 아래서 이불 뒤집어 쓰고 크리스마스 영화 보는 것이 제맛인데 요즘은 많이 다르죠. 요즘 명동 성당은 진입로 공사를 하고 있습니다. 벽 같은 막에는 천주교 성인들이 가득 담겨 있고 천주교의 역사를 들여다 볼 수 있습니다. 전 종교를 믿지 않지만 천주교의 차분함이 아주 좋습니다. 



요즘 여행책 중에서 유럽의 산티아고 순례길 책이 많은데 한국에도 순례길이 있습니다. 제가 사는 근처에서 시작하는 순례길, 관악구 삼성산 성지에서 시작해서 용산을 지나서 당고개와 노고산 성지와 절두산 성지로 이어집니다. 성지마다 순교의 엄숙함이 있습니다.  



근대 한국 사진을 아주 좋아 합니다. 1900년대 초 사진을 보면 명동 성당 건물은 하나의 나침판 또는 이정표가 될 정도로 당시에는 서울의 가장 높은 건물 중 하나였습니다. 1892년 5월 기공식을 갖고 1898년 5월에 완공이 됩니다. 전형적인 고딕 양식으로 한국의 유명 성당의 모습의 표본이기도 합니다.

몇년 전에 전주 여행을 갔을 때 전주 성당의 모습과도 비슷합니다. 인천에도 비슷한 성당이 있는데 한국의 근대 건축 문화를 알려면 이 성당 건축물을 유심히 봐야 합니다. 건축에 대한 소양이 더 많으면 더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을텐데 아쉽게도 전 그런 소양이 없네요


다만, 이 고딕 양식의 속은 잘 기억 합니다. 십자가 모양의 천정은 높고 높습니다. 




여행을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그 도시의 근대 시대에 지어진 성당을 꼭 들리라고 하고 싶습니다. 왜냐하면 비슷한 외형이지만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명동 성당은 개인적인 추억도 있습니다. 대학 시절 동아리 여자 친구가 천주교인이었는데 다른 친구들은 사진 찍고 있을 때 같이 성당에서 미사를 한 적이 있습니다. 그전 까지는 크리스마스 무렵에만 교회를 다니는 날라이 교인이었는데 성당은 비슷하면서도 경건한 풍경이 참으로 생경 스러웠습니다.

교회는 일어나고 앉는 모습이 없었지만 천주교는 일어서서 찬송가를 부르고 기도를 하더라고요. 지금은 다 추억이죠

그리고 교회에는 보기 드문, 스테인드 글라스가 있습니다.. 어설픈 지식을 꺼내보면 예전에는 교회에서 교인들이 문맹인들이 많아서 하나님의 말씀이나 성경 내용을 글로 전파하기 힘들었는데 이 스테인드 글라스가 삽화 역할을 해서 스테인드 글라스 만 봐도 성경의 주요 내용이나 사건을 민중에게 전파할 수 있었습니다.



신기 했던 것은 나무로 만든 성당의 축소 모형이었는데 저게 뭔지 모르겠네요. 나무로 만들어진 성당 같은데요. 뭘까요?




성당하면 이 파이프 오르간을 빼 놓을 수 없죠. 그레고리 성가의 차분함과 함께 카랑 카랑한 파이프 오르간 반주에 맞춰서 찬송가를 부릅니다. 대형 교회에서도 피아노 대신에 이런 파이프 오르간을 연주 하더라고요. 파이프 오르간을 조율 하고 있던데요. 그 음색만 들어도 마음이 정화 되네요




평일이라서 예배는 하지 않았지만 천주교인 분들이 많이들 있네요. 뒤에서 연신 사진을 찍는데 저를 흘깃 흘깃 보십니다. 셔터 음도 묵음 처리하고 플래쉬도 껐지만 조그마한 소리도 잘 들리는 고요한 공간이기에 제 카메라 소리가 방해 되었나 봅니다. 

죄송한 마음을 하고 뒤로 물러 섰습니다. 








저는 어렸을 때 교회를 한 3년 다녔는데 천주교의 고해성사 문화가 생경스럽기도 하고 부럽기도 했습니다. 
자신의 죄를 신부님에게 고해성사하는 모습. 자신의 행동을 다른 사람에게 그대로 전하는 모습이 신기하더라고요. 어디까지 말하는지도 궁금하기도 하고요. 자신의 행동을 신에게 고해하는 것이 바로 이해되지는 않더라고요. 

그래도 저렇게 내 안의 악을 토악질 하는 모습은 부럽기도 합니다. 내 안의 악을 미화 시키고 합리화 시키기 바쁜 현대인인데 그걸 스스로 뱉다니. 아무튼 전부 이해는 못하더라도 고해성사는 정화 기능을 하는 듯 합니다.


명동 성당 뒷마당에는 마리아 동상이 있습니다. 


우람한 뒤태, 정말 명동 성당은 건축학적이나 역사적으로나 상징성이나 한국에서는 없어서는 안 될 건물이자 의미가 많은 장소이기도 합니다.



성당에 가면 초를 키우는데요. 1천원에 초를 구매해서 저 안에 초를 넣습니다





불교는 5월 초파일 때 연등행사를 하는데 그것과 비슷한 모습이네요. 종교도 다르고 믿는 신도 다르지만 연등과 초의 색은 동일 합니다. 아주 아주 화려함 그 자체입니다. 



크리스마스, 요즘은 그냥 연말 축제의 한 구실점이 된 듯한 느낌이지만 아기 예수님의 거룩함을 기억하는 날이 되었으면 합니다. 


먹고 마시고 토하는 그런 날이 아닌 축하하고 사랑하고 온기가 가득한 말들만 가득 했으면 합니다. 크리스마스 때 꼭 뭔가를 해야 한다는 그 강박에서 벗어나서 한해를 돌아보고 그 동안 못했던 마음속의 따스한 말을 많이 했으면 합니다. 

어딜가나 평소의 2,3배의 비싼 돈을 요구할 것입니다. 그런 음식점과 술집에 가지 말라고는 하지 못하겠지만 그곳에 가서 평소보다 2,3배 더 찐한 애정의 말을 많이 했으면 합니다. 모두 메리 크리스마스입니다.


스타벅스에서 들려주는 크리스마스 캐롤인데요. 그 일부를 메들리로 담아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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