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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의 향기/책서평

사진평론가 진동선 인터뷰집 영원한 거울 진동선

by 썬도그 2013. 10.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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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에 대한 지식이 이 블로그를 찾아주시는 독자 분들의 예상보다 전 높지 않습니다. 카메라 커뮤니티인 SLR클럽도 1년에 1번 정도 들릴 정도고 가지고 있는 카메라도 3년째 니콘의 저가 엔트리 DSLR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가지고 있는 렌즈는 좀 늘어가긴 하지만 사진의 하드웨어적인 부분이 솔직히 큰 관심이 없기 때문에 제대로 아는 정보는 일반인 수준밖에 되지 않습니다. 그런 것을 찾아보는 시간에 그냥 훌쩍 여행이나 사진 문화에 관한 책이나 사진작가에 대한 책을 읽습니다.

폰카로 찍으나 DSLR 찍으나 구분도 못하는 사람이 태반인 세상에서 좋은 카메라로 찍으나 저가 컴팩트 카메라로 찍으나 그게 무슨 큰 차이가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사진 공모전에 사진 출품하는 것이 목적이 아니고 블로그 용이라면 더더욱 그렇죠. 대신 가지고 있는 카메라의 퍼포먼스를 최대로 뽑아내는 정도는 알고 있는 게 좋긴 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좋은 사진을 보면 가장 먼저 묻는 것이 "무슨 카메라로 촬영했어요?"입니다.

앵글이나 주제에 대한 질문 보다는 카메라 기종을 묻는 것은 그 카메라를 사면 나도 저 정도로 찍을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사진 그 자체보다 앞서는 모습을 많이 볼 수 있습니다. 감히, 말하지만 한국의 사진 문화는 소프트웨어보다는 하드웨어가 앞서고 있고 하드웨어가 사진을 집어삼키고 있는 모양새입니다. 그래서 사진을 인문학적으로 접근하는 책보다는 카메라 잘 다루는 법. 사진 잘 찍는 법 등의 대부분의 사진 책들이 테크니션만 양산하는 기술서가 태반입니다. 이러다 보니 사진 동호회의 사진을 보고 있노라면 쨍하고 멋지긴 한데 기시감들이 가득해서 쭉 돌아보다 보면 피곤함이 밀려옵니다. 특이하고 창의적인 사진은 없고 안정적인 구도와 흔하디 흔한 소재와 어딘인지 대번에 알 수 있는 장소들과 마치 그림 같은 살롱 사진이 넘쳐납니다.


일명 달력 사진들이 넘쳐나고 있고 서로 좋다고 좋아요! 품앗이 해주는 추레한 풍경을 한 발짝 떨어져서 보면 참으로 촌스러워 보이기도 합니다. 저는 제 성향도 있지만 이런 것들이 싫어서 사진 동호회나 사진 커뮤니티 가입한 곳이 한 곳도 없습니다. 또한, 단체출사도 가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사진 찍는 시간보다는 인맥 넓히는 목적이 강하기 때문이기 때문입니다. 폐쇄적이고 외곩수 기질이 있고 배타적인 제 성향 때문에 이런 생각을 하는 것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면서도 정작 저는 그 진부한 사진도 제대로 찍지 못하고 있는 이중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네요. 저의 이런 배타성과 외골수 같은 기질을 가진 사람을 오늘 알게 되었습니다.

영원한 거울 진동선

사진평론가라는 생소한 직업을 가진 사람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의 이름은 진동선. 이 진동선은 제가 아는 유일한 사진평론가입니다. 그가 쓴 책을 읽으면서 이게 사진이 가지는 매력이자 마력임을 잘 알게 되었습니다. 사진에 대한 갈증이 가득하던 시절, 어떤 책을 읽어도 왜 사진이 좋은지 왜 사진을 좋아해야 하는지 잘 알려주지 않고 조리개나 셔터스피드나 노출 앵글에 대한 이야기만 가득했습니다.

그러다 알게 된 책이 바로 '사진, 영화를 캐스팅하다'입니다. 이 책은 오래전에 읽어서 잘 기억나지 않지만, 영화와 사진을 접목시킨 책으로 영화와 사진 모두 좋아하는 저에게는 아주 큰 즐거움을 준 책입니다. 한국에도 이렇게 재미있고 깊이 있고 심도 있는 사진평론가가 있구나 처음 알게 되었고 이후, 진동선이 쓴 책이라면 믿고 읽기 시작했습니다

'사진철학의 풍경들' '사진 예술의 풍경들' 같은 풍경들 시리즈들은 아주 추천해 줄 만한 책이고 가장 인상 깊었던 책은
'좋은 사진'과 '한 장의 사진미학'입니다. 이 책들은 사진 인문학 서로서는 최고 수준이 아닐까 할 정도로 아주 감동 있게 읽었습니다. 기질과 성격 등이 저와 비슷해서 그런지(아웃 사이더 기질이 강하세요) 더 와닿는 내용들이 많았습니다.

반면, 진동선의 여행서적은 별 느낌도 재미도 없더라고요. 길 사진을 좋아하고 여행에서 만난 길을 잘 담는 사진가지만 여행서도 아니고 사진 관련 서적도 아닌 애매한 책이라서 저는 그냥 시큰둥하게 읽게 되더군요.

이런 진동선의 책은 사진을 하드웨어가 아닌 우리 삶을 반영하는 도구로 보려고 시도하는 분들에게 적극 추천을 합니다.
진동선 사진평론가를 딱 한번 본 적이 있습니다. 그러니까 2011년인가 2010년인가 5월에 하는 포토이미징쇼(사진영상기자재전)에서 강연을 하셨는데 그때의 강연을 듣고 천상 강사 시구나 할 정도로 뛰어난 강의력과 찰진 언변과 입담과 조리 있는 말솜씨에 참으로 놀랬습니다.

그 강연에서 한 말이 아직도 기억이 남는 것이 있습니다.
수백만 원짜리 DSLR 사서 여자 친구나 친구들 촬영하면서 정작 자기 가족사진 찍어본 적이 있느냐? 어머니 아버지를 촬영한 적이 있느냐는 꾸중이 아직도 기억에 남습니다.

이렇게 큰 어른 같은 느낌이 강하다 보니 이제는 진동선 사진 평론가가 쓴 책이 나오면 성큼 찾아보곤 합니다. 책도 참 많이 자주 내셔서 그게 더 기분 좋게 하네요. 그런데 정작 이 진동선 사진평론가 자신에 대한 이야기는 그 어떤 책에도 자세히 나오지 않았습니다. 사진에 대한 이야기만 하면 되기에 자신의 개인사를 책에 밝힐 이유도 필요도 없긴 합니다만 팬이 되고 보니 어떻게 사진을 하게 되었는지 어떤 인맥이 있는지 궁금했습니다. 저런 분이 한국에 또 있을까? 할 정도로 특이한(?) 위치에 있기에 더욱 궁금 했습니다.

그 궁금증이 담긴 책이 바로 '영원한 거울 진동선(진동선 바이오그래피 1982~2012)'입니다. 이 책은 심리학자가 진동선 사진평론가를 인터뷰 한 책입니다. 요즘 들어서 이런 인터뷰집이 참 재미있고 읽기 편해서 좋네요. 

 

이 책은 진동선 본인도 밝혔듯 자신을 온전히 드러낸 책입니다. 이 책에는 그의 사진 시작과 과거가 꼼꼼하게 나오는데요. 많은 부분, 저를 놀라게 하네요. 저는 필모그래피만 보고 사진 전공자이시구나 했는데 그게 아닙니다. 가난한 집에서 태어나서 중학교를 마치고 돈이 없어서 고등학교 진학을 하지 못한 상태에서 안양에 사는 큰 형님 집에서 얹혀살면서 버스 회사 허드렛일을 하면서 돈을 모아서 안양공고 전기과에 입학한 사실과 한전에서 약 9년간 고졸 출신으로 근무하다가 사진에 대한 열정 때문에 무작정 홍익대학교 대학원 사진학과에 입학한 내용을 읽으면서 이 분의 열정에 탐복 했습니다.

공고 출신의 사진학과 입학은 지금도 쉬운 일이 아닌데 하물며 학연, 지연이 더 강했던 80,90년대는 더 심했을 것입니다. 진동선은 인터뷰에서 밝혔듯 중앙대학교 사진학과와 비 중앙대학교 사진학과 출신의 알력과 함께 자신의 불리한 타고난 점에 대한 한스러움을 쏟아냅니다.

전라도 출신, 고졸, 사진학과를 나오지 않은 점과 술을 못하고 정치적이지 못해서 인맥도 넓지 않음에 대한 한스러움과 자신의 성격이 독단, 독선적이고 때로는 이기적이며 남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외로움을 좋아하는 성격들에 대한 자세한 내용을 말합니다.

 

영원한 거울 진동선

이는 인터뷰 내내 저를 참으로 불편하게 할 정도였고 자학이 너무 심한 것이 아닐까 할 정도로 자기 학대의 모습까지 비추어집니다.이에 인터뷰어는 이렇게 말합니다

"본인은 늘 마이너리티라고 생각하고 또 피해를 입었다 하면서도 그렇다고 메이저리티에 편입되고 싶다거나 그쪽으로 가고 싶은 생각이 없으면서 또 어떤 때는 그쪽을 배척하는 다중적 마인드를 갖고 계시단 말이에요. 그런 약가적 감정이 깊이 자리하는데 제가 볼 때 하나로, 가령 여기서 치고 나가서 메이저리티가 되셔야 더 큰 역할을 하실 수 있을 거라고 봐요. 그런데 그렇게 되는 것을 두려워하시는지요?"

이 책을 함축하는 질문입니다.
저는 이런 진동선의 어둡고 외로움을 즐기는 듯한 그러나 정치적이지도 학연, 지연에 얽매이지 않는 모습이 너무나 좋습니다. 사진계도 깊이 파면 형님 동생, 교수님 하면서 자기들만의 이너서클이 강한 곳입니다. 이런 것을 가끔 느끼는데요. 그럴 때마다 이런 정치하는 예술가들 혹은 학연 지연으로 서로 끌어주고 당겨주는 풍토 속에서 무슨 좋은 사진이 나올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

그러니 청첩장이나 주례사 같은 전시 서문이나 서로 써달라고 하고 영혼 없는 서문이나 써주는 것 아닐까요?
그나마 위안이 된다면 다른 예술계보다는 사진이 진입 문턱이 낮아서 아마추어도 프로가 쉽게 될 수 있고 크게 보면 학연 지연에 얽매이지 않는 사진가들이 많이 있습니다. 다만, 그들끼리 서로 네트워크를 형성하지도 서로 비판하지도 않고 서로 섬처럼 지내고 있는 것이 안타깝죠.

진동선은 어떤 라인이 없는 섬 같은 존재라고 스스로 말하고 있지만 그가 스승으로 모시는 분이 있는데 바로 배병우와 김장섭 선생님입니다. 이렇게 배경 없는 진동선은 대학원을 졸업하고 나서도 끌어주는 곳이 없어서 혼자 실업자 상태가 되었다가 중동 건설 현장에 가기도 합니다. 지금도 그런데 예전에는 오죽했겠어요. 줄이나 백 없으면 어디 가서 인정받기도 끌어주지도 않으니까요. 이후, 월간 사진예술에서 주최한 사진평론가 공모전에 대학원 시험 보면서 준비하는 동안 모든 사진 이론서를 독학해서 배운 실력으로 가작에 채택이 됩니다.

그렇게 진동선 사진평론가는 사진가에서 사진평론가로서 변신을 합니다. 지금은 사진작가와 사진 평론과 전시 기획자와 사진 관련 책 저자로 많은 활약을 하고 계시지만 이 인터뷰 내용을 듣다 보니 제가 다 서러웠습니다. 이런 마이너리티의 한 때문인지 그 어떤 책 보다 뛰어나고 훌륭하고 권하고 싶은 사진 인문학 책을 쓰나 봅니다.

영원한 거울 진동선

옹이 많은 나무가 생명력이 강함을 증명하듯 그의 삶에는 수많은 옹이들이 있습니다. 그 옹이들을 들여다보고 있노라니 이 진동선 사진평론가를 더 좋아하지 않을 수가 없네요. 제도권 안의 사진가들보다 아웃사이더들의 사진들이 더 진솔하고 생동감 있는 이유는 그 사진 속에 나의 일상과 고통이 링크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진동선 사진 평론가를 밀착 인화한 책 '영원한 거울 진동선'은 진동선이라는 사진평론가를 거울 앞에 세워 놓은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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