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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의 향기/책서평

부분은 전부다. 김제동의 인터뷰집 <김제동이 만나러 갑니다>

by 썬도그 2013. 10.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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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삶을 들여다보고 돌이켜보면 프렉탈 구조처럼 부분과 전체의 모습이 상당히 닮아 있음을 느낄 때가 있습니다. 

그 사람의 일부분만 보고 전체를 갸늠한다거나 전체를 보고 부분을 예상하는 등 삶도 하나의 패턴의 연속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제 블로그에 쓴 댓글을 읽다 보면 이 사람은 어떤 기질의 사람인지 대충 감을 잡는 것도 제가 살아오면서 만나고 헤어진 사람들의 성향과 짜 맞추려는 것도 있고 이게 생각보다 잘 들어맞을 때가 있습니다. 문장 한 줄에 말 한마디에 그 사람의 성향이나 기질이 고스란히 담기게 됩니다.

인터뷰를 담은 책은 이래서 재미 있습니다. 소크라테스의 산파법처럼 인터뷰이와 인터뷰어가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한 사람을 올곳하게 자연스럽고 재미있으면서 유머러스하고 짧게 담는 모습이 참 좋습니다. 그런데 이런 인터뷰를 하는 인터뷰어의 역량이 참 중요하고 그 역량과 자질이 높아야 인터뷰는 고품격이 됩니다.

전문 인터뷰어는 아니지만 대한민국에서 입씸하면 떠오르는 사람 중에 하나가 바로 김제동입니다. 경상도 출신의 세월에 많이 깎인 부처상을 한 불혹의 40대를 막 시작한 김제동이 수많은 유명인사를 만나러 갑니다. 그리고 그들과 재미있는 인터뷰를 합니다.  2010년 2월부터 2011년 3월까지 김제동이 매주 유명 인사를 만나고 그 내용을 경향신문에  인터뷰 <김제동의 똑똑똑>으로 활자화 됩니댜.

그리고 이 인터뷰 내용은 2011년 책으로 묶어서 나오게 되는데 이 책이 바로 김제동이 만나러 갑니다입니다.

 

 

 책은 2011년에 나왔고 제가 읽은 것이 최근이니 그동안 세상은 참 많이 변했습니다. 2010, 2011년 당시는 이명박 대통령이었고 지금은 박근혜 대통령이 정권을 잡고 있습니다. 당시는 어느 정도 다음 대선에 대한 희망을 노래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암흑의 4년을 더 보내야 합니다. 지금도 지난 대선의 후유증으로 여야는 대치 상태입니다. 대한민국 현대사를 피로 물들였던 군인과 정보원들을 길러내는 곳에서 정치에 개입하는 불행한 일이 일어나고 있고 이에 현 정부나 여당은 사과 한 번 제대로 한 적이 없습니다.

오히려 물타기나 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렇게 많은 변화가 있는 가운데 2010, 2011년의 인터뷰를 지금 읽는 것은 분명 시의성에 흠이 있습니다. 당시의 인터뷰 내용이 현재에 와닿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특히 정치인에 대한 인터뷰들이 시의성이 좀 아쉽긴 하지만 이 책은 정치인들만 인터뷰한 것이 아닌 실로 다양한 사람들을 김제동이 만나서 때로는 날카롭게 때로는 가볍게 인터뷰를 합니다.

 

 

 

질문 내용들은 트위터 같은 SNS에 올라온 것과 자신이 궁금한 것 등을 추합 해서 질문을 합니다. 인터뷰이들을 살펴보면 김제동과 친하거나 진보 인사들이 상당수입니다. 김용택 시인, 정연주 전 KBS 사장, 이외수 소설가, 박원순 변호사, 김C 등이 보입니다. 그러나 당시 한나라당 의원들의 인터뷰도 있습니다. 남경필 한나라당 의원, 유인촌 전 문화부 장관의 인터뷰도 있는데 가장 재미없는 인터뷰가 유인촌 문화부 장관과의 인터뷰였습니다. 제가 색안경을 끼고 읽은 것도 있겠지만 김제동이 송곳 질문을 해도 두루뭉수리로 넘어가는 인터뷰 내용은 능글맞은 정치인의 전형적인 모습이었습니다.

반면, 자신과 친한 고현정과의 인터뷰는 가장 재미있고 유쾌하고 명쾌했습니다. 김제동이 자신을 자꾸 다른 시각(정치적으로 보는)으로 보는 것에 대해서 부담스러워하자

그게 답답해? 남들이 나를 어떻게 보는 것, 그게 다 내가 한 일이고 나에게서 나온 거야. 내가 한 행동에 대해 그들이 판단하는 건 그들의 자유야. 남들의 생각까지 내 의도대로 맞추겠다고 하는 것은 또 다른 권력욕이지. 내가 주장한 건 핑크였는데 사람들이 받아들이는 것은 검정이 될 때가 있지. 그 간극을 줄이겠다고 나서는 것은 잔류형 인간이야.

아! 매력을 넘어 마력이 있는 배우가 바로 고현정이구나를 이 인터뷰에서 여실히 느낄 수 있었습니다. 지난달 한 사극 드라마도 한류스타가 된 여자 배우가 제 블로그 글을 명예훼손이라는 명목으로 블록 처리했습니다. 그 글은 예전에 그 배우와 다른 가수가 스캔들이 있었던 내용이었고 이는 그 가수가 예능에서 밝힌 내용이기도 합니다. 그냥 단지 친한 사이였다 정도로 마무리된 내용이고 그 내용을 적었는데 이 마저도 명예훼손이라는 말에 황당하기까지 하더군요.

이런 배우들이나 연예인이 참 많습니다. 남들이 어떻게 보던 그게 뭐가 그리 두려울까요? 물론, 사실이 아닌 것을 사실인 양 떠벌리는 것은 문제가 있습니다. 하지만, 사실을 바탕으로 다른 시각으로 보는 것은 그 사람의 자유이죠. 그 배우가 원하는 시각으로만 사람들이 바라봐주길 바란다면 그건 또 하나의 시선의 폭력이자 독재자들이 잘하는 통치 방식이기도 합니다.

연예인은 무대에 선 광대고, 객석에 앉은 대중은 귀족이지, 우린 돈과 시간을 투자한 관객들을 어루만지고 즐거움을 줘서
보내야 하는 거야. 난 어떤 질타나 비판을 받는다고 힘들어하는 후배들 보면 막 야단쳐. 누릴 것 다 누려놓고 몇 분의 일도 안 되는 질타를 갖고 못 사네, 힘들어 죽겠네... 그렇게 완벽하고 싶으면 아예 숨어 살아야지. 질타도 관심이거든. 견뎌야지

위 고현정의 인터뷰 내용을 보고 이 배우에 반해 버렸습니다. 정말 명쾌한 삶의 태도이자 방식이자 제가 생각하는 배우에 대한 시선과 같습니다. 이는 '우디 알렌'이 영화 '로마 위드 러브'에서도 말했던 부분입니다. 연예인들은 연예인 할인이나 줄도 안 서고 유명 레스토랑에서 밥을 먹고 공짜로 공연 보고 다양한 스폰을 받는 혜택이란 혜택은 다 누리면서 사람들의 비판에는 너무나 쉽게 힘들어합니다.

그리고 악플도 아닌 비판도 악플이라고 싸잡아서 욕하기도 하죠. 이런 태도가 있기 때문에 고현정이 명배우라는 것이구나를 잘 느낄 수 있었고 가장 기억에 남고 강력한 인터뷰였습니다. 이 인터뷰를 읽고 나니 솔직히 다른 인터뷰들은 눈에 잘 안 들어오게 되더라고요

 

 

 

 이 책은 경향신문이라는 매체의 특성상 진보 인사들과 김제동과 친한 사람들과의 인터뷰가 대부분입니다. 아마도 김제동이 좌익 세력으로 낙인찍혔기 때문이겠죠. 참 안타깝습니다. 김제동을 보고 있노라면 그는 정치적인 발언이라기보다는 상식에서 항상 말을 합니다. 그러나 그 상식의 말이 우익은 물론, 아무런 정치색이 없는 사람에게도 진보적인 발언으로 들리나 봅니다.

어려운 사람 돕자라는 말도 이제는 좌빨이냐고 윽박지르는 세상이 되었고 2010년 보다 2013년 한국은 극 격하게 보수화 되어가고 있습니다. 특히 20대의 보수화는 더 진행속도가 빨라지고 있는데 20대가 50대 이상처럼 기득권을 대변하는 모습이 일상화되었습니다. 물론, 20대도 보수화 될 수 있고 보수를 지지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논리적으로 보면 기득권층을 옹호하고 보호하고 감싸는 보수라는 가진 것 별로 없는 20대가 지지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현상이 아닙니다.

김제동은 이제 정치적인 인사로 낙인이 찍혀 버렸습니다. 그러나 그걸 개의치 않습니다. 항상 당당해하고 바른 소리만 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책 전체를 둘러보면 강력하게 추천해줄 책은 아닙니다. 인터뷰의 깊이가 깊지 않습니다. 대신, 김제동의 입담과 넉살이 그 깊이 대신에 윤활유처럼 자리 잡고 있고 쉽고 유쾌하게 넘길 수 있습니다. 사실, 제가 이 책을 집은 이유는 머리가 아파서였습니다. 많은 책을 매일 같이 읽다 보니 지키고 지키더군요. 책을 소화하려면 읽고 나서 잠시나마 책 읽긱를 멈춰야 하는데 매일 같이 연속으로 읽다 보니 이 책에 눈이 가더군요.

덕분에 다시 머리가 맑아지고 텅 빈 느낌이 드네요. 우리가 잘 알지만 잘 모르던 유명 인사들의 속마음과 그들의 진솔한 이야기가 재미있습니다. 깊이 따위 상관없다면 이 책은 저 멀리 있는 푸른 산을 바라보는 상쾌함이 있습니다. 사람의 풍경을 읽을 수 있는 책입니다. 
부분을 읽고 전체를 생각하게 하는 책이기도 합니다.  김제동이 만나러 갑니다 이후에 김제동이 어깨동무합니다라는 책도 나왔네요. 후속 책인 듯합니다.

 

2013년 김제동이 마이크를 들고 유명한 사람들을 만나서 재미있는 이야기를 나눴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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