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진을 보고 있으면 마치 무슨 오래된 공포 영화의 한 사진 같습니다. 공포심 혹은 두려움이 보이는 시선과 함께 핀 라이트 같이 주인공 얼굴에만 조명이 떨어지는 모습, 그리고 빛바랜 사진 같은 색감은 얼핏보면 무슨 영화 속 한 장면 같습니다.
이 사진은 신디 셔먼(Cindy Sherman 1954~ )이 직접 연출한 구성 사진입니다. 사진 속 여자는 작가 본인입니다. 스스로 사진을 찍는 것이 아니기에 정확하게는 사진가라고 할 수 없고 아티스트가 맞지만 이런 연출력도 사진작가의 일부라고 생각해서 사진가로 분류하고 있습니다. 김미루라는 사진작가가 도시의 은밀한 곳에서 누드 사진을 촬영하 듯 사진작가가 카메라 뒤가 아닌 카메라 앞에 나온 모습입니다.
무제 영화 스틸 시리즈 중에서 (Untitled Film Still Serises)
신디 셔먼은 뉴욕 주립 대학에서 순수예술을 전공합니다. 사진을 전공한 작가는 아니지만 뛰어난 혹은 강렬한 아이디어를 가진 작가입니다. 친구의 아파트에서 발견한 오래된 핀업 사진 속의 여배우들의 옛날 사진을 보면서 '무제 영화 스틸 시리즈'를 만들게 됩니다
그의 사진은 찍는 다는 것 보다는 만든다고 할 수 있습니다. 모든 배경이나 포즈나 표정이 연출되고 계획된 것입니다. 그 계획이란 마치 영화 속 한 장면 같이 촬영하는 것입니다. 신디 셔먼이 그리려고 했던 영화는 동시대의 영화 보다는 과거의 영화 즉 50,60년대의 보수적인 미국 사회에서 만들어진 영화들이고 그 영화속 여성들은 한결 같이 남편에게 순종하고 집안 일을 도맡아하며 동시에 섹시한 이미지를 가지고 있습니다. 여기서 섹시함은 여성의 육체적 섹시함도 있지만 남성에게 순종적이고 여성답다고 사회가 정의한 규율을 잘 따르는 여자들의 이미지입니다.
이런 여성의 이미지는 남성 상위 시대였던 지난 50~70년대 허리우드 영화에서 잘 드러나는데요. 영화 속 주인공은 대부분이 남자이고 여자들은 하나의 소모재로 등장합니다. 이런 여성성 즉 순종적이고 육체적 아름다움이 가득한 이미지는 수 많은 남성에게 불티나게 팔렸고 매스미디어의 확장으로 인해, 사진, 영화, TV드라마 등으로 확대 재생산 되기 시작 합니다.
이런 전형성이 가득한 영화 속 이미지를 신디 셔먼은 자신이 직접 재현을 했는데요. 그렇다고 다른 영화의 한 장면을 그대로 따라한 사진은 아니고 그 느낌만 차용한 사진입니다. 치아가 가지런한 국가 홍보처 영상물에서나 봄직한 반득한 여자들의 이미지들을 재현한 이 사진에 사진계는 크게 놀랐고 지금도 이 연출 사진 혹은 구성 사진하면 신디 셔먼을 떠오르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이후 역사적인 초상화를 재현한 역사 인물화 시리즈 등과 보다 도발적인 이미지를 담은 사진을 담았는데 항상 신디 셔먼은 카메라 뒤가 아닌 카메라 앞에 서서 자신을 계속 세상에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 신디 셔먼을 보면서 낸시 랭이 자꾸 떠오르는 것은 왜 일까요? 낸시 랭도 작품으로 세상에 자신을 알리기 보다는 자신의 몸과 언어로 예술을 하는 분이죠. 낸시 랭은 미디어라는 거울 앞에서 온갖 포즈를 취하면서 어떻게 하면 자신을 띄울 수 있고 미디어를 지렛대 삼아서 자신을 잘 포장하는 법을 아는 분입니다.
cindy sherman history portraits 시리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