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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영화창고

첫사랑은 항상 초속 5cm 내리는 벚꽃 같은 것

by 썬도그 2013. 8.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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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드라마나 영화 문학의 든든한 반석은 세밀함입니다. 정밀한 전자기기를 잘 만드는 회사가 많은 나라답게 묘사력이나 재현력이 무척 뛰어납니다. 한국은 선 굵은 이야기가 강점이라면 일본은 일상에서도 재미와 감동을 끌어내는 세밀함이 담긴 영화들이 꽤 많죠

한국에서는 허진호 감독 정도만이 이 세밀함을 잘 알고 영화로 잘 표현하지만 다른 감독에게서는 그 허진호 감독의 떨림을 담아내지 못합니다. 그래서 허진호 감독의 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가 일본에서 큰 인기를 끌었나 봅니다. 내가 최고로 인정하는 한국영화인 '8월의 크리스마스'와 비슷한 영화가 일본에 꽤 많습니다. 그래서 다분히 전 일본 드라마 특히 영화를 좋아합니다. 

미세함이 좋은 영화들이 참 많거든요. 그래서 가끔은 일본인들의 성향과 내 성향이 너무 비슷해서 일본에서 태어났으면 하는 생각도 가끔합니다만 너무 순종적인 일본인들의 모습은 또 싫어서 그냥 고개를 흔들어버립니다. 


벚꽃이 내리는 속도 초속 5cm

신카이 마코도 감독은 애니계의 이와이 순지라고 하는 감독입니다. 얼마 전 본 현재 개봉중인 '언어의 정원'을 너무 재미있고 감동적으로 봤는데 그 흥분 상태가 아직도 가시지 않네요. 그러데 이 언어의 정원을 보고 나니 이 감독의 전작인 '초속 5cm'가 다시 보고 싶어졌습니다.

뭐 정확 하게는 '별을 쫒는 아이'가 전작이지만 맥락상의 전작은 '초속 5cm"입니다. 둘 다 사랑에 대한 소품이라서요

초속 5cm는 2007년 제작된 애니이고 국내에서도 작게 개봉을 했었습니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이 애니를 여전히 기억하고 즐겨 찾고 있습니다. 러닝 타임이 63분인 초속 5cm는 아주 어려운 내용을 담고 있거나 남녀 간의 수 많은 에피소드를 담고 있지 않습니다. 내용만 말하면 한, 두줄로 정리 될 정도로 간단합니다. 

그러나 그 이야기의 공감대가 무처 깊습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아직 까지도 이 애니를 좋아하고 다시 찾나 봅니다. 마치 단편 소설 '소나기'가 한국인들의 첫사랑에 대한 추억을 발화시키는 발화점 역할을 하듯 '초속 5cm'가 잊고 살았던 혹은 잊지 못하는 첫사랑에 대한 긴 이야기를 하나 보네요



도쿄의 한 초등학교에 '토노 타카키'와 '시노하라 아카리'는 단짝 친구였습니다. 둘은 공통점이 꽤 있엇습니다. 먼저 전학생이라는 공통점과 병약한 모습으로 인해 운동장에서 뛰어 노는 것 보다는 도서관에서 책 읽기를 좋아합니다. 취향과 성격이 비슷하다보니 둘은 친한 친구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전학생들의 운명이라고 할까요?  아카리가 중학교 올라가자마자 이사를 가게 됩니다. 도쿄에서 교외선을 타고 가면 되는 거리였지만 쉽게 만날 수 있는 거리는 아니였습니다. 

1명은 수원에 살고 한 명은 의정부에 산다고 해야 할까요? 이렇게 둘은 물리적인 거리는 멀어졌지만 그 시절 유일한 전달 수단인 전화와 편지로 서로의 안부를 묻습니다. 분명 이 둘은 친구 이상의 감정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타카키 마저도 먼 곳으로 이사를 가게 됩니다. 이사를 가기전에 둘은 만나기로 합니다.


저녁 7시에 아카리 집 앞 전철역에서 만나기로 했지만 때아닌 3월의 눈으로 인해 전철은 연착하게 됩니다. 시간은 그들에게 악의적으로 다가옵니다. 그렇게 저녁 7시의 만남은 저녁 11시로 이어지게 됩니다.

타카키는 아카리가 그냥 돌아 갔길 바랬습니다. 그러나 11시에 도착한 아카리가 사는 역에는 아카리가 있었고 아카리는 보자마주 눈물을 흘립니다. 그리고 둘은 벚나무 밑에서 벚꽃 내리던 초등학교 시절의 즐거운 추억을 떠올리며 입맞춤을 합니다. 



이 초속 5cm는 총 3화의 단편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1부 벚꽃 무리는 두 남녀 주인공의 초등학교 시절과 잦은 이사로 인해서 어쩔 수 없이 헤여져야만 하는 상황을 그리고 있고 2부에서는 우주선 발사대가 있는 카고시마의 한 중학교에서의 타카키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2부 '우주 비행사'의 화자는 타카키가 아닌 같은 학년의 '스미타 카나에'의 시선으로 담고 있습니다. 타카키를 짝사랑 하지만 한 발짝도 다가서지 못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데 전형적인 짝사랑이야기입니다.  항상 누군가에게 문자를 보내는 타카키를 보면서 자신을 쳐다보지 않는 타카키를 느끼면서 스스로 물러납니다.  저 우주를 항해하는 고독한 우주선이라고 할까요? 항상 어딘가를 쳐다보는 타카키. 이런 타카키에게 힘을 얻어서 스미타는 다시 서핑보드를 타게 됩니다. 

항상 명징해 보이는 타카키와 자신의 갈 방향을 몰라서 헤매이는 스미타. 스미타의 사랑도  관계자외 출입금지라는 푯말 앞에서 길을 잃고 헤매이게 됩니다. 


스쿠터가 고장나서 짝사랑하는 타카키와 함께 긴 길을 걷다가 터져나오는 눈물을 억지로 감추고 있을 때 저 멀리 우주선이 날아 오릅니다. 둘은 그 모습을 한 참 봅니다. 사랑도 지나고보면 한 때의 순간적인 추억입니다. 처음으로 둘의 시선은 같은 곳으로 향합니다. 하늘로 날아오르는 우주선을 향한 타카키와 스미타도 먼 시간이 지나면 함께 봤던 우주선으로 기억되겠죠. 



그리고 3화에서는 훌쩍 커버린 타카키와 아카리가 보여집니다. 중학교 1학년 때 큰 벚나무 밑에서 밤을 세우던 그 다음날 새벽에 다시 만날 것을 약속했지만 그 만남이 마지막이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왜 그리 서로 그리워하면 왜 계속 사랑을 이어가지 않았느냐고 하지만 전 오히려 이렇게 따져 묻고 싶네요

그렇게 보고 싶은 사람들을 왜 우리는 90년대 후반 아이러브스쿨이라는 사이트를 통해서 보고 싶었다던 그 친구들을 십수년 만에 다시 만나고 또 다시 헤어졌을까요? 보고 싶다는 생각은 항상 지속되지는 않나 봅니다. 더구나 지금 같이 스마트폰에다 카톡에다 메일과 같은 쉽게 닿을 수 있는 연락 방법도 없었습니다. 때문에 몸이 멀어지면 자연스럽게 마음도 멀어지게 됩니다. 

초속 5cm에서는 둘이 왜 관계가 소원하게 되었는지는 나오지 않습니다만 어느 정도는 이해하게 됩니다. 분명 둘은 우정 이상의 감정이었지만 불안한 미래가 기다리는 사춘기였고 아빠, 엄마가 운전하는 전철을 타고 정해진 궤도를 달리고 있었던 나이였습니다. 엄마 잠깐만요! 저 이사 안 가면 안되나요? 라고 물을 수도 없는 나이였습니다. 그냥 전철이라는 정해진 궤도를 달리를 나이였습니다.  그렇게 서로를 원하고 보고 싶어 하지만 어른이 아니기에 어쩔 수 없는 그 물리적 거리감으로 인해 자연스럽게 잊혀졌나 봅니다.


눈이 벚꽃 같이 내리던 어느 날 타카키는 직장을 그만둡니다. 3년 간 사귄 옛 연인에게서는 아직도 보고 싶다는 문자가 오지만 1cm도 가까워지지 않음에 허망해하죠. 타카키는 가슴에 큰 구멍이 뚫린 사람 마냥 거리를 눈 꽃처럼 헤매입니다. 



아마도 타카키에게는 어린 시절의 첫사랑인 아카리가 잊혀지지 않았나 봅니다. 아니 대부분의 남자들이 첫사랑을 잊지 못하고 이후 모든 사랑은 첫사랑의 변주일 뿐입니다. 여자 분들은 안 그렇다고 하죠. 

그래서 그런가요? 초속 5cm에서도 아카리는 타카키를 잠시 생각할 뿐 다른 남자와 결혼을 합니다. 반면, 타카키는 다른 여자를 만나도 세상에 대한 조소만 늘어갑니다. 항상 어딘가를 바라보는 그 습관은 바뀌지 않고요. 


그러다 옛 동네에서 타카키는 아카리라고 생각되는 여자를 스치게 됩니다. 그때 마침 전철이 지나갑니다. 
전철이 지나간 후 있을 것 같았던 아카리는 없었습니다. 어쩌면 안 만나고 평생 첫사랑을 간직하고 사는 것이 더 좋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수필가 피천득의 인연에서 처럼 차라리 아니 만나는 것이 더 좋았을 것이라는 후회가 떠오르네요. 수 많은 사람들이 첫사랑을 다시 보고 싶어하고 다시 만나기도 합니다만 대부분은 추억 또는 기억속의 첫사랑이 부패된 느낌을 만나고 후회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시네마 천국'은 한국 개봉버전에서는 토토의 첫사랑인 엘레나와의 재회를 잘라버렸습니다. 그게 더 나은 것이라고 판단 해서인데 대부분의 편집본을 좋아하지 않지만 시네마 천국의 편집은 아주 좋았습니다. 그런면에서 영화 '시네마 천국'과 초속 5cm는 참 많이 닮았습니다. 둘 다 타의  그것도 부모님들에 의해서 헤어지게 되었고 평생을 독신으로 산 토토와 타카키도 비슷합니다.

첫사랑에 대한 보고서라고 생각도 되어지네요. 남자들에게 있어서 첫사랑은 어떤 느낌이니 알 수 있는 애니이기도 합니다. 실제적인 이 영화의 주인공은 타카키니까요. 지금도 타카키는 벚꽃 내리는 봄이 되면 아카리를 생각할까요? 아마도 그러겠죠. 현재의 유부녀 아카리가 아닌 중1때 벚꽃나무 아래에서 성장을 멈춘 그 아카리의 박제된 허상을 평상 끓어 안고 살 듯 합니다. 

작화는 '언어의 정원'보다 못합니다, 또한 과도한 색채와 너무 많은 자의식은 중2병 걸린 주인공의 느낌도 듭니다.
초속5cm가 단조라면 언어의 정원은 장조 같아 보입니다. 실제로 신카이 마코토 감독은 초속5cm가 너무 우울하다는 반응에 대한 답가로 '언어의 정원'을 만들었다고 하죠.

2개의 영화를 함께 보셨으면 하네요. 언제 '초속 5cm'와 '언어의 정원'을 묶어서 개봉 했으면 합니다. 다른 영화지만 한 영화 같이 느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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