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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의 향기/책서평

예술 입문서로 좋은 예술감상 초보자가 가장 알고 싶은 67가지

by 썬도그 2013. 7.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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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고사는 것에 바빠서 문화생활을 못하는 사람들이 참 많습니다. 게다가 경기도 어려워서 문화생활에 투자할 돈도 많지 않습니다. 겨우 한다는 문화생활이라곤 영화 감상밖에 없죠. 하지만 우리가 밥만 먹고살 수 없습니다. 공허한 마음을 채워줄 것은 밥이 아닌 다른 사람의 생각이나 관념입니다. 예술은 그런 공허한 마음을 채워주고 우울한 마음을 다독이며 색다른 경험이나 체험을 하게 해주는 힘이 있습니다.


단언컨대 남들 보다는 문화 생활을 많이 합니다. 평균 이상으로 전시회를 찾아다니는데요. 남들보다 문화에 투자하는 시간이 많긴 하지만 이 문화 예술이라는 것이 언젠가부터 우리와 참 멀리 떨어져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왜 이렇게 멀리 달아난 것일까요?


대중 보다는 자신들의 문화를 적극 소비하고 구매도 하는 상류층 혹은 식자층 만을 위한 예술이 되었기 때문일까요?
예술에 접근 하려고 하도 이제 예술은 바리케이드를 쳐 놓고 대중의 진입을 가로막고 있습니다. 무지한 대중보다는 자신들의 예술을 감상하려면 어느 정도 지식을 쌓고 오라고 합니다. 이는 예술이 저 멀리 달아난 것도 있겠지만 우리 대중이 예술에 대한 관심도 지식도 예전보다 많이 떨어졌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예술 입문서 ' 예술감상 초보자가 가장 알고 싶은 67가지'

예술감상 초보자가 가장 알고 싶은 67가지

아는 만큼 보인다고 했죠. 같은 예술품을 감상해도 알고 보는 것과 모르고 보는 것은 큰 차이가 있습니다. 아는 것이 많을수록 그 예술품에서 느끼고 배우는 것이 더 많아집니다. 때문에 이리 사전 지식을 가지고 보는 것이 좋습니다. 그렇다고 해설서 까지 다 읽고 보는 것보다는 작품의 배경이나 작가의 전작들을 들쳐보고 미술이나 사진전을 감상한 후에 자신만의 느낌을 정리한 후 궁금한 것은 검색으로 채워 넣으면 알찬 감상법이 될 것입니다.

그런데 이런 예술입문서 혹은 예술감상 입문서가 생각보다 많지 않습니다. 있더라도 각 분야 즉 미술, 사진, 무용, 뮤지컬, 오페라, 클래식 등 각각의 분야별로 쓰여진 입문서는 있지만 예술 전체를 아우르는 예술 입문서는 많지 않습니다. 이제 막 예술에 관심이 있고 미술전, 사진전 클래식 음악감상과 뮤지컬과 판소리를 듣고 싶어 하는 예술 입문자에게 추천하는 책이 바로 '좋은 예술감상 초보자가 가장 알고 싶은 67가지'입니다. 이 책은 MBC 중견 기자인 김소영 기자가 쓴 책입니다. 1995년 입사해서 입사 4년 차부터 문화부로 발령받아서 9년 동안 문화 다방면에 대한 취재와 공연 관람과 체험 등을 통해서 예술에 대한 흥미를 돋워 주는 애피타이저 같은 책입니다.

 

사람들은 돈이 있고 시간이 있어야 문화예술을 즐길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생각이 꼭 맞는 건 아니라며 설득하는 게 상당히 어려웠다.
내가 겪어본 바로는 돈과 시간이 문제라기보다는 인내심이 부족한 것이 가장 큰 문제였다. 만 원을 내고 보는 2시간짜리 영화는 집중해서 봐도, 천 원에 20분이면 다 볼 수 있는 미술 전시장에 '재미가 없을 것'이라 지레 짐작하고 가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는 것이다. 안타깝게도 문화예술은 감상에 진입장벽이 존재한다. 하지만 그 소리가 작아도 계속해서 두드리면 사람에게만 조금씩 비밀의 문을 열어준다

<좋은 예술감상 초보자가 가장 알고 싶은 67가지> 7~8페이지 중 일부 발췌

 

맞아요! 이게 문제예요. 저라고 처음부터 흥미가 붙었겠습니까? 몰라도 그냥 닥치는 대로 봤고 보고 나서 궁금한 것은 도서관가서 책을 읽어보고 신문기사나 검색을 통해서 배웠습니다. 일단 시동이 걸리니 술술술 잘 풀려나갑니다. 새로운 예술 관련 서적을 탐독하고 새로운 전시를 찾아가서 보고 눈으로 익히고 글로 배우면서 사진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시간이 없다? 돈이 없다? 다 핑계입니다. 시간과 돈이 없다면서 불타는 금요일에 술과 돈을 불 싸지르죠. 관심이 있어야 합니다. 그 관심이 모든 열쇠를 가지고 있습니다. 신기하게도 이 예술이라는 것은 행복하면 잘 들어오지 않습니다. 절망과 깊은 고뇌 속에서 하나의 예술품을 보고 긴 감동(아무런 사전 지식도 설명이 없어도)과 큰 위로를 받게 되면 압니다. 예술이 때로는 친구 이상의 위로가 된다는 것을 요.

예술감상 초보자가 가장 알고 싶은 67가지

이 제목이 참 긴 이 책은 예술 감상에 대한 저자의 경험담과 입문법을 소개하면서 시작합니다. 이 책의 가장 백미가 초반에 펼쳐지죠. 이후, 공간 예술인 미술, 사진에 대한 기초지식을 지나 시간 예술인 클래식, 오페라, 국악 감상법을 소개합니다.
종합예술인 무용, 연극, 뮤지컬 감상법으로 마무리하는데요. 책을 들쳐보지 않고 읽기 시작 했는데 책이 상당히 다양한 예술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저는 예술 감상에 대한 설명서 정도로 생각했는데 다양한 예술을 모두 소개하고 있습니다.

예술감상 초보자가 가장 알고 싶은 67가지

예술감상 초보자가 가장 알고 싶은 67가지는 예술가가 되기 위한 입문서가 아닌 예술가가 만든 예술을 소비하는 저와 같은 대중을 위한 책입니다. 때문에 아주 쉽고 일상적인 언어로 차분하게 잘 써져 있습니다. 현학적이지 않으며 현장감이 좋은 책입니다.

책은 예술계에 대한 비판으로 시작합니다. 한국 예술계 바닥이 좋아서 한 다리 건너면 다들 아는 얼굴들이라서 작품에 대한 비평을 예술가에 대한 인신공격으로 치부하는 문화가 강하게 남아 있다고 소개하고 있습니다. 때문에 작품에 대한 비평글 대부분이 주례사 같은 글이 되고 있다고 비판을 하고 있습니다.

이는 저도 경험했습니다. 예술 작품에 대해서 나만의 시선(비록 그것이 비판으로 들릴 수 있을지는 몰라도)을 이 블로그에 적었더니 갤러리 관장이 예술가에 대한 명예훼손이라고 글을 지우라고 하더군요. 속으로 어쩔 수 없는 한국 예술계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솔직히 이 예술을 천착하고 즐겨찾기 하면 할수록 왠지 모를 벽이 느껴집니다. 끼리끼리 문화? 한국 문화가 다 그렇지만 예술계도 끼리끼리 문화가 참 강합니다. 선배가 끌고 후배가 따라가고 선배를 비판하지 못하는 서열 문화가 생각보다 꽤 있습니다.

이 부분부터 이 책에 감정이입을 하면서 읽게 되었습니다.
솔직히, 이렇게 한국 예술계를 비판한 책은 거의 없습니다. 왜냐하면, 예술 서적을 쓴 저자도 그 예술계 테두리 안에 있기 때문에 내부비판을 할 수 없습니다. 그런데 저자는 과감하게 합니다. 아쉽게도 서문에만 적고 이후에는 없습니다. 저자 스스로도 이런 예술계 생태계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하면서 시작 합니다. 여러 내용이 참 많지만 가장 인상 깊은 부분은 46페이지에 나오는 "예술을 즐기는 핵심은 감정이입과 감탄이다" 부분입니다.


이 내용은 요약하자면 같은 공연도 귀명창이라고 하는 관객 반응이 좋아야 공연을 하는 공연팀도 흥이나고 그렇게 서로 주거니 받거니 하면 공연이 더 뜨거워질 수 있다고 말합니다. 또한 전시회를 볼 때 사소한 것에 감탄하는 즉 열린 자세로 관람을 해야지 "날 웃겨보슈", "날 감동 시켜보슈"라는 태도로 접근하면 예술을 즐길 수 없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이 말에 저의 전시회 관람 태도를 돌아보게 되네요. 시니컬하게 뭐 흠이라도 없나 접근했던 모습이 떠오르네요.

미국의 예술평론가 수전 손택은 아서 단토가 예술의 종말을 선언한 비슷한 시기에 "해석에 반대한다"라는 유명한 에세이를 썼다. "도시의 공기를 더럽히는 자동차와 공장의 매연처럼, 예술을 해석하는 사람들이 뱉어놓은 말들은 우리의 감성에 해독을 끼친다. 정력과 감성을 희생하면서 까지 비대 할 대로 비대 해진 지식인의 존재가 이미 해묵은 딜레마가 되어버린 문화권에서, 해석은 지식인이 예술에 가하는 복수다"

<예술감상 초보자가 가장 알고 싶은 67가지> 57페이지 일부 발췌

항상 궁금했습니다. 작가의 작품 기획 의도와 내 느낌이 확 다르다면?
예를 들어서 작가는 이 작품을 통해서 현대 사회의 물질만능주의를 비판했는데 저는 그 작품을 통해서 시간의 덫없음이란 것을 느꼈다면 뭐가 정답일까요? 내 감상을 작가의 해석과 의도에 맞춰야 할까요? 혹은 전시회 팜플렛 서문에 현학적인 글로 적힌 예술평론가의 해석이 정답일까요?

임금이 나인에게 하룻밤 충동적인 성은을 내리면 다음날 후궁이 되듯이, 오늘날엔 평론가가 '이것이 예술'이라고 선택을 하면 작품은 예술품이란 자격을 얻게 되는 것일까. 현재의 예술은 과거의 예술과 동명이인처럼 '예술'이라는 이름만 공유하고 있는 전혀 다른 양태의 존재인. "예술은 사기"라는 백남준의 말이 자꾸 생각난다.

<예술감상 초보자가 가장 알고 싶은 67가지> 58페이지 일부 발췌

저자의 이런 말에 공감을 안 할 수가 없습니다.
정말 나에게는 별 것도 아닌 것 같은데 예술평론가들이 세계적인 예술품이라고 극찬을 하는데 덩달아서 좋아해야 하는지, 전문가가 좋다니까 별 느낌도 없는데 느낌을 가져줘야 하는지 내가 무식해서 예술품을 예술로 못 느끼는 지에 대한 자괴감이 느껴지죠. 저 같은 경우는 전시회 서문을 가장 나중에 읽습니다. 왜냐하면 그건 평론가의 해석이고 그 해석대로 작품을 해석할 필요는 없으니까요. 전시회 서문은 하나의 참고자료로 활용해야죠. 또한, 작가의 의도와 내 감상이 일치하면 좋겠지만 내 감상과 작가의 의도가 달라도 주눅 들거나 내 감상을 오답 처리 할 필요 없습니다. 어디까지나 예술은 느끼는 것이지 분석하고 해석하고 연구하는 과학이 아니니까요. 그런데 언젠가부터 예술이 과학처럼 분석하고 공부하게 되는 듯하네요 책에서는 현대 시각 예술은 무엇을 그렸냐가 아닌 누가 그렸느냐로 흘러갔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이게 가장 핵심 같습니다. 지금은 세상 모든 것들을 다 카메라로 캔버스로 담았기 때문에 더 이상 새로운 이미지를 찾기 힘듭니다. 누군가가 다 한 번 씩은 그렸으니까요. 이제는 그 사물 혹은 피사체를 어떻게 담느냐가 중요하고 어떻게를 좌지우지하는 누가 그렸냐가 중요해졌죠. 때문에 내가 좋아하는 작가를 따라다니는 것이 효율적인 감상이 될 것입니다.

예술감상 초보자가 가장 알고 싶은 67가지

책 내용이 상당히 스펙트럼이 넓어서 어디를 콕 찝어서 소개하기가 힘들 정도로 각 예술 장르에 대한 입문을 꼼꼼하고 친절하게 잘 소개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뮤지컬 입문법, 혹은 클래식 입문법 등은 참 좋네요. 또한 예술에 대한 기본 지식도 꼼꼼하게 잘 넣어 놓았습니다. 아무래도 예술가가 대중을 계몽하기 위한 책이 아닌 우리와 비슷한 수준의 기자가 수십 년 간 문화부 기자로 있으면서 느낀 예술에 대한 비판과 현실성 있는 입문서이기 때문이죠. 다만, 일기장에 쓸만한 혹은 너무 자기 주관적인 작은 경험을 전체인 양 말하는 부분은 좀 아쉽기는 하네요. 이 책을 비판적으로 보자면 문화부 기자로 있으면서 자신의 경험담을 책으로 낸 에세이집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때문에 전문성은 좀 떨어지지만 그 대신에 기자 특유의 친화력 높고 쉬운 글로 예술을 감상하러 가는 길에 궁금해 할 수 있는 내용을 가득 담겨 있습니다. 판소리, 오페라 뮤지컬, 사진, 미술, 조각, 클래식 등등의 예술을 이제 막 관심을 가지는 분들에게 추천하는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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