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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사진/사진에관한글

전쟁사진이 나를 반전주의자로 만들었다

by 썬도그 2013. 7.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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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 아이들의 본능인가요? 누가 가르쳐주지도 않았는데 나무를 깎아서 총을 만들어서 총 싸움을 했습니다. B.B탄도 없던 그 시절 입으로 총소리를 내면서 너 아웃! 이라고 외치면 서로 우기다가 싸움이 나기도 했던 그 총 싸움. 아마도 본능이라기 보다는 어려서부터 봤던 숱한 전쟁 영화와 '배달의 기수'같은 군 홍보물 그리고 국군은 무조건 착한 군인, 북한군은 무조건 뿔달린 악마로 묘사한 전쟁 드라마의 영향이었을 것입니다.

북한군을 물리치기 위해서라도 우리는 어려서부터 총을 든 모습을 자랑스러워 했습니다.
그러나 가끔 뿔달린 악마가 아닌 착한 북한군도 나왔습니다. 그 착한 북한군이란 소년병입니다. 정말 군대가서는 안 될 나이임에도 이 악랄하고 잔인무도한 북한 놈들은 10대 소년까지 전쟁터에 내몰았고 그 북한 소년병을 넓은 품을 가진 국군 형이 보듬어주는 모습이 나왔습니다. 

이렇게 저는 반공 소년으로 자랐습니다.



이런 미군과 국군의 활약, 혹은 자유진영의 대활약을 보면서 정의는 항상 승리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나이가 들고 인터넷이 발달하면서 그동안 우리가 쉽게 보지 못한 사진들을 보게 되었습니다.

아니 쉽게 볼 수 있었지만 외면했던 사진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사진. 인천, 1950. 9. 16(NARA, 눈빛아카이브)


출처; 박도 엮음, 나를 울린 한국전쟁 100장면, 눈빛, 2006

전쟁은 FPS게임도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도 아니였습니다. 우리의 살이 뜯겨 나가고 삶이 파괴되고 영혼이 붕괴되는 거대한 파괴였습니다. 비록 승리를 위하고 내 가족 내 나라를 지키는 당위성이라고 하지만 그 과정에서의 수 많은 폭력과 그 폭력으로 파괴되는 집과 수 많은 사람들의 죽음을 담은 사진을 묵묵히 내려다 봤습니다. 

이게 전쟁이구나! 이게 전쟁의 현실이구나
수 많은 다큐 사진을 보고 전쟁사진을 찾아보면서 저는 어느새 전쟁의 참혹함을 느끼게 되었고 아군이건 적군이건 하나의 생명이 사라진다는 것에 대한 충격이 대단히컸습니다. 그리고 전 어느새 반공소년에서 반전주의자가 되었습니다. 



사진: 자기가 손수 그린 태극기를 들고 투항하는 학생과 엎드려 있는 북한군 병사. 평양, 1951. 10월

때문에 북한의 깡패 같은 협박에도 눈눈이이가 아닌 평화롭게 대화로 설득하고 타협해야 한다고 주장 했습니다. 이런 모습이 나약하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그렇게 봐도 좋습니다. 생명을 쉽게 앗아가는 전쟁만 아니라면 나약해 보여도 좋습니다. 

한국전쟁으로 인해 남한군 22만 명이 사망했고 북한군은 29만 명, 유엔군은 3만6천 명이 사망했으며 중공군은 18만 명이 사망했습니다. 군인 뿐 아니라 민간인 사망자 숫자도 엄청나게 많았는데 남한 37만 명, 북한 40만 명이 사망했고 실종자 부상자 숫자까지 포함하면 남한 1백 만명, 북한 2백 만명으로 민간인만 3백만 명 이상이 실종, 사망, 부상을 당했습니다.

이런 엄청난 파괴 행위를 담은 사진을 보면서 전쟁의 당위성을 넘어서 인간의 존엄성을 말살하는 이 전쟁이 한반도에서 다시는 일어나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이건 점점 소수의 의견이 되고 있습니다.





전쟁 사진은 기본적으로 반전 사진입니다. 국방부가 언론에 건네주는 홍보성 사진 말고 검열을 받지 않는 종군기자들의 사진들 대부분은 그들이 의도하던 하지 않던 사진 대부분이 반전 사진입니다.

그래서 베트남 전쟁을 끝내게 할 수 있었던 것은 종군 기자들 때문이라는 소리도 있습니다. 수 많은 컬러 사진들이 미군 병사들의 울부짖음과 고통과 사지가 뜯겨져 나간 모습을 미국인들이 볼 수 있게 했습니다. 그전 까지는 전쟁 사진하면 철저하게 검열을 받거나 흑백으로 담겨서 선홍빛 피가 가득한 참상을 제대로 인지할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베트남 전쟁은 달랐습니다. 

당위성도 없는 전쟁, 명분 없는 전쟁에 미국인들은 분노했고 반전 시위를 하게 됩니다. 
이렇게 전쟁 사진으로 인해 여론이 급속도로 악화되자 이후 미 정부는 종군기자를 철저하게 관리하기 시작합니다. 그래서 이라크 전쟁이나 아프카니스탄 전쟁에서 참혹한 사진들이 나오지 않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이건 현실 왜곡입니다. 현실을 제대로 보여주고 그 참상을 보여줘야 합니다. 그 참상에도 꼭 승리를 해야 하는 전쟁이라면 오히려 그런 군인들의 피 흘리는 사진에 애국심이 더 고취되겠지만 명분도 실리도 없는 전쟁에 참여해서 애먼 병사들이 죽어간다면 여론은 나빠지겠죠


전쟁은 다시는 일어나지는 않아야 할 것입니다. 이 청년의 눈빛에서 우리는 전쟁의 참상을 봐야합니다.
요즘 너무 쉽게 전쟁 이야기를 하는 것 같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파주 적군 묘지에 있는 중공군 시신을 중국으로 보내겠다는 말에 잘 한 결정이라고 생각되어집니다.
그렇게 해야죠. 아무리 적군이라도 그들은 자신들의 신념(비록 우리와 반대되는 신념이자 이념이지만)을 위해서 싸운 군인일 뿐입니다. 아무리 그들이 밉고 빨갱이이고 우리의 형제를 죽인 군인이지만 그럼에도 그런 적군의 시신을 돌려 보내 주는 것은 인도주의적인 일이고 이런 일들이 전쟁 모드에서 평화 모드로 계속 유지시킬 수 있습니다. 

전쟁 좋아하는 분들에게 감히 말하고 싶습니다. 전쟁 사진을 좀 보시라고요.
물론, 피할 수 없는 전쟁, 꼭 해야만 하는 전쟁, 전쟁을 하지 않으면 우리 형제 가족이 죽을 수 있는 심각한 위협에서의 자위권 발동 차원의 전쟁도 하지 말자는 소리는 아닙니다. 다만  피할 수 있는 전쟁은 꼭 피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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