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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의 향기/책서평

꼬마 꾸뻬의 세상 배우기 '꾸뻬씨의 인생여행'

by 썬도그 2013. 7.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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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책은 세대를 뛰어넘는 인기가 있습니다. 고전이라고 해도 새롭게 재조명을 하면 스테디셀러에서 베스트셀러가 되기도 합니다. '위대한 개츠비', '레미제라블'열풍은 영화로 제작되면서 한국에서 큰 인기를 끌게 됩니다.

'꾸뻬씨의 행복여행'도 비슷한 모습입니다. 꾸뻬씨의 행복여행은 2004년도에 국내에 소개되어서 그해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저도 그 무렵에 읽었던 기억이 나는데요. 당시만 해도 저는 책 읽는 습관이 없던지라 책을 읽다가 포기하거나 많이 읽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꾸뻬씨의 행복여행'은 재미도 있으면서 쉽고 새겨듣고 곱씹어 볼 만한 내용들이 많아서 다 읽고 마음속 체증이 쭉 내려간 느낌이었습니다. 참 맑은 느낌이 10년이 지난 지금도 남아있네요. 

이 '꾸뻬씨의 행복여행'이 2013년 다시 큰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단기 종영한 KBS의 달빛 프린스에서 '꾸뻬씨의 행복여행'이 소개되면서 다시 인기를 끌고 있는데요. 이 꾸뻬씨 책을 검색하다가 보니 꾸뻬씨 소설이 시리즈로 있었습니다.

꾸뻬씨의 행복여행, 꾸뻬씨의 인생여행, 꾸뻬씨의 우정여행, 꾸뻬씨의 시간여행, 총 4권의 꾸뻬씨 시리즈가 시중에 나와 있었습니다. 이중에서 꾸뻬씨의 인생여행을 소개할까 합니다.


꾸뻬씨 시리즈의 저자는 프랑스의 정신과 의사이자 심리학자인 '프랑수아 를로르'입니다. 자신이 경험을 녹여서 꾸뻬씨 시리즈를 쓰는데요. 4권 모두 정신과 의사인 꾸뻬씨가 아버지로 혹은 결혼을 앞두거나 정신과 의사로 나옵니다. 

이 시리즈는 출간 연도가 다 다르고 순차적으로 국내에 소개된 것은 아닙니다. 때문에 가장 최근에 국내에 소개된 '꾸뻬씨의 시간여행'은 꾸뻬씨가 결혼하지 않는 상태로 나옵니다. 우정여행은 읽지 않아서 잘은 모르겠지만 읽은 책으로만 시간순으로 배열을 해보면 '꾸뻬씨의 행복여행' 다음이 '꾸뻬씨의 시간여행' 그리고 꾸뻬씨가 클라라가 결혼한 후에 아들 꾸뻬가 등장하는 '꾸뻬씨의 인생여행'으로 이어집니다.




꼬마 꾸뻬의 세상 배우기


꾸뻬씨의 인생여행은 2009년에 '꼬마 꾸뻬 인생을 배우다'라는 책으로 출간되었으나 꾸뻬 시리즈 작명에 맞출려고 '꾸뻬씨의 인생여행'으로 제목을 바꾸고 다시 출간되었습니다. 하지만, 이 책은 정신과 의사인 꾸뻬씨가 주인공이 아닌 동명의 아들 꾸뻬의 학교생활을 하면서 느끼는 여러 가지 고민과 성장기를 담고 있습니다.


이 '꾸뻬씨의 인생여행'은 재미있습니다. 그리고 쉽습니다. 그리고 현실적인 이야기가 가득해서 친근합니다. 
친근한  이유는 이 꼬마 꾸뻬가 세상을 겪어가는 과정 하나하나가 우리가 어렸을 때 혹은 초등학생 아이를 키우는 우리 부모님들이 경험하고 있는 고민들이기 때문입니다. 

수많은 고민들, 누구나 한 번쯤은 깊게 고민해야 할 그 고민들이 책 가득히 담겨 있습니다. 
다른 책들은 부모님들이 절대적인 존재로 모든 문제를 법전처럼 똑 부러지게 해결을 하고 큰 교훈을 주면서 끝이 납니다. 
하지만, 이 책은 그렇게 결론을 내지 않습니다.  공리주의자인 정신과의사 아빠 꾸뻬와 칸트주의자인 엄마 클라라의 이야기가 꼬마 꾸뻬에게 균형성 있는 감각을 심어줍니다.

엄마 아빠가 다른 생각을 가진 모습, 이런 모습은 일상적이고 현실적입니다. 돌이켜보면 항상 어떤 사안에 대해서 어머니와 아버지는 항상 다투셨습니다. 그런 다툼이 다툼으로 끝이 난다면 아이는 혼란스럽겠지만 상반된 시각과 의견을 서로 존중하고 아이와 함께 합의해 간다면 아이에게 좋은 영양분이 될 것입니다. 



공리주의자 아빠, 칸트주의자 엄마에게서 배우는 삶의 양날개 


꼬마 꾸뻬는 정신과의사인 아빠 꾸뻬와 회사에 다니는 엄마 밑에서 부족할 것이 없는 행복한 가정에서 자랍니다. 그러나 행복하다고 고민이 없는 것은 아니겠죠. 학교를 다니면서 친구들을 사귀고 여자친구를 사귀면서 세상을 배우고 사회라는 것을 배웁니다. 우정의 규칙과 세상의 규칙을 하나하나 배우면서 항상 고민하고 의문을 가지고 그 고민을 혼자 판단하지 않고 엄마, 아빠에게 물어봅니다.

꼬마 꾸뻬는 다른 아이들보다 행복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꼬마 꾸뻬의 어떤 고민도 엄마 아빠 앞에서 말한다는 것이죠. 이런 가풍은 엄마 아빠가 꼬마 꾸뻬의 고민을 귀담아듣고 좋은 방향으로 이끌기 때문입니다.


두 자상한 부모가 끊임없이 꼬마 꾸뻬에게 정성을 다하는데 이 정성을 다하는 것이 부모의 이기심을 충족시키기 위함이 아닙니다. 꾸뻬가 판단하기 힘든 일을 자신들의 경험을 통해서 전해주는데 이렇게 해~~~라고 하기보다는 부모의 경험을 소개하면서 판단은 꾸뻬가 하라고 합니다

이에 꾸뻬는 아빠처럼 비밀일기를 쓰면서 자신이 경험한 세상을 일기장에 정리합니다. 이런 모습은 꾸뻬씨의 행복여행에서도 선보였는데요. 부전자전이라고 아들도 똑같이 따라 합니다. 

아빠는 공리주의자입니다. 엄마는 칸트주의자입니다. 
아빠 꾸뻬는 어떠한 행동의 결과를 보고 판단하는 공리주의자이고 엄마 클라라는 선한 동기를 중요시 여기는 칸트 주의자입니다. 한번은 꼬마 꾸뻬가 축구는 잘하지만 공부는 못하는 친구 기욤에게 커닝을 하게 합니다. 그러다 선생님에게 걸립니다. 

꼬마 꾸뻬는 친한 친구를 돕는 것이 왜 나쁜 것인지 모르겠다고 항변을 합니다
이에 칸트주의자 엄마는 친구를 돕는 것은 좋지만 그 과정이 잘못되었다면서 빵집에서 빵을 사려고 줄을 섰는데 누군가가 새치기하면 안 되는 것처럼 커닝은 하면 안 된다고 말을 합니다.

그러나 재미있게도 아빠 꾸뻬는 잘못된 행동임을 인정하면서도 "친구를 위해서 속이는 일을 피할 수 없다면, 그때 가장 중요한 건 잡히지 않는 거란다"라는 말을 해줍니다. 

저는 이 부분 때문에 이 책이 좋았습니다. 대부분이 책들은 엄마 같은 말만하고 끝을 내지만 솔직히, 아빠 꾸뻬 같은 말을 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물론, 엄마의 말이 세상의 법칙이고 따라야 하지만 이 이론이 현실과 닿게 되면 변형되기도 하고 융통성이 스며들기도 합니다.

이런 부모의 성향은 폭력에 대한 이야기에서도 나옵니다.
하루는 꼬마 꾸뻬가 빅토르가 자신을 때린 것에 대한 고민 때문에 심각해졌을 때 엄마 클라라는 폭력은 절대 좋은 것이 아니며 폭력을 당했더라도 똑같이 폭력으로 맛서는 것은 좋지 못하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아빠 꾸뻬는 폭력이 나쁜 것인 것은 분명하지만 폭력은 폭력을 쓰지 않도록 맛서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하죠

이렇게 엄마 아빠의 이야기 속에서 꾸뻬는 세상에 대한 다양한 시선과 생각을 가지고 자랍니다. 
이 책의 미덕은 여기에서 나옵니다. 학교에서 일어나는 수 많은 고민들, 예를 들어 커닝이나 학원 폭력 심지어는 이성과의 교제와 정의에 대한 이야기가 진솔하고 현실적으로 담겨집니다. 

특히 정의에 대한 부분에 대한 이야기는 참 많은 것을 느끼게 합니다.
꼬마 꾸뻬와 빈, 오르안, 아르튀르, 기욤, 이 다섯명이 판타스틱5를 결성해서 학교라는 제도가 해결하지 못 하는 아이들과의 알력 다툼을 해결해주는 정의의 사도가 되었는데 이 정의의 5인방에게 아이들이 선물을 주면서 자신들을 보호해달라는 대목이 나옵니다. 불의에 맛서는 정의의 5인방, 그러나 그 정의는 또 다른 악을 낳습니다. 그건 바로 권력입니다.

감투나 권력의 자리에 오르면 누구나 어깨에 힘이 들어가고 자경단이 됩니다. 자신의 정의를 위해서 불의의 행동을 하게 되는 모습들도 담겨 있는데요. 이런 어른들의 세상에서도 고민할 아니 인간이면 누구나 한번 이상은 고민하게 되는 이야기를 학교라는 그리고 초등학생이라는 거울을 통해서 우리를 돌아보게 합니다. 

이 책은 철학책은 아닙니다. 하지만 철학적인 사유를 끌어내는 힘을 가진 책입니다. 그렇다고 철학용어가 난무한 책이 아닌 아들의 비밀일기장을 넘겨보면서 나를 돌아보게하는 거울과 같은 책입니다. 

그날 밤 꼬마 꾸뻬는 일기장에 이렇게 씁니다

"정의는 힘의 관계에 관련된 문제다"


초등학교에서 펼쳐지는 우정과 사랑 그리고 고민들

아이들은 어른의 거울이라고 합니다. 요즘 초중고등학생을 넘어서 대학생들의 일탈이 사회적인 문제가 될 정도로 일탈 행위들이 많습니다. 이는 디지털 시대의 무한 복제성 때문에 확대 해석되는 것이 있긴 하지만 이런 일탈 행위들이 예전보다 더 심해진 것 같습니다.

그 이유가 뭘까요? 다양한 원인이 있겠지만 저는 가족 간의 대화의 부재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예전에는 학교 갔다 집에 오면 엄마가 있어서 학교에서 있었던 일을 엄마와 이야기를 하면서 풀던가 저녁 식탁에서 말을 하거나 했는데 요즘은 가족 간의 대화가 없을 정도로 각자의 삶을 살고 있는 듯합니다. 고민꺼리가 생기면 부모님이 아닌 친구들과 해결을 하는 요즘 아이들입니다. 

문제는 같은 고민을 또래끼리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있는가 하면 해결 못 하는 것도 많습니다. 또한 친구들의 조언으로 해결한다고 해도 그게 좋은 방향성이 없는 경우도 많습니다. 부모님들이 인생 선배로써 아이들에게 따스하게 말을 해주면서 고민을 들어줘야 하는데 이런 시간이 없을 뿐더러 고민을 꺼내면 다그치기만 하는 부모님들도 참 많습니다. 

저는 요즘의 학원 문제의 가장 큰 책임은 부모님들에게 있다고 생각합니다. 학교는 지식을 쌓고 험한 세상에 살아남고 한 나라의 건강한 시민으로 만드는 곳이고 인성 교육도 합니다만 힘에 부칩니다. 인성은 학교 보다는 부모님이 만들어주셔야 합니다. 아이들은 스펀지 같아서 부모님들의 삶과 성격과 판단과 기질을 모두 보고 배우고 닮습니다. 

때문에 부모님들이 아이들과 많은 대화를 하면서 인성을 만들어줘야 하는데 이게 너무나도 요원합니다.
이 '꾸뻬씨의 인생여행'은 꼬마 꾸뻬가 세상을 배우는 과정을 잘 그리고 있습니다. 학교에서 배우고 부모에게서 배우며 친구들에서 배웁니다. 이 과정이 상당히 흥미롭고 진솔하며 사진처럼 학교라는 사회를 그대로 묘사 했습니다. 

친구들 사이의 빈부격차와 출신에 대한 고민과 배려 같은 가장 기본적인 경험과 감정과 고민을 어렵지 않게 그렇다고 가볍지도 않게 균형있게 담아내고 있습니다. 저는 무엇보다 꼬마 꾸뻬가 짝사랑하던 아망딘과의 사랑 이야기도 참 재미있더라고요. 

아마딩과의 이야기는 첫사랑의 느낌도 느끼게 해 줍니다. 

꾸뻬씨 시리즈 중에 3권의 책을 읽어 봤습니다. 이 3권 중에 가장 권하는 책은 '꾸뻬씨의 행복여행'이고 그 다음이 이 책 '꾸뻬씨의 인생여행'입니다. 꾸뻬씨 시리즈에 맞추기 위해서 작위적인 제목으로 바뀐 것이 아쉽긴 하지만 맑은 꼬마 꾸뻬에 비친 세상 배우기를 읽으면서 오히려 저를 성찰하게 되네요. 

그러나 '꾸뻬씨의 시간여행'은 추천하지 않습니다. 시간에 대한 이야기가 가득하지만 너무 집중력도 없고 깊이도 없습니다. 같은 작가가 쓴 책인가? 할 정도로 책을 읽다가 저자를 몇번을 확인 했네요. 

"꼬마 꾸뻬의 비밀일기"장을 들쳐보면서 내 아이와 혹은 어른인 내 모습을 돌아보는 시간이 될 것입니다. 

별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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