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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사진/사진에관한글

시카고 선타임즈의 사진기자 전원 해고, 사진기자는 사라질 것인가?

by 썬도그 2013. 6.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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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의 수 많은 장르 중에서도 전 다큐 사진이 좋습니다. 예술 사진도 사회상을 투영 시키는 사진을 좋아합니다. 때문에 저는 사진기자들을 좋아합니다. 카메라로 세상을 고발하는 그 힘을 믿기 때문입니다. 사진 하나로 세상을 바꿀 수는 없지만 물꼬를 터트려 주는 역할을 하는 모습을 많이 봤습니다. 이한열군의 죽음이 만약 당시  로이터 통신 정태원 기자 기자의 사진이 없었다면 6.10 민주항쟁은 그렇게 크게 일어나지 않았을 것입니다. 

영화 뱅뱅클럽의 스틸샷

포토저널리즘이라는 단어를 만들어낼 정도로 사진은 그 뛰어난 재현력과 증거력 때문에 많은 사람들을 쉽게 움직이게 합니다. 참혹한 사건도 글로 읽는 것과 생생한 사진을 보는 것과 크게 다릅니다. 



예를 들어 베트남 전쟁은 많은 사진기자들이 미군들의 주검을 카메라에 담아서 라이프지에 보냈고 라이프지는 이런 전쟁의 참화를 그대로 잡지에 담았습니다. 이를 본 많은 미국인들은 2차 대전 같은 뚜렷한 명분도 없는 전쟁에서 많은 미군 병사들이 죽는 모습에 분노를 했고 젊은 미국인들은 자신들의 생명과도 직결되고 참혹한 전쟁의 현실에 반전 운동을 벌입니다.

이렇게 사진은 우리가  알지 못하는 현실을 낱낱히 재현하는 특성 때문에 그 파괴력은 어떤 텍스트 기사보다 강합니다.
이런 사진의 놀라운 파급효과에 현재 미군은 사진 기자의 전장 촬영을 금지하고 있고 허용한다고 해도 사전검열을 철저하게 하고 있습니다. 

뛰어난 사진은 많은 사람들을 공분시키고 공감을 형성합니다



그러나 이 보도 사진들이 갈수록 파괴력과 영향력이 사라지고 있습니다. 또한, 뛰어난 특종 사진도 점점 사라지고 있고요
지난 49회 한국보도사진 대상 수상작들을 보면서 역시 사진기자들의 사진은 다르구나 하는 생각도 들지만 이런 사진은 나도 찍겠는데 하는 사진도 꽤 많이 있었습니다

사진기자들의 사진이 일반인들의 사진과 다른 점은 일반인들이 접근하기 힘든 곳에 갈 수 있다는 점과 성능 좋은 카메라를 가지고 있다는 점은 있지만 테크닉이 뛰어나다거나 창의성이 좋다거나 하는 사진은 많지 않았습니다. 더구나 속보가 생명인 속보성이 좋은 사진은 없더군요


대부분이 스포츠 사진이나 일상 사진, 정치인들 사진과 연예인 사진들이 많았는데요.  이렇게 속보 사진이 사라진 이유는 바로 우리들 때문입니다. 얼마전 가산 디지털벨리에서 불이 난 것을 한 트위터리안이 자신의 트위터에 올렸고 언론사는 그 사진을 인용해서 속보를 전했습니다. 

이렇게 사건 현장에 가장 먼저 도착한 사진기자가 사진을 찍어야 그게 세상에 알려지는데 지금은 일반인들이 찍은 사진이 가장 속도가 빠릅니다. 때문에 이제 사진기자들은 속보 전쟁 보다는 스케줄에 따라 연예인이나 스포츠 경기 그리고 정치인들이나 이슈성 사진만 많이 찍고 있습니다. 

미국의 시카고 선타임즈는  최근에 정규직 사진기자 28명을 모두 해고 했습니다. 해고 이유는 동영상 비중을 점차 늘리고 멀티미디어 보도 기능을 강화하기 위함이라고 합니다. 사진기자 전원 해고는 충격적이지만 그 이유는 공감이 갑니다. 왜냐하면 요즘 사진기자들의 사진이 잘 팔리지 않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특종 사진도 점점 사라지고 있고 멀티미디어 시대가 되어서 종이 신문도 잘 팔리지 않게 되었습니다. 조중동을 비롯한 언론사 전체가 위기라고 할 정도로 이제는 더 이상 종이신문이 아닌 포털 뉴스로만 뉴스를 소비하고 있고 이 추세는 점점 더 늘어갈 것입니다. 

이렇게 언론사들이 경영이 힘들어지고 수익이 줄어 들다보니 가장 만만한 사람들이 사진기자입니다. 사진기자들은 기사를 쓸 수 없지만 일반 기자들은 사진을 찍을 수 있습니다. 물론, 사진이 조악하겠죠. 그러나 그게 크게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그냥 삽화가 수준이면 됩니다. 이런 이유로 많은 잡지사와 언론사 중에서 영세한 곳은 일반 기자가 카메라 작동법을 배워서 기사도 쓰고 사진도 찍고 있습니다. 

그럼 사진기자가 글을 쓰면 되지 않느냐고 하는데 모르겠습니다. 그런 사진기자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게 쉽지는 않을 것입니다. 사진은 사진 문법이 있고 기사는 기사 문법이 있거든요. 아무튼 일반 기자가 사진을 찍는 것은 봤어도 사진기자가 기사를 쓰는 것은 보지 못했습니다. 요즘 언론사 생태가 어찌 돌아가는지는 모르겠지만 분명 가장 먼저 내쳐질 기자는 사진기자입니다.

다루기 쉬워진 카메라 덕분에 조금만 배우면 그럴싸한 사진을 담을 수 있는 것이 많은 요즘입니다.


영화 뱅뱅클럽의 스틸샷

시카고 선타임즈가 사진기자를 해고한 모습은 어찌보면 향후 5년 안에 들이칠 한국의 모습이기도 합니다.
한국 언론사들은 여전히 종이신문이 주 무대이고 온라인이 부업 같은 모습인데 해외언론들은 지금 빠르게 종이 신문을 접고 온라인 신문으로 거점을 이동하고 있습니다.  시카고 선타임즈도 사진기자를 해고하면서 대신에 프리랜서 사진기자를 활용하고 동영상과 사진 둘다 촬영이 가능한 취재기자를 확충할 것이라고 합니다. 

한국도 조만간 신문의 거점이 종이에서 인터넷으로 옮겨 갈 텐데요. 그렇게 되면 현재의 사진기자들을 내보내고 동영상 촬영 기사를 직원으로 채용할지 모릅니다. 따라서 현재 사진기자들은 하기 싫어도 캠코더나 DSLR로 동영상을 촬영하는 방법과 동영상 문법과 촬영술을 익혀놓아야 할 것입니다. 


사진기자는 타이퍼라이터 처럼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더 늘지는 않을 것이고 점점 줄어들 것입니다. 
또한, 정직원 보다는 프리랜서로 계약해서 사용하는 형태로 자리잡을 것 입니다. 그 이유는 기사의 질 보다는 양이 중요한 시대이기도 하고 자체 사진기자를 두는 것 보다 그냥 연합뉴스나 뉴시스 같은 통신사의 사진을 그냥 계약 맺고 가져다 쓰면 되니까요. 

이렇게 사진기자들이 멸시 당하는 이유는 사진기자들 자체의 문제도 있을 것입니다. 사진기자 분들을 많이 보지는 못했지만 행사장이나 시위현장에서 보면 사진기자 중에 50대 이상의 연륜을 가진 분들이 안 보입니다. 대부분이 20,30대이고 많아야 40대인 분들이 보입니다.

사진은 다른 분야와 달리 천재가 없습니다. 사진은 급조해서 만드는 것이 아닌 깊은 연륜에서 세상을 관조하고 통찰하는 힘에서 좋은 사진이 나옵니다. 따라서 나이 많은 사진작가가들의 사진이 깊이가 있고 경망스럽지 않습니다. 때문에 해외 사진기자들 중에는 나이드신 분들이 참 많습니다. 그들은 연륜이 있어서 어떤 것이 핵심인지 잘 압니다.  어떤 부분적인 현상에 휘둘리지 않고 문제의 본질을 꽤 뚫어보고 있습니다. 그러나 한국 사진기자 분들 중에는 나이 많으신 분들이 대부분 데스크에 앉아 있거나 많지 않습니다. 

이게 구조상 문제일 것 같기도 하다는 생각도 드네요. 

여하튼 이제는 연륜이 있건 갓 입사한 사진기자가 찍었건 사진 홍수 시대라서 뛰어난 사진을 찍어도 그게 세상에 알려지기 힘든 모습이 많아졌습니다. 연예인들 허벅지 사진을 주로 소개하는 포털의 습성과 자극적인 사진을 메인에 띄워서 뜨내기 유저들의 눈만 혹하게 하는 사진이 더 많은 관심과 트래픽과 돈을 몰고 오기 때문에  좋은 사진이 점점 더 외면 받고 있네요. 이렇게 사진이 가벼워지다 보니 연륜있는 사진기자 보다는 연봉이 싼 젊은 사진기자나 아니면 그냥 사진 좀 찍는 생활 사진가를 고용해서 사진을 찍을 수도 있게 되었습니다. 

사진이 말처럼 흔해지다 보니 이제는 사진이 천하게 되어버린 모습이 가슴이 아프지만 이것 또한 시대의 흐름이니 받아들여야겠죠. 한국의 사진기자들도 이제는 변해야 할 것입니다. 시카고 선타임즈처럼 이제는 동영상 촬영과 사진을 둘 다 할 수 있는 사람을 원하니까요. 앞으로는 사진도 찍고 동영상도 촬영하고 기사도 쓰는 만능 기자만 살아 남을지도 모르겠네요. 

그러기 위해서는 좋은 사진 기획사진과 심층 르뽀나 다큐 사진을 포털이라는 거대 권력자가 좀 더 자주 많이 소개시켜줘야 하는데 허구헛날 여자연예인 허벅지 사진만 올려되니 사진기자라는 직업이 더 천박해 보이게 됩니다. 

앞으로는 사진기자라는 단어 대신에 사진과 동영상을 함께 촬영하는 새로운 영상 기자가 등장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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