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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세상에 대한 쓴소리

왜 우리는 남양유업에만 분노하는가?

by 썬도그 2013. 5.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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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 에너지 왕상무 사건을 보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과연 한국의 임원들 중에 왕상무 같은 사람이 또 없을까? 더 확대하자면 한국의 좀 잘 나간다는 회사의 임원이나 고위직 중에 왕 처럼 군림하는 사람이 또 없을까? 아니 중소기업이라도 사장이나 부사장 정도 되면 왕 처럼 지내는 사람이 없을까?

솔직히 까놓고 말하자면 한국이라는 나라는 병영 국가입니다. 군대에서 처럼 회사에서도 계급이 깡패이지요. 따라서 직급이 높은 사람이 일과 별개인 일을 부탁하면 안 들어줄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앞에서는 원숭이마냥 비유 맞춰주면서 삽니다. 이게 다 처자식 먹어살리기 위한 처세술 아닙니까? 드라마에서 미스김처럼 공과 사를 구분하고 업무시간 외의 일은 무조건 일당 처리 하는 모습은 한국에서 찾아보기 힘듭니다. 

낮이나 밤이나 회사 안에서나 밖에서나 직급 높은 사람을 왕 같이 떠받드는 문화, 이런 문화가 만연한 것이 한국 사회이고 이 때문에 지금도 많은 직장인들이 상사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고 짜증내하면서도 자신도 또 누군가의 스트레스 요인이 되고 있습니다. 수평적인 관계가 아닌 수직적이 관계, 이는 한국이라는 병영국가의 전형적인 모습으로 방향만 맞다면 진화의 속도는 빠를지 모르지만 그 속도를 이기지 못한 사람들은 극심한 고통을 받거나 극심한 고통속에 살아가야 합니다.

그래서 그렇게들 술들을 많이 마시나 보네요. 아무튼 전 왕상무 모습을 보면서 수 많은 바늘 중에서 자루를 뚫고 나온 바늘 하나에 세상이 너무 놀라워 하는 모습 같아 보이기도 했습니다. 전국에 왕상무 같은 사람이 한 둘이겠습니까? 지금도 사장인지 왕인지 구분 못하는 거들먹 거리는 허세덩어리들이  이 좀 쑤시고 있겠네요. 

이번 왕상무 껀은 SNS와 여론 형성의 무서움을 적나라하게 보여주었습니다. 전국의 네티즌들이 들고 일어났는지 엄청난 반향을 불러 일으켰고 결국은 굳센 심지의 포스코가 고개를 숙이게 했습니다. 이후 왕상무는 자진 퇴사를 하면서 이 사건은 마무리 되었습니다. 디지털 자경단의 힘이 얼마나 무서운지 잘 보여준 사례입니다.

이렇게 자경단이 나타나는데는 그 사회가 썩었다는 증거이기도 합니다. 
세상이 법대로 흘러가지 않고 온갖 편법과 부정부패가 난무하게 되면 마음의 양심들이 뭉쳐서 자경단을 만들고 익명의 히어로라는 소영웅주의가 나타내게 됩니다. 분명 왕상무 사건도 법의 테두리 안에서 해결할 수 있었지만 우리는 그 법을 넘어서 큰 응징을 원했고 그 응징은 여론이라는 비수가 되어서 포스코 에너지를 굴복시켰습니다. 

이와 비슷한 사건이 또 하나 터졌습니다.


위 영상은 남양유업 영업사원과 대리점 점주 사이의 대화를 녹취한 내용입니다. 이 내용은 요즘 녹취된 내용이 아닌 3년 전에 녹취된 내용입니다. 위 녹취내용은 쉽게 설명하자면 큰 기업의 밀어내기 관행이 담겨 있습니다.

밀어내기라고 하는 것은 남양유업이 제품 판매량을 미리 정해놓습니다. 이번 달에는 전달 보다 2배 더 많이 팔아야 한다라고 상부에서 지시를 하면 그에 맞게 대량 생산을 합니다. 그렇게 대량 생산을 했는데 물건이 팔리지 않는다 그럼 나머지는 재고가 되고 폐기 처분 해야 합니다. 보통 이런 음식을 만드는 업체들은 유통기간이 길지 않기 때문에 식음료를 대량 생산하지 않습니다. 소비자의 판매 추이를 보면서 물량을 늘었다 줄였다하죠. 그런데 남양유업은 그냥 위에서 지시하면 그 지시대로 대량 생산합니다. 그러다 안 팔린 제품을 대리점 점주들에게 할당을 해서 강매를 합니다. 

보통 유통기간이 2,3개월이 되는 오렌지 쥬스를 안 팔리면 유통기간 5일 남은 상태에서 대리점 점주들에게 밀어내버리고 대리점 점주들은 도저히 못 받겠다라고 소리치면 "그럼 대리점 그만 두시던가요"라고 협박어린 말을 전해줍니다. 

위 녹취록에서는 욕까지 함께 구사했죠. 
이렇게 해서 대리점 점주들은 팔리지도 않는 제품 게다가 유통기간이 얼마 남지 않는 제품을 떠 안고 있다가 그냥 모두 버려야 하는 상황입니다. 문제는 그냥 대리점 점주에게 밀어내는 것이 아닙니다. 물건 값을 다 받습니다. 이러다 보니 대리점 점주들은 빛이 2,3억씩 늘어가게 되다가 결국 못 견디면 대리점을 포기하게 됩니다

딱 조폭이 회사를 차라면 저렇게 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남양유업은 발 빠르게 사과문을 올렸고 해당 직원은 퇴사 시켰다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그런데 저는 이 사건을 보면서 좀 씁쓸하더군요. 그 이유는 이렇습니다.


1. 욕 때문에 일이 커진거지 욕이 없었다면 과연 남양유업 사태가 일어났을까?

이 남양유업의 밀어내기 행태는 어제 오늘의 이야기도 남양유업만의 문제도 아닙니다. 2004년 서울우유는 과도한 밀어내기가 적발 되기도 했었고 롯데칠성은 밀어내기 자정 노력을 할 정도로 이 업계에서는 이런 밀어내기가 관행시 되었습니다. 지금은 붉어지지 않아서 그렇지 또 뒤지기 시작하면 밀어내기 하는 업체 많을 것입니다. 현대차는 이런 거 안할 것 같나요? 지금이야 현대차가 좀 잘 팔리니까 쑥 들어갔지만 2천년대 초 까지만 해도 현대차 영업사원에게 할당을 내려서 자동차를 안 팔면 영업사원이 사게 만들었습니다.

대기업들의 습속이 원래 그래요. 안 팔리는 제품 있으면 밀어내기로 밀어버립니다. 그럼 영업사원과 대리점간의 실강이가 일어나죠. 보통 이렇게 안 팔리면 그냥 가격 싸게 내놓으면 다 사갑니다. 가격 할인 하면 가격 매력도가 올라가서 유통기간 하루 남아도 삽니다. 문제는 이런 것은 하지 않고 가격은 유지한 채 밀어내기를 하니 고스란히 그 고통은 대리점 점주에게 돌아가죠. 

이런 세상에서 지난 수십년 간 살아왔으면서 욕을 했다고 크게 반응을 하는 모습은 블랙 코메디 같습니다. 물론, 제가 이번 사태에 대한 물타기를 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우리가 지금까지 그런 관행들을 숱하게 보고 뉴스를 통해 봤을 때는 묵묵무답으로 일관하다가 툭 튀어 나온 한 가지 일을 가지고 크게 반응 하는 모습은 좀 웃기기 까지 합니다. 

솔직히 묻고 싶네요? 욕해서 화가 난 것입니까? 아니면 그 밀어내기 관행에 화가 난 것입니까? 욕해서 화났는데 밀어내기 관행에도 화가 나신 것이라면 주변의 밀어내기 관행에 대한 쓴소리와 비판 여론을 계속 유지해 주세요. 이런 밀어내기 관행 이거 아주 고질병이자 망국병입니다. 대기업들이 그나마 소비자들을 두려워하는 요즘 풍토이니 계속 밀어내기 관행에 대한 비판 의식 유지해 주세요


2. 불매 운동? 한국에서는 성공한 역사가 없는 것으로 아는데


이명박 전 대통령이 말했듯 한국인들은 3개월만 지나면 다 까먹는다고 하죠. 그 사람은 싫지만 이 말은 공감갑니다. 장담하는데 2개월만 지나면 남양유업 아무런 타격도 없이 눈치 보면서 슬며서 살짝 살짝 밀어내기 관행 다시 할걸요. 다만 예전 보다 심하게 하진 못하겠죠.

지금 불매 운동 하자고 하는데 전 이 모습을 좋게 보고 제발 부디 플리즈 불매 운동이 성공하길 바라지만 한국에서 불매 운동 해서 성공한 역사가 없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독도 문제가 붉어 질 때 마다 일제 쓰지 말자고 하는데 성공한 적 한 번 없습니다. 오히려 이 모습은 중국인들이 잘 합니다. 중국인들은 화끈하잖아요. 그런데 한국에서는 일제 불매 운동 성공한 적도 없고 괘씸한 기업 망하라고 불매 운동 해서 성공한 적이 없습니다. 가장 극렬하게 했던 것이 최근에는 농심이었습니다. 2008년 촛불 시위 정국 때 농심은 많은 비판을 받았고 불매 운동을 했지만 농심이 흔들렸습니까? 

물어보고 싶네요. 그 당시에 촛불 든 사람 중에 농심 라면 아직도 안 먹는 사람 몇이나 있는지 묻고 싶습니다. 그렇게 서픈짜리 단순반복 분노로는 불매 운동 성공 못합니다

마찬가지입니다. 남양유업 불매 운동 성공하기 힘듭니다. 하지만, 부디 제발 플리즈, 이번에는 성공해서 기업들이 여론의 무서움과 자경단의 무서움을 아게하고 소비자의 무서움을 알게 했으면 합니다. 지금 남양유업 사장은 이런 생각 할껄요

"이 또한 지나가리라"


3. 연대의식과 비판의식이 사라진 요즘에도 사람들의 분노는 살아 있다

저보고 비관론자라고 합니다. 네 저 비관론자 맞습니다. 하지만 전 이 제 주관을 바꾸고 싶지 않습니다. 그 이유는 맹목적 긍정주의자들이 만든 세상의 똥덩어리를 너무 많이 봤기 때문에 일부러라도 비관론자로 살고 있습니다. 맹목적 긍정주의자들이 말했죠. 4대강 그거 반대하는데  박정희 때도 경부 고속도로 지을려고 했더니 온통 비난과 비판만 했다. 그런데 봐라 해 놓으니까 잘 되지 않았느냐 평생 비난만 하지 말고 긍정적으로 살아라. 

긍정주의는 힘이 있습니다. 희망을 누가 싫어 하겠습니까 문제는 비판 없는 긍정은 맹목적 긍정주의로 빠지게 되고 간신나라가 됩니다. 주변에는 온통 입 바른 소리를 하는 사람은 없고 샤브작 샤브작 거리는 아첨꾼만 득시글하죠. 그래서 현재 4대강이 그 모양 그 꼬라지가 되었고 서울 여기저기에 똥덩어리들이 강에 둥둥 떠 있는 것 아닙니까?

비관론자인 제 생각이 현실이 너무 자주되어서 이제는 제가 현실주의자가 되었네요. 이런 비판의식을 우리들이 많이 가지고 있나요? 솔직히,  이번 남양유업 사태 그 이면을 들어다 볼 혜안이 있는 사람이 몇이나 있을까요? 왜 그런 일이 일어났는지에 대한 깊이 있는 생각을 할 사람이 몇이나 있습니까?  남양유업에는 분노하면서  마트 계산원들이 계산착오하면 월급에 영향이 있고 평점에서 깎이는 모습,  마트 게산원들이 하루종일 서서 계산을 하는 모습에 왜 우리는 분노 하지 않습니까?

청량리 롯데 백화점 판매 사원의 투신 사망이 가매출 할당이라는 또 다른 밀어내기임에도 왜 우리는 크게 분노하지 않나요?
전국에서 갑의 횡포를 휘두르고 있는데 왜 우리는 가만히 있나요? 수 많은 불의에는 침묵하면서 어쩌면 별거 아닌 일에 크게 분노 하는 모습은 씁쓸하기만 합니다. 만약 저 직원이 욕을 안 했다면 이렇게 일이 커졌을까요?  저는 오히려 나이 많은 대림점 점주에게 어린 놈(?)이 욕을 찰지게 한 그 유교 사상에 어긋한 모습에 더 분노하는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연대의식과 비판의식이 사라진 2013년, 절망이 일상이 된 요즘에 이번 남양유업에 대한 분노에너지가 모인 것은 일단 좋게 봅니다. 분명 이런 분노심은 사회를 더 건강하게 할 것입니다. 다만, 이런 분노가 너무 방향성 없이 지속적이지 않고 길게 타는 등잔이 아닌 성냥개비 처럼 확 타고 사라지는 것 같아 아쉽습니다. 부디 세상 사소한 것에도 분노하시고 실천하시길 바랍니다. 

강요는 하지 않습니다. 언젠가 직접 느끼게 되면 모두 전사가 될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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