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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영화창고

어리숙 하지만 여행의 소소한 재미가 있는 '내가 고백을 하면'

by 썬도그 2013. 5.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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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3월 주문진 블루힐 아파트 형 리조트에서 1박 2일 여행을 보내면서 알게 된 영화 '내가 고백을 하면'
체크인을 하면서 카운터에 이곳에서 영화 '내가 고백을 하면'을 촬영했다는 홍보물을 유심히 봤습니다

출연 : 김태우, 예지원 감독 : 조성규
감독은 모르겠고 김태우가 출연 했다면 어느 정도 신뢰가 가고 예지원은 좀 4차원이지만 이 배우 정말 진국이여서 생각보다 출연 작품들이 꽤 좋은 배우죠. 두 배우 모두 제가 최근에 아주 좋아하게 된 홍상수 감독의 영화에 출연한 배우이기도 하고요

여행을 마친 후. 과연 내가 묵었던 곳이 영화에서는 어떻게 나왔을까 하는 호기심도 들기도 하고 영화 소개 프로그램과 라디오 영화 프로그램에서 "자기반영 그거 아무나 하는 것 아닙니다"라는 박혜진 아나운서의 멘트가 귀에 아른거려서 영화평은 썩 좋지 못했지만 굿 다운로더로 다운 받아서 봤습니다. 


주말마다 강릉에 가는 영화 제작자이자 감독인 인성

주인공은 영화 제작자인 인성과 강릉에서 근무하는 간호사입니다. 
인성(김태우 분)은 투자자들을 설득해서 어떻게든 흥행에 성공하게 해야하는 제작자 겸 감독인 스트레스를 받는 사람입니다.  재미있게도 영화 속 주인공인 인성은 이 영화의 감독인 조성규 본인을 그대로 스크린에 담았습니다. 조성규 감독의 전작인 '맛있는 인생'이 이 영화에서도 등장합니다.  이래서 자기 반영이라고 하나 보네요. 

저는 몰랐는데 이 조성규 감독은 '스펀지 하우스'라는 예술 영화 전문 상영관의 사장입니다. '스펀지 하우스'는 예술 영화 좋아하는 분들에게 아주 유명한 영화관이고 저도 '스펀지 하우스'에서 많은 예술 영화를 봤습니다. 그런데 이 영화관 주인인 조성규 감독이 직접 영화를 제작뿐 아니라 연출을 한 것이 바로 '맛있는 인생'이었고 아주 혹평을 받은 영화입니다. 

그런데 그 다음 작품인 '내가 고백을 하면'에서는 그 혹평을 받은 것을 넘어서 감독의 분신을 스크린에 투입합니다. 
감독의 자화상이자 분신이 바로 인성(김태우 분)이죠. 한마디로 인성은 감독의 아바타입니다 

영화는 영화 제작자의 인성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시작합니다. 영화는 시작하자마자  자신이 감독한 '맛있는 인생' 상영관을 찾는 인성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현실의 평가대로 '맛있는 인생'이라는 영화는 많은 관객의 외면을 받고(주말에 1회에 14명의 관객이 듬) 그나마 몇 안되는 관객 마져도 중간에 나갑니다.

제작자 출신의 영화감독 인성은 주말마다 강릉에 갑니다. 그가 강릉을 가는 이유는 바람 쐬는 것, 취미이자 일탈인 맛있는 것 먹으러 가는 것, 

그 강릉가는 차에서 한 영화 평론가가 '맛있는 인생'에 대한 영화 평을 듣습니다.
"자기 반영 그거 아무나 하는 것 아닙니다" 평론가는 '맛있는 영화'에 별점 반개를 줍니다. 

이 영화는 여기서 큰 재미가 있습니다. 영화가 감독의 자전적인 이야기 즉 이전 영화에 대한 평을 시나리오에 담는 그 자체가 아주 신선 했습니다. 물론, 이런 시도를 한 영화는 꽤 있긴 합니다만 이렇게 쉽게 할려면 그 감독이 대단한 역량이 있어야 합니다. 감독이 자기 목소리를 영화에 올곳하게 담을 수 있을려면 그 감독이 대단한 명성이 있거나 아니면 그 영화의 제작자면 가능한 이야기죠. 아쉽게도 이 영화 '내가 고백을 하면'은 후자입니다. 이 영화의 제작자이자 감독이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죠

돌직구를 던지자면. 자기돈으로 자기가 연출하니까 이런 과감한 이야기를 담을 수 있는 것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한편으로는 셀프 디스를 파는 창의력과 신선함도 많이 느껴집니다. 누가 나를 까거나 비판하고 악풀 다는 그 모습 전체를 블로그 포스팅에 쓰는 일상형 블로거의 모습이라고 할 수 있죠

제작자이자 영화감독인 인성은 주말마다 강릉에 가서 맛있는 음식을 먹고 멋진 바다를 보고 여관에서 잡니다. 


주말 마다 서울에서 문화 생활을 즐기는 강릉에 사는 간호사 유정

또 한명의 주인공인 유정은 강릉에 있는 병원의 간호사입니다. 
유정은 주말 마다 서울에 와서 작게 개봉하는 예술 영화를 주로 관람하는 문화 생활을 취미로 가진 인물입니다. 매주 주말마다 서울에 내려와서 예술 영화를 보고 친구네 집에서 자지만 친구가 약속이 있다고 거부하자 난감해 합니다.

결국, 서울에서 미아신세가 되자 원하지 않는 여관방에서 묶게 되는 유정은 서울의 숙소를 불편해 합니다.
이는 영화 감독인 인성도 마찬가지입니다. 유정은 서울의 스폰지 하우스에 늦게 도착해서 뜻하지 않는 영화를 보게 됩니다.

스폰지 하우스에서 영화 보시면 아실거예요.. 다른 영화관과 달리 영화 상영한지 10분이 지나면 입장을 불허 합니다.
저도 경험했습니다., 강남의 스펀지 하우스에서 영화 '애니 레보비치라는 사진작가의 다큐'를 15분 늦었다고 절대 입장을 허락하지 않더라고요. 씩씩 거리면서 어쩌면 될까요 했더니 다음회 영화표를 주더라고요. 

결국 도산공원과 커피숍에서 시간을 때운 후에 관람을 했는데 영화에서도 유정도 같은 경험을 합니다. 유정은 원하지 않는
이상한 영화라고 유정이 평한 '맛있는 인생'을 보게 되죠. 그렇게 허망하게 주말 서울여행을 포기하고 강릉으로 돌아온 유정은 강릉의 단골 커피숍에서 '맛있는 인생'의 감독인 인성을 만나게 됩니다. 

그렇게 둘 주인공은 어색안 첫 만남을 합니다.

 

그렇게 두 주인공은 커피숍을 매개체로 서로를 알게 됩니다.
강릉에 아파트에 혼자 사는 유정과 서울에서 혼자 사는 감독 인성, 주말마다 강릉 여자는 서울에 오고  서울에 사는 감독은 주말 마다 강릉에 옵니다. 이때 커피숍 주인은 주말에 서로 집을 바꾸는 것은 어떠냐고 제안을 합니다.

인성은 좋아하지만 유정은 그걸 결코 사양합니다. 도도한 유정, 그렇게 영화는 흘러갑니다. 유정은 강릉 병원의 유부남 의사와 불륜 관계에 있고 그 관계에서 많이 지쳐하고 모르는 사람에 대한 날선 경계심을 가진 여자입니다. 



집을 주말마다 공유한다는 독특한 소재

이 영화는 이 소재가 재미있습니다. 서로 집을 바꿔 산다. 
집이란 뭘까요? 집이란 그 사람의 전부이자 정체성 아닐까요? 아무리 친한 친구라도 내 집을 허락한다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그런데 전혀 모르는 사람에게 내 집을 허락한다! 유정은 그 낯선 풍경을 거부합니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실용적인 모습입니다. 

집 이야기가 나와서 그런데 영화 '건축학개론'이 수작인 이유는 집에 사랑을 빗된 은유 때문입니다. 건축을 사랑에 은유한 그 참신함 정말 좋았습니다. 때문에, 영화 '내가 고백을 하면'도 데면데면한 간호사와 영화 감독이 서로의 집에서 묶으면서 서로를 알아가는 모습을 담을 줄 알고 내심 기대 했습니다. 

결국 유정은 그 제안을 허락하게 됩니다. 
하지만 영화는 건축학개론의 그 깊은 은유 혹은 세련됨이 없습니다. 서로 자신의 집을 주말마다 공유하지만 그걸 크게 확장 시키지는 않습니다. 그렇다고 서로가 호감에서 진행된 수줍음도 아닙니다. 그냥 맹맹하게 그립니다. 전 이게 참 불만입니다. 

이 영화는 제 2의 건축학개론이라고 할 수 있는 소재를 발굴 했습니다. 서로의 집에 머물면서 서로를 알아가는 재미, 혹은 즐거움을 줄줄 알았지만 그런게 많지 않습니다. 보통 친구를 사귀면 그 친구네 집에 가서 술자리의 모습이 아닌 진짜 그 친구의 모습을 알게 되는 것이 그 친구의 집이자 방입니다. 그 친구의 방에 있는 책이나 앨범을 뒤적이면서 그 친구를 더 많이 알게 되죠. 

저는 이렇게 두 상처 많은 남녀 주인공이 서로 근접 할 줄 알았는데 이게 거의 없습니다. 
이 모습에서 큰 아쉬움이 남습니다. 그냥 맹맹하게 그립니다. 


마치, 강릉 여행을 간 느낌을 들게 하는 저자극 순 담백의 '내가 고백을 하면'

이 영화 '내가 고백을 하면'의 매력은 저자극입니다. 너무 저자극이라서 지루할 수 있지만. 그 저자극은 여행 포스팅을  본 느낌입니다. 질 좋은 여행 포스팅은 조증이 없는 포스팅이죠.  맑습니다. 맑아요. 이 맑음 느낌이 참 좋습니다.

8월의 크리스미스 같은 세련된 맑음이 아닌 투박한 맑음입니다. 오타 투성이 블로그 글을 읽으면서 오타에 인상이 가끔 써지지만 전체적으로 그 맑은 느낌이 가득한 느낌입니다. 그런 재미가 이 영화의 매력입니다. 제가 이런 영화 좋아합니다.

투박하고 아마츄어 같지만 그 아마츄어리즘이 우리의 대부분의 삶이잖아요. 그 맑음이 좋고 그 때문에 전체적으로는 인상을 쓰기 보다는 미소가 희미하게 계속 지어집니다. 


이 맑음은 두 배우 떄문이기도 합니다. 전 예지원의 연기와 김태우의 연기가 너무 좋았습니다. 둘 다 홍상수 감독의 단골 배우지만 홍상수 감독의 너스레를 떨면서 툭툭 던지는 블랙 코메디는 없지만 맑아서 좋습니다.

마치 내가 강릉 여행을 갔다온 느낌이라고 할까요? 2시간의 여행을 한 느낌입니다. 저자극 여행? 적당히 재미있는 소재, 적당히 즐거운 이야기들.. 두 주인공의 맑은 심성도 기분을 좋게 하네요. 하지만 일반 상업영화를 즐겨 보는 분들에게는 비추인 영화입니다. 기승전결이 뚜렷하지도 않고 주제 전달도 흐릿하거든요.


한 영화 평론가의 말처럼 '조성규' 감독이 이제서야 연출의 눈을 뜬 영화입니다. 
다음 영화에서는 좀 더 또렸한 은유를 보여줄까요? 조금만 더 세련되고 의미 전달을 잘 한다면 꽤 기대가 되는 감독입니다. 


먹방이 대세인 요즘. 감독의 전작인 '맛있는 인생'이 보고 싶어지네요. 음식에 대한 식견을 좀 더 살리고 소소한 이야기를 잘 담는 장점을 살린다면 다음 작품이 충분히 기대가 됩니다. 

감수성은 참 좋은 감독입니다. 다만 그 표현법이 서툰것이 아쉽네요. 서툼은 경험으로 극복 되겠죠. 
소나기 같은 동화 같은 이야기를 또 스크린에 담았으면 합니다. '내가 고백을 하지 않았기'에 좋았던 영화입니다. 
습작 같은 영화지만 신랄한 비판 보다는 응원을 해주고 싶네요. 수묵화 같은 영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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