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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의 향기/책서평

사진기자의 삶과 사진의 도덕성 문제를 진하게 담고 있는 '뱅뱅클럽'

by 썬도그 2013. 4.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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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단의 굶주린 소녀'                                사진기자 '케빈 카터'의 94년 퓰리쳐 수상작

사진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분이라면 이 사진을 모르는 분은 없을 것입니다. 그 만큼 이 사진은 많은 사람들에게 잘 알려진 사진입니다. 세계 최고의 신문이지만 사진 부분에서 퓰리처 상을 한 번도 받은 적인 없는 '뉴욕 타임즈'가 첫 사진 부분 퓰리처상을 받게 한 사진입니다. 

이 사진은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사진기자 '케빈 카터'의 사진입니다. 
이 사진은 수단의 기아 사태를 전세계에 알린 계기가 되었고 이 사진을 보고 눈물을 흘린 사람들이 전세계에서 수단에 구호품을 보내옵니다. 제가 사진을 좋아하는 이유는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사진 한 장이 세상을 바꿀 수는 없지만 어느 흐름을 만들거나 흐름의 속도를 더 빠르게 하거나  분명 존재하지만 존재 하는지 모르는 것을 발견하고 세상에 알리는 그 강력한 힘을 좋아합니다. 수 많은 언론이 수단의 기사 사태를 기사로 썼지만 이 한 장의 사진이 가지는 강력함을 넘어 설 수 없습니다. 

하지만 이 사진은 사진의 도덕적 딜레마도 함께 도드라지게 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죽기를 기다리고 있는 듯한 무심한 콘도르와 앙상한 뼈만 남은 소녀가 죽음을 기다리고 있는 것 같은 참혹한 사진을 보고 놀라고 눈물을 흘렸지만 눈물을 훔치고서는 "저 소녀는 어떻게 되었나요?"라고 묻기 시작합니다.

이에 '케빈 카터'는 매번 다른 말을 합니다. 사진을 찍은 후에 콘도르를 쫒았지만 소녀가 어떻게 되었는지 확실하게 대답을 하지 못합니다.  이에 많은 사람들이 사진기자 '케빈 카터'를 비판을 합니다. 

'사진 찍을 시간에 소녀를 먼저 도왔어야 한다'
'사진을 찍은 후에라도 소녀를 안고 구호소까지 안내 했어야 한다'

이런 비판 속에 케빈 카터는 고민을 했고 몇 년 후 케빈 카터는 자살을 합니다. 
이런 드라마틱한 이야기는 여러가지 버전으로 세상에 알려졌고 정확하게 이 사진을 찍는 과정과 케빈 카터의 행동 그리고 자살을 한 이유 등에 대해서 수 많은 이야기가 난무 했습니다. 지금 '케빈 카터'로 검색을 해보면 여러가지 다른 이야기를 읽을 수 있습니다.  수단의 굶주린 소녀를 촬영 한 후 수 많은 사람들의 비판을 못 이겨서 자살했다는 이야기도 있고 동료 사진 기자의 죽음 때문에 괴로워하다가 죽었다는 소리도 있습니다

정확하게 이 사진을 어떻게 찍었는지 찍고 난 후 무슨 이유로 사진 기자가 삶을 스스로 끊었는지를 알고 싶었습니다.
그 이야기가 담긴 책이 바로 '뱅뱅클럽'입니다


사진기자들의 삶과 그들의 고민과 현실을 가감 없이 진솔하게 담은 '뱅뱅클럽'

사진을 좋아하고 주요 행사나 축제를 촬영하기 위해서 높은 곳을 오르기도 합니다. 그럴 때 마다 사진기자들을 만나게 됩니다. 
그런 사진기자들은 저의 동경의 대상입니다. 사진 한 장으로 세상을 고발하고 세상의 각성제가 되어주는 사진 기자들

사진을 힘을 믿는 저에게는 사진 기자들은 동경의 대상이죠. 진실을 추적하고 세상의 빛이 되어서 어두운 곳을 사진으로 담는 모습은 세상의 촛불과도 같습니다. 이런 사진 기자들의 진솔한 삶과 고민 그리고 그들의 현실적인 이야기를 담은 책이 바로 '뱅뱅클럽'입니다. 


이 뱅뱅클럽은 남아프리카 공화국 '더 스타' 일간지에서 사진 기자 팀을 부르는 호칭입니다
케빈 카터, 그렉 마리노비치, 주앙 실바, 켄 오스터브룩의 4명으로 구성된 이 팀은 총소리(뱅뱅)가 나는 내전과 전장터와 세계의 분쟁 지역에서 카메라를 무기 삼아서 현장의 목격자를 소명 의식으로 목숨을 담보로 활약하는 사진 기자들입니다. 

이들의 활약상은 영화로도 만들어졌고 2012년에 국내에서도 개봉을 했고 저도 그 영화를 관람했습니다. 이 영화의 원작은 
그렉 마니로비치와 주앙 실바가 쓴 '뱅뱅클럽'의 책입니다.  이 책이 월간 사진에서 최근에 출간을 했습니다.

책은 300페이지로 두껍지 않지만 그 무게는 300페이지 이상입니다. 한 장 한 장 정독하면서 읽다보니 책 읽은 시간도 참 오래 걸렸습니다. 그 만큼 이 책은 총알이 빗발치는 현장에서 목숨을 걸고 사진을 촬영하는 사진 기자들의 땀내나는 이야기가 가득 합니다. 

책은 '그렉 마리노비치'의 시선으로 담고 있습니다. 
그렉이 다른 멤버들과 만나게 되는 과정과 그들의 활약상으로 부터 시작 합니다. 책을 읽기전에 이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90년대 초반 부터 94년 남아프리카 공화국(이하 남아공)에서의 첫 민주주의 선거가 열리기 까지의 내전 과정을 좀 이해를 해야 합니다. 

90년대 당시 남아공은 악명 높은 인종분리 정책인 '아파르트헤이트'를 유지하고 있었습니다. 백인과 흑인을 철저하게 분리해서 통치를 했었죠. 좀 더 정확하게 설명하자면 백인과 흑인을 분리해 놓고 흑인을 차별하는 정책이었습니다. 인구는 흑인이 더 많지만 백인이 통치하는 나라였습니다.

적은 수의 백인 정권은 ANC라고 하는 '넬슨 만델라'를 추종하는 흑인 세력과   같은 흑인이지만 다른 종족인 줄루족을 이용해서 막아내고 있었습니다. 줄루족이 주축이 된 잉카타 세력은 백인 정권과 보호 속에서 ANC 세력과 틈만 나면 분쟁을 일으켰고 양 세력 간의 총격전과 내전은  94년 첫 민주주의 선거가 있기 전 까지 계속 됩니다.

남아공의 일간지 '더 스타'는 이런 내전을 취재하고 그 취재한 사진을 신문에 싣습니다. 백인 정권에 이롭지 못한 내용이라고 해도 사실을 왜곡하지 않고 그대로 담았고 이런 후원 아래 4명의 사진 기자는 위험한 상황에서도 사건 사고를 카메라로 그 현장을 담습니다

그 과정에서의 사진 기자들의 현장음이 들여오기 시작합니다. 
그렉은 집단의 광끼 속에서 애먼 사람이 집단 구타로 살해 당하는 모습에 충격을 받기도 하고 자신이 묵묵히 사진만 찍고 있었다는 자괴감에 괴로워합니다. 같은 과정을 겪었던 동료의 위로를 받기도 하고 또 다른 동료 사진기자가 그런 살육의 현장을 목도하고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와 같은 전쟁터 군인에게 자주 발생하는 증상을 보이기도 합니다. 

이런 폭력의 현장 속에서 누구의 편도 들지 않고 때론 위협을 받으면서도 내전의 현장에서 화약 냄새 가득한 모습을 카메라에 담는 과정을 정밀하게 담고 있습니다. 


동료 사진 기자의 죽음 마저도 사진으로 먼저 찍는 사진 기자들의 삶

제가 이 책을 읽다가 가끔 감정에 복받쳐서 책을 내려 놓을 때가 있었습니다. 그 이유는 내전이 만연 하고 정부는 제 기능을 하지 않거나 방관하고 있을 때 폭력은 피어오르고 그 폭력은 무고한 사람들을 주검으로 만듭니다. 특히 한 소녀를 총으로 죽이는 과정을 담은 과정은 참혹스럽기만 했습니다. 그리고 그런 현실을 방관하거나 오히려 폭력세력과 결탁한 남아공 정부의 실정에 분노가 치밀기도 하죠. 저자인 그렉은 이런 과정을 누구의 편도 들지 않고 인간의 양심이라는 저울에 맡기고 세상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이 책은 사진기자, 그것도 가장 치열하고 감당하기 힘든 인간의 극악성이 드러나는 내전과 전쟁터에서 어떻게 인간이 비이성적 존재가 되고 얼마나 잔인해 지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가득 합니다. 예를 들어 90년대 초 그렉이 유고 내전이라는 크로아티아와 세르비아의 내전을 취재합니다. 그 내전에서 인간의 잔혹성을 목격합니다. 아무 죄도 없는 노인들을  곤충 죽이 듯 죽이는 군인들의 잔혹스러움을 이 책에 묵묵히 담고 있습니다. 

얼마 전 개봉한 제주 4.3 사건에서 한국군의 무차별 민간인 학살을 다룬 영화 '지슬'의 장면이 떠올랐습니다.
책을 잠시 덮고 긴 한숨을 내쉬웠습니다. 전쟁이 무서운 것은 포탄이 아니라 '인간성 상실'이 아닐까 하는 생각에 책을 한 동안 들지 못했습니다. 그 만큼 이 책은 전쟁 보도 사진가의 이야기를 일기 처럼 담고 있지만 그 내용은 상당히 무겁고 분명히 현재도 일어나고 있지만 외면하고 싶은 전쟁의 실상을 담고 있습니다. 

책 '뱅뱅클럽'은 이런 참혹한 현실을 고발하는 사진기자의 소명의식과 현장에서의 갈등과 함께 돈에 대한 진솔한 이야기도 나옵니다. 참혹한 현장을 촬영 하고 나서 긴 상녀에 젖지만 저녁 때는 피가 낭자한 자신의 사진을 전 세계 통신사에 팩스로 보내면서 수익을 얻는 모습도 담고 있는 데 그 과정에서 '타인의 고통'을 돈으로 계산하는 자신의 모습에 괴리감도 담고 있습니다. 

어쩌면 그게 사진기자들의 숙명일까요?
타인의 고통을 사진으로 전 세계에 알려서 세상을 좀 더 좋은 방향으로 이끌기도 하지만 타인의 고통을 담보로 돈 벌이를 하는 모습. 그래서 손가락질 받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사진기자들의 사진을 찍지 않는다면 우리는 이억만리에서 벌어지는 참상을 알 수 없습니다.

주앙이 자신의 동료 사진기자이자 뱅뱅클럽의 멤버인 켄이 오발 사고로 총에 맞고 쓰러질 때도 주앙은 켄을 부축하기 전에 총에 맞은 켄을 사진으로 먼저 찍고 부축 한 모습을 켄의 부인이 장례식에서 심하게 비판하자 주앙은 평생 켄에 대한 죄책감에 시달리기도 합니다. 



사진 기자들의 도덕적 딜레마가 담긴 '뱅뱅클럽'

이 뱅뱅클럽은 사진기자가 되고 싶은 분들에게는 꼭 권하고 싶은 책입니다.
그 이유는 이 책은 사진기자들의 도덕적 딜레마와 현장에서 일어나는 여러가지 상황들과 고민들 그리고 동료애등이 가득 담겨 있습니다. 심지어 아무런 사진도 찍지 못할 때 동료 사진기자가 찍은 사진을 빌리는 등의 모습 등에서 사진기자들의 삶을 현미경 처럼 잘 담고 있습니다.

이 책은 남아공의 내전 상황을 대한 설명과 묘사와 경험담을 8할 정도로 담고 있지만 이 책의 표지 사진이 된 수단의 굶주린 소녀에 대한 이야기도 꽤 많이 나옵니다. 서두에 말했던 '케빈 카터'가 수단의 굶주린 소녀를 촬영할 당시의 이야기와 그가 어떤 이유로 자살로 생을 마감 했는지에 대한 자세한 내용이 이 책에 담겨 있습니다. 


이는 영화 '뱅뱅클럽'에서도 주요한 장면으로 소개되지만 책 보다는 자세히 나오지 않습니다. 책은 정확하게 어떤 상황이었고 어떻게 '케빈 카터'가 말하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나옵니다. 

서평에서 밝히는 것은 책에 대한 무례이기에 적지는 않겠지만 그 동안 풍문으로 이랬다더라 저랬다더라의 이야기의 원본을 읽을 수 있습니다. 하나 밝힐 수 있는 것은 '케빈 카터'는 이 수단 소녀에 대해서 끊임없이 고민을 했다는 것입니다. 이는 사진기자라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가지는 보편적인 고민들입니다. 


좋은 사진들, 비극과 폭력은 분명히 강력한 이미지를 만든다. 이런 사진을 통해 우리는 돈을 번다. 그러나 사진 한장 한장 마다 우리는 대가를 치른다. 우리를 인간 답게 만드는 감정, 연약함 그리고 동정심이 셔터를 누를 때마다 우리에게서 떨어져 나간다

<책 뱅뱅클럽 217페이지>


영화 뱅뱅클럽과 함께 책 뱅뱅클럽을 읽어보세요

영화 뱅뱅클럽을 2012년 2월에 봤습니다. 그리고 대형 포스터도 받아왔고 지금 제 방에 있습니다. 
정말 재미있게 봤던 영화였고 아직도 사진기자들의 치열한 땀내음이 생각납니다.

그리고 뱅뱅클럽 책을 읽었습니다. 책을 읽고 다시 뱅뱅클럽 영화를 다운 받아서 봤습니다. 같은 영화지만 책을 통해 자세한 내용을 알게 되었기에 영화는 더 진하게 다가왔습니다.  영화와 책은 거의 비슷합니다. 다만, 영화는 영화적 재미 때문에 연애장면등을 좀 더 넣었고 좀 더 극적인 연출을 했습니다. 

만약 뱅뱅클럽을 제대로 즐기시려면 책과 영화를 다 읽고 보실 것을 권해드립니다. 책은 남아공의 내전 상황과 사진기자들의 현실적인 고민이 더 진하게 담겨 있습니다. 웃음기 없는 내용들이죠. 하지만 이게 딱딱하게 다가올 수 있습니다. 영화는 재미적인 요소가 책 보다는 강합니다. 하지만 책 보다는 깊이가 없습니다. 

따라서 전 두 매체를 다 경험해 볼 것을 권해드립니다. 영화에서 말하지 못한 자세한 내용이 책에 다 담겨 있습니다. 특히 '수단의 굶주린 소녀'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를 책 '뱅뱅클럽'에서 들을 수 있습니다. 

오늘도 진실을 쫓는 전 세계 사진기자들에게 감사를 드립니다. 특히 분쟁 지역에서 목숨을 걸고 뛰어들어 세상의 목격자가 되는 사진기자들의 양심적인 행동을 적극 지지하며 감사를 드립니다. 언론이 재 역활을 못하는 나라는 건강할 수가 없습니다. 권력의 감시자가 되는 바른 언론인에 대한 생각도 하게 되는 책 '뱅뱅클럽'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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