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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영화창고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야 영화 욕망(Blow-Up. 1966)

by 썬도그 2013. 3.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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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같이 무료함은 죄악시 되는 21세기가 아닌 무료함이 일상이고 무료함을 달래줄 꺼리는 TV와 만화가게 오락실 정도였던 그 80년 대 어느 일요일 우연히 본 영화 하나가 아직도 기억에 남습니다. 전체 다 보지는 않았던 것 같습니다. 상당히 내용이 난해하고 뭔 소리인지도 몰랐지만 마지막 장면만은 기억에 남습니다

한 마임을 하는 청년들이 빈 테니스 코트장에서 공 없이 테니스를 치는 무언극을 펼치는데 주인공인 사진작가가 그걸 지켜봅니다. 그러다 있지도 않는 공이 철망을 넘어갔고 주인공 근처에 떨어집니다. 이에 주인공은 그 있지도 없는 공을 줍는 척 하면서 그 공을 코트 안으로 던져줍니다. 주인공이 뒤돌아서 걸어가자 뒤에서 테니스 공이 라켓에 부딪히는 소리가 들립니다.

사람도 한 이미지 때문에 그 사람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듯 영화도 한 장면 때문에 수십 년이 지난 지금도 잊혀지지 않습니다. 영화 제목도 사실 몰랐습니다.  그렇게 내 머리속에서만 있던 이 이름 모를 영화를 다시 찾아 보게 되었습니다.

지난 주에 본 '누구의 딸도 아닌 해원'에서 샤를롯 갱스부르그의 엄마이자 영국의 유명한 가수이자 모델인 '제인 버킨'이 카메오로 출연한 장면을 본 후 제인 버킨을 검색 하다가 이 분이 1966년 욕망이라는 영화에 출연 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리고 그 욕망이라는 영화는 내가 무료한 일요일에 봤던 그 묘한 끌임의 영화임을 알았고 다시 찾아보게 되었습니다


생활사진가들이라면 한번 쯤 봐도 좋은 사진작가의 이야기가 가득한 욕망

이 영화는 칸 영화제 그랑프리를 받은 영화이고 감독도 거장인 '미켈란젤로 안토니오니' 감독의 작품입니다. 하지만 이런 거창한 형용사 때문에 보고 싶었던 것은 아니기에 그냥 무시 했습니다.

이 영화의 주인공은 토마스라는 패션 사진작가입니다. 대단히 유명한지 미모의 모델들에게 무척 까칠하게 대합니다.
모델들에게 앞에서 면박을 주고 벌을 세우듯 하는 모습이나 모델들을 기다리게 하거나 망나니 처럼 촬영 하다가 다른 데로 가버리거나 하는 등 시니컬을 넘어서 자신의 삶이 지루해 죽겠다는 표정으로 사는 패션 사진작가입니다. 

그러나 열정만은 참으로 대단한데요. 한번 촬영이 시작되면 온 에너지를 다 불살러서 촬영을 합니다. 자신이 만족할만한 사진을 얻기 위해서 에너지를 다 쏟는 열정가입니다. 

이런 열정 때문인지 그를 찾는 모델들이 많이 있습니다.  그러나 토마스는 이런 지루한 패션 사진 찍는 것 보다는 다큐 사진 찍는 것을 좋아합니다. 

영화가 시작되면 추레한 몰골로 공장에서 인부들과 함께 나옵니다. 인부 몇몇이 다음에 또 보자고 말합니다. 그가 공장에서 나온 이유는 근로자들의 노동하는 모습을 몰래 촬영하기 위함입니다.

그렇게 토마스는 패션 사진을 찍지만 다큐 사진으로 전향하고 싶어하는 혹은 다큐 사진작가가 되고 싶은 욕망이 있는 사진작가입니다. 그렇게 몰래 찍은 사진을 인화해서 사진집 하나를 낼려고 계획 중입니다. 


그렇게 패션 사진을 찍다가 모델들을 벌세워 놓고 혼자 컨버터블 카를 몰고 골동픔 가게에 들렸다가 공원에 카메라를 메고 갑니다. 그러다 우연히 한 불륜스러운 장면을 목격합니다. 공원에서 중년의 남자와 젊은 여자가 키스를 하는 장면을 촬영을 했고 돌아갈려는데 여자가 다가와서는 필름을 달라고 합니다

하지만 이 자존심 강한 토마스는 필름을 주지 않습니다.
정치인이 정치를 하듯 나는 사진작가로써 사진을 찍었을 뿐이라면서 돌려주지 않습니다. 여자가 돈주고 사겠다고 하니 자기 사진은 비싸다고 비아냥거립니다. 지금 같았으면 위법행위이고 사생활 침해이자 초상권 침해로 경찰서에 갈 사안이지만 이 60년대는 이런 개념이 느슨했습니다. 그렇게 여자의 애원에도 토마스는 그냥 카메라를 들고 가버립니다. 


그런데 집에 와 보니 여자가 어떻게 알았는지 집 앞에 와 있었고 계속 필름을 달라고 합니다. 토마스는 자신의 사진집 마무리에 쓸 생각으로 사진을 주지 않을려고 하자 여자가 옷을 벗습니다. 토마스의 욕망을 분쇄시켜서 얻어낼 생각이었죠.

이에 토마스는 다른 필름을 주면서 그게 그 필름이라고 속이고 여자의 전화번호를 얻어냅니다. 


그렇게 필름 얻으러 왔다가 묘한 관계가 될 뻔 하지만 그렇게 또 아무런 일이 없었다는 듯 둘은 헤어집니다.
물론 여자도 여간내기가 아니라서 가짜 전화번호를 던져 주었습니다.


여자가 간 후 그 여자가 키스를 하던 공원 사진을 인화하다가 뭔가를 발견 합니다.
영화의 원제목이기도 한 확대(Blow-up)를 하다가 보니 한 사람이 권총을 들고 있고 다음 사진에서 한 남자가 나무 밑에 쓰러진 것을 봅니다. 

부리나케 야밤에 그 공원으로 차를 몰고간 토마스는 낮에 공원에서 사진을 찍었던 여자와 함께 있었던 남자의 시체를 발견합니다. 마침 카메라를 가지고 있지 않아서 사진으로 찍지 못 했고 친구인 론에게 전화를 해서 만나자고 합니다. 잠시 옆집 친구네 집에 갔다온 후 집에 있던 사진들이 다 사라진 것을 알게 됩니다. 누군가가 사진과 필름을 가져갔습니다. 다시 론과 만나기 위해서 토마스는 차를 몰고 나갑니다 론은 마약에 취해서 횡설 수설 했고 다음날 토마스는 카메라를 들고 그 나무 밑으로 갑니다. 그러나 그 시체는 감쪽같이 사라졌습니다. 그리고 그 유명한 테니스 치는 마임이 펼쳐집니다. 


비정형성 이야기가 가득한 영화 욕망(Blow up)

영화 욕망은 좀 난해한 이야기처럼 보여집니다. 그 이유는 이 영화는 정형성을 벗어난 이야기들이 가득합니다. 
영화의 테두리만 보면 한 살인 사건을 사진으로 목격한 주인공이 살인 사건을 추적하고 해결하는 스릴러 물로 비추어질 수 있지만 살인범이 나오지도 왜 죽었는지 누가 죽었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없습니다. 

그냥 주인공이 직접 목격한 것이 아닌 사진으로 목격하고 그 사진을 확대하다가 살인이 있었음을 나중에 인지합니다 하지만 인지는 하지만 그걸 신고도 하지 않습니다. 또한, 뻔하게 흘러갈 것 같은 스토리도 열린 결말인지 사건을 해결하지도 않고 끝이 납니다. 

또한 많은 메타포가 숨겨져 있어서 많은 생각을 하게 합니다
예를 들어 60년대 인기 그룹이었던 야스버스의 공연장을 낮에 만난 여자를 길거리에서 우연히 본 후 따라갔다가 들렸는데 야스버스의 기타리스트가 스피커에서 자꾸 잡음이 나자 기타를 때려 부숩니다. 관객들은 그냥 멀뚱히 마네킹 처럼 쳐다 보다가 부셔진 기타를 관객에게 던지자 짐승들 처럼 그 부셔진 기타 쪼가리를 주울려고 난리를 칩니다. 재미있게도  주인공인 사진작가가 그 쪼가리 기타를 가지게 되었고 그걸 들고 튑니다. 따라오던 사람들은 그 기타를 잡기 위해서 주인공을 따라오지만 주인공을 빠져 나가는데 성공합니다.

그런데 이 주인공은 그 기타를 휙 하고 길바닥에 버립니다. 남들이 다 원할 때는 그 기타가 유의미했지만 아무도 따라오지 않자 그냥 버려버리고 그 길바닥에 버려진 기타를 다른 행인이 주웠다가 그냥 다시 버립니다.

살다보면 이런 것들이 너무 많습니다. 자기가 좋아하지도 딱히 원하는 것도 아닌데 남들이 많이 원하니까 나도 원하게 되는 모습들이 많죠. 그냥 볼때는 별 의미도 흥미도 못 느끼는데 옆에 있던 친구가

"이게 세계에서 하나 밖에 없는거래"
"이게 그 유명한 xx가 쓰던 것이래"라고 하면 덩달아서 좋아하는 모습들을 많이 볼 수 있습니다. 욕망이라는 것은 그렇습니다. 아무것도 아닌 것 혹은 나에게 크게 필요하지 않는 것이지만 남들이 모두 원하면 그 제품이나 사람에 대한 가치는 높아집니다. 

왜 이런 것 있잖아요. 나는 저 여자를 별로 좋아하지도 싫어하지도 않는데 만인이 좋아하면 나도 차지하고 싶어하는 그런 욕망. 이런 욕망의 덫 없음을 영화는 많은 부분에서 보여줍니다.  사진도 그렇죠. 주인공이 촬영한 사진은 그냥 평범한 사진입니다. 그냥 공원에서 남녀가 키스하는 사진인데요. 그걸 여자가 달라고 하니 묘하게 그걸 감추고 안 줄려고 합니다. 

그냥 너 가져! 라고 했다면 토마스라는 주인공은 그냥 사진집 마지막 장에 넣고 끝이 날 수도 있었고 그 사진 속에서 살인이 일어난 지도 몰랐을 것입니다. 물론, 그 여자가 첩보요원이었다면 또 달라졌을 수도 있습니다만 괜한 호기심이라는 욕망을 부축여서 살인사건이 일어난 것 까지 주인공이 알게 됩니다.


영화는 이렇게 인간의 욕망에 대한 이야기를 그리는 부분이 많습니다. 주인공은 패션사진작가이지만 다큐 사진을 찍고 싶어하는 욕망, 유명 포토그래퍼의 눈에 들어서 성공하고 싶어하는 젊은 두 여자(제인 버킨)의 욕망도 보여줍니다.

그리고 제 욕망은 사진작가를 소재로 한 영화를 보고 싶어 하는 욕망 때문에 이 영화를 봤고 그 욕망은 어느정도 충족되었습니다.  이 영화는 사진작가가 주인공이기 때문에 필름 현상과 인화 하는 과정등을 볼 수 있는 즐거움도 있고 이 때문에 생활사진가들이 한번 쯤 봐도 괜찮은 영화입니다. 영화 내용이야 그냥 그런 내용이지만 생각할 꺼리가 꽤 많이 있습니다. 그 생각꺼리란..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

영화 속 주인공인 사진작가 토마스는 보이는 것만 믿는 사람입니다. 사진이라는 것이 시각적인 도구이고 사진에 찍혀야 그게 현실로 인정을 받습니다. 영화에서 주인공은 눈으로 시체를 목도하지만 그걸 사진으로 담아서 증명할 방법이 없고 자신의 필름과 인화한 사진 마져 싹 사라지자 자신이 목도하고 촬영한 살인에 대한 증명성이 다 거세되어버리자 모든 것을 포기해 버립니다. 

또한, 우리가 봤어도 눈의 한계 때문에 보지 못한 것을 사진이 볼 수 있는 점도 흥미롭습니다.
왜 가끔 보면 그냥 하늘을 찍었는데 인화하거나 집에서 PC로 확대해보니 이상한 물체가 하늘에 찍힌 것을 보고 UFO 사진으로 올리는 분들이 많은데요. 이렇게 우리는 눈의 한계로 보지 못한 것을 사진을 통해서 있다고 믿는 습속이 있습니다.

심령사진들이 바로 그런 경우죠. 그 유명한 이승환의 뮤직비디오에서 유령이 찍힌 것도 촬영할 때는 보지 못했지만
뮤직비디오에서 담겨서 사람들을 크게 놀라게 했고 유령이 있다 없다 논란이 되었었죠. 이렇게 사진으로 담기면 사진의 증명성 때문에 우리는 그 존재를 확고하게 믿어버립니다. 하지만 사진으로 담기지 못한 진실과 사실도 세상엔 참 많습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존재하지 않는 것은 아닌데 우리는 너무 사진의 증명성으로만 세상을 제단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주인공은 영화 마지막 장면에서 있지도 않는 테니스공을 마임을 하는 무리들에게 던져주는데 이 장면은 주인공이 사진에만 의존했던 그 자만심이 꺾어지면서 보이지 않는 세상도 세상이라는 것을 암시해 줍니다. 

영화를 보면 사진에 대한 생각도 많이 들고 우리의 일상성에 대한 생각도 많이 들 것입니다. 
일상은 영화 처럼 끝맺음이 있는 것이 아닙니다. 영화는 THE END로 끝이 나지만 삶은 연속적인 것이기에 계속 이어지고 삶의 많은 부분이 해결되지 않고 그게 왜 일어난지도 모른채 넘기는 것도 많습니다. 영화에서 살인사건이 일어났지만 그게 왜 일어났고 누가 누굴 쏜건지 알 수 없듯 우리도 살면서 그게 왜 일어났는지 궁금해 하지만 대부분은 그걸 그냥 넘겨버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 일상성을 담은 이 영화는 다른 상업영화와 다르게 일탈적인 모습을 굉장히 많이 담고 있습니다. 주인공 자체도 하나의 틀을 거부하고 계속 변화하고 싶어하는 욕망으로 살고 그 일탈은 일상이라는 자신이 만든 틀을 깨는 그 곳에서 균열이 일어납니다.  그 균열이란 바로 영화 마지막 장면인 주인공이 없는 테니스 공을 던져 줄 때 찰칵하고 일어납니다.

꽤 흥미롭고 재미있는 영화를 봤네요. 야스버스의 연주 장면 보는 재미도 있고 젊은 시절 제인 버킨 모습도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주인공 역을 한 '데이비드 허밍스'의 아름다운 얼굴도 꽤 즐거움을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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