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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권력이다

한국을 목격한 일본인 다큐사진작가 구와바라 시세이의 `다큐멘터리 사진가`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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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을 목격한 일본인 다큐사진작가 구와바라 시세이의 `다큐멘터리 사진가`

썬도그 2013. 2. 23. 22:53

시간이 없었습니다. 재미 없으면 그냥 책을 반납 할 생각이었습니다. 하루만에 다 읽기에는 책 페이지가 좀 있습니다. 이 정도 분량이면 보통 2,3일이 걸립니다. 하지만 사진도 많고 집중만 하면 하루만에 읽을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그렇게 대출해놓고 2주동안 바쁜 일정으로 보지 못한 책을 어제 밤에 다시 집어 들었고 방금 다 보고 책 반납 후에 이 글을 씁니다



구와바라 시세이 다큐사진작가의 자서전 같은 책 '다큐멘터리 사진가'

구와바라 시세이? 제가 아무리 사진 그것도 다큐 사진을 좋아하지만 한국의 소수의 유명 다큐사진작가와 해외의 유명 다큐 사진작가만 합니다. 이웃나라 일본의 다큐 사진작가는 한 사람도 모릅니다. 물론, 중국이나 베트남이나 다른 아시아 국가 다큐 사진작가도 모릅니다. 분명 그 나라에도 다큐 사진작가가 있을텐데요. 존재하지만 존재하는지 모르는 세상을 사진으로 보여주는 다큐 사진 처럼 다큐 사진작가분들에 대한 정보를 보다 쉽게 접근하는 웹 사이트가 하나 있으면 합니다

다큐 사진을 좋아하는 이유는 진실 때문입니다. 인간 대부분은 진실을 알고 싶어 합니다. 그 진실을 감당할 수 없는 진실이라고 해도 우리는 그 쓰라린 진실을 알고 싶어하고 하는 것은 인간의 본능입니다. 인간이 만약 호기심이라는 것이 없었다면 결코 인간은 지구를 지배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이런 호기심과 위장막으로 덮혀진 세상의 진짜 모습을 보여주는 분들이 다큐 사진작가들이고 이분들의 노고에 큰 감동을 받습니다. 비록 다큐 사진으로 생계를 이어갈 수 없는 다큐 사진가가 대부분이지만 이분들의 소명의식으로 밝힌 다큐 사진으로 세상은 점점 밝아질 것입니다. 

구와바라 시세이는 일본 사진작가입니다. 아내는 한국분인데 일본으로 귀화를 했습니다. 제가 이 분의 책을 집어 올린 이유는 후루룩 펼쳐보다가 사진들이 예사롭지가 않았습니다. 뛰어난 미적 감각과 구도와 정갈한 사진은 마치 영화 속 한 장면 같았습니다. 더구나 극히 보기 드문 한국의 60,70년대의 격동기의 모습을 담고 있었습니다.  당시 한국 기자들이 담기 힘든 한국의 치부라고 할 수 있는 피사체를 과감하게 기록의 의미로 담은 그 과감성은 절 움직이게 했고 이 책을 집어 들게 되었습니다


 ▲ 1965년 4.19 5주년 기념으로 침묵시위를 하고 있는 대학생들  사진작가 구와바라 시세이

위 사진을 보면서 장엄함을 느꼈습니다. 조폭들의 출정식 같기도 하고요. 그러나 사진 설명을 보면 왜 이 사진에 비장미가 흐르는지 알 수 있습니다. 이런 사진을 찍은 사진작가가 있었나?  제가 사진 그것도 다큐 그것도 한국의 과거 사진을 담은 기록사진과 다큐 사진을 많이 봤지만 이렇게 멋진 형식미와 구도가 있는 사진을 많이 보지 못했습니다. 

단박에 반해버리게 만든 이 사진을 찍은 '구와바라 시세이'라는 노 다큐멘터리 사진작가의 책을 소개합니다

책은 시작하면서 다큐 사진세계에 대한 설명서를 붙여 놓습니다. 로버트 카파의 사진 등을 소개하면서 다큐 사진의 역사에 대해서 살짝 소개하면서 시작합니다. 아무래도 다큐 사진은 예술 사진에 비해 인지도도 낮고 인기도 없어서 작가 스스로가 독자에 대한 배려인 듯 한데요. 그렇게 저자세일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저에게는 예술 사진 보다는 다큐 사진이 더 좋은데 이건 저 같은 소수 의견이라는 것이 현실이네요

구와바라 시세이는 사진학과 출신이 아닙니다. 그러나 그를 다큐 사진계에 발을 들여놓게한 것은 아사히 신문의 기획 뉴스인 '미나마타 병' 때문입니다. 미나마타에서 수은 중독으로 한 마을의 불행을 취재한 그 기사를 보고 바로 취재를 한 아사히 신문 기자를 만나면서 인생의 전환점을 맞게 됩니다.

그렇게 미나마타 시에 아사히 기자가 써준 소개장을 들고 그 미나마타의 수은 중독 환자들을 카메라에 담습니다. 약 20년간 계속 촬영하면서 느낀 점과 촬영의 어려움과 힘든 과정과 결과를 이 책 '다큐멘터리 사진가'에 담고 있습니다. 

구와바라 시세이 작가는 '로버트 카파' 같이 격정적이고 긴박함이 연속되는 현장성이 높은 사진을 찍는 다큐 사진작가는 아닙니다. 전장의 최전선에서 병사들과 함께 화약냄새 맡아가면서 사진을 찍는 사진작가가 아닌 후방에서 전쟁의 두려움에 떨고 있는 서민들의 모습을 담는 스타일입니다.  로버트 카파 같이 전장을 누비면서 긴급한 상황을 흔들리고 초점이 나간 사진을 찍는 사진을 뉴스 스토리 사진이라고 하고 시세이 처럼 상황 전체를 묘사하고 사회적인 시선이나 철학적인 시선을 담는 사진을 
기획 사진(feature photo)라고 하는데 이 기획 사진을 찍는 다큐 사진작가입니다. 

우리는 좀 더 자극적인 뉴스 스토리 사진이나 긴급 보도를 말하는 스팟 뉴스 사진을 더 선호하고 그게 자극적이긴 한데 시세이는 그런 사진 보다는 여운이 많이 남고 많은 생각을 들게 하는 기획 다큐 사진을 촬영합니다. 그 모습을 미나마타 시와 한국 그리고 베트남과 아프카니스탄의 경험담을 이 책에 담고 있습니다. 


미나타마 사진은 구와바라 시세이를 세상에 알린 기록 다큐 사진들이고 지금도 시세이하면 미나마타 사진가라고 불리우고 있습니다. 시세이가 약 20년 간 추적하고 카메라에 담은 미나마타 시 사진들은 큰 감동을 주면서 또한 이 대표적인 공해병인 미나마타 병이 어떻게 해결되는지도 잘 담고 있습니다.

미나마타 병은 일본의 '짓소'라는 회사가 바다에 무단 폐기한 수은이 문제를 일으킨 병입니다. 처음에는 무슨 병인지도 몰랐고 아이들과 노인들이 픽픽 쓰러지는 모습에 다른 병으로 오해 했다rk 7년 후에 그게 짓소라는 회사가 무단 방류한 수은 폐기물 때문에 바다가 오염되었고 수은으로 오염되 바다의 어류를 먹고 병이 생긴 것을 밝히는 과정도 잘 그리고 있습니다. 짓소 측은 여러가지 변명으로 자기들 때문이 아니라라고 항변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몰래 고양이 실험을 통해서 자기들이 버린 수은 폐기물이 원인임을 알지만 그걸 모른 척합니다. 

이 모습을 보고 있으니 최근에 삼성전자가 불소 가스 누출 사고를 몰래 덮을려던 모습이 떠오르네요. 
이후 짓소라는 회사가 보상을 하는 과정과 그 과정에서 미나마타 시 주민들 끼리으 보상 문제로 갈등이 벌어지는 모습도 담담하게 담고 있습니다.

 

유진 스미스가 찍은 미나마타 병 환자

흥미로웠던 것은 세계적인 사진작가인 '유진 스미스'가 일본에 몇년 간 머물면서 미나마타 시에서 촬영한 사진에 대한 내용입니다. 시세이가 수년간 먼저 촬영했고 그 사진을 본 유진 스미스가 일본계 아내와 함께 미나마타 시에 와서 사진을 찍었습니다. 위 사진은 '유진 스미스'의 대표작 중 하나입니다. 딱 보면 완벽한 구도와 마치 '피에타'를 연상시키는 사진으로 이 사진은 전세계에 미나마타 병의 공포와 피해자에 대한 연민을 느낍니다

시세이는 이 사진을 보고 졌다라고 인정을 합니다. 
시세이가 더 많은 시간 사진 촬영을 했지만 유진 스미스를 넘어설 수 없었습니다. 그 이유는 2가지가 있는데 '유진 스미스'는 철저하게 사진을 연출은 아니더라고 완벽한 사진을 위해서 스냅 사진이 아닌 긴 시간을 투자해서 찍습니다. 연출이라고 할 수 없지만 사진을 만든다고 해야 할까요? 자신이 원하는 사진을 위해서 피사체가 되는 분들에게 이러저러한 요구를 하는 스타일입니다.

반면 시세이는 연출을 지양 합니다. 연출이라고 한다면 플래시를 터트리는 정도를 연출이라고 생각하며 사진에 담기는 사람이 촬영을 거부하면 촬영을 하지 않습니다. 또한, 촬영을 한 후에도 사진에 담긴 사람이 마음이 변해서 공개하지 말아달라고 하면 공개를 하지 않습니다. 좀 고지식 하다고 할까요? 그런 생각도 들지만 시세이의 촬영 방식이 전 솔직하고 정직하다고 느껴집니다. 

뭐, 사진작가 마다 스타일이 있기에 이게 맞다 틀리다라고 말하지는 못하고 실제로도 구와바라 시세이는 유진 스미스의 스타일을 뭐라고 하지도 않습니다. 책을 읽으면서 이 시세이 작가의 대범함과 담대함이 참 맘에 듭니다

또 한가지는 70년대 당시만 해도 일본이나 한국 사진작가들은 유진 스미스 처럼 사진에 담기는 인물을 발가벗겨서 찍을 수 없었습니다. 그런 사진을 찍기에는 유교사상이 강했습니다. 그러나 유진 스미스는 거침이 없습니다. 이런 사회적 제약에 자유롭지 못한 시세이는 '유진 스미스'처럼 강렬한 사진을 찍지 못합니다. 


구와바라 시세이가 찍은 미나마타 병 가족들

위 사진은 구와바라 시세이가 찍은 사진입니다. 가운데 하늘을 쳐다보고 있는 인물은 '유진 스미스'가 촬영한 그 미나마타 병 환자입니다. 두 사진이 참 대조적이죠.  어떤 사진이 더 확 와닿네요. 분명 유진 스미스 사진이 강렬합니다. 그러나 저는 시세이의 사진이 더 좋습니다.

온 가족과 친척들이 함께 모여서 환하게 웃고 있는 모습과 환자의 일그러진 모습이 묘한 대조를 이루면서도 따스하게 느껴집니다. 위 사진을 한 참 봤습니다. 구와바라 시세이 작가의 말 처럼 사진의 여운이 깊고 넓습니다. 참 멋진 사진작가입니다.


이후, 시세이는 이 2년여간의 미나마타 시를 카메라에 담은 사진을 가지고 후지살롱에서 데뷰를 합니다

후지필름에서 지원을 해주었는데 우리와 마찬가지로 일본 기업들이 항의를 했습니다. 특히나 수은 같은 중금속을 다루는 화학회사들의 반발이 심했고 필름 제조업체인 후지필름은 난감해 합니다. 

그러나 후지필름은 이 막 데뷰한 사진작가를 보듬어 줍니다. 비록 직원들이 징계나 난처한 상황이 되었지만 약속을 지킵니다.
니콘 카메라가 작년에 한국의 안세홍 사진작가의 중국에 거주하는 군 위안부 할머니들을 카메라에 담은 '겹겹'사진전을 여론에 밀려서 취소 할려던 모습이 떠오릅니다.

지금의 후지필름은 어떨지 몰라도 같은 일본 회사지만 대응하는 방식이 다릅니다.
그러면서 니콘은 여전히 다큐 사진작가를 모델로 혹은 후원하겠죠. 이율배반적입니다. 한국의 많은 다큐 사진작가들이 니콘의 후원을 받고 있는데요. 그분들이 니콘의 이런 행동에 대한 반기나 쓴소리를 해주었으면 합니다만 대놓고 반대하고 쓴소리를 하는 분을 보지 못했습니다. 뭐 심각하게 볼 필요는 없긴 하지만 솔직히 실망스럽기는 했습니다.


시세이는 1964년 한국으로 넘어옵니다. 한일 국교가 단절되었던 1960년대에는 일본 다큐 사진작가가 한국에 오기 힘들었습니다. 그러나 한국인 친구의 도움으로 한국에 와서 많은 사진을 찍습니다. 

시세이는 한국의 모든 것을 카메라에 담습니다. 미군부대 옆에서 몸을 파는 여자들과 판자촌과 시위 현장 등을 촬영 했습니다. 
또한, 서민들의 삶도 촬영 했습니다. 부산의 자갈치 시장의 사진이 있었는데 최민식 사진작가가 찍은 똑같은 장소이고 비슷한 시기지만 두 작가의 시선은 좀 달라 보입니다. 하지만 소재는 비슷합니다. 

자신을 보조해주었던 한국인의 도움으로 어려운 환경 속(일본인 사진작가가 사진을 찍으면 거부반응이 아주 심했다고 합니다. 그 이유는 일본에 한국의 가난한 모습을 소개하고 반일 감정도 있기 때문이죠)에서도 꾸준히 한국을 촬영하고 그 사진들은 당시 한국의 사진기자들이나 사진작가 들이 담지 못한 모습들을 많이 담고 있습니다. 

결국, 그렇게 한국의 추한 모습(?)을 찍는다는 것을 공안정권이 알게 되어서 강제 추방을 수차례 당합니다. 그리고 순치되기도 하고 집행유예 상태인 시세이는 한국의 다른 모습을 촬영하게 됩니다. 

시세이는 시위 현장이나 월남으로 떠나는 한국군 병사들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기도 하는 등 한국 기자들이 찍지 못한 사진들을 소명의식을 가지고 모든 것을 기록합니다. 지금은 시세이의 사진들이 우리에게 소중한 역사의 기록물이 되었죠. 

사진은 기록성이 아주 뛰어납니다. 비록 그게 누추하고 보여주기 싫은 현실이라도 시간이 지나면 그 모든 것이 하나의 거룩한 기록이 된다는 것을 잘 알았나 봅니다. 아니 다큐 사진작가라면 성역없이 카메라를 들이 밀어야 합니다. 하지만 이런 다큐 사진작가의 소명의식은 박정희 정권에는 눈엣가지였고 곡해를 하는 모습이 많았습니다. 

시세이가 없었다면 풍문으로만 흘렀을 근 현대사의 한국 모습을 많이 볼 수 없었을 것입니다. 
한국에서의 에피소드는 참으로 재미 있게 읽었습니다. 아무래도 제가 한국인이다보니 더 솔깃하게 들리는 부분도 많을 것입니다. 지금도 시세이는 한국에서 사진을 찍으시던데요. 지난 연평도를 북한이 포격한 후에 시세이는 연평도를 카메라에 담기도 했습니다

시세이는 한국에 애정이 참 많습니다. 한국에서 사진 촬영을 하다가 온갖 고초를 겪었고 그 때문에 징글징글한 나라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한국의 다이나믹하고 정감있는 모습을 잊지 못하고 지금도 한국에서 사진을 찍고 전시회를 합니다. 

40여년 한국기록에서 뽑아낸 감동의 순간들 곽기자의 사진이야기 

라는 글을 소개합니다. 


한국의 이야기를 지나서 월남전 이야기가 나옵니다. 파병한 한국군 이야기와 함께 월남전에서의 에피소드와 전쟁에서 죽어간 동료 다큐 사진 작가의 이야기도 나옵니다. 이후, 아프카니스탄의 이야기로 시세이의 이야기는 마무리 됩니다. 


'다큐멘터리 사진가'는 다큐 사진작가의 스타일과 그 세계 그리고 시세이의 다큐 사진의 일대기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대체적으로 에피소드 위주라고 다큐 사진 세계의 철학적인 깊이 있는 이야기는 아주 많지는 않습니다. 따라서 다큐 사진세계의 깊이 있는 이야기는 많이 들을 수 없지만 현장감 넘치는 이야기가 그 깊이를 대신합니다.

심성이 참 좋은 분입니다. 또한, 욕심을 다스릴 줄 알고 예의 바른 느낌도 듭니다. 상대가 원하지 않으면 촬영한 사진이라도 공개하지 않고 싫다고 하면 억지로 사진을 찍지도 않습니다. 

사진가의 심미안은 사회와 정치, 역사에 대한 문제의식과 가치관, 통찰력에 의해 길러진다는 말이 가장 와닿네요
사진이야 누구나 찍을 수 있지만 그걸 어떻게 담느냐는 사진작가만이 할 수 있습니다. 표현법이 좋은 것도 중요하지만 그 보다는 세상을 바라보는 객관적이고도 정직한 시선이 필요할 것입니다. 

다큐 사진작가가 되고 싶은 분이나 사진에 관심 많은 분들이 읽어보면 참 좋은 책입니다. 언제 구와바라 시세이 작가이 사진집도 찾아봐야겠습니다. 좋은 사진작가를 알게 되어 기분이 좋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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