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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의 향기/책서평

늑대를 통한 인간에 대한 성찰을 담은 철학 에세이 철학자와 늑대

by 썬도그 2012. 11.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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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극장가에는 늑대인간들이 점령하고 있습니다. 몇 달 전에 나온 올해 최고의 애니였던 늑대 아이를 지나 지금 흥행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늑대소년 그리고 이번 주에 개봉하는 트와일라잇 시리즈의 마지막 편인 '브레이킹 던 파트 2'에서도 늑대가 나옵니다.

늑대라는 동물은 어떤 동물일까요?
보통 우리는 능글맞은 남자에게 늑대라고 합니다. 음흉하고 비열하고 악의 기질이 있는 동물로 생각을 하죠. 하지만 늑대는 평생 일부일처제를 지키는 지고지순한 사랑을 가진 동물입니다. 또한 늑대는 어원을 추적해보면 어둠이 아닌 빛에 더 가깝습니다. 그리고 아폴로라는 태양의 신은 늑대의 신이기도 하고요. 이런 늑대를 한 철학자가 기르기 시작합니다.

 

철학자와 늑대를 기르면서 느끼는 이종간의 우정을 담은 철학자와 늑대

철학자와 늑대

지난 2주일 동한 이 책 때문에 참으로 행복했습니다. 그리고 오늘 책장을 덮고서 그 아쉬움이 아직도 남아 있네요. 마치 내가 늑대와 함께 살다가 떠나보낸 듯합니다. 그만큼 이 책에 푹 빠졌던 2주였습니다.

책 '철학자와 늑대'는 한 철학자가 늑대를 입양하고 키우고 떠나보내는 모든 과정을 세세히 적고 있는 늑대 사육기라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보통의 사육기가와는 다릅니다. 그 이유는 저자가 철학자이기 때문이죠. 저자 '마크 롤렌즈'는 철학과 교수이자 인기 작가입니다. 그런 그가 이번에는 늑대와의 동거생활을 진솔하고 성찰의 언어로 책에 담았습니다.

책을 펼치면 저자 마크가 죽어가는 브레닌이라는 늑대를 차에 태우고 어디론가로 가는 모습에서 시작됩니다. 그리고 싸늘하게 죽어버린 브레닌을 회상하면서 시작하죠. 늑대는 인간보다 개보다 더 짧은 생을 삽니다. 필연적으로 인간이 늑대를 기른다면 그 늑대의 낳고 자라고 성장하고 죽어가는 모습을 다 지켜봐야 합니다. 이는 강아지도 마찬가지죠.

저자는 브레닌이라는 늑대를 떠나보내면서 이 늑대를 처음 만나던 시절을 회상하면서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이 책은 수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자신의 늑대 사육에 대한 경험담을 차분하고 쉬운 언어로 풀어냅니다. 하지만 중간중간 늑대와 인간이 어떻게 다른지 늑대가 왜 인간과 다르게 진화했는지 어떤점이 인간보다 뛰어난지를 끊임없이 물어보면서 그 이유를 철학자의 입장에서 잘 풀어줍니다.

 

늑대라는 거울을 통한 우리 영장류 들여다보기

철학자와 늑대


'영장류'는 세상을 도구의 개념으로 이해하는 성향이다. 영장류에게 있어 가치는 효용에 따라 결정된다. 영장류는 삶을 확률을 따라 계산한 후, 그 결과를 자신에게 유리하게 이용하는 것으로 보는 성향이다. 영장류는 세상을 자신의 필요에 따라 이용할 자원의 종합체로 보는 성향이다. ...

영장류는 친구를 만들지 않고, 그 대신 서로 연합하는 성향이다. 영장류는 동료 영장류를 단순히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감시한다. 그러면서 항상 이용할 기회를 노린다. 영장류에게 있어 산다는 것은 공격할 시점을 기다리는 것이다....

영장류의 단 하나의 원칙은 '상대가 무엇을 해 줄 수 있으며, 그 대가로 나는 어느 정도 해 주는가이다

<철학자와 늑대 중 19~20페이지 일부

좀 시니컬한 멘트인가요? 작가 스스로도 회의론자라고 책 뒤편에서 말하고 있어서 시니컬한 것이 맞고 많습니다. 하지만 전 이 말이 참 공감이 갑니다. 영장류라는 동물들은 기본적으로 남을 속이고 그 위로 올라서려고 하는 습성이 있죠. 그게 생존룰이기 때문입니다. 인류역사가 사기술의 역사였고 누구를 등쳐먹고 속일수록 영웅으로 추앙받거나 지략가로 명성을 얻습니다. 또한 남을 등쳐먹고 속임으로써 내 가족을 지키면서 상대 종족을 멸종시키거나 굴복시킵니다.

다만 최근 인류의 역사에서 사회계약을 통해서 내가 널 등쳐먹거나 때리지 않을 테니 너도 날 때리지 말고 등쳐먹지 말라라고 서로 계약을 하게 됩니다. 저자의 이런 시선은 스스로 생각해 냈기보다는 브레닌이라는 늑대 때문입니다. 늑대의 습성을 관찰한 후 그 모습에 자신의 모습 혹은 인간 더 크게는 영장류의 습성을 비교하면서 비판을 합니다.

저자는 이렇게 말합니다.
과연 인간이 늑대보다 위대하고 만물의 영장이라고 하지만 그건 자만감에서 나온 착각이라고 말합니다.
각자 사는 방식이 사고방식이 다를 뿐 늑대 위에 사람이 있다고 할 수 없다고 주장하죠. 따라서 인간이 늑대보다 똑똑하고 지능이 높다는 것은 단순히 남을 속이고 거짓말을 잘하는 능력일 뿐이라고 일축합니다. 반면 늑대는 거짓말을 하지 않고 거짓된 행동 즉 상대를 속이거나 하지 않습니다. 또한 인간 같이 복수라는 감정이 없기 때문에 싸움을 하고 나서도 금방 화해하고 잊어버립니다. 인간 같이 평생 복수라는 감정을 가지고 호시탐탐 칼로 찌를 생각을 하지 않죠

이런 내용들이 이 책 가득 나옵니다. 어떻게 보면 저자가 너무 늑대에 폭 빠져서 늑대의 시선만을 강조하는 모습이 아닌가 하는 비판적인 시선도 솔직히 듭니다. 하지만 저자의 시선이 밉지도 않고 공감이 가는 이유는 제 경험상 동물은 기본적으로 인간보다 착합니다. 강아지나 고양이 한 두 마리씩 키워봤을 텐데요. 악의가 가득한 동물이 있을까요? 다만 자신을 괴롭히면 거기에 대한 리액션이 있고 그걸 성격 더러운 동물이라고 하는 것은 있어도 기본적으로 먼저 해코지를 하지 않죠

하지만 영장류는 악의와 선의라는 어떤 의도를 가지고 행동을 하는 동물입니다. 이 말은 어떤 일을 저지를 때 계획적으로 할 수 있다는 점이기도 하죠. 이게 아주 중요한데요. 고의로 남에게 피해를 준 행동은 무의식 중에 무심결에 한 행동보다 가중된 처벌을 받습니다. 저자는 인류의 역사를 계략과 속임수의 역사이며 심지어 예술과 문화도 사기라고 말합니다.
아주 흥미로운 이야기면서도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이야기를 책 곳곳에서 소개합니다.

이런 뛰어난 성찰의 글은 저자 스스로가 아닌 우리의 모습을 투영하는 브레닌이라는 늑대에 투영된 인간의 모습이고 늑대에 비친 우리의 모습을 저자는 차분하고 설득력 있는 어조로 늑대에 빗대어서 설명합니다. 저자가 그렇다고 늑대 만만세! 인간은 추악하다고 말하는 것이 아닌 늑대와 인간의 차이점과 다른 점을 느끼면서 왜 다른지 다르면서 나쁜 것은 없는지 혹은 배울 것은 없는지를 절제된 언어로 풀어서 설명해 줍니다.

우리 인간이 행복하다고 느끼지 못한 이유

철학자와 늑대

책 후반에는 삶에 대한 성찰의 글이 마음을 크게 울립니다. 이 책에는 우리가 인간의 기본 욕망을 많이 담습니다. 그중에 우리가 최고의 가치이자 우리가 살아가는 이유라고 생각하는 행복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합니다.

 


늑대는 매 순간을 그 자체의 보람으로 받아들인다. 바로 이 부분이 우리 영장류가 가장 어렵다고 생각하는 부분이다. 인간에게 매 순간은 끝없이 유예된다. 매 순간의 의미는 다른 순간과 연관되어 있으며 그 내용 또한 순간들로부터 회복될 수 없는 영향을 받는다. 우리는 시간의 피조물이지만 늑대는 순간의 피조물이다. 우리에게 순간이란 투명한 것이다.

<철학자와 늑대 중 303페이지 중 일부 발췌>

얼마 전 늑대소년에서 열연을 한 송중기가 늑대가 움직일 때는 끊어서 본다고 하더군요. 연속적으로 보는 것이 아닌 고개를 딱 딱 로봇처럼 끊어서 움직이면서 인지한다고 하는데요. 그런 행동 때문은 아니 지겠지만 늑대는 현재만을 생각하면서 삽니다.

브레닌은 암에 걸려서 죽어가는 와중에도 잠시 몸이 회복되면 예전 건강하던 시절처럼 저자에게 재롱을 떨고 즐거워합니다. 비록 자기가 암에 걸린 것을 알지만 그 사실은 현재의 즐거움을 제거하지 못하죠. 늑대는 현재만이 중요하고 이런 단절된 현재의 시간을 즐깁니다. 당장 내일 병으로 죽고 5분 후에 죽더라도 현재 행복하다면 행복하게 행동합니다.

하지만 인간은 다릅니다. 오늘 기분이 너무 좋지만 암에 걸렸다면 죽기 전까지 매일 같이 고통스러워합니다. 과거에서 시작한 고통이 잠시 멈춰서 행복해하다가도 가까운 미래에 죽는다는 것을 상상하는 순간 얼굴은 어두워지고 행복은 사라집니다.
인간은 과거와 미래의 유령에 협공을 당하면서 현재를 즐기지 못하고 느끼지도 못하고 찰나를 꺼내서 볼 줄도 모릅니다. 현재는 과거 경험의 축적이며 미래를 걱정하는 모습만이 가득하죠. 이렇게 과거와 미래만 생각하니 현재만을 꺼내서 즐기지 못합니다. 항상 시간은 연속되고 행복도 삶도 연속적으로 느낍니다.

이렇게 인간은 행복을 과거와 현재 미래가 모두 합체되어야 행복함을 느끼기 때문에 늑대처럼 순간순간 행복을 느끼지 못합니다. 오로지 어떤 목표를 이루고 난 후에 행복함을 느끼고 또 다른 목표를 찾습니다. 또한 동물에는 없는 감정 중독 때문에 인간은 많은 시간을 허비합니다. 특히 즐거운 감정. 좋은 감정등 나를 들뜨게 하는 감정에는 흥분을 하다가도 나쁜 감정이가 기분이 상하면 절망이라는 감정과 함께 도 흥분을 합니다.

 

이렇게 감정을 추종하고 탐닉하다가 행복은 어느 순간 손가락 사이에서 빠져나가 버립니다.

 


행복이 무엇이든 그것은 감정이다. 영원토록, 부질없이, 감정을 추구하는 존재. 그것이 인간의 정의이다. (208페이지)//

인간들이 행복이라고 생각하는 감정은 순간의 피조물이다. 그러나 인간에게는 순간이란 존재하지 않으며, 매 순간은 순간이 끝없이 지연되고 만다. 그렇기 때문에 인간에게 행복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철학자와 늑대 중 311페이지 중 일부 발췌>

인간만이 감정을 평생 쫒고 행복에 중독되어 잠시라도 행복하지 못하면 바로 불행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인생은 회노애락이 모두 있을 때 아름다운 것이지 희와 락만 있다고 그 삶이 행복하지는 않죠. 하지만 인간은 우울하고 화나고 짜증 나고 노여워하는 것들을 어둡고 습하고 곰팡이가 피어나는 곳이라고 손가락질합니다.

인간이 얼마나 행복과 즐거운 감정만을 쫒는지 저자는 예를 들어줍니다.
누군가에게 가장 최고의 순간이 언제냐고 물어보면 대부분은 아기를 낳고 안아 봤을 때나 큰 상을 받았을 때 취직했을 때, 대입 합격 했을 때등 즐거운 일이나 어떤 목표를 달성하거나 관문을 통과한 순간만을 내 인생 최고의 순간이라고 말하죠.

하지만 저자는 뜻밭의 순간을 최고의 순간이라고 말합니다. 그건 바로 브레닌이 죽었을 때입니다. 가장 절망스럽고 하늘에 대고 삿대질하던 그 순간을 최고의 순간이라고 말합니다. 그때의 경험과 감정은 이 저자가 살아가는데 큰 위로와 다짐이 되고 있다고 말합니다

늑대를 키우는 과정을 지켜보는 재미가 가득한 책 '철학자와 늑대'

철학자와 늑대

제가 인간 어쩌고 인류 행복, 감정 어쩌고 하니 이 책이 어렵다고 지례짐작 하실 분들이 있을 것 같습니다. 아닙니다. 이 책은 기본적으로는 한 철학자가 늑대를 입양하고 키우고 떠나보내는 그 재미있는 사육기가 기본입니다. 늑대를 키우면서 겪는 재미있는 에피소드과 고생담들이 가득한데요. 읽다 보면 이 저자는 엄청난 인내심을 가진 사람이거나 아니면 전생에 늑대가 아니었을까 할 정도로 인내심이 무척 뛰어납니다. 집을 다 박살을 내놓아도 브레닌이라는 늑대를 혼내지 않고 아침에 일어야 8km 정도를 함께 조깅까지 합니다.

늑대는 지구력이 뛰어난 동물로 사냥을 할 때 치타같이 빠른 속도로 사냥하는 것이 아닌 먹잇감이 지칠 때까지 계속 따라간다고 하죠. 이런 늑대와 매일 조깅을 하고 강의실까지 데리고 들어가서 강의를 하고 영국으로 프랑스로 이동하는 모습등은 동물에 대한 저자의 무한 사랑을 느낄 수 있고 이 재미가 아주 큽니다.

다만 그냥 늑대에 대한 사육기로 끝이 났다면 이 책은 그냥 그런 책이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저자는 철학 교수답게 늑대를 통해 우리 인간의 문제점이나 특이점과 우리가 비교대상이 없거나 만물의 영장이라는 허세 때문에 보지 못한 우리의 진실된 모습을 이 책에 풀어서 설명합니다. 그리고 우리가 늑대에서 배워야 하는 것들을 풀어놓죠



외로운 늑대를 떠나보내고 늑대가 무리 속으로 들어가다

론 울프라고 합니다. 무리에서 떨어져 나온 늑대를 론 울프라고 합니다. 저자는 론 울프입니다. 브레닌도 론 울프이고요. 두 론 울프의 동거를 통해서 저자는 자신이 사회성이 떨어지는 것을 스스로 고백합니다. 여자들은 그냥 쾌락의 도구로만 생각하고 늑대만이 진솔하다고 생각하죠. 그러나 브레닌을 떠나보내고 이 저자는 론 울프 생활을 접고 무리속으로 들어갑니다.

브레닌이라는 늑대와 보낸 그 시간들과 그 시간들 속에 배운 많은 깨달음을 책 곳곳에 섞어 놓았습니다. 철학 에세이라고 하는 것이 가장 적당하겠네요. 늑대의 눈에 비친 우리의 모습을 아주 깊이 있는 성찰로 담은 아주 훌륭한 책입니다.

인간을 가장 객관적으로 바라본 철학에세이 . 철학자와 늑대.. 강력 추천합니다.

 
철학자와 늑대
괴짜 철학자와 우아한 늑대의 11년 동거 일기『철학자와 늑대』. 베스트셀러 저자가 자신의 소울메이트 늑대와 함께 쓴 동거일기로, 11년간 함께하면서 겪은 모험과 우정, 그리고 우리가 인정하기 싫은 인간의 본질에 대한 성찰을 유머와 감동으로 풀어낸 책이다. 철학교수인 저자는 어느 날 구멍이 난 삶의 부분을 채우기 위해 개로 둔갑한 늑대를 입양한다. 4일 만에 목줄 없이 나란히 걷기를 터득하면서 강의실에서, 파티장에서 어디를 가나 인기를 독차지한다. 그리고 개의 가면을 쓰고 인간 세계에 어울려 살면서 거꾸로 인간의 가면을 되비추기 시작한다. 대표적인 인간의 가면은 ‘행복 추구’다. 그토록 인간은 행복을 좇았지만 과연 인간은 행복한가. 저자는 감정에 의존한 행복 추구에 반해 감정이 아닌 실체, 즉 ‘토끼’만을 쫓는 늑대를 보면서 깨달음을 얻는다. 늑대는 토끼를 잡건, 못 잡건, 사냥에 집중했고, 기다리는 인내가 있었으며, 그것만으로도 환희에 젖었다. 저자는 그로부터 즐거움과 불편함이 하나 될 때 비로소 행복이 완성된다는 야성의 철학을 발견하며, 세상에 길들여진 채 참 모습을 잃어버린 사람들 내면에 잠든 야성의 눈을 일깨운다.
저자
마크 롤랜즈
출판
추수밭
출판일
2012.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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