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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기/서울여행

노랗게 물든 경복궁의 가을

by 썬도그 2012. 11.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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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복궁은 가을이 가장 아름답습니다. 아니 사실 잘 모릅니다. 다른 계절에 가본 기억이 거의 없기 때문이죠. 특히 겨울에는 가본 적이 없는데요. 눈이 내리면 한번 가보고는 싶네요. 경복궁을 매년 가을에만 갑니다. 그 이유는 아름다운 색이 가득해지는 계절이기 때문입니다. 


고궁은 단청을 빼고는 비슷한 색들이 가득해서 딱히 찍을 만한 피사체가 많지 않습니다. 하지만 관광사진이나 여행사진하면 가장 많이 담기는 것이 고궁사진이자 한옥건물 사진이죠.  하지만 이 고궁도 자주 찾아가면 질려 버립니다. 제가 그런 케이스입니다. 하지만 가을에는 매년 갑니다. 가을에는 아름다운 단풍이 있기 때문이죠


광화문은 은행잎으로 가득 했습니다. 광화문의 대형 서점인 교보문고는 항상 멋진 문장을 걸어 놓는데 이번 가을은 

"낙엽이 지거든 물어보십시오. 사랑은 왜 낮은 곳에 있는지를" 를 걸어 놓았네요. 휠체어를 밀고 가는 사랑이 형상화 된 피사체가 지나갑니다.  
 

세종문화회관 건물에는 항상 거대한 조형물이 있는데 올 겨울은 검은 얼굴의 화난 듯한 표정의 뭔가가 널부러져 있네요. 


경복궁으로 향했습니다. 지미짚이 건너고 있습니다. 요즘 이 지미짚은 방송의 필수 장비죠. 주로 부감 샷을 찎을 때 사용하는데요. 예전에는 사람이 카메라와 함께 올라타서 부감샷을 촬영 했다면 요즘은 카메라만 매달고 그 촬영 장면을 바로 모니터로 볼 수 있어서 아주 간단하게 부감 샷을 촬영할 수 있습니다. 


한 무리의 여고생들이 한복을 곱게 입고 있습니다


경복궁의 수문장들은 항상 인기가 많죠. 특히 외국인들이 많이 촬영을 합니다. 특히 같이 옆에서서 촬영을 하는데 수문장들이 옷이 너무 예뻐서 같이 찍는 것이겠죠. 그런데 색동저고리 같은 화려한 한복을 입은 여고생들이 입은 한복이 더 아름다워 보이네요. 물론 중학생들의 생기로움도 아름답습니다. 그냥 한복도 있지만 모두 여고생인듯 한데 한 여고생은 남자가 입는 두루마기와 갓을 쓰고 있네요. 


그렇게 경복궁의 가을을 만나러 갔습니다.


그런데 이 여고생들 무슨 연유로 이런 복장을 하고 찾아왔는지는 모르겠지만 가는 곳마다 외국인들이 불러세워서 같이 사진을 찍더군요. 이 모습을 보면서 이게 관광상품인데라고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쓰잘덱 없는 봉사활동 엄청 많은데요. 한복입고 4대 고궁에서 외국인들과 사진 찍어주는 것을 하면 봉사활동으로 인정해주면  어떨까요? 고궁은 솔직히 좀 지루해요. 색도 비슷비슷하고요. 그런데 한복 이 얼마나 아름답습니까? 수문장 말고 한복입고 안내를 하거나  같이 사진 찍어주면 외국인들이 한국에 왔다는 느낌이 더 많이 들지 않을까요?

여고생들의 초상권을 위해서 모자이크 처리했지만 여고생들이 이 사진 보면 자기들인지 알거예요. 필요하다면 제가 큰 사진으로 보내들리 수 있으니 만약 본다면 댓글 달아주시고 메일주소 알려주세요. 



여고생들 참 예의도 바르더군요. 제가 근정전을 찍으니 부리나케 지나갑니다. 전 뭐 그 지나가는 모습이 더 예뻐서 찰칵 했죠


그리고 여기서도 관광객들에게 붙들려서 사진 찍어주던데 짜증한번 안내고 한명 한명 모두 다 찍어 주었습니다. 



여고생들의 재미있고 흐뭇한 풍경을 뒤로하고 은행나무를 찾아갔습니다. 경복궁은 거대한 은행나무가 참 많습니다. 주로 경복궁 근정전을 기준으로 오른쪽에 많아요.  거대한 기중기가 보이는데요. 저 문 뒤쪽에 옛 기무사 터에 세워지는 현대미술관 서울분관이 올라가고 있습니다. 얼마전 화재로 큰 사고가 났는데 이야길 들어보면 무리하게 공사진행하다가 그랬다고 하네요



경복궁에서 가장 한적한 곳입니다. 그리고 가장 멋진 은행나무가 있고요. 아깝게 은행잎이 거의다 떨어졌네요



경복궁 민속박물관 꼭대기의 피뢰침에 까마귀 한 5마리 정도가 자리 쟁탈전을 하는데 한 참 쳐다 봤네요. 높은 곳에 앉고 싶은 것은 본능인가요? 무리의 알파수컷이 되고 싶은 것 같기도 하고요


그리고 내가 매년 가을에 경복궁을 찾게 하는 은행나무를 만났습니다. 바닥도 노랗고 나무도 노랗고 노란색이 가득 합니다. 평상에 떨어져서 냄새를 내는 은행 마져도 황홀하게 쳐다 볼 정도로 엄청난 크기의 은행나무입니다. 





반대쪽에서 찍은 사진인데요. 거대한 크기가 항상 저를 끌어당기네요. 며칠 전에 찍은 사진이고 오늘 비까지 와서 지금은 은행잎이 많이 떨어졌을 듯 합니다



또 하나의 인기 단풍나무는 향원정에 있는 이 단풍입니다. 올해 관광사진 공모전 사진 중 하나도 이 단풍나무를 배경으로 촬영한 향원정 사진이 있는데요. 저렇게 줄서서 촬영을 해야 합니다.


뭐 대략 이런 구도인데요. 플래쉬라도 한방 팍 터트려줘야 단풍색이 도드라지게 나오는데 제 저가용 DSLR의 내장 플래쉬는 효과가 없네요. 

그렇다면 후보정으로 이렇게 강제로 밝아지게 하면 되긴 하지만 맛은 없습니다. 


사진 찍고 있는데 아주머니 한 명이 제 앵글에 치고 들어오네요. 좀 화가 났습니다. 나도 줄서서 촬영한 건데 새치기를 하다니
그런데 이런 평범한 사진 백날 찍어봐야 재미도 없고 해서 그냥 나왔습니다.  창덕궁 갔을 때도 한 노인분이 저보고 비키라고 하더군요. 멀뚱하게 쳐다 봤습니다. 저도 사진 촬영 하고 있었거든요. 

참 무례하고 웃기지도 않는 행동들입니다. 비키랴뇨? 내가 풍경에 방해된다고 비키라뇨. 저도 엄연히 사진을 촬영하고 있고 정 찍고 싶으면 제가 다 촬영한 후에 촬영하면 되지 비키랴뇨. 참 무례한 노인분들 많아요. 요즘들어 노인 분들의 무례한 행동을 자주 목격하는데 그럴 때 마다 곱게 늙어야지 하는 생각을 합니다. 

나이가 깡패가 아니잖아요. 대체적으로 한국의 중년 이상의 어른들을 보면 (저도 중년이지만) 매너들이 없어요. 
같은 중년이지만 좀 화가 납니다. 이런 중년에게 아이들이 뭘 배우고 자라겠어요. 어른이 어른다울 때 아이가 아이다워집니다. 

자기보다 나이 어린 사람은 모두 자기 자식이나 동생으로 여기는 몰상식들 제발 사라졌으면 합니다. 꼭 그런 사람들이 자기보다 나이 많고 권력있다고 생각이 되면 굽신거리죠.  


고급 DSLR로 무장하고 화려한 아웃도어를 입은 생활사진가에서 아마츄어로 달리는 아주머니의 몰상식함에 기분 상했지만 단풍색에 또 금방 풀어졌습니다. 


사람은 악의와 선의가 있지만 자연은 의도가 없습니다. 아무런 의도가 없는 모습이 요즘 더 좋네요. 그냥 무념 무상한 상태가 좋아요.  제가 악한 마음을 많이 가져서 악의를 더 많이 발견하는 건지 아니면 정말 악의를 가지고 일상을 사는 사람들이 많아진건지 모르겠습니다.


이곳은 얼마전에 공개된 민비 시해장소입니다. 지금은 터만 남아있죠. 전 민비가 일본 자객에게 죽긴 했지만 그 인물 자체는 좋게 보지 않습니다. 분명 80년대 까지는 민비라고 배웠는데 어느 순간 부터 이 민비가 포장되 되더니 '내가 조선의 국모다' 라는 명언(?)과 함께 부활을 합니다. 지금은 민비라고 했다간 돌맹이 맞을 정도로 명성황후라고 해줘야 하고 조선의 국모로 인정해 줘야 합니다. 민비는 사실 명성황후를 폄하하는 말이 아닌 그냥 이름을 불러주는 것입니다. 명성황후는 죽은 후에 고종이 하사한 이름이고요. 

조선은 중국의 눈치를 보는 나라였습니다. 중국에 황제가 있기 때문에 조선에는 황제가 아닌 그 보다 낮은 왕이있었습니다.
왕의 부인인 민씨 성을 가진 왕비를 민비라고 했고 다른 조선왕의 부인도 민비처럼 불렀습니다. 하지만 시해 당한 후에 고종이  대한제국을 선포한 후 중국 청나라의 사대 관계를 끊어 버린 후 스스로 황제가 되었고 이미 죽은 민비에게 황제의 부인의 대한  호칭인 명성황후라고 지어준 것이죠. 따라서 민비가 폄하의 말이 아닙니다. 언젠가 부터 우리는 민비라고 하면 쪽바리라고 말하는데요. 너무 극단적 애국주의가 만연한 것은 아닌지 돌아봐야 할 요즘입니다.

같은 인물도 시대에 따라서 평가가 달라지는 것을 보면 역사라는 것도 객관적 사실보다 해석하기 나름이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예를 들어 박정희가 무관 출신이고 이순신을 너무 좋아해서 이순신 장국을 한민족 제 1의 영웅으로 만들었습니다.
물론 이순신은 영웅이긴 하지만 거대하게 포장되기 시작한 것은 박정희 정권 때 부터입니다. 

민비는 이 건물에서 시해 당했는데 유인촌 전 문광부장관은 경복궁 담이 낮아서 시해 당했다는 헛소리를 합니다.
뭐 그럼 유럽의 성에 있었으면 시해 안 당했다는건가?  유인촌은 궁궐 담장이 인간이 홀랑 넘을 수 있게 낮은 담을 가지고 있는데 이게 참 인간적이지 않냐고 하더군요.  인간이 홀랑 넘을 수 있는 높이의 담장은 인간적이다?

그럼 주택가에 있는 담벼락중에 높은 담장은 비인간적이고 홀랑 넘을 수 있으면 인간적인 집인가요?
그렇게 따지면 이건희 회장 담장은 엄청 높던데 그건 비인간적이고 반지하 끼고 있는 주택은 홀랑 넘을 수 있는데 인간적이라는 건가요?  어~~~ 말이 되긴 하네요 ㅠ.ㅠ. 이건희나 정몽구 회장에게 한 말이라는 공감하지만 민비 시해 사건에 빗대서 말한 것이니 실패~~~~


경복궁에서 가장 근사하고 이채로운 건물이 있는 곳입니다. 향원정을 정면에서 바라보고서 11시 방향에 있는 곳이죠. 



이곳은 팔우정, 집옥재. 협길당이라는 건물이 붙어 있습니다. 팔우정은 팔각형태인데요. 1,2층이 있습니다. 보통 한옥은 단층구조이고 복층 구조는 흔하지 않죠. 덕수궁에  2층 짜리 단청 없는 건물이 있긴 하지만 거의 모든 한옥과 궁궐 건물이 단층입니다. 하지만 팔우정은 2층 형태이고 생긴것이 그래서 그런지 중국풍 건물 같습니다.

이 3채는 모두 창덕궁에 있었지만 고종이 1888년 경복궁으로 거처를 옮기면서 같이 옮겨온 건물들입니다. 
이 건물들은 어진의 봉안 장소와 서재 겸 외국사진 접견장으로 사용했다는데요. 팔우정에서 차 한잔 하면서 단풍든 모습을 보는 재미도 좋았을 듯 합니다. 예상대로 검색을 해보니 이 건물들은 중국풍 건물들입니다. 

보통 조선의 건물들은 팔짝지붕인데 반해 집옥재라는 가운데 건물은 책을 덮어 놓은 듯한 모습을 취하고 있네요. 
전 버선코같이 처마 끝이 말려 올라간 팔짝 지붕이 좋아요. 




경복궁의 가장 아름다운 건물 향원정. 인공 호수에 물을 채우고 물고기를 채운 후에 가운데 아름다운 정자 하나 심어 놓은 여유가 참 좋네요. 저기서 호수 물을 바라보면서 풍류를 즐겼을 왕들의 모습을 상상해 봅니다. 




단풍만 담다가 경복궁을 나왔습니다. 얼굴도 노래진 느낌일 정도로 경복궁은 은행나무들이 참 많네요. 크기도 어마어마하고요


이 은행잎이 다 떨어지면 겨울이 문 앞에서 노크를 할 듯 합니다. 남은 가을 운치있게 잘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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