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영 사진작가는 중앙일보, 동아일보에서 35년 간 사진기자로 일하면서 찍은 대통령들의 사진을 모아서
<대한민국 대통령의 빛과 그림자>라는 전시회를 9월 28일까지 안국동 갤러리 아트링크에서 전시하고 있습니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가장먼저 전두환 전 대통령의 얼굴이 보입니다. 얼굴은 얼굴이지만 실제 얼굴보다 큰 거대한 얼굴입니다.
이 거대한 얼굴은 바로 88올림픽 전에 있었던 국군의 날 행사에 선보인 거대한 카드 섹션이었습니다.
카드색션, 외국에서는 인간픽셀이라고 하는 이 카드색션은 지난 80년대에는 아주 자주 볼 수 있는 풍경이었습니다.
노동집약적이고 원시적인 그러나 그 어떤 것 보다 단결력을 요구하는 이 집단체조는 어린시절 저에게 생경스럽고 아름답게 느껴졌습니다. 또한 저 카드 섹션을 완성하기 위해 수 개월간 노력했을 사람들의 노고에도 큰 감명을 받았고요.
하지만 나이가 들고 머리가 굵어져서 다시 생각해보니 얼마나 무식한 행동들이고 개인보다는 전체를 위한 집단 히스테리에 걸린 행동인지 알게 되었습니다. 동북아시아 국가들은 참 신기하게도 서로 그렇게 아웅다웅 싸우면서도 정작 이런 개인보다는 집단을 더 우선시 하는데는 일가견이 있는 나라들입니다.
저 카드색션을 위해서 수천 명의 사람이 개인의 삶에 전혀 도움되지 않는 행동을 일사분란하게 했다는 그 자체가 대단한 소모적인 낭비일 뿐입니다. 우리는 일본의 군국주의와 전체주의를 손가락질 하지만 한국에서 히틀러가 태어났으면 모르긴 몰라도 우리도 독일 못지 않은 광끼가 지배한 전체주의 국가가 되었을 것이라고 생각되어집니다.
카드색션은 80년대 이후로 거의 사라졌습니다. 민주국가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행동들이기 때문입니다. 저 히틀러나 히로이또가 있었던 전체주의 국가에서나 어울리는 행동이죠. 민주주의 국가는 다양성을 좋고 자유도가 높기 때문에 공산주의의 획일성을 이길 수 있었습니다. 따라서 이런 거대한 카드 색션 같은 전체주의 국가나 북한 같은 공산국가에서나 하는 매스 게임인 카드 섹션은 80년대 이후 병영국가인 한국에서 서서히 사라집니다.
사라졌던 카드 섹션이 삼성에서 부활하다
전 전두환 시절의 카드색션을 보면서 한 회사의 이미지가 떠올랐습니다.
일단 감상해보시죠. 아름답고 놀랍습니다. 멋집니다. 말초신경 불끈 자극시킵니다. 저도 멋지다라고 하면서 봤습니다만 다 보고 나서는 좀 짜증이 나더군요. 그 이유는 아니 군대도 아니고 북한도 아닌데 이 거대한 카드 섹션은 누구를 위한 것이고 무엇을 위해 하는 것인지 따져 묻게 되더군요.
21세기에 이런 집단 체조는 북한 말고는 보기 힘든 광경입니다.
박정희 전두환 같은 군인 출신 대통령이 있던 시절에는 통용될지 몰라도 노무현이나 김대중 같은 진보 대통령이 있는 시절에저런 카드 섹션을 하는 것이 신기하기만 합니다.
저만 그렇게 생각하는 게 아니였습니다. 이 영상이 공개되고 여론이 좋지 않자 삼성은 부랴부랴 영상들을 삭제하기 시작하고 이런 변명을 하게 됩니다.
"21년째 해마다 해오는 것이다. 교육을 받은 사원 대부분이 공동체 의식을 느끼고 자랑스러워한다. 외부시각으로 이상하게 재단할 일이 아니다'"
라고 똑부러지게 말해놓고는 자기들 스스로 이상한건지 동영상을 다 삭제해버립니다.
공동체 의식을 느낄려면 축구대항전이나 하지 왠 카드 섹션입니까? 아.. 공동체 의식을 가질려면 카드 섹션 함 해주면 되고 그 일체감을 느끼기에 삼성전자가 1류 기업이 되었다고 생각하면 됩니까?
그럼 북한은 1류국가겠네요.
물론 저 카드 섹션을 하는 분들 대부분이 재미있었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저 체조 연습할 시간에 조별로 등산이나 야유회를 가는데 더 일체감과 협동감을 느끼게 하지 않을까요?
삼성은 이 영상을 지웠던 가장 큰 이유는 여론 때문이라기 보다는 북한 때문일 것입니다.
북한이 가장 잘하는 것 중 하나가 이 대규모 '카드 섹션'입니다.
지금은 볼 기회가 없지만 몇년 전만 해도 아리랑 공연을 TV에서 보여주기도 했는데 저 거대한 카드 섹션을 보면서 아름답다고 느끼면서도 한편으로는 무섭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떻게 인간이 저렇게 기계처럼 한치의 오차도 없이 작업을 하는지.. 그 카드 섹션 이면을 생각하니 마음이 좋지는 않더군요. 북한당국은 저 거대한 '카드 섹션'을 통해서 북한 체제의 위대함을 나타낼려고 하고 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북한 체제의 후진스러움을 본능적으로 직감합니다.
개인은 국가의 하나의 픽셀 밖에 되지 않고 개인은 국가의 부속품이라고 생각하는 이 전체주의적인 사고방식. 이 사고방식과 삼성의 사고방식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삼성과 북한의 공통점
1. 전체주의적인 성향이 강하다
글로벌 기업을 표방하고 실제로도 글로벌한 기업인 삼성전자는 세계적인 추세와 이미지와 다르게 20세기 초의 전체주의적인 세계관을 가진 회사관을 가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저 카드 섹션은 빙산의 일각일 뿐 삼성공화국이라는 이 공화국의 운영체제는 민주주의도 사회주의도 아닌 전체주의로 돌아가는 공화국입니다.
다른게 있다면 이건희는 회사를 운영하고 김정은은 나라를 운영합니다.
이번에 보세요. 군 참모총장인 '리용호'가 뒷말로 김정은 비판 했다가 쥐도 새도 모르게 숙청 당했잖아요.
삼성을 볼까요? 삼성에 대한 비판 세력이 있습니까?
군대같이 가장 비능률적이고 비효율 또는 비이성적인 시스템, 그러나 속도 하나 만큼은 빠른 시스템을 회사에 우겨넣으니 좋은 아이디어가 나오겠어요. 창의성이 나오겠어요. 오로지 속도 하나만 빠르게 하거나 죽살나게 야근만 해되는 거죠.
사진전에 있던 문구입니다.
카드 섹션 위쪽만 통치할려고 했던 권력의 비극, 카드 밑에 숨은 진짜 민심의 얼굴이 무슨 표정을 짓고 있는지 생각해 볼 사회가 되었으면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