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방학 때 할머니 집에서 방학 숙제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때 집배원 아저씨가 군대 간 외삼촌에게서 온 편지를 주셨습니다. 편지를 외할머니에게 전해드리고 숙제를 하는데 할머니가 저 보고 편지를 읽어 보라고 했습니다.
편지를요? 삼촌이 저에게 쓴 내용이 있나요?
아니! 그게 아니고 할머니 글씨 못 읽어
그때 알았습니다. 할머니가 문맹이이라는 것을요.
일제시대에 태어난 할머니는 학교 근처에 가본 적이 없었습니다. 여자라서 더 안 가르친 것도 있고 촌구석에서 여자에게 글을 가르치고 공부를 하는 것을 좋게 보지도 그럴 능력도 없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의 한국은 높은 교육열로 인해 문맹율이 아주 낮은 나라 중 한명입니다. 쉬운 한글 때문이기도 하고 국민들의 교육열이 높기 떄문이기도 하죠. 얼마나 높은지 대학진학률이 60%를 넘어 80%에 가까운 정말 괴이한 모습까지 보여줍니다. 정작 그런 대학 나와서 펑펑 노는 20대가 태반이니 교육 인플레이션이 나라를 좀 슭게 하고 있습니다.
이게 다 높은 교육열과 대학은 나와야 사람구실 한다는 우리의 욕망과 그 욕망을 대선과 총선의 표로 바꿔치기한 김영삼 정권과 노태우 정권의 덕분이죠. 현 정권도 마찬가지고요. 반값등록금 공약 또 내세우는 대선후보들을 보고 있으면 한심스럽기만 합니다. 한심스러워도 또 속는 국민들이 있으니 그런 말을 함부로 하겠죠
각설하고
이렇게 책 읽으면 쓸모없다 한겨레 기사보기
아주 흥미롭고 좋은 기사입니다. 어려서 부터 부모님들이 아이들이 닌텐도 가지고 놀면 공부좀 해라 책좀 봐라! 하고 노래를 부릅니다. 그러면서 부모들은 정작 드라마 보고 낄낄거립니다. 아니 부모님 스스로가 평소에 책을 가까이 하고 읽는 모습을 보여야 아이들이 따라 읽죠. 자기는 TV와 게임 삼매경이면서 아이들에게 책 보라고 하면 아이들이 보나요?
본다고 해도 억지로 읽은 책은 시간만 축 냅니다.
위 기사는 책을 읽으면서 빠지기 쉬운 네가지 함정을 적고 있습니다.
첫째, 의무적으로 책 읽지 마라.
둘째. 독후감 쓰기를 강요하지 마라
셋째, 독해 능력을 키워라. (문자 해독력이 떨어지는 대한민국)
넷째, 자신의 신념을 확인하는 수단으로 책을 읽지 마라
정말 공감가는 내용입니다. 저자인 이한 변호사는 그 대안으로 책이 생활의 일부가 되도록 해야 한다고 말하면서 근처 도서실에서 책을 읽고 가까이 하라고 충고하고 있습니다. 저도 이 글 쓰고 도서관 가서 책 좀 읽으러 갈건데요. 도서관에서는 책도 좀더 집중하고 빠르게 읽을 수 있어서 같은 책도 집에서 뒹굴뒹굴 읽는 것 보다 수배는 더 집중하고 빠르고 정확하게 읽을 수 있습니다. 도서관이 최고죠.
또한 소설과 같은 서사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책은 질문과 그 질문의 풀이와 답을 적고 있기에 질문을 주의 깊게 음미하고 능동적으로 답을 파악하라고 하고 있습니다. 맞아요. 대부분의 책은 어떤 것에 대한 질문과 대답이라는 설명형식입니다. 그런 책들에서 우리는 많은 정보를 얻고 좋은 정보는 생활의 지혜를 넘어 삶의 지혜로 활용하기도 합니다.
위 기사는 한 마디로 책을 가까이 하면서 자연스럽게 읽어야지 닥달하고 독후감 용으로 읽고 자신의 생각이 맞다고 인정하는 책만 읽는 편견을 심는 책 읽기를 하지 말라는 것 입니다. 좀 더 편하게 말하자면 강박을 가지고 책을 읽지 말라는 것입니다.
그러나 위 기사의 댓글을 보죠
쩝.. 기가 찹니다. 기사 내용이 그렇게 어렵지 않은데 그걸 또 곡해하는 댓글러가 있습니다. 그럴 수 있죠. 기사 다 안 읽고 댓글 쓸수 있습니다. 그러나 추천수 보세요. 30을 넘어갑니다. 강박관념에 빠지지 말고 책을 읽으라고 기사를 쓴 이한 변호사의 생각과 달리 한 댓글러는 반대로 읽고 있습니다.
한국교육개발원이 발간한 '2004년 한국 교육인적자원 지표'를 보면, 한국에서는 '반상회 공고문'을 보고 반상회가 누구 집에서 열리는지 파악하는 수준의 생활정보 문서 해독에 취약한 사람(1단계)이 전체의 38%나 되었고, 자신이 이미 아는 것이 아닌 새 직업이나 기술에 필요한 정보를 책을 통해 이해할 수 없는 사람(2단계)도 전체 국민 중 37.8%나 되었다. 심지어 대학을 졸업한 고학력자의 문서독해 능력 역시 조사대상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2개국 중 꼴찌였다.
위 기사중 일부 발췌
잘 모르시겠지만 한국은 문맹율을 낮지만 문서 해독능력은 OECD에서 꼴지입니다. 이 문서 해독능력을 '실질 문맹률'이라고 하는데요. 반상회 공고문도 파악하지 못하는 사람이 38%라고 하는데 이거 3분의 1은 반상회 공고문도 해석하지 못하네요
왜 이럴까요? 왜 이렇게 우리는 문서를 해독하지 못할까요?
나이들어서 직업을 바꾸기 위해서 혹은 젊어서도 다른 직종으로 바꿀려고 직업교육을 받아도 75%가 새로운 직업에 필요한 정보나 기술을 배울 수 없을 정도로 문서 해독능력이 떨어집니다.
이렇게 생각하겠죠
"나이 많은 어르신들이나 저학력자만 그렇지 대학 나온 사람들은 괜찮지 않나?"
아닙니다. 대학을 졸업한 고학력자들의 문서독해 능력을 비교해보니 국제성인문해조사 점수 역시 258.9점으로 조사대상 22개중 꼴찌를 했습니다.
이건 제 생각인데요. 이러니 한국이 소통이 안 되는 것 아닐까요?
저도 나름대로 글을 쉽게 쓸려고 하고 있고 일상언어를 많이 쓰는데 그럼에도 거꾸로 해석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조금만 비꼬고 꼬면 그 비꼼을 해학으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분들도 많고요. 뭐 제 글쓰기 능력이 떨어져서겠지만 제 탓만은 아닐 것 입니다.
보통 말이라는 것이 아! 다르고 어! 다르다고 해서 불확실성이 높은 커뮤니케이션이라서 문서를 달라고 합니다. 문서는 아 와 어가 다를 수 없고 의미전달이 가장 객관적이고 정확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렇게 같은 문서를 가지고 다르게 이해 한다면 말 못지 않게 문서도 전달력이 떨어지는 수단이네요.
왜 그럴까요? 왜 한국은 문서 해독력이 떨어질까요?
제가 어설프게 생각한 것은 한국인들이 입시와 취업을 위한 억지 공부를 해서 입니다. 자기 관련 학과 공부만 하고 입시에 필요한 공부를 억지로 하니 단기기억능력 배양 교육만 하다고 대학을 졸업하지 종합적인 사고능력이 무척 떨어집니다. 좀 심하게 말하면 자폐에 가까운 지식수준으로 세상에 나오니 조금만 낯선 분야나 환경에 마주치면 오류를 참 많이 범하고 당황하게 됩니다.
문서 해독은 다양한 경험과 다양한 분야의 지식이 있는 사람이 해석을 잘 합니다. 그게 글의 맥락을 집을 수 있는 힘이죠.
그러나 같은 글이라도 다른 방향에서 보는 법을 전혀 모르니 자기의 시선에서 해석이 안되면 바로 곡해를 해버리게 됩니다.
이게 다 입시 위주 취업 위주의 공부가 낳은 폐단입니다. 공부를 억지로 하니 문서 하나 제대로 해석할 수 있나요?
실생활에서 배우는 교육이 산교육이고 그게 진짜 교육이자 지식전달인데 우리는 퀴즈 플려고 정보를 우격다짐으로 집어 넣으니 제대로 될리가 없죠.
이런 고질적인 문제는 국가적인 문제이지만 문제인식조차 안되고 있습니다. 영어단어나 잘 외우고 발음에나 신경쓰지 한글로 된 문서 해독 능력도 없는 사람들이 무슨 영어를 잘 해독하겠습니까? 정말 꺽정이네요 꺽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