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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의 향기/책서평

서울에 숨어 있는 공공예술품에 대한 이야기가 가득한 '도시예술산책'

by 썬도그 2012. 9.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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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은 거대합니다. 무려 1천만 명 이상이 사는 거대한 도시입니다. 경기도 까지 합치면 약 2천만 명이 거주하는데 땅도 넓지 않는 한국에서 서울과 서울 인근인 경기도에 인구의 절반이 사는 모습은 좀 경악스럽기만 합니다. 뭐든 몰빵 때려서 좋은 게 없죠. 그런데 더욱 경악스러운 것은 이 거대한 도시에 문화 공간은 쥐똥 만큼 있고 그것도 종로와 강남 일대에 몰려 있습니다. 나머지 지역은 예술공장 형태의 공공재와 같은 갤러리와 레지던시들이 있지만 큰 호응을 받고 있지는 못합니다.
서울은 역사가 500년이 넘는 도시이자 조선시대의 수도였습니다. 500년, 말이 500년이지 500년 동안 태어나고 죽은 서울에 거주한 조상님들이 얼마나 많았겠습니까? 그러나 서울을 돌아보면 4개의 고궁과 남대문, 동대문 말고는 딱히 생각나는 역사적인 건물이나 역사가 묻어나는 공간은 많지 않습니다.
왜 이럴까요? 왜 이렇게 서울은 역사가 500년이 넘었지만 남들에게 보여줄만한 장소나 이야기가 미천할까요?
장소야 한국전쟁과 일제강점기 때 많이 훼손되었다고 해도 서울에 있는 이야기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요? 아니 이야기는 있는데 우리가 모르는게 보다 정답에 가깝겠죠. 서울의 역사나 이야기에 대해서 솔직히 관심있는 서울시민이 1%나 될까요?
 
거리에서 만나는 얼마 안되는 역사적인 건물이나 그 곳이 예전에 어떤 곳이였는지에 대해서 관심이 있을까요?
그 보다는 내 아파트 값 올려주는 마트나 백화점 또는 상업시설이 근처에 들어서는 정보에 더 관심이 많죠. 이게 현실적인 서울시민의 평균적인 모습입니다.
 

서울 참 볼 거 없죠. 오래된 역사는 모두 고궁에 몰빵을 해 놓은 도시 고궁 이외에는 역사적인 장소도 없고 개발이라는 이름 아래 불도저로 싹 밀고 거기에 xxx가 있던 터라는 건물의 묘비석만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서울도 조금씩 조금씩 문화와 예술의 옷을 입히고 있습니다. 
공공예술이라고 하죠. 우리가 거리에서 만나는 공공예술 작품이나 조각품들을 우리는 얼마나 관심있게 보고 지나칠까요?

청계천 앞 마당에 있는 거대한 소라 모양의 '스프링'이라는 작품이 왜 누가 만들었는지 얼마나 관심이 있을까요?
이런 공공재 같은 서울 속의 예술품들이 바쁜 도시인들에게 말을 걸지만 우리는 그걸 외면하고 살고 있습니다

 

도시예술산책은 서울에 있는 공공예술 작품이나 거대한 빌딩에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하는 공공예술품에 대한 거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저자는 박삼철로 서울대 영문과를 졸업한 후 스포츠조선 문화부에서 6년간 미술 분야 기자로 일하면서 이쪽으로 방향전환을 합니다. 여러 미술전시 기획을 하고 공공미술에 대한 작업도 한 분입니다. 

책은 상당히 어려운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다분히 현학적인 도시담론이 담겨 있습니다. 이 책에는 도시읽기라는 각 챕터의서두 같은 좀 어려운 이야기가 나옵니다. 좀 지루합니다. 물론 영양가 높은 이야기고 저자의 말이 공감도 많이 가지만 도시읽기는 좀 고루하네요.

하지만 그 도시읽기를 지나면 제가 그동안 서울을 돌아다니면서 사진과 동영상으로 담은 공공예술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합니다. 돌이켜보면 제 블로그에 공공예술 작품을 꽤 많이 담았습니다. 그냥 길을 걷다가 조각품 보면 

"이건 누가 만들었고 뭘 형상화 한 걸까?"라고 발걸음을 멈춰서 봅니다. 그러나 그 공공예술품에 대한 정보는 잘 알 수 없었습니다. 검색해도 나오지 않고 누가 따로 알려주는 사람도 없어서 그냥 사진으로만 담았는데 이 책은 제가 찍어온 그 많은 공공예술품이 왜 언제 얼마나 돈을 들였는지, 논란이 뭐였는지 작가는 누구인지 설치기간까지 꼼꼼하게 소개하고 있습니다. 

가장 유명한 공공예술 작품인 '낙산 프로젝트'에 대한 이야기도 나오는데 
종로, 을지로, 강남, 인사동, 서촌, 광화문, 청계천, 안양예술공원등에 설치된 공공예술품에 대한 이야기가 아주 촘촘하게 잘 적혀 있습니다. 대부분의 글은 서울에 있는 공공예술품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흥미로운 공공예술품들이 몇개 있었는데요

 

 

비토 아콘치 <선으로 된 나무 위의 집> 혼합재료 집 근처에 있는 안양예술공원에는 아름다운 다리가 있습니다. 눈이 오면 더 운치가 있는데요. 이 작품은 비토 아콘치 작가의 작품입니다. 안양예술공원은 참 좋은게 숲속에 공공예술품들이 있습니다. 또한 그 공공예술품들이 이물감이 없이 아주 숲속에 잘 녹여져 있고 내구성도 좋아서 관람객이나 등산객들이 직접 그 공간에 들어가서 즐길 수 있게 만들었습니다.공공예술품들이 대부분 그냥 바라보는 '잔디를 밟지 마세요'라는 수준이라면 안양예술공원의 공공예술품은 시민들이 바라봄을 넘어서 그 공간 속으로 들어갈 수 있습니다. 


이외에도 포스코 건물 앞에 있는 '프랭크 스텔라의 아마벨이란 작품의 뒷이야기도 꽤 재미있더군요. 
저도 이 작품을 봤는데 좀 흉물스러워 보여서 사진으로 담았지만 제 블로그에 소개를 안 했습니다. 그런데 이 작품이 무려 17억이나 하는 작품입니다. 이 작품을 만든 작가는 '프랭크 스텔라'라는 작가로 원래 제목은 '꽃이 피는 구조'라는 작품입니다. 그런데 아마벨이라는 애칭을 넣은 이유는 이 작가의 가장 친구의 딸이 비행기 사고로 사망했고 그 딸의 이름을 이 작품에 넣게 됩니다.  
이 작품은 비행기 잔해를 결합해서 만든 것인데요. 이 작품이 문제가 되었던 것은 딱 보면 느끼겠지만 작품인 것은 알겠는데 너무 흉물스럽습니다. 솔직히 까 놓고 말해서 그냥 고철덩어리 우겨서 세워 놓은 모습이죠. 물론 예술을 제대로 모르는 우민의 판단이지만 공공예술이 뭡니까? 대중성이 어느정도 있어야죠. 그런 이유 때문에 주변환경과 조화롭지 못하고 흉물이라고 지적하는 분들이 많아서 철거 논란이 있었습니다. 더구나 결정적으로 이 작품의 로비가 있었다는 이야기가 있었습니다.유명작가인 '프랭크 스텔라' 의 친구의 딸인 비행기 사고로 죽은 '아마벨'의 아버지이자 '프랭크 스텔라'의 친구는 국제철강협회 사무총장이었습니다.  전 포스코 회장은  차기 '국제철강협회' 회장이 되기 위해  포스코 앞마당을 체울 공공예술 작품 추천권을 아벨라의 아버지인 국제철강협회 사무총장에게 주었습니다.사무총장은 자기 친구인 '프랭크 스텔라' 작품을 권했고요. 냄새가나죠? 이런 로비설과 주변환경과 맞지 않는등의 이유로 현대미술관에 무료로 기증할려다가 우여곡절 끝에 현재의 자리에 남게 됩니다. 참 재미있는 이야기죠. 이 책에는 우리가 거리에서 만나는 수 많은 공공예술품에 대한 재미있는 이야기가 가득합니다. 
눈길을 잘 주지도 않고 줘도 궁금해 하지 않았던 궁금해도 딱히 어떤 스토리가 있는지 모르는 수 많은 공공예술에 대한 이야기가 벚꽃처럼 가득 담겨 있습니다.


가장 좋았던 부분은 책 뒷부분입니다. 서울의 대표적인 아름다운 길인 정동길, 광화문거리, 서촌 예술길, 삼청동길,청계천,인사동길, 을지로, 대학로, 테헤란로에 있는 공공예술품에 대한 위치와 간단한 소개가 있는데요. 재미있게도 제가 즐겨 찾아가는 길입니다. 그 곳에서 매번 보면서도 누가 언제 만들었는지 모르는 예술품들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 있어서 너무 좋았습니다
매일 스쳐지나가면서도 몰랐던 공공예술품에 대한 이야기가 가득한 책입니다. 공공예술에 관심있는 분들이나 여행, 특히 서울의 골목여행이라 길 여행을 좋아하는 분들에게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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