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때 찍은 사진을 꺼내서 그대로 따라하는 사진들이 가끔 소개됩니다. 이런 사진들은 볼 때 마다 참 재미있죠. 훌쩍 커진 몸과 어른이 된 나의 모습, 어떤 분은 어린 시절을 그리워하며 현재의 내 모습을 측은하게 볼 수도 있고 아니면 어린 시절 보다 현재 내 모습을 더 좋아하는 분도 계실 것입니다.
똑같은 장소에서 똑같은 포즈로 사진을 찍는 이런 사진놀이는 국내에서는 낯설지만 외국에서는 큰 인기가 있네요. 그런데 이 보다 좀 더 진일보한 사진을 찍은 네 자매가 있습니다.
헬싱키에 사는 Wilma Hurskainen은 30살로 3명의 여동생들이 있습니다. 2살 아래 동생이 있고 4살 터울의 쌍둥이 동생이 있습니다. 왼쪽 사진은 86~90년 사이에 찍은 사진들이고 오른쪽은 2004년에서 2006년 사이에 찍은 사진입니다. 15~20년이 지나서 같은 장소에 같은 포즈에 최대한 같은 옷을 입고 사진을 찍었는데 정말 재미있는 사진이네요.
사진은 가탕 큰 언니가 찍었는데 나이가 많다는 게 큰 도움이 되었다고 하네요. 이 사진들은 디카로 찍은 사진이 아닌 필름 카메라로 촬영한 사진입니다. 2004~2006년에는 디지털카메라 보급율이 높지 않았습니다.
디카로 찍었으면 잘못 찍히면 다시 촬영 하면 되지만 필름 카메라라서 그럴 수 없었고 많은 시도 끝에 좋은 사진만 골랐다고 하네요. 이 사진들은 2008년에 '성장'이라는 포토북으로 만들기도 했는데요. 자매들의 천진난만한 모습들이 너무 보기 좋습니다.
이 사진을 찍기 위해서 자매들이 다시 모였는데 자매들 모두 다른 도시에 살고 있어서 촬영하기 쉬운게 아니였습니다. 또한 동물원에서 찍은 사진은 배경에 있던 코끼리가 죽어서 찍지 못한 것도 있었고요.
15년 후에 또 다시 같은 포즈와 표정으로 찍자고 동생들에게 제안했는데 모두 반대 했다고 합니다. 아무래도 30살 넘어가면 노화가 시작되고 아름다운 얼굴이 아니기에 모두 반대 한 듯 하네요. 늙어가는 것도 하나의 고통이라면 고통이죠.
이 사진들이 누군가에게는 기쁨이 되겠지만 누군가는 이 사진을 보면서 세월의 허망함을 넘어서 슬픔을 느낄 수도 있습니다. 그나저나 한국에서는 이런 사진 찍을려면 배경이 되는 곳들이 그대로 남아 있어야 하는데 한국은 워낙 다이나믹해서 모든 것이 그대로 남아 있지 않습니다. 거의 완벽하다시피 다 파괴되었고 사라졌습니다. 물론 제가 살던 동네도 싹 사라지고 거기에 아파트가 들어섰습니다. 추억의 퍼즐 조각을 하나라도 맞춰보고 싶지만 전혀 없습니다.
혹 어린시절 추억이 어린 곳이 그대로 남아 있고 사진앨범속의 장소가 그대로 있다면 한 번 시도해 보는 것도 재미있을듯 하네요. 이왕이면 사진속 인물과 같은 찍으면 더 좋겠죠